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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 별을 떠날 때

한창훈 장편소설 문학동네 장편소설

한창훈 지음| 문학동네 |2018년 12월 21일 (종이책 2018년 1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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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8년 12월 21일 (종이책 2018년 11월 15일 출간)
    포맷용량 ePUB(20.68MB, ISBN 9788954654265)
    • 주요 일간지 북섹션 추천도서 > 2018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 2018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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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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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현대소설

바다의 애수와 낭만을 사랑한 소설가, 한창훈
그 26년 작가 인생의 총화

일평생 짙푸른 망망대해를 동경하고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굴곡진 인생사를 사랑해온 작가 한창훈의 신작 장편소설 『네가 이 별을 떠날 때』가 출간되었다.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닷사람들이 뿜어내는 생생한 활기를 소설화하여 ‘한국의 헤밍웨이’로 불리기도 하는 작가의 이번 소설은,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고독감은 깊어졌고 회상하는 시선은 더욱 먼 곳을 향한다. 무엇보다 작가는 인간의 야무진 생명력보다는 소중한 존재의 죽음과 그후 남겨진 이들의 삶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역설적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생의 순간들을 펼쳐 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이제껏 작가가 그려온 어떤 장면보다도 그 자신의 삶에 가까이 닿아 있는 듯하다. 26년간 소설을 써온 작가로서, 태어나고 자란 거문도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섬사람으로서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쓴 듯한 이 정갈한 장편소설은 2018년 여름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https://cafe.naver.com/mhdn)에서 인기리에 연재되며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마치 이별을 준비하듯이, 한창훈은 이제까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모든 이야기를 이 한 권의 소설 속에 꾹꾹 눌러담았다.

목차

네가 이 별을 떠날 때 _007

작가의 말 _262

저자소개

한창훈

저자 : 한창훈

남쪽 바다 먼 섬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얻은 언어와 정서로 이십오 년 넘게 작가로 살고 있다.
원고 쓰면서 날밤 새운 적 없으나 마감 펑크는 딱 한 번 냈다. 욕을 잘하고 웃기는 소리도 종종 한다. 그 외에는 침묵한다.
사람을 볼 때 51점만 되면 100점 주자, 목마른 자에게는 물을 주어야지 꿀 주면 안 된다, 미워할 것은 끝까지 미워하자, 땅은 원래 사람 것이 아니니 죽을 때까지 단 한 평도 소유하지 않는다, 따위를 생활신조로 갖고 있다. 지금도 그 섬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동안 몇 권의 소설집, 몇 권의 장편소설, 몇 권의 산문집과 어린이책을 냈다.

책속으로

“죽는 거 생각보다 마음이 편해. 아늑하고.”
그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좀 우쭐한 마음까지 들었다.
“정말이라니까. 내가 죽어봐서 알아.”
“……”
“그러니 아무리 울어도 네 엄마는 지금 혼자서 기분좋아할걸?”
친구는 더욱 서글프게 울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은 아직 안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사고방식은 훗날 마음이 울적하거나 죽을까봐 겁이 날 때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죽는 것은 사실 쉬워, 느낌도 좋아, 이런 근사한 방법이 최후의 수단으로 남아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야, 이렇게 넘어가곤 했던 것이다. 사춘기를 통과할 때도 그랬고, 거대한 풍랑을 만나 배가 위태로울 때 특히 도움이 되었다.(16~17쪽)

밤낚시란 지루한 행위다.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름다운 별들과 별빛을 반사하며 출렁이는 바다, 허공을 지나가는 등대 불빛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테니까. 물론 아름답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날마다 그 자리에 있다. 우리는 돌아보면 늘 있는 것에게는 아름답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35쪽)

신비로운 이야기는 상상과 비밀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실토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지기도 한다. 전쟁을 싫어했던 생텍스는 계획 항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바닷가를 비행하다가 총격을 당했고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떨어진 것이다. 그러면 끝이다. 모든 이야기는 그렇게 끝난다. 그게 상식이다. 그런데 나에게 온 아이 때문에 끝났던 이야기가 이어지는 이 상황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72쪽)

수평선에는 절대 닿지 못한다. 그러니 항해는 영원히 닿지 못할 곳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기도 했다. 저기 보이는데, 계속 보이는데 다가가보면 그만큼 멀어진 상태로 매 순간 존재하는 것. 그림자를 만지고 싶어하는 소년의 손. 보름달을 향해 뻗는 소녀의 손가락. 굴러떨어지는 시시포스의 바위. 물을 찾아 헤매는 탄탈로스. 사막으로 걸어들어가는 밀항자. 적도 무풍지대에서 바람을 기다리는 범선. 백열전구를 입으로 불어보는 꼬마. 내가 죽어야지, 하면서 우황청심환 껍질을 벗기는 노인. 반대편 고속열차에 올라타버린 노파. 늘 문밖으로 향해 있던 어머니의 눈. 이렇듯 답을 찾지 못하는 물음들이 있었고, 나에게 있어서 그 대상은 수평선이었다.(109쪽)

그런 날 있다. 평생 살면서 최소한 한 번은 마주치게 되는 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허전함만 끝까지 확장되는 날. 만약 그것 때문에 경찰이 체포하러 온다고 해도 그러라고 해버리고 싶은 날. 다만 몇 시간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날. 딸아이는 돌아갔고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 비가 내리는 밤. 모두가 나에게서 떠나가고 있다는 느낌만 강렬했다. 심지어 태양도 나를 피해 져버린 것 같고 평온하던 날씨도 내가 싫어 멀리 가버린 것만 같았다. 바람도 불어오는 게 아니라 불어가버리는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201쪽)

“맞아. 바다 때문에 생긴 운명이야. 그리고 저 파도와 바람은 선원이나 섬사람들의 운명이기도 하지. 이것 때문에 곤란을 겪고 다치고 심지어 죽기도 하는데 계속 만나야 하니까. 우리 선원들 세계엔 이런 노래가 있어. ‘파도 고랑마다 선원들 무덤이 있네.’ 그런데도 우리는 배를 타고 나가. 하지만 파도와 바람이 없다면 그게 어디 바다겠어?”(233~234쪽)

출판사서평

외로워서 사랑하는데
사랑을 하면 더 외로워지는 이상한 존재들
그중 가장 슬픈 이는 홀로 남겨진 사람이다

여기, 아내와 사별하고 고향 섬으로 흘러든 남자가 있다. 도시에서의 신변을 정리하고 낚시로 소일하며 생각해보니, “모든 사람은 느닷없이 태어나서 엇비슷한 인생을 살기 마련”인데, 살면서 겪는 몇 가지 꿈에도 몰랐던 일들이 숱한 인생들에 조금씩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그의 회상에서 크고 작은 상처와 슬픈 이별들이 풀려나온다. 그리고 남자가 겪은 뜻밖의 사건이 밝혀진다. 그것은 놀랍게도 80년이 지나 지구를 다시 찾아온 ‘어린 왕자’를 만난 일이다.
남자는 여섯 살 겨울에 연못 바닥으로 완전히 가라앉아 임사체험을 한 뒤 일찍이 죽음에 익숙해졌다. 할아버지의 죽음과 아버지의 실종을 연달아 겪고 하루아침에 소년 가장이 되어 현실에 눈떴다. 성장해서는 항해사와 선장으로 일하며 죽을 고비를 여럿 넘겼다. 인도양 한복판에 떠 있는 거대한 컨테이너선 안에서 밀항자와 정면으로 마주치기도 했다. 배에서 뛰어내려 사막으로 걸어들어가는 밀항자의 뒷모습을 보며 어느새 남자는 그의 행복한 미래보다는 비극적인 죽음을 더 쉽게 떠올리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남자의 아내가 죽었다. 좋은 사람은 먼저 가버리는 지독한 아이러니 앞에서 남자는 무너지지 않으려 애썼다. “같이 있으면 싸우거나 진부한데 떨어지면 그리운”, 익숙하고 친밀한 존재에 대한 이 복합적인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미처 몰랐던 남자는 아내를 잃고서야 자신이 진심으로 아내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슬픔이 담긴 눈을 하고 묵묵히 하루하루를 보내던 남자 앞에 어느 날 한 소년이 나타난다. 다짜고짜 낚싯대를 가리키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심드렁하게 대꾸해주다가, 남자는 물고기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아이가 예시로 펼쳐 보여주는 그림은 강렬한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세 개의 구멍이 동그랗게 뚫려 있는 상자…… 이것은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에서 그려준 양 그림이 아닌가. 소년의 정체가 확인되는 놀라운 시간도 잠시, 남자와 소년은 아내와 생텍쥐페리라는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같은 상처를 공유하며 빠르게 가까워진다.
동화와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일생에 걸쳐 뼈저리게 자각해온 남자 앞에 선물처럼 나타난 어린 왕자. 남자는 아이와 배를 타고,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고, 바닷속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얼어붙은 마음을 점점 녹여간다. 푸른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두 사람의 신기하고 아름다운 교류가 한 편의 동화처럼 펼쳐진다.

“지구별은 망할까?”
“몰라. 그것을 누가 알겠어.”
가장 맑은 영혼들이 우리 별에 남기고 간 뭉클한 이야기

짐작되듯, 『네가 이 별을 떠날 때』는 어린 왕자가 다시 한번 지구에 온다면 어떤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을지 상상하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이어 쓴 소설이기도 하다. 한창훈은 생텍쥐페리가 남긴 사소한 설정 하나하나를 작품으로 끌어와, 어린 왕자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복원해낸다. 인간의 잃어버린 순수를 상징하는 어린 왕자와 함께하는 섬마을 일상을 따라 읽고 있자면 우리의 마음도 절로 맑아진다. 그런데 사막에서 생텍쥐페리를 만난 후 8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지구를 여행하는 어린 왕자의 눈에 비친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이 별에서 어른들은 여전히 이기심 넘치는 속물들이고, 생텍쥐페리를 죽게 한 전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게 된다면 어린 왕자는 얼마나 큰 충격과 슬픔에 휩싸일까.
이 소설에서 어린 왕자가 생텍쥐페리와의 추억을 더듬어보기 위해 사막을 찾았을 때, 이 우려는 실현되고 만다. 한창훈은 삶을 꿰뚫어보는 예리한 통찰과 묵직한 사유가 담긴 문장으로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밝힌다. 그리고 특유의 애수 어린 절절한 문체로 어린 왕자와의 또 한번의 이별을 먹먹하게 그려낸다. 과거의 잘못을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는 미운 지구별의 모습을 재확인한 어린 왕자를,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네가 이 별을 떠날 때』는 서로의 소중함을 모른 채 반목하고, 홀로 남고서야 뒤늦게 후회하는 우리에게 한창훈이 보내는 직설보다 뭉클한 우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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