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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소년의 아코디언

김열규 산문

김열규 지음| 산지니 |2013년 09월 30일 (종이책 2012년 06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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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3년 09월 30일 (종이책 2012년 06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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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서강대학교 김열규 명예규수의 산문집 『늙은 소년의 아코디언』. 이 책은 김열규 명예교수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한 유년 시절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일본인 소학교에 원정을 떠나 일본아이들을 응징하기도 했고, 당시 '후잔닛보'로 불리우던 오늘날의 '부산일보'에 작문 글이 실려서 신문사로 한걸음에 달려가는 등 꿈과 열정으로 점철된 어린 날들을 보냈다. 그의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아련한 ‘고향’에 대한 이야기와 그곳에서 자라나는 한 소년의 성장을 엿볼 수 있다.

목차

첫머리에 | 부산, 한국 현대사의 전위대

1부 자갈치를 낚싯대로 휘저으면서

알짜 부산 놈! 부평동에서 자라면서
부평동 ‘사거리’ 시장에서
부용동, 영생유치원과 항서교회에서
‘나가테 도오리(광복로)’의 야시장에서
전차에 얽힌 추억
용두산 신사에서 일본 신들에게 절하고
소년 독립투사의 투쟁
부민 이겨라! 봉래 이겨라!
‘후잔닛보(釜山日報)’에 글이 실리고
보수천 ‘검정다리’에서 물놀이
자갈치를 낚싯대로 휘저으면서
대신동, 고원견산에서 여우를 만나다
까치고개 넘어 괴정으로
하단과 명지에서 수박서리
...

책속으로

수영복이고 뭐고 할 것 없이 팬티로만 알몸을 가리고는 온 방파제를 휘젓고 다녔다. 방파제에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는 어선에 올라타서는 그 뱃전이나 뱃머리에서 곧잘 다이빙을 해댔다. 바다 속에 몸이 화살처럼 내리박힐 때의 아찔함, 다시 솟구쳐 올라오는 그 순간의 짜릿함이라니! 무엇으로도 비길 수 없는 쾌감에 젖을 수 있었다. -나의 영도다리

1945년 8월 15일! 그날의 조국 해방과 광복을 나는 꿇어앉아서 맞이했다. 당시 대연동에 있던 부산제1공업학교 기계과 2학년 학생이던 우리는 학교 안 기계 공장에서 군수품을 만들고 있었다. 미리 준비한 라디오에서 왕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울먹이듯, 유감스럽게도 전쟁에 졌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줄지어 앉아 있던 일본 군인들이 통곡을 시작했다. 그런 분위기에 밀려서 우리 조선인 학생들은 떨치고 일어설 수 없었다. 그냥 앉은 채로, 소리 없이 만세를 불렀다. -‘학생 치안대’로 파출소 근무

출판사서평

부산에서 자라난 한국학의 거장 김열규의 청소년 시절을 그린 자화상

『한국인의 자서전』, 『노년의 즐거움』 등 인문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한국학 학자로 지금껏 수많은 저서를 집필하였던 김열규 서강대학교 명예교수가 스스로의 80년 인생을 돌아보며 쓴 산문집을 출간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처럼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고자 고성으로 낙향한 그는 여든의 나이에도 꾸준한 집필과 강연을 하며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지금까지의 그가 한국인의 삶과 죽음, 의식구조와 행동양식 등을 깊이 있게 연구해왔다면, 산문집 『늙은 소년의 아코디언』에서는 누구나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아련한 ‘고향’에 대한 이야기와 그곳에서 자라나는 한 소년의 성장기를 그려내는 데 주력한다.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한 유년 시절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광복하기 전 일제 강점기에 그토록 일본을 위해서 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맹세하곤 했는데, 이게 뭐람? 광복을 맞은 이제, 공산주의를 위해서 죽으라니!”(p142)

광복 후, 좌익 학생 단체 소속의 선배들이 시켜 공산당의 ‘적기가’를 불렀던 일은 소년 김열규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그 당시 빚어진 정치 집단의 이념 갈등은 학생들에게까지 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산문집『늙은 소년의 아코디언』은 일제 시대와 광복, 6?25전쟁 등 굴곡진 현대사를 겪게 되는 소년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독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일제 강점기, 부산의 부평동 사거리에서 ‘마사무네야 혼텐(正宗屋 本店)’이라는 정종 도매 가게를 운영하셨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김열규 교수는 일본 상점과 사무실이 즐비한 그곳에서 ‘누가 뭐래도 여긴 우리 조선 땅이야!’라며 마음속에 긍지를 잃지 않았다. 그가 유년을 보낸 부산은 일본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에 따라 한국의 현대사를 더욱 실감나고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소재를 저자는 무겁게 풀어내지 않는다. 그 시절의 부산 풍경과 한 소년의 성장기를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밌게 보여주고 있다.


마음껏 소년다울 수 있었던 그때!

김열규 교수는 자신의 유년기를 여러 가지 일화를 통해 그려내고 있는데, 전차가 다니던 그 시절, 마음껏 시내를 활보하면서 이웃집 형과 함께 일본인 소학교에 원정을 떠나 일본아이들을 응징했던 일, 그리고 「부산일보」(당시 ‘후잔닛보’)에 작문 글이 실려서 신문사로 한걸음에 달려갔던 장난기 가득한 소년의 모습들을 노년이 된 지금에도 여전히 소년의 눈으로 회고한다. 늙은 소년 김열규 교수가 켜는 아코디언의 울림을 듣다 보면, 어느덧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으로서 부산을 마주할 뿐만 아니라, 소년이 된 우리네 어린 시절의 모습까지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꼬맹이’ 소년 김열규의 삶을 그린 「자갈치를 낚싯대로 휘저으면서」와 철들기 시작할 무렵 ‘학생’ 김열규의 삶을 담은 「얌생이와 돗따」가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일제 치하를 겪은 유소년기와 1945년 광복을 맞기까지 청소년기의 김열규 교수 모습을 나눈 셈이다. 특히나 2부 「얌생이와 돗따」에는 조선인과 일본인이 학교를 함께 다닐 수 없었던 당시의 모습과 함께 군수품을 만들면서 꿇어앉아 맞이하던 광복의 순간들이 묘사되어 있어 한국 현대사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소년의 기억에 스며든 둥지, 부산

6?25전쟁이 끝나고 인생의 황금기인 청년 시절까지 자신을 품어주고 가꾸어준 부산을 둘도 없는 ‘내 둥지’라고 말하는 김열규 교수. 광복로, 보수천, 자갈치, 영도다리, 중앙동 40계단, 범어사 등 그의 기억 속 부산은 과거와 현재를 종횡무진하며 변모했다. 지금은 ‘문화관광테마거리’로 바뀐 중앙동 40계단은 6?25전쟁 시대를 회고하는 역사박물관 거리라고 해도 될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40계단의 중턱에는 ‘아코디언 켜는 사람’의 동상이 있는데, 이곳은 저자가 학생 시절, 좌익과 우익 학생의 싸움을 겪은 곳이라 김 교수에게는 아픈 사연이 깃든 장소이다.
한편, 지금의 부산 서구청에 위치했던 ‘대정(大正)공원’의 지명을 설명하면서 일본말로 ‘다이쇼’라고 하는 일본 왕의 칭호를 언급하고, 오늘날 국제시장의 전신인 ‘돗떼기시장’이 ‘돗따(取, 취할 취)’에서 왔다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을 설명한다. 보수동 헌책방의 기원도 바로 이 ‘돗떼기시장’에 있다고 한다. 그는 이곳에서 일본인들이 버리고 간 많은 책들을 수집했는데, 이 책들은 어린 김열규로 하여금 학문에 대한 열정을 갖게 하여, 훗날 학자 김열규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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