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강경애의 소설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저자소개
황해도 장연에서 태어났다.
1931년 「어머니와 딸」로 문단에 등단했다. 「인간문제」노동자의 현실을 파헤친 소설로 강경애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의 작품으로는 「인간문제(1934)」, 「지하촌(1934)」, 「채전(1933)」, 「어머니와 딸(1931)」 등이 있다.
책속으로
차가 움직일 때 남편을 돌아보았으나 전에 없이 남편의 얼굴이 다닥다닥 붙어보이다가 아주 캄캄해지고야 말았읍니다. 차창으로 후끈거리는 칠월의 시원한 바람조차도 나에게는 기막히게 안타까웠고 푸른 빛 가득한 광야는 나의 시력을 어지럽게 하였읍니다. 펄펄 나는 듯이 뒤로 물러가던 전신대도 하필 오늘은 뜨묵뜨묵 물러가고 나지막한 메들도 역증이 날이만큼 오래 보였읍니다. 나는 몇번이나 완행을 타지 않았는가 하여 둘러보려 하였읍니다.
급하던 숨이 차차로 가라앉으나 내 어머님의 오물오물하던 턱이 보이고 그리로부터 얼굴 전체가 환히 나타나고 있읍니다. 다섯해 동안이나 내 왜 못갔나! 뭣하기 못 갔나! 나는 새삼스러이 이렇게 속으로 부르짖으며 입에 손 넣고 어린애같이 앙앙 울고 싶었읍니다. 그리고 이번 가서 만일 어머니를 못 뵈옵게된다면, 그 음성을 못 듣게 된다면 어쩌나 하는 초조가 광광툭툭하는 차 바퀴 소리에 이어 달리고 있읍니다.
아들도 없는 내 어머니, 딸들은 동서로 시집보내고 혼자 댕곰하니 계시는 어머니, 그리고 몸시 앓아누워 계신들 누가 머리 한번인들 짚어올리며 미음 한 그릇인들 따뜻이 쑤어올리려나 하니 어머님을 모시게 못되는 내 환경이, 보다도 사회제도가 새삼스럽게 더 원망스러웠읍니다. 나는 눈을 감고 차창에 의지하였읍니다. 바람결에 흘흘거리는 내 머리카락, 내 어머님에 대한 살뜰한 기억을 한들한들 자아내고 있읍니다. 뿐만 아니라 까맣게 잊었던 내 어려서 일이 아득히 떠오르고 있읍니다.
--- “산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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