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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구효서 장편소설

구효서 지음| 해냄출판사 |2016년 05월 11일 (종이책 2016년 04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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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6년 05월 11일 (종이책 2016년 04월 25일 출간)
    포맷용량 ePUB(1.67MB, ISBN 9788965747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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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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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수상작가 구효서 신작 장편소설『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사고로 인해 원래의 외모와 기억을 잃고 말라위에 온 수는 친구 엘린과 그녀의 연인 리의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산다. 아프리카 꼬마로부터 말린 쥐가 기억 회복을 도와준다는 말을 들은 수는 깊은 밤, 쥐를 씹다가 불현듯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리를 안다는 것. 입양 가정에서 열두 살에 버림받은 수는 단짝 친구인 엘린과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리와의 행복한 나날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돌아온 기억을 다시 비밀로 묻어둔다. 하지만 엘린과 리는 각자의 정보원을 통해 수가 리의 연인이었으며, 말라위에서 테러를 당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수의 기억이 돌아온 줄 모르는 이들 역시 관계를 지키기 위해 자기만의 비밀을 만들게 된다.
▶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북트레일러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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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From Now To Now
그 후
그리고
넉 달 후
작가의 말

저자소개

구효서

저자 : 구효서

저자 구효서는 1957년 강화에서 태어나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 작품으로 장편소설 『타락』『동주』『랩소디 인 베를린』『나가사키 파파』『비밀의 문』『라디오 라디오』, 소설집 『별명의 달인』『저녁이 아름다운 집』『시계가 걸렸던 자리』『아침 깜짝 물결무늬 풍뎅이』 등이 있으며, 산문집 『인생은 깊어간다』『인생은 지나간다』 가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의 소재와 방식에 대한 끝없는 실험 정신을 선보임으로써,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독자와 평단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가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책속으로

음바니 시골 마을은 종일 조용했다. 엘린과 수가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전부였다. 그 소리를 리는 듣지 못했다. 그들은 리를 등지고 있었고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
―리! 수가 이곳으로 오겠대!
리는 석 달 전의 엘린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석 달 뒤에 있을 엘린의 변화를 어느 정도 예감했다. 수가 온다면, 엘린은 수의 부모가 될 것이다…….
수는 어린아이가 되어 돌아왔다. 엘린에게 듣던 것보다 그녀의 상태는 더 나빴다. 그녀의 기억은 새로 배웠다는 동양 언어의 분량만큼도 못 됐다. 새로 만나는 사람을 두려워했으며 익숙해지고 나서도 수줍음은 가시지 않았다.
리가 처음 내민 손을 그녀는 잡지 못했다. ―<From Now To Now> 중에서

장관이 어느 병원을 방문했다. 주무장관의 시찰임무였다. 병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장관을 칭송했고 지원에 감사했다.
시찰 때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이었다. 환자들만 불만이었다. 병원의 어려운 사정을

곧이곧대로 말했다가는 장비와 인력 지원마저 끊긴다는 것을 병원관계자들은 너무 잘 알았다.
한 의사가 조용히 나섰다. 비굴할 정도로 공손하게 병원의 열악한 형편을 소상히 얘기했다. 말하는 내내 의사는 울먹였다. 장관은 인자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의사와 우정 어린 악수를 나누었다. 환자들은 의사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장관이 병원을 빠져나가자 장관의 수행원들이 의사를 조용히 불러냈다. 세탁동 건물 그늘에서 수행원들은 의사를 밟았고 늑골 두 개가 부러졌다.
병원장이 장관을 은밀히 두 번이나 찾아갔고 장관은 그때마다 병원장을 인자한 웃음으로 배웅했다. 병원에 별다른 불이익이 생기지 않았다. 물론 이익도 생기지 않았다. 불운한 의사의 늑골만 두 개 부러졌다.
이와 같은 사실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남성 볼런티어가 대통령 직속 비리척결 위원회에 상세히 제보했다. 얼마 후 오스트레일리아인은 정부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았다며 동료 여성 볼런티어 앞에서 허탈하게 웃었다. ―<From Now To Now> 중에서

수는 그날의 햇볕을 잊지 못했다. 햇볕 없이 그날의 브램블 숲도 장래의 꿈도 떠올릴 수 없었다. 햇볕 때문에 브램블 숲은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웠고 햇볕 때문에 장래의 꿈이 여물었다.
하늘은 맑고 높았다. 데니 야드가 온통 신록으로 물들었다. 햇살이 가시넝쿨 사이로 부서져 내렸다. 수와 엘린의 맨어깨가 뜨거워졌다. 햇빛 때문에 둘은 웃었고 햇빛 때문에 행복했다.
빛 때문이었다. (……) 엘린은 수의 가슴 위에 엎어진 채 수를 내려다보았다. (……)
서로 응시할 뿐 꼼짝하지 않았다. 잠깐이었으나 그토록 기묘한 순간은 그 전에도 그 뒤에도 없었다.
수는 두려웠다. 하늘에 닿아도 결코 끝나지 않을 아득함이 엘린의 작은 얼굴에 드리웠던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수는 알지 못했다. 기분 나쁘지 않은 두려움이 조용히 몸을 관통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뒀을 뿐이다. (……)
그 뒤로 수는 어머니의 죽음을 겪었고 아버지와 멀어졌다. 어머니의 일기를 읽으며 수는 어머니와 두 번 이별했다. 그럴 때마다 5월의 햇빛과 기묘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냥 왔다 가버린 순간이 아니라 수와 엘린에게 엄청난 힘을 주고 간 순간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수는 여러 차례의 혹독한 이별을 이겼다. ―<그 후> 중에서

출판사서평

무너지는 것은 열리는 것이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외치는 간절한 기도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구효서의 첫 멜로 소설

따뜻하고 안타깝고 서늘한 사랑의 변주곡이 시작된다. 사고로 기억을 잃고 얼굴도 바뀐 채, 사랑하는 친구와 그 연인의 보살핌을 받던 중 불현듯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한 여자와, 자신의 연인이 친구의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는 또 다른 여자, 그리고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 이들의 순수한 열망은 영원할 수 있을까?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중견 작가 구효서의 20번째 장편소설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는 사랑에 대한 관습적 이해에서 탈주해 사랑의 실재를 되짚어보고자 한 작품이다. 작가가 그동안 추구한 낭만성의 정수를 벗어나 사랑에 대한 정형적 의미들을 해체해 냄으로써 사랑의 실체적 진실을 추적한다. 1987년에 등단해 29년째 작품 활동을 하며 전업 작가로서 스물다섯 해를 맞이하는 작가가 『타락』 이후 1년 6개월 만에 발표하는 이 작품은 힘든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삶과 시대의 고유성을 천착했던 전작들과 달리 삶을 비추는 소망, 사랑, 진심 등의 언어와 표상에 집중해 그 이면을 뒤집어본다. 앞선 소설에서 파격적으로 보여준 신화적 상상력이 이번 작품에서는 보다 서정적으로 그려지는 한편, 작품 속 현실에서 허구의 의미를 극대화시켜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작품 속 세 남녀의 사랑은 폭풍의 눈처럼 긴장과 고요 속에서 독자들을 내러티브에 몰입하게 만든다. 3년의 시간을 네 개의 장으로 구성해 첫 장에서는 비(非) 연대기적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한편, 감정 변화의 기점이 되는 사건을 복선처럼 반복하면서 서사에 탄력을 더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아프리카 신화이자 소원이 이뤄지는 장소인 ‘은라의 눈’은 소설을 몽환적이며 낯설게 그려내는 동시에 세 남녀를 존재론적 혼란에 빠뜨리는 매개체다. 작가는 정부의 부정부패로 인해 국가 행정이 마비되고 비정부기구의 구호단체까지 위협받는 아프리카에서 해외 입양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구조적 폭력에 주목한다. 입양이 아이의 몸과 마음을 구원하라는 신의 뜻이라 믿는 기독교 복음주의자들과 연계해 아이들을 수출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실정은 우리에게도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진심으로.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셋 모두를 위해서. 침묵이 지켜지기를” 빌었던 세 사람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사랑의 파국 앞에 서게 되는데, 인물들의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끝에 전적으로 내 것인 줄 믿었던 나의 진심이 정작 나로부터 소외돼 있었음을, 혹은 내가 내 진심으로부터 소외돼 있었음을 보게 되는 과정은, 지각과 믿음의 세계 이면에 ‘문제적 타자’가 웅크리고 있음을 깨닫고 진짜 자신에 가까이 다가선다는 의미의 지적 성찰의 경험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간략 줄거리
사고로 인해 원래의 외모와 기억을 잃고 말라위에 온 수는 친구 엘린과 그녀의 연인 리의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산다. 아프리카 꼬마로부터 말린 쥐가 기억 회복을 도와준다는 말을 들은 수는 깊은 밤, 쥐를 씹다가 불현듯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리를 안다는 것. 입양 가정에서 열두 살에 버림받은 수는 단짝 친구인 엘린과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리와의 행복한 나날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돌아온 기억을 다시 비밀로 묻어둔다. 하지만 엘린과 리는 각자의 정보원을 통해 수가 리의 연인이었으며, 말라위에서 테러를 당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수의 기억이 돌아온 줄 모르는 이들 역시 관계를 지키기 위해 자기만의 비밀을 만들게 된다.
어느 날 엘린은 소원이 이뤄진다는 두 개의 크고 깊은 돌 구덩이 ‘은라의 눈’에 다녀오자고 제안하고, 세 사람은 그들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여정에 오른다. ‘은라의 눈’으로 안내한 가이드는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세 사람 중 누구도 그 뜻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소원을 빌고 온 후로 갑자기 날카로워진 분위기 속에서 수와 엘린, 리의 관계는 극렬히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등장인물 소개
수(수전 요한슨) 자라면 엄마처럼 얼굴이 새하얘질 거라 믿었던 한국계 미국인. 나이가 들면 사랑하는 엄마처럼 피부가 하얘질 거라 믿었지만, 엄마의 죽음 후 그녀의 사랑이 부모의 맹목적인 신앙의 결과임을 알고 깊이 상처받는다. 아프리카에서 비밀리에 선교 입양 단체를 추적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전임자의 이름인 ‘주디스 노엘’로 살던 중 리를 만나고, 갑작스런 사고로 기억과 얼굴을 잃어버린다.

엘린 플레처 어린 시절부터 수와 함께 자라며 그녀의 고통을 나누어 가진 자매 같은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친구. 갑자기 연락이 끊긴 수를 찾기 위해 말라위로 날아와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아프리카에서 리와 사랑에 빠지지만 리가 수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두 사랑 사이에서 흔들린다.

리 음보야 케냐 국가정보원의 비밀 요원이었으나 주디스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양심고백을 한 후 추방되어 말라위에 왔다. 리버풀 축구팀과 제라드의 열성팬. 스포츠 토토를 즐긴다. 엘린을 사랑하지만, 주디스가 바로 엘린의 친구 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큰 혼란에 빠진다.

정금자 한국의료봉사팀에 의해 서울로 이송된 주디스를 돌본 개인 간병인. 어린 시절 입양된 주디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회복 후 말라위로 돌아간 주디스와 편지를 주고받는다.

소크라테스 엘린, 레베카와 함께 누가병원에서 일하며 친구로 지내지만 사실은 이익단체의 청탁으로 움직이는 아프리카 비밀테러단체 NBM의 소속으로, 신분을 숨긴 것임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다.

레베카 덴마크인 여성 볼런티어로, 엘린과 함께 누가병원에서 일한다. 뜻하지 않게 엘린에게 리의 과거와 소크라테스의 정체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책속으로 추가

곡물 창고 앞 소요는 계속되었다. 창고 문이 닫히고 더는 불빛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고 사투를 계속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다. 인파는 먼지로 가려졌다.
리도 한때 그런 소요에서 등을 밟힌 적이 있었다. 투르카나 호 북서쪽 마을도 가난했다. 먹을 게 없어서 기약 없는 휴교령이 내렸다. 매일 줄을 서도 창고 문은 열리지

않았다. 어쩌다 열리면 사람들은 광분했고 밟거나 밟혀 죽거나 다쳤다.
어른 남자의 커다란 발이 리의 등을 찍었다. 숨이 막혀 넘어져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저녁이었다.
감자에 알이 배기 시작하면서 휴교령이 풀렸다. 감자 죽을 먹은 아이들의 얼굴이 조금씩 피어났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반겼다.
적지 않은 수의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 ‘왜 안 와?’라고 물으면 ‘죽었어’라고 누군가 대답했다. 그리고 모두 책을 펼치고 곱셈 기초 공식을 큰 소리로 외웠다. 오, 만물의 하나님이시어―에 뭉구 응우부 예투…… 국가를 부르며 어린 리는 케냐를 구하고 정의로운 케냐를 지키겠노라 다짐했다. ―<그 후> 중에서

그것은 ‘돌아오는 별’이었어. 내 부족의 기원이 담긴 애뮬릿. 그걸 갖고 내게 돌아오기를, 나는 수천 번 수만 번 기원하며 주디, 네 이름을 불렀어. 그것을 가지고 내게 돌아오라고 나는 너에게 말했지. 너는 그것을 가지고 내게 돌아오고 있었던 거야. 너는 몰랐을 거야. 애뮬릿에 새겨진 내 부족의 말을. (……)
나는 주디, 너를 사랑했어. 그 사랑을 끝내거나 정리하지도 않았어. 그리하지 못했어. 그리할 수 없었잖아. 너도 나를 사랑했어. 지금의 사태를 제대로 아는 것이 나를 사랑했던 너의 권리이기도 하다는 걸 나는 알아.
그런데 나는 말을 못해. 못하겠다. 그래서 이걸 평화라고 할 수 없어, 주디. 너와 엘린을 보고 있으면 숨이 막혀. 나 혼자만 숨 막힌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종종 나는 어쩔 수 없이 슬퍼져. 너에게 미안해. 엘린에게도 나는 미안해. 이게 내 마음의 그늘이야, 주디.
이렇게 맑은 날 나는 깊은 그늘을 품고 널 보고 있다. 네 기억이 돌아와 모두가 알게 된다면 그때는 내가, 우리가 평화로워질까. 그늘이 걷힐까. 그럴 리가. 혼란스럽고 두려워.
너는 지금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나를 보고 있을까. 엘린일까. 너는 아까부터, 한 그루 종려처럼, 아니면 내 안의 그늘처럼, 거기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어.
―<그리고> 중에서

새벽이 되어 수와 엘린과 리는 은라의 눈에 닿았다.
푸르고 차가운 안개가 살갗을 스쳤다.
분화구라고 하기엔 작았고 풍화로 만들어진 돌구멍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둥글었다. 거대한 볼(bowl) 두 개를 나란히 땅에 박아놓은 듯했다. 새벽하늘을 향해 입 벌린 그것들의 한가운데에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이 고여 있었다. (……)
눈의 내부는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경사면에 돋은 다육식물들이 발에 으깨졌고 셋은 자주 미끄러지며 풀즙에 옷을 적셨다.
으깨진 이파리의 매운 향이 마른 바위 웅덩이에 자욱했다. 골프공이 모여든 자리에


서서, 수는 매운 냄새에 눈도 못 뜬 채 첫 기원을 외웠다.

―이대로.
생각하고 말 것도 없었다. 이페에 이르는 고단한 여정 내내 속으로 중얼거렸던 말이었다. 그 한 마디를 위해 은라의 눈에 당도한 것이었다. 불편하고 피로한 순간들을 웃음으로 넘기면서.
―서로의 사랑으로 이루어진 이 평화가, 영원하기를.
수는 속으로 엘린과 리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의 이름을 이어 불렀다.
가까스로 매운 눈을 떴을 때 작고 둥근 하늘 한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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