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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나기

김석희 지음| 열림원 |2016년 12월 21일 (종이책 2015년 12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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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6년 12월 21일 (종이책 2015년 12월 15일 출간)
    포맷용량 ePUB(33.41MB, ISBN 9788970638423)
    • 세종도서 문학나눔 > 2016년 >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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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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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희의 두 번째 소설집『하루나기』. 20대 청춘의 방황과 열정, 40대 중년의 현실과 혼란이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만나게 되는 순간을 공통적으로 그리고 있다.

목차

괄호 열고 닫기 ……07
단층 ……40
유리로 지은 집 ……72
하루나기 ……98
허수아비 ……130
보리암 가는 길 ……186
푸른 농어 낚시 ……220
시간의 늪 ……247
어떤 위인전 ……330
이상의 날개 ……337
작가의 꼬리말. 다시 시작하면서……366

저자소개

저자 : 김석희

저자 김석희는 1952년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등단했다. 한때 창작과 번역을 병행했으나 소설집 『이상의 날개』와 장편소설 『섬에는 옹달샘』을 발표한 뒤에는 번역에만 종사하여,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쥘 베른 걸작선’(20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등 많은 책을 번역했다. 역자 후기 모음집 『번역가의 서재』와 귀향살이 이야기를 엮은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를 펴냈으며, 제1회 한국번역대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창작을 그만두기 전에 쓴 작품들을 묶은 것으로, 소설을 다시 시작하면서 내딛는 디딤돌이다.

책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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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가 보고 싶다. 그를 다시 만나고 싶다

1988년 「이상의 날개」를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절필 이전까지 10년간 한 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소설집을 내놓으며 번역가로서의 눈부신 활약과 더불어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왔던 소설가 김석희가 오랜 침묵을 깨고 그간의 미출간된 아홉 편의 중단편소설과 등단작까지 포함하여 두 번째 소설집을 우리 앞에 선보인다. 다시 소설가로 돌아가겠다는 선언도 함께다.
이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엿볼 수 있는 특징은 20대 청춘의 방황과 열정, 40대 중년의 현실과 혼란이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만나게 되는 순간이다. 지리멸렬하게 지속되는 일상 속에서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소식을 통해 나 자신의 과거와 현재가 마주하는 순간, 마치 ‘시간의 늪’에 빠져버린 것처럼 흘러가버린 젊음, ‘단층’처럼 그때와 지금의 시간적 지층이 어긋난 접점으로 포개진 것을 인식해버린 순간의 아득함을 작가는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집요하게 그려낸다.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1990년대 발표 당시 번역가로서 이제 막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것과 반비례하여 자꾸만 창작의 길에서는 벗어나게 되는 작가 본인의 상이다. 그는 현재 내년 완성을 목표로 신작 장편소설의 집필도 병행하고 있다.
“1998년 가을에 중편소설 발표한 것을 끝으로 창작을 접은 뒤 처음 10년은 내 이름 뒤에 (소설가 번역가)라고, 그 후 10년은 미련 때문에 (번역가 소설가)라고 덧붙이다가, 그 뒤로는 ‘소설가’를 아예 빼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때나마 도타웠던 애인에 대한 그리움이 왜 없었겠습니까.” __‘작가의 꼬리말’에서

「괄호 열고 닫기」 주인공 ‘나’는 대학생 시절에 미대 졸업전시회에서 만난 어떤 그림에 기묘한 인상을 받아 충동적으로 그것을 훔친다. 그 후 ‘나’는 군 입대와 이사, 결혼 등을 거치면서도 소중하게 그림을 보관해왔다. 십수 년이 훌쩍 지나 소설가가 된 중년의 ‘나’는 어느 잡지에 그 그림을 훔쳤던 사건을 비틀어 살을 붙여 다른 이야기로 꾸며서 글 한 편을 기고한다. 그런데 그 글이 발표되고 난 후 어떤 낯선 이로부터 편지가 한 통 도착하는데…….

상상력이 만들어낸 해답은 사실 정답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상상력은 정답을 무너뜨린다. 정답을 해체시키고 무화시키는 데서 상상력은 그 자신의 몫을 거둔다. 나는 그림을 훔쳤다. 아우슈비츠에 끌려간 유대인들은 두 줄로 나뉘어 섰다. 나는 잡지에 발표한 글에서 그림을 사진으로 바꿔치기했다. 두 줄로 나뉘어 선 유대인들은 소독실로 또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림의 임자가 나타났다.
며칠 전이다. 내 수필이 실렸던 잡지사의 후배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한테 전해달라는 편지가 와 있다는 것이었다.
“편지?”
“미국에서 보내왔어요. 발신인은 조명곤.”
나는 후배가 들려준 이름을 입안에서 굴려보았다. 전혀 모르는 이름이었다.
“내용이 뭔데?”
“남의 편지인데 함부로 뜯어볼 수 있나요? 하여간 형한테 전해 달라고 겉봉에 적혀 있어요.”
(34쪽에서)

「단층」 같은 고등학교 문예반 삼총사였던 ‘나’와 ‘문표’, ‘태섭’은 대학입시를 계기로 서울생활을 시작한다. 공동 시화전, 방학 무전여행, 유신 반대 데모 등 197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하는 평범한 청춘의 나날은 짧았고 이윽고 군입대와 졸업, 취직, 사회인 생활, 결혼 같은 변화가 생기며 셋은 소원해졌다가 가까워지기를 반복한다. 이런 느슨한 친교는 ‘문표’의 이혼과 ‘태섭’의 실종사건을 계기로 끊어진다. 하지만 15년이 지나 끊겼던 시간의 단층을 건드리기라도 하듯 ‘태섭’의 동생 ‘우섭’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의논할 일이 있으니 만나자고 한다. 그리고 재회한 자리에서 ‘우섭’은 ‘나’에게 낡은 사진 한 장을 내미는데 이제 갓 돌이 되었을까 싶은 아이 사진이다.

기억이란 참 마술 같은 것이다. 평소에는 망각의 늪 속에 매몰된 채 그림자조차 내보이지 않다가도, 어떤 계기로 수면 위에 떠오르기 시작하면, 거기에 딸려 나오는 과거의 파편들은 마치 천년 세월을 흙 속에 묻혀 있다가 발굴된 옥구슬처럼 영롱하기까지 하다. 과거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과거를 보석처럼 다듬어내는 시간의 마술이 소중한 것이리라. 이 같은 마법의 손이 없다면 우리의 시간이란 얼마나 거칠고 지겨운 것일까. 또, 거기에 붙잡힌 우리의 삶이란 얼마나 삭막하고 고단한 것이랴.
(52쪽에서)

「유리로 지은 집」 개발이 덜 끝난 신도시로 이사 온 소설가 ‘나’는 새로운 동네를 산책하며 곳곳을 살피다가 우연히 헌책을 쌓아놓고 파는 리어카 책방 주인을 알게 된다. 그의 이름은 ‘박경호’. 20세기 초중반 주요
문인들의 서적들을 친필 서명본까지 아무렇지 않게 내다 파는 박경호의 정체에 관심을 가진 ‘나’는 그곳을 꾸준히 드나들며 단골이 된다. 어느 날, 박경호는 아무 말 없이 ‘나’에게 오래된 소설책 한 권을 선물로 건네주는데 제목은 ‘유리로 지은 집’이고 지은이는 ‘박지문’이었다. 박지문이 박경호의 필명이란 걸 알게 된 ‘나’는 이제는 활동을 중단한 지 오래인 소설가 ‘박지문’에 관해 조사해나가기 시작한다.

책은 그가 놓고 간 것이었다.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받은 책이 벌써 열 권도 넘었다. 짐작건대 그가 나한테 선물로 주는 책들은 그로서도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일 터였다. 예컨대 에드먼드 윌슨의 『Axel’s Castle(악셀의 성)』은 경성제대 도서관 관인이 찍혀 있을 만큼 오래된 책이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그의 손에 들어갔는지는 모르나, 그 책을 다시금 나한테 넘겨준 데에는 그만큼 깊은 그의 속정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제목은 ‘유리로 지은 집’. 지은이는 박지문. 장편소설이었다. 표지를 열자 속표지에 증정의 말이 적혀 있었는데, 놀랍게도 받는 사람은 나였고 주는 사람의 이름은 박경호였다.
(91쪽에서)

「하루나기」 중년의 샐러리맨 ‘김종인’은 토요일 아침 출근길에 우연히 지하철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인사를 한다. 그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자 삼진기획 부장인 ‘염승섭’은 얼결에 같이 인사를 하지만 상대방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전 직장 상사의 딸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염승섭’은 대학 동창 ‘현진걸’을 17년 만에 만난다. 도서출판 천야의 주간으로 있는 ‘현진걸’은 그의 번듯한 명함을 보며 괜한 자격지심을 느낀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고교 동창 ‘이효식’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그를 맞이한다. 그러나 장례식장에도 가지 못하고 사장이 내민 번역 소설을 급하게 작업해야 할 상황에 놓인 ‘현진걸’은 부랴부랴 번역가 ‘채만석’에게 전화를 거는데…….

대화의 마지막 주제는 ‘중년의 꿈’이었다. 인생길 반 고비에 이르러 이제는 내리막에 들어선 나이.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왠지 허무하고, 뭔가 새롭게 시작하려 해도 두려움의 벽이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머뭇거리고 망설이다 주저앉고 마는 나이. 바람 한 줄기에도 그게 태풍의 낌새인 줄 알아채고 재빨리 움츠리는 나이. 뒤에서는 떼밀리고 앞에서는 짓눌려 숨막힌 세대. 아무리 그렇더라도, 중년이라고 꿈이 없을 것인가. ‘파초의 꿈’도 있고 ‘갈매기의 꿈’도 다 있는데.
(123쪽에서)

「허수아비」 어느 종합출판사의 어학부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나’는 갑자기 밀려든 타 부서 프로젝트까지 일부 떠안게 되면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오래 잊고 있던 이름 하나가 전화 메모와 함께 넘어온다. ‘이두호’. 대학 시절에 같이 유월항쟁의 추억을 나누어 가졌던 친구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이두호’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수배자 명단을 보여주곤 잠시 몸을 숨길 곳이 필요하다며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 후 나는 그를 보지 못했다. 군에서 제대한 뒤에 복학은커녕, 아예 고향을 떠나버렸다는 이야기를 소문처럼 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아니, 짐작이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 제주는 그에게 고향이 아니었다. 1950년대 후반, 이 나라 어느 곳이든 궁핍과 고단한 삶으로 진저리를 치고 있을 무렵, 그의 부모는 삶의 뿌리를 내릴 곳을 찾아 마지막으로 제주섬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때 그의 나이 네 살이었다고 한다.
(139쪽에서)

「보리암 가는 길」 ‘나’는 작가로 등단은 했으나 창작에 집중하기보다는 출판사에서 주는 번역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어느 날, ‘나’는 ‘우주원리연구회’라는 낯선 단체로부터 등기우편으로 초청장을 받는다. 다른 아무 설명도 없이 축하의 말과 함께 행사의 일시와 장소가 명시되어 있을 뿐인 초청장이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초청장을 쓰레기통에 버린 ‘나’는 그러나 당일 오전에 다시 한 번 낯선 이로부터 행사 초청을 재확인하는 괴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익히 잘 아는 문학평론가 ‘김형’을 만나게 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을 이 행사에 부른 것은 김형이었다. ‘나’는 ‘김형’과 함께 행사장으로 향하고 ‘대명 선생’이라는 이상한 중년의 남성이 그곳에 나타난다.

하루는 소년이 할머니한테 묻습니다. 천국이 뭐냐고. 그러자 노파는 잠자코 커피 주전자를 보여준 다음,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지그시 눈을 감습니다.
왜 하필 이 소설이 갑자기 생각난 것일까요. 애써 기억에 담아 둔 바도 없는데. 커피 한잔 마시고 싶다는 갈증이 작용한 탓일까요. 아니면, 그 궁핍하고 구석진 세계에서도 자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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