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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박사는 누구인가

이기호 소설집

이기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2013년 09월 30일 (종이책 2013년 04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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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3년 09월 30일 (종이책 2013년 04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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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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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지 않은 여백의 삶을 이야기하다!

우리 시대의 재담꾼 이기호의 소설집 『김 박사는 누구인가?』. 제1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을 비롯한 여덟 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작가는 기억과 기억 사이의 공백을 이야기로 보수해가면서 삶과 이야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을 규명하는 데 주력한다. 또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색조를 유지하면서도 서사와 문장의 열기를 유연하게 다스리고 있다.

대학 본부의 임시직 남녀, 우직한 노총각 삼촌, 임용고시 준비생, 각막이식을 받을 전도사, 제자를 구명하려는 교수, 개명을 신청한 어머니와 그 아들, 현대판 노예, 제대한 백수 등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정쩡한 삶 속에서 허둥거리다 넘어지고 만다. 표제작 《김 박사는 누구인가?》는 교원임용고시에 실패하고 쓸모없는 인간이 되는 것 같아 두려운 화자가 김 박사라는 인물과 상담을 주고받으며 전개되는데, 마지막에 김 박사가 누구인지 빈칸을 채워보라는 여백을 제시하는 독특한 형식이 돋보인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절실한 순간마다 예상은 빗나가며 현재를 압박하지만, 작가는 그 빗나갔던 예상들의 궤적을 주워 모아 다시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웃음과 눈물이 어우러지는, 해학과 애환의 절묘한 콜라보레이션이 눈에 띈다.

목차

행정동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
김 박사는 누구인가?
저기 사람이 나무처럼 걸어간다
탄원의 문장
이정(而丁)-저기 사람이 나무처럼 걸어간다 2
화라지송침
내겐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

해설. 이야기의 경계를 넘어, 이야기되지 않는 삶을 찾아서_ 김동식
작가의 말

저자소개

  • 출생 : 1972
  • 데뷔년도 : 1999년
  • 데뷔내용 : 단편소설 '버니'가 당선되며 등단

저자 :
저자 이기호는 1972년 강원 원주에서 태어나, 199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등을 펴냈고, 2010년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2013년 현재 광주대 문예창작과에서 학생들과 함께 소설을 쓰고 있다.

책속으로

P.12-13 : 그의 아버지는 오재우의 지도교수를 만나자마자 조금씩 조금씩 새는 발음으로, 우, 우리가 어디 보통 인연인가, 자, 자네를 믿고 마, 맡겼으니, 자, 자, 자네가 책임져야 할 거 아닌가, 우리 애가 집에서 매, 매, 매일매일 써, 써, 썩어가고 있다네,라고 말했다.(「행정동」, pp. 12~13)

P.85 :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 속에 한 가지씩 여백을 두고, 그 여백을 채우려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법인데, 그게 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태어나는 자리인데, 그때의 나는 그것을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 p. 85)

P.129 : 말씀드렸잖아요. 저에겐 이제 김 박사님이 유일한 친구이자, 제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 세상 단 한 명뿐인 사람이라고요. 그러니, 김 박사님, 제발, 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에겐 지금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자 안식이랍니다. (「김 박사는 누구인가?」, p. 129)

출판사서평

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태어나는 자리
기억과 기억 사이의 공백, 헛헛하고 곤란한 삶의 여백 메우기

이해되지 않는 기억을 떠받치는, 삶과 ‘이야기’의 역학
우리 시대 젊은 재담꾼 이기호가 세번째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왔다. 신작 소설집 『김 박사는 누구인가?』(문학과지성사, 2013)에는 제1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을 비롯한 여덟 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다. 이번 소설집은 작가가 기억과 기억 사이의 공백을 ‘이야기’로 보수해가면서 삶과 ‘이야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색조를 유지하면서도 서사와 문장의 열기를 유연하게 다스린 점 또한 이전 소설집, 『최순덕 성령 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와 사뭇 달라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빗나갔던 예상들의 궤적을 수정하며 진실에 다가서는 이야기
등장인물들(대학 본부의 임시직 남녀, 우직한 노총각 삼촌, 임용고시 준비생, 각막이식을 받을 전도사, 제자를 구명하려는 교수, 개명을 신청한 어머니와 그 아들, 현대판 노예, 제대한 백수 등)은 모두 어정쩡한 삶 속에서 허둥거리다 자빠지고 만다. 이들은 “짱돌 한 번을 못 던”지고 당하기만 하는 사람들이다. 절실한 순간마다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가기만 하고 과녁은 성난 얼굴로 다가와 현재를 압박한다. 이기호는 그 빗나간 예상들을 주워 모아 다시금 활시위에 메기는 숙연한 자세로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이야기’이되 새로이 만들어서 들려주는 게 아니라 받아 적으면서 기억의 빈자리를 메우는 ‘이야기’다. 진실과 마주하기가 겁나 모른 척 비워두고 변죽만 울리며 지나쳤던 자리가 흔들 수 없는 인과로 재구성되는 순간, 모두가 무력할 수밖에 없었음이 다시 한 번 분명해지고 그 과정에서 독자는 울컥, 뜨거운 연민을 느낀다.

해학과 애환의 절묘한 콜라보레이션
이기호의 등단작 「버니」에서 걸핏하면 큰 소리로 “나는 가수가 됩니다!”라고 외쳐 독자를 포복절도케 했던 순희를 기억한다면, 이번에는 부동자세를 취하며 “아닌데요, 괜찮습니다”를 연발하는 기종 씨(「화라지송침」)가 무척 반가울 것이다. 더구나 이 청년은 두루마리 휴지만 보면 어헉! 하며 기겁을 한다. 이 모자라고 엉뚱한 인물은, 후진도 안 되는 고물차(「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나 트렁크 팬티인지 반바지인지 모호한 물건(「내겐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과 함께 독자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기종 씨는 양돈축사에서 구조된 현대판 노예이기 때문이고 고물차는 노총각 삼촌이 사라지면서 남긴 것이기 때문이며 팬티인지 반바지인지가 제대한 백수를 사회에서 소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웃음과 눈물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감정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이 절묘한 콜라보레이션은 딱딱하게 굳은 우리 마음을 어느새 말랑말랑하게 녹여버리고 만다.

독자가 완성하는 DIY(Do It Yourself) 소설!
표제작 「김 박사는 누구인가?」는 교원임용고시에 실패하고 점점 “쓸모없는 인간”이 되는 것 같아 두려운 화자가 김 박사라는 인물과 상담을 주고받으며 전개되는데, 끄트머리에서 느닷없이 작가의 목소리가 등장해 “이제 다들 아셨죠. 김 박사가 누구인지? 자, 그럼 어서 빈칸을 채워주세요”라고 말한다. 실제로 책에도 반 페이지 가량의 여백(129쪽)을 두고 있다. 소설이 무슨 가구도 아니고, 독자(소비자)가 소설(제품)을 써야(만들어야)만 하는 이 상황이 그저 낯설기만 하다. 랩이나 성경의 문체, 최면의 화술 등 워낙 독특한 기법을 구사해온 작가이기에 이번 것도 새로운 시도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빈칸(공백, 여백)이 집요하게 시선을 붙들어 그냥 넘겨버리기가 쉽지 않다. 작품을 되짚어 읽으면서, 다른 작품을 읽다가도 문득 생각나서 자꾸 빈칸을 들여다보게 된다.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제발 상상 좀 하고 살아라”라며 감히 독자를 질타하던 목소리(「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 『최순덕 성령 충만기』)가 환청처럼 들린다.

이야기되지 않는 삶을 찾아서
‘김 박사’가 누구인지, 기종 씨는 왜 두루마리 휴지를 무서워하는지, 삼촌은 ‘똥차’를 두고 어디로 갔는지…… 어쩌면 결코 이야기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김 박사’의 정체 등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어딘가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싹이 조심스럽게 고개 내미는 걸 발견한다면, 그것은 이야기될 수 없는 삶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숭고한 장면과 마주하는 셈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어투를 빌려서 말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으리라. 이야기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삶의 고유함은 이야기될 수 없고 다만 지시될
수 있을 따름이다. 이야기의 종언과도 같은 삶의 여백에서 맞닥뜨리는 이야기의 기원. 어쩌면 이 지점이 이기호의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이야기의 운명’이 아니었을는지._김동식(문학평론가)

우리를 혼란케 하고 있는 기억의 여백들이 사실은 삶에서 가장 빛났을 장면을 가만히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말하려는 “이야기의 운명”이 조금은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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