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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녹는 온도

정이현 지음| 신다혜 사진||2018년 02월 23일 (종이책 2017년 12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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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8년 02월 23일 (종이책 2017년 12월 18일 출간)
    포맷용량 ePUB(28.04MB, ISBN 9791158160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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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이 책의 주제어

# 산문집 # 엽편소설

녹을 줄 알면서도 저마다의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정이현 소설의 감각적이고도 치밀한 문장과 산문의 서늘하면서도 다정한 생각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우리가 녹는 온도』. 《풍선》 《작별》 이후 꼭 10년 만에 책을 통해 정이현의 산문을 만나본다. 주위의 사연을 듣거나, 저자 자신이 겪었거나, 혹은 머릿속에서 상상해 가공한 짧은 이야기 형태의 ‘그들은,’과 그에 덧붙여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개인적 속마음을 담은 ‘나는,’에 담긴 모두 열 편의 이야기+산문을 만나볼 수 있다.

언제나 다 괜찮다고 말하는 연인이었던 ‘은’과 ‘그’. 다시 만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담은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 전혀 다른 취향의 두 친구 ‘윤’과 ‘선’의 이야기 《여행의 기초》, 오랜 시간 강아지를 키워온 소년의 이야기 《화요일의 기린》, 부평역 지하상가에서 만나 아슬하지만 견고한 사랑을 키워온 연인의 이야기 《지상의 유일한 방》 등의 이야기에 이어지는 저자의 목소리를 통해 저자의 사랑, 여행, 우정, 결혼, 가족을 비롯한 저자 주변에 놓인 것들에 대한 생각 그리고 소설가로서의 삶과 태도 등을 엿볼 수 있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소설 쓰기가 고통이었을 때, 산문 쓰기는 고통을 다독여주는 사랑스러운 알약이었다고 이야기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그러한 고통과 치유를 한데 선보인다. 언젠가는 무너지겠지만 애써 마음을 다독거리고, 안 괜찮아지는 날도 오겠지만 괜찮아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그렇게 수고로움을 자처하며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일생을 차곡차곡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이어지는 저자의 목소리를 통해 저자가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바라보는지 엿보고, 소설 너머에 존재하는 저자의 일상과 생각을 오롯이 가늠해볼 수 있다.
▶ 『우리가 녹는 온도』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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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이미지

우리가 녹는 온도 도서 상세이미지

목차

프롤로그

화요일의 기린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
안과 밖
여행의 기초
지상의 유일한 방
물과 같이
커피 두 잔
어둠을 무서워하는 꼬마 박쥐에 관하여
장미
눈+사람

저자소개

정이현

저자 : 정이현

저자 정이현은 소설가.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 『오늘의 거짓말』 『상냥한 폭력의 시대』,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너는 모른다』 『사랑의 기초:연인들』 『안녕, 내 모든 것』, 짧은 소설 『말하자면 좋은 사람』, 산문집 『풍선』 『작별』 등을 펴냈다. 이효석문학상, 현대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사진 : 신다혜

책속으로

‘화요일의 기린’은 아직 못 만나보았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의 기린과는 다른 화요일의 기린. 기린의 화요일에 대해선 왜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그는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무료하고 심심한, 신기할 것 없는 일상 속의 하루일까? 밥을 먹고, 하늘의 구름을 올려다보고, 짹짹거리는 참새들을 바라보고, 물을 마시고, 급하지 않은 보폭으로 걷고, 가끔은 하품을 하는 하루.
_‘화요일의 기린’ (26쪽) 중에서

둘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어릴 때 만나 오래도록 한 사람 곁을 지켜온 연인 사이에는 종종 그 사실이 망각되는 것도 같다. 한쪽 손목에 상처가 생긴 것을, 상처가 깊어지는 것을 모르는 척하기도 한다. 상처를 들여다보려면 끈을 풀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두려워서 그 정도는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금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견딜 수 있다고, 사랑하니까 괜찮다고.
어느 날, 한 사람이 문득 벌겋게 부푼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는 때가 온다. 내 살갗이 아닌 것 같아서, 낯설어서 놀란다. 한쪽의 일방적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이야기다.
_‘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 (41쪽) 중에서

그러고 보면, 때마다 늘 내 발목을 잡은 건 ‘이런저런 이유’들이었다. 내가 떠나면 남겨질 것들에 신경쓰여 제대로 떠나지 못했다. 떠났다가도 오래지 않아 되돌아오곤 했다. 사람에 대해서도 비슷한 태도를 가졌다. 누군가와 친해지기도 전에, 친해지고 나서 아주 오래 뒤에 겪을 일까지 미리 추측하여 염려하기도 했다.
_‘안과 밖’ (60쪽) 중에서

일상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곤 하는 습관이 새로 생겼다고 해서, 일 년 후의 삶이 까마득한 암흑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그게 모두 ‘그 사람과의 관계’ 탓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엄밀히 말해 ‘내 탓’이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과는 이별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방과 이별한다. 가장 가까운 옆 사람과 헤어지면 내가 조금은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_‘지상의 유일한 방’ (93쪽) 중에서

결혼이란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생활 속으로 돌입한다는 뜻이다. 그 안에서 범속한 일상들이 끝없이 되풀이된다.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생활비를 벌어야 하고, 공동의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 그 세월의 더께 속에서, 실은 두 사람이 최초에 무척 특별한 감정으로 맺어졌던 관계임을 상기할 여력은 사라진다. 욕실의 타일 줄눈이 더러워지는 것처럼, 어떤 일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주 서서히 일어난다.
_‘커피 두 잔’ (125쪽) 중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쓰지 않으면, 한 땀 한 땀 꿰매지 않으면, 어떤 소설도 완성되지 않는다. 이것은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주는 진술이다. 무엇을 써도 백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절망적이고, 모든 작가들이 공평히 이 백지 앞에 놓여 있(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이미 출간된 지구의 모든 소설들은 최초의 순간, 완벽한 공백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쓰기로 결심한 이상, 지리멸렬하게, 서서히 결여를 메워가는 것 말고는 누구에게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_‘어둠을 무서워하는 꼬마 박쥐에 관하여’ (138쪽) 중에서

가족 사이의 문제 역시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나 역시 자꾸 잊는다. 보통의 인간관계라면 섭섭하고 속상하고 상처받았다가도 너무 어렵지 않게 털어내거나 잊는데, 혈육 사이의 문제 앞에선 유독 다른 상태가 되곤 한다. 더 섭섭하고 더 속상하고 더 상처받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꾹 참다가 엉뚱한 순간에 엉뚱한 방식으로 폭발해버린다.
_‘장미’ (154쪽) 중에서

완전히 녹지 않은 채 도심 길가 한편에 아무렇게나 쌓인 눈의 형상은 ‘한순간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것들’의 운명을 암시한다. 한순간 아름다웠으나 한순간 깨끗하게 소멸하지는 못한 것들, 구질구질하게 남겨졌다가 결국엔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들의 남루한 운명 말이다.
_‘눈+사람’ (168쪽) 중에서

출판사서평

“속이 상할 때는요, 따뜻하고 달콤한 걸 먹으면 도움이 좀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상한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잠시 잊을 수 있으니까요.”

녹을 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당신을 위하여

『우리가 녹는 온도』는 정이현 소설의 감각적이고도 치밀한 ‘문장’과 산문의 서늘하면서도 다정한 ‘생각’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그의 산문을 책을 통해 만나는 것은 『풍선』 『작별』 이후 꼭 10년 만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는 총 열 편의 ‘이야기+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짧은 이야기 형태의 [그들은,]과 그에 덧붙이는 작가의 소회 [나는,]이 짝꿍처럼 붙어 있다. 전자는, 주로 그가 주위의 사연을 듣거나, 자신이 겪었거나, 혹은 머릿속에서 상상해 가공한 것이고, 후자는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개인적 속마음이다. 앞선 이야기에 대한 긴 주석이라고 봐도 좋겠다.

사라진 것들은 불쑥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처음과 끝, 그것을 어는점과 녹는점으로 표현해도 좋을까. 다만 1도의 차이에도 물은 액체가 되었다가 고체가 되었다가 한다. 눈이 되었다가 비가 되기도 하고, 구름으로 뭉쳐 있기도 한다. 꽝꽝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도 아주 미세한 온기에 흐물흐물 녹아내리기도 하고, 작디작은 균열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와장창 허물어지기도 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기고 말이다.
다만 ‘우리가 녹는 온도’는 하나로 정해져 있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모두 제각각 반응하는 온도와 속도가 다를 것이므로. 그 개별성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 바로, 이 책 『우리가 녹는 온도』이다.

소설가 정이현에게는 항상 ‘도시기록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도시를 속속들이 관찰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도시’라는 단어에는 자연스럽게 ‘사람’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사람’이 없는 ‘도시’는 상상하기 힘드니까. 그러므로 도시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을 헤아리는 일이기도 한 셈이다. 시작과 끝,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작은 틈을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소설가의 일이자 숙명일 것이다.
『우리가 녹는 온도』는 정이현 소설의 감각적이고도 치밀한 ‘문장’과 산문의 서늘하면서도 다정한 ‘생각’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그의 산문을 책을 통해 만나는 것은 『풍선』 『작별』 이후 꼭 10년 만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는 총 10편의 ‘이야기+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짧은 이야기 형태의 [그들은,]과 그에 덧붙이는 작가의 소회 [나는,]이 짝꿍처럼 붙어 있다. 전자는 짧은 콩트나 엽편 형식이고 후자는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에세이다. 앞선 이야기에 대한 긴 주석이라고 봐도 좋겠다. 언젠가 정이현은 “소설 쓰기가 고통이었을 때, 산문 쓰기는 고통을 다독여주는 사랑스러운 알약”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우리가 녹는 온도』는 ‘고통’과 ‘치유’가 한데 존재하는, 새롭게 선보이는 형태의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개별의 ‘녹는 온도’를 가지고 있다.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의 ‘은’과 ‘그’는 언제나 다 괜찮다고 말하는 연인이었다. 다시 만난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괜찮을 땐 괜찮다는 말을, 괜찮지 않을 땐 괜찮지 않다는 말을, 그렇게 진심을 내뱉을 수 있을까.
[안과 밖]은 카페에서 손님이 커피잔에 남기고 간 얼룩을 박박 문질러 닦던 ‘하영’이 앞치마를 벗어두고 떠난 제주에서 큰 회사의 연구원으로 장래가 촉망받던 청년 ‘동희’를 만나 시작된다. 그야말로, 시작의 순간에 관한 이야기다.
전혀 다른 취향의 두 친구 ‘윤’과 ‘선’의 이야기 [여행의 기초]는, 마냥 나와 내 친구 같아서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나는 ‘윤’에 가까운가, ‘선’에 가까운가 생각해보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친구가 당신 곁에도 있는가, 마치 이렇게 물어오는 것만 같다.
아무리 더운 날에도 얼음이 들어간 커피는 먹지 않는 여자와 한겨울에도 차가운 커피를 마시는 남자, 두 사람은 중요한 선택을 앞둔 중년의 부부가 되었다. [커피 두 잔] 속 그들은 어떤 결론 속으로 걸어들어가게 될까. 남자는 자꾸 여자가 신경쓰인다.
[어둠을 무서워하는 꼬마 박쥐에 관하여]는 성악가와 요리사, 오직 두 사람의 대화로만 이루어진 에피소드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숨죽이고 듣다보면,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온몸에 긴장감이 타고 전해져온다. 누구나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불안’에 관한 이야기다.
그밖에도, 오랜 시간 강아지를 키워온 소년의 이야기 [화요일의 기린], 부평역 지하상가에서 만나 아슬하지만 견고한 사랑을 키워온 연인의 이야기 [지상의 유일한 방], 우정인지 사랑인지 자신들도 확신할 수 없는, 소위 남사친 여사친의 이야기
[물과 같이],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르고서야 서로를 조금 이해하게 된 모녀의 이야기 [장미], 몸도 마음도 회복이 필요한 여자의 이야기 [눈+사람]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모두 개별적인 존재이지만 관계 속에 놓여 있기도 하다. 그렇게 각자의 사연은 모두 달라도, 그들은 녹을 줄 알면서도 저마다의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렇게 또 언젠가는 무너지겠지만 애써 마음을 다독거리고, 안 괜찮아지는 날도 오겠지만 괜찮아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그렇게 수고로움을 자처하며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일생을 차곡차곡 살아내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에 이어지는 작가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정이현의 사랑, 여행, 우정, 결혼, 가족을 비롯한 작가 주변에 놓인 것들에 대한 생각 그리고 소설가로서의 삶과 태도 등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은 결국 작가가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바라보는지와 직결된다. 또한 커피의 온도 같은 미세한 차이 혹은 마주앉은 사람의 표정이나 작은 손짓 하나가 주는 큰 파장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처음도 끝도 아닌, 처음과 끝을 포함한 여러 조각들을 맞추어, 소설 너머에 존재하는 작가의 일상과 생각을 오롯이 가늠해보는 것, 그것이 ‘산문’의 기능이자 미학일 테다.
여기에,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컨셉진] 특유의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이 듬뿍 담긴 사진들이 이야기 사이사이 여백을 채우고 분위기를 더한다. 이는 모두 원고에 맞게 구상하여 새롭게 촬영한 것들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모두 눈사람을 만들러 나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얼어버린 손끝을 호호 불어 녹여가면서도 눈덩이를 굴려, 굳이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내려는 우리들. 이제는 다음날 출근길 걱정이 우선이 되어버린 어른이 되었어도 어릴 적 추억을 넘어 한켠에 남아 있는 본능처럼 눈사람을 만든다. 그렇게 녹을 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그 마음들. 그렇게 한때 눈사람이었던 눈덩이는 물론 예쁘고 귀여웠지만, 그것이 모두 녹아내린 후의 흥건한 자리도 찬란하다는 것을, 그들과 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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