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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사이로 찾아온 행복

아녜스 마르탱 뤼강 지음| 이승재 옮김| 밝은세상 |2018년 05월 29일 (종이책 2018년 05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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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8년 05월 29일 (종이책 2018년 05월 28일 출간)
    포맷용량 ePUB(6.99MB, ISBN 978898437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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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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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어

# 프랑스소설 # 로맨스소설

나는 단지 피에르의 아내였다

이리스는 언제나 타인의 말에 귀 기울여온 ‘착한 여자’다. 10대에는 보수적인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았고, 일찍 결혼한 후에는 남편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었다. 커다란 집, 번듯한 직장, 유능한 의사 남편까지 가진 이리스의 삶은 언뜻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매일 저녁 텅 빈 집에는 오직 자신이 만들어내는 소음만 울리고, ‘의사 부인’ 소리가 싫어 억지로 다니고 있던 은행에서는 단 한 번도 성취감을 느껴본 적 없다. 남들 앞에서만 다정한 남편, 취미로 바뀐 일생의 꿈……. 보람이라곤 없는 삶에서 우울증에 걸리기 직전인 그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이 날아든다.

목차

이 책은 목차가 없습니다

저자소개

저자 : 아녜스 마르탱 뤼강

저자 아녜스 마르탱 뤼강 Agn?s Martin-Lugand
임상심리학자, 베스트셀러 작가.
개인의 심리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예민하게 읽어낼 줄 아는 저자는 몇 줄의 문장만으로 소설 속 캐릭터들을 독자의 눈앞에 데려다 놓는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강한 현실감이 이야기를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녀의 이런 독특한 능력은 순식간에 독자들을 매료시켰으며 프랑스에서 첫 책을 출간하자마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지금까지 6권의 소설을 썼고 전 세계 3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역자 : 이승재

역자 이승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교육과, 같은 대학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현재 유럽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카린 지에벨의 ≪빅 마운틴 스캔들≫ ≪마리오네트의 고백≫ ≪그림자≫, 도나토 카리시의 ≪속이는 자≫ ≪영혼의 심판≫ ≪이름 없는 자≫, 루슬룬드와 헬스트럼 콤비의 ≪비스트≫ ≪쓰리 세컨즈≫ ≪리뎀션≫ 외 다수가 있다.

책속으로

주말 외출의 유일한 장점은 새 원피스를 입고 나갈 기회가 생겼다는 것뿐이었다. 어젯밤에 마무리 손질을 했는데 결과가 제법 만족스러웠다.
재봉틀은 언제나 내게 활력을 선물했다. 재봉틀이 돌아가는 동안만큼은 모든 걸 깨끗이 잊을 수 있었다. 죽도록 지겨운 은행 업무, 따분한 일상, 거의 각자 살다시피 하는 남편과 나……. 하지만 머릿속 이미지를 종이에 옮기고, 실과 바늘로 스케치에 생명을 불어넣는 순간에는 죽어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심장이 요동치고 삶이 두근거렸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피에르가 기다리고 있는 현관으로 향했다. 그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 준비 끝났어.”
남편은 화들짝 놀라며 주머니 속에 휴대폰을 쑤셔 넣었다.
“빨리도 나온다.” 그는 투덜거리며 재킷을 걸쳤다.
“이거 봐, 어제 끝낸 거야. 어때?” 원피스 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남편을 쳐다봤다.
“진짜 잘 어울려. 항상 그래.”
그는 이미 현관문을 열고 차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나한테 눈길 한 번 던지지 않고. 항상 그러는 것처럼.
_본문 9~10쪽

10여 년 전 그날이 떠올랐다. 엄마에게 예복을 한 벌 만들어드렸던 날. 그날 차라리 엄마가 내 뺨이라도 후려갈겼으면 덜 아팠을 것이다.
“이리스, 설마 엄마한테 이걸 입고 네 오빠 결혼식에 가라는 건 아니지? 엄마 꼴이 뭐가 되겠니?”
엄마는 내가 만든 드레스를 의자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엄마, 한번 입어보기라도 해요.” 나는 애원했다. “정말 잘 어울릴 거라니까요. 내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그럴 시간에 공부나 해. 네 성적을 봐라.”
_본문 13쪽

“난 아이를 가졌으면 좋겠어. 이제 그럴 때도 됐잖아. 안 그래?”
남편은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던진 말에 스스로 감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자신의 말에 좋다고 팔짝팔짝 뛸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가까스로 되찾은 미소가 내 얼굴에서 점점 사라졌다. 남편의 판단과 달리 우리 각자의 계획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당신도 이제 우리 가족에게 오롯이 충실할 수 있게 되는 거잖아. 애초에 그래야 했던 거니까.”
당장 그의 입을 막아야 했다.
“피에르, 잠깐!”
남편의 손에서 내 손을 뺐다.
“난 아이를 가지려고 회사를 그만둔 게 아니야.”
피에르도 다시 진지해졌다.
“그럼 이유가 뭐야?” 그는 턱에 힘을 주며 내게 물었다.
“디자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찾아냈어.”
“당신 지금 장난하는 거지?”
“그래 보여?”
남편은 내가 제정신인가 확인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과거는 과거야. 이미 지나갔다고. 당신은 절대 디자이너가 될 수 없어.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당신 몰래 비열한 결정을 내린 건 사실이지만…….”
“절대? 당신이야말로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_본문 29~30쪽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편을 보낸 후 끝없이 이어지는 기다림 앞에서 불안감을 감추려고 애썼다. 거의 보름 동안 재봉틀에 손끝 하나 대지 못했다. 우편배달부가 언제 오는지에 온 신경이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내가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지 않았는지 오전 중에만 스무 번을 확인했다. 이 교육 과정에 내 모든 것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너무 과장된 생각일까? 하지만 만약 입학을 거부당하면 내 꿈은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고, 피에르는 내가 다른 곳에 지원서를 낼 기회를 주지 않을 게 뻔했다. 당장 피임약도 끊어야 할 판이었다.
드디어 우편배달부가 서류 봉투 하나를 건넸다. 매일같이 확인하고 기다렸던 최종 판결문이 담긴 바로 그 봉투였다. 들뜬 마음으로 봉투를 열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안에 든 서류를 꺼냈다. 그런 다음 여러 차례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두툼한 크림색 종이 위에 답변이 적혀있었다. 검은색 잉크로 우아하게 적어내린 짤막한 손 글씨였다.
‘1월 10일, 아틀리에에서 뵙겠습니다.’
_본문 39~40쪽

출판사서평

그녀의 행복은 집 안에 없었다!

- 임상심리학자가 쓴 성장 멜로
- 전 세계 여성을 사로잡은 프랑스 작가, 아녜스 마르탱 뤼강 작품

합격 편지를 태웠다고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리스의 꿈은 의상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취미일 뿐이다. 스무 살 즈음 가족들 몰래 의상학교에 지원했지만 합격하지 못했고, 이를 계기로 꿈을 접어버렸다. ‘나는 재능이 없어.’라고 되새기며 마음을 잡아 눌렀다. 이후 의사 남편의 충실한 아내이자 착한 딸로 살아오던 어느 날, 큰오빠의 말실수로 가족들이 숨겨온 거짓말이 드러난다.
“합격 편지를 태웠다고요? 내 인생을 훔쳐간 장본인이 내 친부모라니!”
이리스는 평생 바라온 꿈이 자신을 가장 존중하고 사랑해줘야 할 가족들에게 쓰레기 취급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현듯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얼마나 남을 위해 살아왔는지, 현재 삶에 질식해 있는지 깨닫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남편은 ‘원래 그랬어야 하니까, 우리 가족에게 오롯이 충실해야 하니까’ 어서 아이도 낳자고 말한다.

이리스에게 필요한 건 왕자님이 아니라 요정 대모였다?!

분노가 용기로 바뀐 것일까. 남아있는지도 몰랐던 꿈을 향한 열망이 이리스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피어올랐다. 그녀는 번듯하지만 남편을 위해 존재하던 ‘그림 같은 집’에서 탈출해 파리행을 결심하고 그곳에서 권위적이고도 관능적인 멘토, 마르트를 만난다.
60대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대단한 미모와 우아함을 갖춘 마르트는 이리스로선 짐작할 수 없는 수준의 재력가다. 마르트는 재능은 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해 아틀리에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 드디어 오래도록 기다려온 완벽한 인물 이리스를 만난 것이다.
마르트는 평생 고개를 숙이고 살아온 이리스에게 허리를 펴고 대중을 제압하는 기술을 가르쳐주고, 세상에 자신의 재능을 펼쳐 보일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을 완벽하게 지지하는 사람을 만난 이리스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성공에 대한 강한 욕구를 동시에 느낀다. 마르트의 삶에 동화되어 갈수록 남편과의 갈등은 거세져가고, 그 와중에 마르트의 오른팔이자 금융계의 상어로 통하는 가브리엘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마는데…….

[책속으로 추가]
4층에 도착하자 양쪽으로 여는 커다란 문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 문 옆에 있는 벨을 누르자 늘씬한 여성이 문을 열고 나왔다.
“이리스 씨겠지요?” 그녀는 묵직한 저음에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네, 안녕하세요.”
“난 마르트예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들어와요.”
대략 60대 정도로 보이는 마르트는 다른 시대에서 건너온 듯한 흔치 않은 미모와 우아함을 갖추고 있었다. 밤색 곱슬머리는 티나지 않는 스프레이로 잘 고정되어 있었고, 담갈색 눈동자와 빨간 립스틱을 바른 두툼한 입술은 도자기처럼 하얀 피부와 대조를 이루었다. 복도를 걸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관찰한 그녀의 걸음걸이는 마치 패션쇼 모델 같았다. 머리는 꼿꼿이 세우고 등과 어깨를 살짝 뒤로 젖힌 자세, 아찔한 높이의 힐까지 완벽했다. 마르트는 하늘하늘 휘날리는 짙은 색 드레스 안에 자신의 호리호리한 체구를 감추고 있었다.
“먼저 아틀리에를 보여줄게요.”
_본문 49~50쪽

마르트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문제가 뭐야, 이리스?”
“남편이요.”
“어디 자기 생각을 말해봐. 남편이 자기의 모든 걸 결정해주는거야? 이리스는 남편의 모든 결정에 순종하는 그런 여자야?”
“그런 건 아니……. 아니, 제가 설명을 잘못한 것 같아요. 남편은……. 그러니까 남편은 몇 달 한다고 뭐 달라지겠냐고, 제 생각에는…….”
“생각에는 뭐?”
“남편이 제가 이쪽 일을 하는 걸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 반대라는 걸 입증해야지. 일을 해. 자신을 위해서. 아침마다 자신을 위해서 일어나는 그런 삶을 살아보라고. 이리스의 성공이 바로 남편에게 자신이 얼마나 운 좋은 남자인지를 깨닫게 해줄 테니까. 그렇게 되면 마법처럼 남편이 자기한테 관심을 갖게 될 거야. 남편한테 바라는 게 그런 거 아니었어? 내 말이 틀렸나?”
나는 그녀의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
“내일 치수를 재야 한다고 하셨죠? 혹시 어떤 주문인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마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가다가왔다.
“자기…….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어. 그렇게 될 거야!”
_본문 117~118쪽

“가브리엘!” 그녀가 외쳤다.
나는 나이가 지긋한 금융 전문가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략 40대 초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남자가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왜소함과는 거리가 멀고 보무가 당당했다. 짙은 색 재킷과 넥타이, 커터웨이 카라에 커프스링
크 버튼이 달린 와이셔츠, 예리하게 정리된 헤어스타일이 조금 위험해 보이는 분위기를 풍겼다. 거리에서 마주친다면 누구라도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될 그런 남자였다.
“네, 부르셨어요, 마르트.” 그는 마르트에게 말을 걸면서도 눈은 내게로 향해 있었다.
“이리스를 소개해주려고. 이리스, 여기는 가브리엘이야.”
“만나서 반가워요.”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는 몇 초간 내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놀라운 건 그가 손을 놓자 나도 모르게 더 붙잡아주기를 바랐다는 점이다.
“아, 마르트가 아끼신다는 바로 그 분이군요.” 그는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내 인사에 답했다. “이렇게 직접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안 그래도 마르트가 꾸며낸 가상의 인물이 아닌가 의심이 들던 터였는데 실존 인물이셨네요.”
그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서 날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앞으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네요.” 그가 말했다.
“일하는 동안만큼은 이리스 방해하지 마.” 마르트가 끼어들었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답니다. 그냥 잠시 들러서…… 바느질하시는 거나 볼 생각이었죠.”
그는 나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순식간에 머리끝까지 벌겋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가브리엘, 자기가 언제부터 옷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지?” 마르트는 쌀쌀맞게 쏘아붙였다.
“정확히 1분 45초 전부터요.”
나는 풋 하고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럴싸한 농담이라도 건네고 싶었다. 아니, 무슨 말이든. 하지만 이 남자가 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머리가 혼란스럽고 정신이 아찔해졌다.
_본문 9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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