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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서울

방현희 소설

방현희 지음| 자음과모음 |2013년 05월 16일 (종이책 2013년 05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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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3년 05월 16일 (종이책 2013년 05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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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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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현실에서 이방인으로 방황하는 사람들!

《바빌론 특급우편》, 《네 가지 비밀의 한 가지 거짓말》의 작가 방현희가 내놓는 두 번째 소설집 『로스트 인 서울』. 비의로 가득 찬 생의 이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사회적 금기, 욕망의 억압과 해방을 주로 다뤄왔던 작가가 이번에는 지속적으로 다뤄왔던 주제들을 바탕으로 삼고 현실로 인해 파국을 맞이하는 개인 혹은 관계에 더 집중한다. 인간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파하는 작가의 역량은 여전하다.

표제작 《로스트 인 서울》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서울로 유학을 온 여성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로라, 네 이름은 미조》는 영국인의 아내가 되어 타국으로 떠난 한국 여성이 겪는 방황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이처럼 이방인이자 타인으로 떠도는 인물들과 무기력한 ‘나’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찰나의 행복, 깨진 꿈, 파괴된 사랑, 거짓과 환상으로만 유지되는 세상에서 삶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7편의 단편을 만날 수 있다.

목차

로스트 인 서울
세컨드 라이프
탈옥
그 남자의 손목시계
후쿠오카 스토리 - 위급 상황에서의 이별에 관한 섬세한 보고서
로라, 네 이름은 미조
퍼펙트 블루 - 기이한 죽음에 관한 세 가지, 혹은 한 가지 사례

해설 - 서울 기행: 잃는 세계를 앓기 / 허희(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저자 : 방현희

저자 방현희는 1964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2001년 『동서문학』 신인문학상에 단편 「새 홀리기」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2년 『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로 제1회 『문학ㆍ판』 장편소설상을 받았다. 동성애와 같은 사회적 금기를 넘어서는 사랑을 다룬 소설집 『바빌론 특급우편』(2006)을 비롯해, 역사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과 배신, 음모와 암투를 담은 장편소설 『달을 쫓는 스파이』(2008), 비밀과 결핍의 공간을 강렬한 에로티시즘으로 더듬어간 장편소설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2012),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춤 에세이 『오늘의 슬픔을 가볍게, 나는 춤추러 간다』(2012) 등을 펴냈다.

책속으로

룰렛 구슬처럼 그녀도 그녀 앞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그녀는 룰렛 구슬이나 다름없다. 룰렛 구슬은 굴려질 때마다 언제나 새롭다.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써봐도 핑핑 돌아가는 룰렛 판처럼 한창 성장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이라는 자본주의 시장에 던져진 그녀는 이제 거기서 내려올 수가 없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그냥 룰렛 구슬의 이야기이다. 수없이 던져진 카지노 룰렛 구슬의. (「로스트 인 서울」, 13쪽)

― 돌아가겠다는 게 아니야. 난 잊었던 나를 찾은 것이지. 잊고 싶다고 해서 호락호락 잊히겠어? 내가 저 거리에 들어섰을 때 저 거리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어. 하지만, 이 강물을 봐. 흘러가버리지 않았다구, 여기서 이렇게 모든 기억을 부풀어 오르게 하잖아.
그토록 행복했고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아무것도 없는 지금보다 나은 게 아닐까? 지금은 그 삶의 잔여로서 흘려보내고 있을 뿐인데, 이 하찮은 삶을 위해 기억을 버려야 하는 걸까? (「세컨드 라이프」, 77쪽)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잔인하게 빛나는 간수 놈의 눈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나는 알고 있었어. 네가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감옥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넌 영원히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 네 내장을 송두리째 다른 곳으로 도망시킨다 해도.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이제 내 몸의 무엇을 빼돌려야 할까. 그다음은 뇌수일까? 뇌수를 빼돌리면 나는 탈옥에 성공하는 걸까? (「탈옥」, 114쪽)

나는 아버지의 금고를 박살내고, 그러나 시계들은 그대로 두고 미장원으로 가 머리를 깎았다. 머리카락이 듬뿍 잘려 나갈 때마다 차곡차곡 쌓아둔 분노가 뚝뚝 떨어져 나갔다. 폭발하는 분노만이 사람을 죽이게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 쌓인 분노는 스스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오래 억누른 사람은 뚝뚝 떨어져 나가는 분노를 보며 가뿐한 마음으로 끔찍한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그 남자의 손목시계」, 148쪽)

언제나 고요하게 비어 있는 그 뒤뜰에선 사랑이 저절로 이루어졌으니까. 고요한 뒤뜰의 반듯한 살창 앞에 앉으면 언제나 그의 입술은 내 목덜미를 자근자근 물었고, 그의 숨은 언제나 내 귓속에 가득 들어와 내 숨을 막히게 했고, 도란도란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우리가 서로에게서 관심을 돌리는 찰나, 검은 먼지 정령이 우릴 먼지로 만들어버리지 않도록, 오직 서로만 바라보고 서로에게 열중하던 그때. (「후쿠오카 스토리」, 158~159쪽)

─ 오늘 수고 많았어. 너무 어려워 말고 하나씩 배운다고 생각해.
그 말은, 이제 그만 느슨해지려고 천천히 풀어지는 가슴을 예고도 없이 퍽 때리는 것 같았다. 톰의 뒤를 따라 침실로 가다가 그녀는 순간 걸음을 늦추었다. 그리고 주방 조명 아래에서 빛을 발하는 찻잔 조각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찻잔 조각 앞으로 다가갔다. 영국 여왕의 하사품이라. 영국의 전통적인 문양, 영국인들의 영혼이 깃든……. 한 조각을 집어삼켰다. 그녀의 눈빛이 그때 탐욕스러웠는지, 절망스러웠는지 그건 말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그녀는 발레를 버리고 떠나왔던 그날을 떠올리며, 식도를 찢으면서 내려가는 찻잔의 비릿함을 억지로 삼켰다.(「로라, 네 이름은 미조」, 198쪽)

얼마 전까지 나는 하얀색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블랙 아니면 화이트였지. 그런데 지금, 온통 파란색이야. 하얀 피부 위에서 핏줄들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더니 누군가가 혈관에 푸른 잉크를 강제로 밀어 넣은 것처럼 점점 푸른 혈관이 길어지고 굵어지더군. 어느새 푸른 핏줄이 굼실굼실 기어 다니듯 커져갔어. 그리고 마침내 온몸을 뒤덮고 말았어. 푸른색은 아마도 색을 전부 날려버리는 특징이 있는 모양이지. 짙푸른 어둠이 걷히는 새벽 무렵 첫 빛에 색이 증발하듯 조금씩 조금씩 피부에서 색이 날아가고 있어. 이제 점점 투명해지는 중이야. 그래서 곧잘 사라지곤 했어. (「퍼펙트 블루」, 238~239쪽)

출판사서평

“그곳에서 나는 꿈을 꾸었어. 지금의 나를.”
찰나의 행복, 깨진 꿈, 파괴된 사랑
거짓과 환상으로만 유지되는 세상에서 삶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

『바빌론 특급우편』,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의 작가 방현희
등단 12년 만에 내놓는 두 번째 소설집

도무지 가망성 없는 이에게 요원한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야말로 실은 가장 무책임한 행위이지 않은가. 덧없는 것을 덧없다고 하고, 그 덧없음조차 덧없어하면서 『로스트 인 서울』의 초입에 선다. 벌써 표제에서부터 경고하고 있는바 이 안으로 들어가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그러나 방황조차 또 다른 길이라고 믿는 이라면, 기꺼이 오라, 병든 서울로.
―‘작품 해설’에서, 허희(문학평론가)

2001년 등단한 이래 12년 동안 한 권의 소설집과 세 권의 장편소설을 펴내며 꾸준히 작품세계를 심화시켜온 작가 방현희의 두 번째 소설집 『로스트 인 서울』이 출간되었다. 표제작 「로스트 인 서울」을 비롯해 7편의 단편이 소설집에 수록되었다. 비의로 가득 찬 생의 이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사회적 금기, 욕망의 억압과 해방을 작품의 주된 주제로 삼아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일단의 변화를 내비친다. 지속적으로 다뤄왔던 주제들을 밑그림으로 삼고 현실적 조건으로 인해 몰락과 파국을 맞이하는 개인 혹은 관계에 훨씬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파하는 탁월한 역량은 여전하다.
작품 속 인물들은 현실의 고통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거나 선택의 여지 없이 위기에 내몰리며(「로스트 인 서울, 「로라, 네 이름은 미조」, 「후쿠오카 스토리」), 환상과 죽음의 세계로 도피하거나(「세컨드 라이프」, 「퍼펙트 블루」), 무기력하고 답답하게 현실의 쳇바퀴를 돌 뿐이다(「탈옥」, 「그 남자의 손목시계」), 여기에서 ‘서울’은 “한국의 수도라는 특수한 ‘공간’이 아니라 (탈)근대 도시의 보편성을 함유한 ‘장소’”(허희, 문학평론가)로서 제시된다. 작가는 ‘병든 서울’에서 “꿈을, 기억을, 자유를, 가족을, 사랑을, 자신을, 삶을 상실하고 있”는 인물의 심리적 움직임을 미세한 결까지 잡아낸다. 7편의 수록 작품이 개별적으로 쓰인 것이지만 연작처럼 긴밀하게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병든 현실, 이방인이자 타인으로 떠도는 인물들과 무기력한 ‘나’들

「로스트 인 서울」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서울로 유학 온 여성 ‘그렉안나’를 둘러싼 이야기다. 평범한 유학생이던 그녀는 우연히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국민적인 인기를 얻게 되고 케이블 방송업체를 운영하는 ‘강’의 여자가 되어 고급아파트에서 화려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인의 정서를 거스르는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인기는 급락하고 결국 강에게도 버림받는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끼지 않고 열렬히 지원해주는 인종”이라고 생각했던 한국인은 그녀를 내쳤다.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시선에 의해 규정되어버린 그녀는 추락하여 이방인으로 떠돌 수밖에 없다.
안나가 한국에서 떠도는 인물이라면 「로라, 네 이름은 미조」의 ‘로라/미조’는 타국에서 방황하는 인물이다. 영국인의 아내가 되어 애버딘으로 떠난 그녀는 새로운 문화와 규율에 대한 무지로 여러 차례 낭패를 겪는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다정함과 너그러움 속에 숨은 날카로운 시선”에 진저리를 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합리성이란 잔인한 무관심과 냉대의 다른 말이었다. 그녀는 이 숨 막히는 현실을 자해라는 방법으로 이겨내려 한다. 깨진 영국 왕실의 찻잔이며 버버리 트렌치코트의 단추며 해변의 모래를 삼키는 그녀의 행위는 고통을 통해 삶을 지탱하면서 파멸해가는 역설적 인간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톰의 뒤를 따라 침실로 가다가 그녀는 순간 걸음을 늦추었다. 그리고 주방 조명 아래에서 빛을 발하는 찻잔 조각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찻잔 조각 앞으로 다가갔다. 영국 여왕의 하사품이라. 영국의 전통적인 문양, 영국인들의 영혼이 깃든……. 한 조각을 집어삼켰다. 그녀의 눈빛이 그때 탐욕스러웠는지, 절망스러웠는지 그건 말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로라, 네 이름은 미조」, 198쪽)

이들 두 작품에는 주인공 여성을 지켜보는 ‘나’가 존재한다. 「로스트 인 서울」의 나는 안나에 대한 사랑을 품고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그녀와 강의 성애와 폭력을 지켜보지만 그녀에게 손을 내밀지는 못한다. 그저 “내 사랑이 과장되었던 것은 아닌지.” 하고 초라하게 되물으며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고 무력하게 상황을 방기한다. 「로라, 네 이름은 미조」의 ‘나’는 검시의로서 해부대에 누운 그녀의 위에서 이물질들을 끄집어내면서 그녀를 이해하고 연민을 느끼지만 너무 늦은 일일 뿐이다.
무기력한 상황에 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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