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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도종환 지음| 이승열 그림| 알에이치코리아 |2017년 06월 23일 (종이책 2017년 06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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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7년 06월 23일 (종이책 2017년 06월 01일 출간)
    포맷용량 ePUB(9.98MB, ISBN 978892558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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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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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이 누린 자연의 기운과 사유가 오롯이 담긴 책.

도종환 시인이 누린 자연의 기운과 사유가 오롯이 담긴 책.

도종환 시인이 잠시 도시를 떠나 말 없는 산 옆에 거처를 마련하고 퇴휴의 시간을 보낼 때, 가장 늦게 피어 가장 오래도록 곁을 지키는 들국화를 보며 쓴 시이다. 이렇듯 시인은 자연 속에 놓인 작은 것 하나에도 그 가치와 향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다. 새로이 옷을 입혀 출간된 산문집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는 이때에 시인이 무상으로 받아 누린 자연의 기운과 사유가 오롯이 담겨 있다.

시인은 홀로 산방에 거하면서도 늘 자연과 함께했다. 대지와 하늘과 물의 기운이 그의 삶에 쉼 없이 간섭했고, 길가에 핀 들꽃도 그에게 말을 건네며 자신들의 이치를 설명해주었다. 민들레꽃 한 송이를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궁리하는 바람, 흙, 물방울의 정령들과 그 자신도 최선을 다해 추위를 이겨내고 마침내 꽃피우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인은 우리네 삶도 이렇듯 주고받고 소통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하면 얼마나 좋을지를 생각한다.

상세이미지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도서 상세이미지

목차

개정판 작가의 말
초판 작가의 말

1 창가의 연두
첫 마음
창가의 연두
수녀원의 일박
아침 창가의 대화
매화
빈 밭
남긴 우동
가을 난향
풍경 소리
들국화 같은 사람
웃는 얼굴이 좋은 얼굴이다
잊을 수 없는 밤
타인

2 마음의 거처
멧돼지
고마운 차
옛 임
마음의 거처
짓밟힌 꽃
쉬운 일, 어려운 일
결근
맑은 바람 밝은 햇살
벌집
고갯길
헌 신
가을 손짓
고요한 싸움

3 주고 가도 괜찮은 것
첫새벽
산수유열매
고요한 시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맑은 경계
벌레가 사는 집
없어진 새집
주고 가도 괜찮은 것
노여워하지...

저자소개

도종환

저자 : 도종환

저자 : 도종환
저자 도종환은 부드러우면서도 곧은 시인, 앞에는 아름다운 서정을 두고 뒤에는 굽힐 줄 모르는 의지를 두고 끝내 그것 을 일치시키는 문인으로 불리는 도종환은 충북 청주 에서 태어났다.
그동안 《고두미 마을에서》《접시꽃 당신》《당신은 누구십니까》《부드러운 직선》《슬픔의 뿌리》 《흔들리 며 피는 꽃》《해인으로 가는 길》《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사월 바다》등의 시집과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사람은 누구나 꽃이다》《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등의 산문집을 냈다. 신동엽창작상, 정지용문학상, 윤동주상 문학부문대 상, 백석문학상, 공초문학상, 신석정문학상, 용아박 용철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그림 : 이승열

책속으로

그 초록이 연둣빛 새끼들을 낳고 있는 계절입니다. 내 마음 어느 골목에도 연둣빛 잎들이 돋아나는 걸 느낍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건 내 안의 연두들이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들이 내 몸 안을 돌아다니다 들숨의 빛깔을 연둣빛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날숨을 따라 몸 밖으로 나와 방안의 공기도 연둣빛으로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연두를 따라 햇빛이 창을 넘어 들어오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이들의 얼굴을 밝고 환하게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연두와 함께 생명 가득한 봄입니다. p. 25

여름을 지나온 푸른 과일들이 나뭇가지 끝에서 곱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그 과일들이 곱게 익어서 우리 마음이 얼마나 풍요롭습니까? 들국화 한 송이 노랗게 피어 있어서 우리 마음이 얼마나 여유로워집니까? 그대가 아름답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기쁜지 당신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pp. 50~51

들국화는 모든 꽃들이 지고 난 빈 들판, 쓸쓸해질 대로 쓸쓸해진 가을 고갯길에 피어 있어서 더 사랑스러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은 차고 등은 시리고 마음도 쓸쓸한 십이월입니다.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들국화 같은 사랑, 늦게까지 곁에 남아 함께 향기로울 사람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그 향기와 함께 깊어지시기 바랍니다. pp. 58~59

여러분도 여러분의 마음을 집으로 데려오세요. 고요한 거처로 마음을 불러들이세요. 밖으로 떠돌며 정처 없이 헤매는 마음을 마음의 거처로 불러들이세요. 잡을 수 없는 것을 붙잡고 지치도록 끌려 다니는 마음을 풀어주세요. 그리고 쉬게 해주세요. 가장 편하게 쉬면서 가장 깊어지게 만드는 곳이 어디인지 그곳을 찾으세요. p. 92

은빛 달도 고요히 떠 있고 바람도 숨을 가만가만 내쉬고 있는 새벽입니다. 차가우면서도 고요한 겨울 아침 풍경을 새들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 새들이 머지않아 어둠의 얇은 막을 부리로 쪼아 터뜨릴 것입니다. 금이 간 어둠 사이로 천천히 빛이 스며들어 번지고 새소리가 그 틈새로 울려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날이 시작될 것입니다. p. 124

이제 나무들은 하늘로 향하던 비상의 의지를 내면으로 돌려야 합니다. 몸 가득하던 수액을 가지 끝으로 퍼 나르던 일을 멈추고 남아 있는 힘을 뿌리로 내려 보내야 합니다. 나무의 표피를 갈라 밖으로 싹을 내밀던 초록발전소의 에너지를 이제는 안으로 돌려야 합니다. 중심을 튼튼하게 해야 겨울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가지와 열매와 나뭇잎으로 향하던 녹색의 군사들을 이제는 나무의 안으로, 뿌리로 불러 모아야 합니다. p. 162

아름다운 풍경, 가슴 저미는 음악, 잊을 수 없는 사랑, 고마운 사람, 감동적인 장면, 착한 언어, 선한 마음, 즐거운 기억, 베풀고 나누었던 시간, 좋은 만남, 가르침이 되었던 글 …. 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평소에 좋은 것들을 많이 저장해 두어야 합니다. 기억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인 그것들은 언제 상사화처럼 불쑥 솟아나올지 모릅니다. p. 196

얼굴에서 봄빛이 반짝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안에 있는 충만한 기운이 그에게 내리는 사랑을 알아챈 사람입니다. 그는 틀림없이 사랑받고 있는 사람일 겁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기운을 주는 사람일 겁니다. 서로 아름다운 기운과 따뜻한 힘을 주고받는 것을 사랑이라고 합니다. 햇빛과 비와 바람과 하늘이 꽃나무에게 그러하듯, 아름답게 개입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내부로 들어가 꽃을 피우고 싶어 하고, 몸에서 환한 빛이 나게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도 그런 사람인지요. pp. 215~216

저 좁쌀만 한 흰 냉이꽃도 여리디 여린 제비꽃도 자기 목숨을 걸고 한 송이 꽃으로 거듭난 것입니다. 그리 하여 보는 이에게는 감탄이 되고, 세상을 그 꽃 피워낸 크기만큼 아름답게 바꾸어 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습니까?” “당신도 당신 생애를 걸고 최선을 다해 피고 있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봄에 피는 꽃들은 한 송이가 하나의 질문입니다. 할미꽃도 제비꽃도 샛노란 양지꽃도 백매화도 하나의 물음표입니다. “당신도 이렇게 피어 있느냐고 묻는. pp. 218~219

연두는 힘이 셉니다. 연두는 잿빛을 이깁니다. 나뭇가지의 잿빛, 산의 잿빛을 여리디 여린 빛이 나서서 바꾸어 놓습니다. 연두는 죽음의 빛을 생명의 빛으로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여리고 부드러운 연두가 가장 힘이 셉니다. 분홍은 힘이 셉니다. 진달래의 분홍, 앵두꽃의 분홍, 산벚나무꽃의 분홍, 매화꽃의 희미한 연분홍 이런 것들도 힘이 셉니다. 짙은 빨강색보다 훨씬 힘이 셉니다. 겨울의 눈보라를 이기고 꽃으로 몸을 바꾼 분홍들입니다. 이들이 먼저 나서서 세상을 아름답고 살 만하게 바꾸어 놓고, 따뜻한 햇살을 천지에 가득 불러 모으면 장미나 모란이나 작약이나

출판사서평

“그대가 있어 우리가 행복합니다”
삶과 서정을 아우르는 시인 도종환이 전하는 희망의 언어

이렇게 늦게 와 / 이렇게 오래 꽃으로 있는 너
너 없이 어찌 / 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 향기 있으랴

도종환 시인이 잠시 도시를 떠나 말 없는 산 옆에 거처를 마련하고 퇴휴의 시간을 보낼 때, 가장 늦게 피어 가장 오래도록 곁을 지키는 들국화를 보며 쓴 시이다. 이렇듯 시인은 자연 속에 놓인 작은 것 하나에도 그 가치와 향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다. 새로이 옷을 입혀 출간된 산문집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는 이때에 시인이 무상으로 받아 누린 자연의 기운과 사유가 오롯이 담겨 있다. 시인은 홀로 산방에 거하면서도 늘 자연과 함께했다. 대지와 하늘과 물의 기운이 그의 삶에 쉼 없이 간섭했고, 길가에 핀 들꽃도 그에게 말을 건네며 자신들의 이치를 설명해주었다. 민들레꽃 한 송이를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궁리하는 바람, 흙, 물방울의 정령들과 그 자신도 최선을 다해 추위를 이겨내고 마침내 꽃피우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인은 우리네 삶도 이렇듯 주고받고 소통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하면 얼마나 좋을지를 생각한다.
지금은 현실 깊숙이 들어와 소음과 먼지투성이 한복판에 서 있으면서도, 여전히 그의 가슴속 한가운데는 깊은 산방, 마음의 거처가 있다. 그곳을 응시하며 이 책을 읽다 보면, 청량한 바람 한 줄기가 데려오는 풋풋한 흙냄새와 은은한 꽃향기 코끝에 닿으며, 자연의 섭리가 우리네 삶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오랜 시간 우리 곁을 맴돌며 희망의 노래가 된다.
고요한 영혼의 집에서 펴져오는 시인의 향기
당신은 어떤 향기를 지닌 사람입니까?

고단한 세월을 견뎌온 시인은 산방에서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몸과 마음을 쉬며 “천천히 고요한 풍경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시간을 즐긴다고 고백한다. 이 고요 속에서 시인은 “욕망의 높이를 한 옥타브 낮추고, 이불을 개듯 생각을 차곡차곡 개고, 티끌과 먼지 같던 일들도 깨끗하게” 한 후 자신만의 언어로 글을 썼다. 그래서 시인이 전하는 75편의 글들은 진한 삶의 흔적이 묻어 있으면서도 순수하고 청정하다.

다시 온유함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내게는 글 쓰는 시간입니다.
향기를 회복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꽃의 언어, 새의 언어, 나무의 말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향기로우시길 바랍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시인은 연둣빛 나뭇잎에서 ‘초심’을 보고, 눈보라 속 겨울나무를 보며 ‘뒷심’을 본다. 깊은 밤 스미는 매화 향에서 고매하고 맑은 정신을 보고, 눈보라 속 산수유 열매를 보며 뜨거움을 본다. 짓밟힌 꽃을 보며 죄 없이 죽어간 어린 영혼들을 생각하고, 주변의 다람쥐, 벌집, 산새를 바라보며 함께 이루어가는 삶을 꿈꾼다. 이렇듯 도종환 시인의 글에는 자연과 사람이 한데 잘 어우러져 고요한 아침이나 적막한 저녁, 맘껏 들이키고 싶은 좋은 냄새가 난다. 그리고 읽는 이 스스로 ‘나는 어떤 향기를 지닌 사람인지’에 대해 자문하게 한다.

가만히 내 말을 들어주는 이와
걸어가는 위로의 숲길 같은 책

오늘도 사막의 모래 언덕을 넘었구나 싶은 날, 이대로 가다간 쓰러질 것만 같은 날, 시인은 언제든 가면 위로받을 수 있는 숲길 하나 지니고 살자고 말한다. 소박하고 진솔한 언어로 그의 단정한 사색과 소탈한 삶에 대해 나눈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런 길이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글 사이로 펼쳐지는 산속 풍경과 작은 새 한 마리와도 대화하는 시인의 섬세한 감성,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소외되고 연약한 것을 향하는 그의 마음과 걸음을 맞추고 있노라면, 가만히 내 말을 들어주는 이와 걸어가는 길, 잠시 돌 위에 앉아 땀을 닦으며 쉬어가는 길, 메마른 바닥에 조금씩 물이 고이기 시작하는 길을 걷는 느낌이 들 것이다.

내 안의 메마르고 황폐해져 있던 길들도 촉촉하게 젖어오고, 용암처럼 끓어오르던 것들도 천천히 식어 가는 게 느껴질 겁니다. 그러면 비로소 발밑에 있는 작은 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원추리꽃 한 송이가 아까부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나만 외로운 게 아니구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비로소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번지게 될 겁니다._본문 중에서

삭막한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흠뻑 비를 맞은 나뭇잎의 표정이 점점 맑아지듯 우리 안의 황폐했던 것들이 촉촉해지고 밝아지며 미처 깨닫지 못한 고마운 이들이 생각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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