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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8년 03월 21일 (종이책 2018년 02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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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8년 03월 21일 (종이책 2018년 02월 05일 출간)
    포맷용량 ePUB(5.01MB, ISBN 9788937436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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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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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어

# 그리스소설 # 그리스문학 # 세계고전문학 # 자유 # 메토이소노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표작!

국내 영미문학 연구 분야의 대가이자 한국출판학술상을 수상한 김욱동 교수의 번역으로 만나는 『그리스인 조르바』. 수십 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인들이 손꼽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스테디셀러이지만 독자들에게 가장 이해되지 못한 작품이기도 한 이 소설은 저자 카잔차키스가 살아온 고단한 삶의 궤적이 화석처럼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화자는 크레타 해변에서 조르바와 함께 일 년 남짓 지내면서 영혼의 개안을 경험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작품의 초반만 해도 화자는 창백한 지식인이었다. 그의 절친한 친구 스타브리다키스는 화자를 ‘책벌레’라고 부르고, 알렉시스 조르바도 화자를 두고 ‘붓을 잡고 있는 사람’이니 ‘먹물을 뒤집어 쓴 사람’이니 하고 놀려 대면서 읽고 있는 책을 모두 불살라 버리면 삶을 좀 더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화자인 ‘나’는 알렉시스 조르바와 생활하면서 조금씩 삶의 태도를 바꿔 나간다. 조르바와 생활하는 동안 화자는 단테와 붓다를 멀리한 채 조금씩 조르바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인다. 화자는 크레타섬 해변에서 조르바와 함께 지내던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회고한다. 물질적으로는 파산했을지언정 정신의 갱도에서는 삶의 지혜라는 값진 광석을 채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인공의 정신적인 성장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인식론적인 주제에 초점을 맞추는 성장 소설이다. 작품 뒤에는 저자가 직접 쓴 ‘작가의 말’을 실어, 조르바 이해를 심층적으로 할 수 있게끔 배려했다. 또 ‘조르바’라는 단어에서 떠올려지는 생생한 자유의지를 표지에서 구현하고자 젊은 판화 아티스트인 최경주가 작업한 새로운 감각의 작품을 담아 독자들이 미술작품을 소장하는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목차

새 번역에 부쳐 7

그리스인 조르바 11

작가의 말 545
작품 해설 555

저자소개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자 :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 Nikos Kazantzakis

“한 장소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나는 그만 죽을 것 같다.”라고 고백하며 인간이 가진 자유로움을 노래한 영혼의 순례자이자 그리스의 이방인,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는 1883년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태어났다. 아테네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고, 1907년 파리로 유학해 베르그송과 니체의 철학을 공부했다. 1914년 동료 시인인 안젤로스 시케리아노와 그리스 전역을 여행한 것을 시작으로 평생 동안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에 이어 키프로스, 이집트, 체코슬로바키아 등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와 지역을 두루 여행했으며 중국과 일본도 여행했다. 1917년 고향 크레타 섬으로 돌아와 실존 인물인 요르기오스 조르바스와 함께 갈탄 채굴 및 벌목 사업을 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이후 [그리스인 조르바]의 모태가 되었다. 1953년 한쪽 눈이 실명하고 다음 해 백혈병을 진단받는 등 불운에도 불구하고 여행하던 그는 1957년 중국 여행길에 올랐다 병세가 악화돼 10월 26일 일흔네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다른 작품으로 [돌의 정원], [알렉산드로스 대왕], [크노소스 궁전], [수난], [최후의 유혹], [성자 프란체스코], [전쟁과 신부] 등이, 여행기로 [스페인 기행], [지중해 기행], [러시아 기행] 등이 있다.

역자 : 김욱동

역자 김욱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시피 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뉴욕 주립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대학교, 듀크 대학교 등에서 교환 교수를 역임하고 서강 대학교 명예 교수 및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초빙 교수로 있다. 1987년 《세계의 문학》에 「언어와 이데올로기-바흐친의 언어이론」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저술가, 번역가, 평론가로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은유와 환유], [번역인가 반역인가], [녹색 고전], [소로의 속삭임] 등을 쓰고 [위대한 개츠비], [앵무새 죽이기], [오 헨리 단편선], [동물농장] 외 다수를 번역했다. ‘문학 생태학’, ‘녹색 문학’ 방법론을 도입해 생태의식을 일깨웠으며 [한국의 녹색 문화], [시인은 숲을 지킨다], [생태학적 상상력], [문학 생태학을 위하여], [적색에서 녹색으로] 등을 펴냈다.

책속으로

“도대체 얼마나 더 그럴 건가?”
“‘얼마나 더’라니, 뭘?”
“얼마나 더 종이 나부랭이나 씹으면서 먹물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살 거냐고?”(14~15쪽)

인간의 영혼이라는 진흙은 아직 예술 작품으로 빚어지지 않은 채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고, 그 내면의 감정도 조잡하고 촌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 어떤 것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19쪽)

삶을 그토록 사랑하는 내가,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종이와 먹물에 파묻혀 살아 왔던 것일까?(29쪽)

아, 영혼이여, 지금까지 넌 그림자만 바라보고도 만족해 왔지? 하지만 이제 너를 날고기 같은 삶의 실체 앞으로 데려갈 테다.(21쪽)

“결혼은 했나요?”
“난 사람 아닌가? 사람이라는 건 눈이 멀었다는 뜻이라오. 나도 이전 사람들이 빠진 진창에 얼굴부터 처박았소. 결혼해 봤단 말이지. 꼴좋게 망가졌고, 그때부터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달렸소. 중산층 가장 노릇도 하고, 집도 짓고, 애새끼들도 낳았지. 하나같이 골칫덩이뿐이었어!”(30쪽)

살아서 팔딱거리는 심장,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목소리, 대지에서 아직 탯줄이 끊어지지 않은 거칠고 야성적인 영혼, 가장 단순한 인간의 언어로 이 노동자는 내게 예술, 사랑, 아름다움, 순수, 정열의 의미를 뚜렷하게 일깨워 주었다.(30쪽)

이 세상에 기쁨은 많다. 여자, 과일, 이런저런 생각. 하지만 온화한 가을날 섬들의 이름을 읊으며 이 바다를 가로지르는 것만큼 사람의 마음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기쁨도 없을 것 같았다.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고요하고 안락하게 현실에서 꿈으로 옮겨 주는 것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경계란 경계는 모두 사라지고, 낡을 대로 낡은 배의 돛대에서도 꽃봉오리가 피어나고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린다. 정녕 이곳 그리스에서는 질퍽한 일상이 한 떨기 기적의 꽃으로 피어난다.(35쪽)

진흙 덩이를 들고 원하는 건 뭐든 만든다는 게 어떤 건지 아시오? (중략) ‘주전자를 만들어야지!’, ‘접시를 만들어야지.’, ‘석유램프를 만들어야지.’, ‘뭐든지 다 만들겠어!’ 이렇게 중얼거리지. 내 분명히 말하지만, 이렇게 외친다는 건 진정한 인간이 된다는 거요. 자유 말이오!(38쪽)

‘아, 그게 바로 자유라는 거구나.’ 나는 그곳에서 생각에 잠겼다. ‘열정을 품는 것, 그래서 금화를 긁어모으는 것, 그리고 갑자기 그 열정을 짓눌러 버리고 갖고 있는 걸 모조리 던져 버리는것 ?허공에 내던져 버리는 것 말이다.(50쪽)

“이런 게 멋진 인생이오, 보스 양반. 살맛 나는 인생에다 닭 한 마리까지! 자, 봐요. 난 지금 바로 이 순간 마치 죽을 것처럼 행동합니다. 황천길로 떠나기 전에 후다닥 닭 한 마리를 먹어 치우는 거요.”(73쪽)

“나는 결점이 많은 사람이오.” 그가 말했다. “이 결점 때문에 신세를 조질 듯싶소이다.”(95쪽)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내가 물었다.
“누구라도 도망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여자는 악의에 찬 듯 투덜거렸다.
“어디로 도망친단 말입니까? 어디든 하느님의 손바닥 안 아니겠어요? 구원 같은 건 없어요. 그래서 마음이 혼란스러운 건가요?”
“아니에요. 아마도 사랑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렬한 기쁨이겠죠. 어쩌면 말입니다. 하지만 저 청동 손을 보고 있자니 도망치고 싶네요.”
“자유를 원하신다 이거군요?”
“네, 그래요.”(96쪽)

일하려면 기분이 좋아야 해. 그럴 기분이 아니라면 카페에나 가서 앉아 있어!”(97쪽)

나는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 세상과 인간 영혼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 이 나그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단 한 번도 싫증을 느껴 본 적이 없다. “얘기해 보세요, 조르바, 얘기해 줘요!”(100쪽)

이 남자는 학교의 문턱도 밟아 보지 못했으면서 정신은 누구보다 멀쩡하구나.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지성이 열리고 가슴이 원시적인 담력으로 부풀어 올랐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토록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조르바는 마치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단칼에 풀듯 풀어 버리는구나. 조르바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대지에 발을 딛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실수를 범하지 않는 거야.(122쪽)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깨달았다. 행복을 경험하는 순간 그것을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그 순간이 다 지나가 버린 뒤에야 비로소 뒤돌아보며 때로는 갑자기, 때로는 흠칫 놀라며 그때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깨닫곤 한다. 그러나 이곳 크레타섬 해변에서 나는 행복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127쪽)

“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시오?
허리띠를 풀고 말썽거리를 찾아다니는 거요.”(191쪽)

우리 세대는 너무 잘난 탓에 여자를 사랑하는 것과 사랑에 관한 좋은 책을 읽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책을 선택할 정도였다.(191쪽)

출판사서평

영혼의 순례자이자 그리스의 이방인, 니코스 카잔차키스
조르바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정신을 새롭게 만끽하는 시간

현재적이고 실물적이고 집중적인 삶을 살다 간 멋진 인간.
나에게 롤 모델이 있다면 바로 조르바일 것이다!
-박웅현([책은 도끼다], [안녕 돈키호테] 작가, TBWA 크리에이티브 대표)

삶에서 멀어져 있다고 느낄 때마다 조르바를 찾았다. 그 사이에 이 책을 열 권쯤 사서 남의 책장에 하나씩 꽂았다. 이 새벽, 불멸의 대작과 한 점같은 내 생을 떠올리니 마음이 터질 것 같다.
-남궁인([지독한 하루], [만약은 없다] 작가, 응급의학과 의사)

그리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표작 [그리스인 조르바]가 민음사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쓴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수십 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인들이 손꼽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스테디셀러다. 번역자이자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인 김욱동 교수는 원전에 대한 충실한 연구를 바탕으로, "카잔차키스가 구사한 원어와 관념의 아름다움과 힘을 생생하게 되살려 냈다."라고 평가를 받는 피터 빈 판본을 바탕으로 번역했다. 젊은 연구자의 감수와 편집을 거쳐 문체 면에서 동시대의 언어 감각에 맞게 읽는 재미를 잃지 않도록 가독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조르바라는 인물이 지닌 자유로움은 젊은 판화 예술가 최경주의 작품으로 되살아났다. 뛰어난 가독성과 새로운 감각의 표지로 소개되는 민음사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미 조르바를 만난 적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조르바를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도 의미 있는 독서 경험으로 이끌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국내 소개의 역사

니코스 카잔차키스 작품 중에서 독자들에게 가장 널리 읽히고 일반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작품이 [그리스인 조르바]다. 그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중반이다. 1981년부터 1993년까지 고려원에서 카잔차키스의 소설, 서사시, 자서전, 서간집 등 11종 14권의 선집을 출간하였다. 그러나 출판사가 1997년에 폐업하면서 이 책들은 모두 절판되고 말았다. 그 뒤 2008년에 열린책들에서 고려원의 선집에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 2종, 단편집 1종, 희곡집 2종, 여행기 6종을 보태어 전집의 형태를 갖추어 출간하였다.
이렇게 카잔차키스 작품이 선집이나 전집의 형태로 발간된 것은 흔히 번역 왕국으로 일컫는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서양에서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었다. [그리스인 조르바]로 좁혀 말하면 이 작품이 한국에 최초로 번역된 것은 1974년이다. 이 해에 언론인이자 번역가인 박석기와 독문학자 이인웅이 [희랍인 조르바]라는 제목으로 함께 번역하여 출간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카잔차키스의 작품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였다. 작가의 명성은 [최후의 유혹]이나 [자유인가 죽음인가]를 제외하면 역시 [그리스인 조르바] 한 권에 달려 있다고 하여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어느 나라보다도 독서의 편식 현상이 심한 국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조르바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지만 이 작품은 피터 빈의 지적대로 독자들에게 “가장 이해되지 못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유명한 만큼 잘못 알려진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마디로 온갖 그릇된 정보와 실수, 오해로 얼룩져 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와 실수와 오해를 풀기 전에는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주인공의 이름과 제목부터가 잘못 표기되었다. 주인공의 이름과 성은 ‘알렉시스 조르바’가 아니라 ‘알렉시스 조르바스(Αλ?ξη?Ζορμπ??)’다. 본디 그의 성에는 시그마가 붙어 있었지만 그리스어에서는 주격이 목적격으로 바꿀 때 시그마(?)를 생략한다. 이 작품을 영어로 처음 번역한 칼 와이드먼은 주격을 목적격으로 착각하여 ‘조르바스’가 아닌 ‘조르바’로 옮겼던 것이다. 한편 그리스어를 모르는 와이드먼은 프랑스 번역본에서 중역했기 때문에 프랑스 발음 방식대로 마지막 자음을 묵음으로 처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찌 되었던 그동안 ‘조르바’라는 이름으로 워낙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뒷날 번역가들도 주인공 이름이 잘못 표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냥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 문학 전문가인 피터 빈조차 그동안 이루어진 관행을 무시하지 못한 채 ‘그리스인 조르바’로 옮겼다. 더구나 [그리스인 조르바]의 제목도 1946년에 그리스에서 처음 출간된 텍스트에 따르면 ‘그리스인 조르바’가 아니라 ‘알렉시스 조르바스의 삶과 시대’로 되어 있다. 카잔차키스
는 이 작품을 집필하면서 처음에는 ‘알렉시스 조르바스의 성인전’이라고 불렀다. 카잔차키스가 작품에서 조르바를 ‘위대한 영혼’이니 ‘미치광이’니 하고 부르고는 있지만 그를 성인으로 간주한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전통적인 그리스 동방정교회의 기준에서 보면 그는 성인은커녕 이단자나 이교도일 터이지만 적어도 카잔차키스가 꿈꾸던 새로운 종교에서는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아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피터 빈은 새 영어 번역본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제목에 ‘알렉시스 조르바의 성인전’이라는 부제를 덧붙여 타협점을 찾으려 시도했으며, 민음사 판 국내 번역본은 국내 정서를 따라 기존의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였다.

실존 자유인 ‘조르바스’와 소설 속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작품이 흔히 그러하듯이 [그리스인 조르바]는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카잔차키스가 살아온 고단한 삶의 궤적이 화석처럼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카잔차키스는 자신의 영혼에 가장 깊은 흔적을 남긴 인물로 프리드리히 니체, 앙리 베르그송, 호메로스, 요르기오스 조르바스 등 네 사람을 들었다. 그동시대 인물로는 조르바스가 유일하다. 조르바스를 두고 카잔차키스는 “자신에게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가르쳐 준” 사람이라고 밝힌다.
주인공의 정신적인 성장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는 인식론적인 주제에 초점을 맞추는 빌둥스로만(성장 소설)이다. 화자는 크레타 해변에서 조르바와 함께 일 년 남짓 지내면서 영혼의 개안(開眼)을 경험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초반만 해도 화자는 창백한 지식인이었다. 그의 절친한 친구 스타브리다키스는 화자를 ‘책벌레’라고 부르면서 그에게 “얼마나 더 오랫동안 종이 나부랭이나 씹어 대고 먹물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살 거냐”라고 다그친다. 알렉시스 조르바도 화자를 두고 ‘붓을 잡고 있는 사람’이니 ‘먹물을 뒤집어 쓴 사람’이니 하고 놀려 대면서 읽고 있는 책을 모두 불살라 버리면 삶을 좀 더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화자인 ‘나’는 알렉시스 조르바와 생활하면서 조금씩 삶의 태도를 바꿔 나간다. 작품 첫머리에서 화자는 [신곡]의 저자 단테 알리기에리와 불교의 붓다가 인생의 길동무라고 밝힌다. 그러나 조르바와 생활하는 동안 화자는 단테와 붓다를 멀리한 채 조금씩 조르바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인다. 화자는 크레타섬 해변에서 조르바와 함께 지내던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회고한다. 물질적으로는 파산했을지언정 정신의 갱도에서는 삶의 지혜라는 값진 광석을 채취했기 때문이다.

조르바의 정신: 실존주의

그렇다면 화자가 조르바한테서 배운 인생철학은 과연 무엇일까? 한마디로 ‘조르바주의(Zorbatism)’ 또는 ‘조르바 정신(Zorbahood)’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조르바주의나 조르바 정신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뜻밖에도 실존주의와 만나게 된다. 그러니까 화자는 조르바 학교에서 실존주의적 삶의 태도를 배운 것이다. 카잔차키스는 니체나 베르그송한테서 배운 바 적지 않지만, 작품을 좀 더 자세히 뜯어보면 장폴 사르트르나 알베르 카뮈 같은 실존주의자들의 세례를 한차례 강하게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실존주의는 먹물 냄새 풍기는 추상적 명제가 아니라 땀 냄새 물씬 풍기는 구체적인 삶을 다룬다. 그렇기 때문에 실존주의는 문학과 자주 손을 잡는다. 사르트르나 카뮈를 비롯한 실존주의자들은 흔히 문학의 형식으로 자신들의 주장과 태도를 표현하려 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다 보면 호메로스의 주인공 오디세우스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주인공 돈키호테나 산초 판사 말고도 알베르 카뮈가 쓴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의 그림자가 자주 어른거린다.

한마디로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지난 몇 세기 동안 서구인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유럽의 가치관과 신념을 반성하고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 이 작품이 많은 독자에게 그토록 신성한 충격을 주는 까닭은 작가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용기 있게 그 대안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화자의 영적 지도자라고 할 알렉시스 조르바는 작가가 입버릇처럼 말하듯이 ‘자유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화자는 ‘조르바 학교’에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새로운 지식을 조금씩 터득해 간다.
-「작품 해설」 중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새롭게 소개하는 민음사 판 [그리스인 조르바]
뛰어난 가독성과 감각적인 표지로 독자를 유혹하다

민음사에서는 국내 영미문학 연구 분야의 대가이자 ‘한국출판학술상’을 수상한 김욱동 교수 번역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준비하면서 ‘완독 가능한 독서’와 ‘조르바의 의미 재확립’을 염두에 두었다. 과거에 소개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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