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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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첫 번째 평론집. '오마주hommage'는 영화 감독이 다른 영화나 감독, 스타일에서 받은 영향을 자신의 영화 속에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박찬욱의 오마주>는 절판된 이후 수많은 영화 마니아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던『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 - 비디오드롬』의 개정증보판이다. 기존의 70편 글을 개고하고 새로운 영화이야기 55편을 더해 총 125편을 수록하였다.
이 책은 감독 이전에 영화평론가로 활동했던 박찬욱 감독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영화, 더 나아가 영화 장르 전체에 바치는 '오마주'이다. 걸작으로 손꼽히는 영화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B무비나 장르영화까지 다양하게 섭렵하여 독자적인 시각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국내 미개봉작을 비롯해 본국에서도 외면당한 저주받은 걸작, 새롭게 해석된 컬트 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면서 한층 깊은 영화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세계가 형성된 배경을 엿보는 데에도 도움을 주는 책이다.
출판사서평
‘매력적으로 뻔뻔한’ 박찬욱 감독의 모든 것!
1. 박찬욱 감독은 전방위적 인물이다. 베를린, 뉴욕, 토론토, 런던, 선댄스, 에딘버러, 우디네 영화제……. 한해만도 수차례씩 해외 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며, 세계 곳곳에 자신의 영화를 소개하느라 분주하다. 단순히 최근의 지리적 행보뿐 아니라, 그는 영화 장르 안에서도 활발히 촉수를 뻗쳐 왔다. “예술 영화, 작가 영화로 출발해 장르 영화를 거쳐, B급영화, 컬트영화 등 다양한 영화에 애정을 표해온…” (『씨네21 영화감독사전』중에서) 이라는 평가는 영화광 출신 감독의 부지런한 동선을 잘 요약해주고 있다.
2. 박찬욱 감독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달은...해가 꾸는 꿈>으로 야심차게 데뷔하고 차기작 <삼인조>에서 참신한 실험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로 인해, 영화평론가 및 비디오 가게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며 쓰디쓴 공백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안정감 있는 연출력을 보여준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흥행 감독’의 역량을 보여주었으며 이후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는 등 최고의 입지에 올랐다.
3. 박찬욱 감독은 변화무쌍한 인물이다. 박 감독은 끊임없이 ‘복수’라는 주제에 천착하면서도 다양한 변주를 이루어내고 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하드보일드의 비정함을, <올드보이>에서는 과잉의 격렬함을,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미학과 윤리학의 결합을 시도했다. 끊임없이 전복하고 넘어서려는 시도로 인해 낙차와 상승을 번갈아 겪기도 하지만, 매너리즘의 기미란 일절 찾아볼 수 없다. B무비 팬이면서 주류영화 감독이며, 상업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는 박찬욱은 자신만의 빛깔을 발산하고 있으면서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로만 만족하지 못하고, 스크린 바깥에서의 그에 대해 궁금해한다. 복합적이고도 모순적인 성격의 박찬욱이 지닌 내공의 깊이를 어떻게 가늠해볼 수 있을까. 박찬욱이 지금껏 틈틈이 써온 글들을 읽는 것, 한편 한편의 글을 통해 하나의 몽타주를 구성해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유쾌한 문장들
‘몽타주montage’는 보통, 용의자를 찾기 위한 합성사진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리고 컷과 컷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영화 장르의 핵심적 특성을 드러내는 용어이기도 하다. 첫번째 산문집인 『박찬욱의 몽타주』는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던 박찬욱 감독의 진면목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책이다. 칼럼, 에세이, 서면 ? 셀프 인터뷰, 제작일지 등 한편 한편의 글들이 모여 ‘매력적으로 뻔뻔한’ 박찬욱 감독의 몽타주를 구성하고 있다. 세계적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과 액션과 컷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유쾌한 문장으로 풀어놓았다.
감독 데뷔에서부터 무명 시절을 거쳐 ‘복수 3부작’을 완성한 최근에 이르기까지 여러 매체에 틈틈이 기고해온 박찬욱은 글 잘 쓰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정작 이 책에 실린 글 중 “내가 쓰고 싶어 쓴 글은 하나도 없다”고 털어놓는다. <공동경비구역 JSA> 이전에는 돈을 벌기 위해, 이후에는 청탁을 거절하지 못해 썼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화 마니아들과 비평가, 글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박찬욱 감독의 만만찮은 필력을 아낌없이 인정한다. 왜일까. ‘어차피 맡은 일이라면 열심히 한다’는 프로 의식과 ‘빨리 끝내고 내 시나리오를 써야겠다’는 열정이 추동한 탓이다. 거기다 즐거움이라는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스스로 ‘쓰고 싶어 안달이 나서 쓰듯이’ 썼기에 그 재미가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박 감독은 여유와 낙천성, 특유의 유머를 아낌없이 발휘하면서도 정곡을 놓치지 않고, 반드시 할 말은 다한다. 이는 <철학자>라는 글에서 밝힌 것처럼 “어떤 생각이든 래디컬하게, 즉 뿌리까지 깊게 파내려가지 않으면 별로 가치가 없다”(21p)는 철저한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키득거리며 웃게 만들면서도 긴장과 밀도, 치밀함을 유지하는 그의 글은 캐주얼하면서도 래디컬하다. 그리고 ‘즐거움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준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썼다는 뜻은 아니다. 경위가 어떻게 되었든 어차피 맡은 일이라면 열심히 해야지. 마치 내가 스스로 쓰고 싶어 안달이 나서 쓰듯이 썼다. 그래야 즐거울 수 있으니까. 즐거워야 빨리 끝나니까. 빨리 끝내야 내 시나리오를 쓸 수 있으니까. 그런 맘으로 쓰다보면 정말 그렇게 되고는 했다.
(- 책머리에 중에서)
『박찬욱의 오마주』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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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치명적 매력」에서는 ‘과감한 실험정신으로 충만한’ <세컨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천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마타도르>, ‘기괴하고, 정교하며, 매혹적인 서부극’ <자니기타> 등 외면하기 힘든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들을 소개한다.
2부 「균열과 냉기」는 주로 자본주의, 가족주의, 또는 현대의 여러 풍경을 음울하고도 서늘하게, 냉소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우디 앨런의 작품들(<한나와 그 자매들>, <또다른 여인>)이나 <아이다호> <아비정전> <스탠 바이 미> 같은 영화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에이리언 3> <이 세상 끝까지> <로보캅> <배트맨 2> 등의 SF, <공포의 계단> <나이트메어 3> 등의 공포영화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3부 「발견과 해석」에서는 풍부한 스토리, 치밀한 캐릭터 표현, 날카로운 주제의식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다중적인 내러티브 구사’에 능하며 ‘철저히 영화적’인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작품들(<플레이어>, <퀸테트 살인게임>), 세르지오 레오네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서부극들(<석양의 무법자>, <용서받지 못한 자>), 아벨 페라라의 <어딕션>과 마틴 스코시즈의 <비열한 거리> 등을 다루었다.
4부 「진실과 농담」에서는 <혈전영웅>과 <지존무상> 등의 홍콩 누아르부터 <엑소시스트 2>, <스크림> 등 공포영화, <다크맨>, <바론의 대모험>, <백 투 더 퓨처 2>, <이벤트 호라이즌> 등 SF 같은 장르영화를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토마토 공격대> 등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기발하고 참신한 표현이 돋보이는 컬트영화에 대한 흥미로운 평론도 눈길을 끈다.
“여기 다룬 작품들이 다 내가 최고로 치는 영화들은 아니다. 말하자면 이 책의 목차가 곧 ‘내 인생의 영화들’ 목록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그런 영화도 몇 섞였지만 거기서도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럴 때면, 누구나 알 만한 나쁜 면을 말하기보다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좋은 면을 말하고자 하였다. 내가 군자라서 그랬을 리는 만무하다. 감독된 자로서 남의 영화 비판하는 일을 마다하는 까닭이야 당연히, “너나 잘 하세요”가 무서워서가 아니겠나.
그래도 정 엉터리들은 어쩔 수 없었다.”
―<책머리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