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제안하는 새로운 독서운동!
고전의 매개자를 자처하며 ‘고전평론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고미숙의 2007년 작인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에서 저자는 ‘낭송’을 공부의 방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실제 고미숙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매 학기마다 ‘낭송 오디션’을 치르고, 매년 ‘낭송 페스티벌’을 따로 열면서, ‘낭송’이 삶까지 바꾸는 독서법이자 양생법임을 체험했다.
먼저 고미숙이 말하는 ‘낭송’은 책을 소리 내어 읽는 ‘낭독’이 아니라, 거기서 더 나아가 ‘암송’을 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이때의 ‘암송’은 ‘암기’와는 다른데, ‘암기’가 음소거 상태에서 의미 단위로 텍스트를 먹어 치우는 것이라면, ‘암송’은 소리로써 텍스트를 몸 안에 새기는 행위다. 따라서 고미숙은 “낭송이란 몸이 곧 책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낭송Q시리즈」는 《호모 큐라스》와 함께 고미숙이 기획한 고전 낭송집으로, 총 28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편 『낭송 서유기』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친숙한 《서유기》를 낭송에 알맞게 발췌하여 번역한 책이다.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이 함께 길을 떠나며 겪는 변화과정에 주목했다. 낭송하는 독자도 이들과 함께 길을 걷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했다.
▶ [제1회 고전 낭송Q 페스티벌] 관련 홍보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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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오승은은 『서유기』(西遊記)의 모티프가 된 당나라 현장법사의 실제 서유(西遊)· 취경(取經) 이야기는 다양한 판본으로 남아 있다. 이전의 서유고사에는 나오지 않았던 손오공이나 저팔계의 형상 등, 역대 ‘서유기’들을 역사적으로 죽 늘어놓고 볼 때, 이 작품은 시간을 따라 진화한 하나의 집단창작품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서유기』의 작가 오승은(吳承恩, 1500?~1582?)은 명대까지 내려오던 ‘서유고사’를 수집, 교정, 교열, 재편집 등을 행한 편집자라고 할 수 있다. 문인 오승은 덕분에 민간의 맛깔스런 표현이 정돈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 회마다 들어가 있는 시(詩)가 전체 주제와 인물의 성격과 형상을 시적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등 문학적 성취가 한 단계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책속으로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장비가 제의하며 말한다.
석가여래가 제천대성을 욕하며 말했다.
“이 원숭이 똥자루야! 너는 한순간도 내 손바닥을 떠난 적이 없어!”
제천대성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허, 너는 모르는구나. 나는 하늘이 끝나는 곳까지 갔다 왔어. 거기에는 다섯 개의 붉은 기둥이 푸른 하늘을 받치고 있었어. 내가 거기에다 기록을 남겼단 말이야. 그런데 네가 감히 내가 너의 손바닥을 떠나지 못했다고 하다니, 같이 가서 볼 테냐?”
“갈 필요 없다. 고개를 숙여서 한 번 봐라.”
제천대성은 고개를 숙여서 화안금정火眼金睛으로 아래를 보니, 석가여래의 오른손 중지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제천대성, 여기에 와 노닐다.” 게다가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는 스멀스멀 원숭이 오줌의 비릿한 냄새까지 났다.
(본문 「1-7. 오행산에 갇힌 손오공」 중에서)
팔계가 말했다.
“무슨 맛이야?”
행자가 말했다.
“오정아, 팔계에게 일일이 답하지 마라. 팔계 너는 다 먹은 처지에 누구에게 맛을 묻고 난리냐?”
팔계가 말했다.
“형님, 제가 너무 급하게 먹었나 봐요. 두 분처럼 조금씩 음미하면서 먹지 않아선지, 무슨 맛이 났는지도 모르겠어요. 씨가 있었는지 어쨌는지도 모르고 그냥 한입에 꿀꺽 삼키고 말았네요. 형님, ‘사람에게 잘해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잘해 줘야 하는 법’이라 했소. 내 뱃속의 거지에게 음식 맛을 보게 했으니, 다시 가서 하나만 더 따 주오. 그러면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겠소.”
(본문 「3-2. 인삼과를 훔치다?②」 중에서)
행자(손오공)가 웃으면서 말했다.
“사부님은 참으로 팔계만 편애하시는군요. 뭐, 저도 됐어요. 일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전혀 개의치 않아요. 우리가 가는 길은 목숨 걸고 가는 길이잖아요, 위험할 수밖에요. 그런데 저 멍청이가 요괴에게 잡혀가니, 사부님은 저를 탓하시는군요. 팔계도 저렇게 괴로움을 당해야 취경의 어려움을 몸소 알 수 있을 거예요.”
삼장법사가 말했다.
“제자야, 네가 가봐라. 내가 어찌 오능이가 잡혀간 걸 보고만 있겠느냐? 너는 변신술도 부릴 수 있어 몸에는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을 거야. 그러나 저 멍청이는 생긴 것도 우악하고 꾀도 없지 않으냐! 네가 가서 어서 구출해 줘라.”
(본문 「4-8. 사부님은 팔계만 편애하시는군요」 중에서)
출판사서평
동양고전의 낭송을 통해 양생과 수행을 함께 이루는, ‘몸과 고전의 만남’ “낭송Q시리즈” 중 금(金)의 기운을 담은 서백호편의 두번째 책. 우리에게도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으로 친숙한 『서유기』를 낭송에 알맞게 발췌하여 번역했다. 총 100회에 이르는 『서유기』에서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이 함께 길을 떠나며 겪는 변화과정에 주목해 『낭송 서유기』를 엮었다. 하여 낭송하는 독자도 이들과 함께 길을 걷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했으며, 또 주인공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장면들, 그래서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장면들도 놓치지 않고 실었다.
▶풀어 읽은이의 말
“길을 갈 때 우리는 이 길 끝에 무엇인가가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여행을 계획할 때뿐 아니라 삶에서도 목적지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목표한 바를 이뤘으면 성공이고 그렇지 않으면 실패라고 생각한다. 삼장법사 일행도 불경을 얻으려고 나선 길이었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목표한 것이 거기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 여행은 실패인가? 그건 아니다. 결과물이 여행의 끝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들은 이미 길을 걷는 과정에서 목표한 바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길에서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길에 나선다는 것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 행위 자체에 의의가 있지 어디에 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길은 과정을 중시한다.”
『낭송 서유기』 풀어 읽은이 인터뷰
1. 낭송Q시리즈의 기획자이신 고미숙 선생님은 “모든 고전은 낭송을 염원한다”고 하셨는데요, 낭송이 되기를 염원하는 여러 고전 중 특별히 『서유기』를 고르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출발은 아주아주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겠네요. 어린 시절, 저를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당긴 것은 애니메이션이었어요. 요즘 아이들이 뽀로로와 로보카 폴리에 정신을 잃듯이, 제 세대 친구들이라면 ‘날아라 슈퍼보드’에 매료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근두운 대신에 슈퍼보드를, 말 대신 지프차를 타고, 저팔계가 쇠스랑이 아니라 바주카포를 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신한 아이디어였죠. 인기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었던 작품이에요. 그 다음에는 『최유기』라는 만화책을 봤는데, 기존에 제가 알고 있던 『서유기』와는 전혀 다른, 웃음기가 쫙 빠진 한편의 철학서적이었어요. 충격이었죠. 분명 『서유기』의 에피소드들을 충실하게 쫓아가는데도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캐릭터와 주제가 완벽하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책보다 유독 『서유기』가 이렇게 해석의 폭이 넓은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생각할수록 『서유기』는 일단 재미가 있으면서도 생각할 거리 또한 무수히 던져주더라고요. 그 점이 저를 매료시켰고, 또 제가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는 부분이 중국 사대기서이기도 해서 『서유기』의 이런 재미를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 낭송Q시리즈의 『낭송 서유기』는 오승은의 『서유기』와 어떻게 다른가요?
『서유기』는 읽을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부분들과 감동을 받는 부분이 매번 달랐어요. 언제는 요괴들과의 싸움이 주는 통쾌함과 그것의 의미를 찾는 데 골몰했다면, 또 다른 때는 그저 웃느라 바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삼장법사와 세 제자들의 관계를 유심히 보게 되기도 했고요. 이번에 눈에 들어왔던 것은 이들의 여행기가 말 그대로 ‘여행’ 즉 길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편의 시트콤 같다는 점이었어요. 생애 처음으로 목도하는 자연 환경과 이국적인 정취에 마음을 빼앗기고, 듣도 보도 못한 존재들과 만나고, 낯선 정취와 습관을 맞닥뜨리면서 기존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감정을 겪어가죠. 내가 접하지 못했던 것을 접함으로써 나를 확대하는 경험이 눈에 들어왔어요. 『서유기』가 여행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번 『낭송 서유기』에서는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서유기』의 여러 면모 중에서도 특히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만 맛볼 수 있는, ‘낯섦’을 마주할 때 발견하게 되는 ‘나’의 모습 같은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에피소드들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책을 낭송하면서 흡사 여행을 떠나고,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내용들로 채우려고 노력했고요, 『서유기』 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나 ‘웃음 코드’들도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3. 앞으로 『낭송 서유기』를 읽게 될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첫째도 둘째도 소리 내어 ‘낭송’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실 묵독은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할 수 있지만, 낭송은 그러기가 쉽지 않죠. 그런 면에서 시간과 마음을 어느 정도 더 집중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제되어 있어요. 바쁜 세상에 그럴 틈이 어디 있나 싶으시겠지만, 정말 ‘일’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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