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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홍성욱 지음| 동아시아 |2016년 10월 02일 (종이책 2016년 09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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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정보
    출간일 2016년 10월 02일 (종이책 2016년 09월 21일 출간)
    포맷용량 ePUB(15.38MB, ISBN 9788962621587)
    • 세종도서 학술도서 > 2017년 >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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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홍성욱 교수, 과학 본질의 통념을 깨부수다!


토머스 쿤의 ‘패러다임’을 대체할 홍성욱 교수의 ‘네트워크’『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이 책은 한국의 '과학기술학' 담론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홍성욱 교수가 쿤의 패러다임 개념을 확장·발전시킨 개념으로 ‘네트워크’를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네트워크는 현대 과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으로, 과학적 이슈의 흐름을 설명하는 키(key)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며 STS 즉, '과학기술학' 담론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이 쓰인 순서를 따라가면 STS 핵심 개념이해와 현대 과학에 참여하는 주체로 사고를 넓혀갈 수 있다. 제1장에서는 과학기술학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개념과 과학기술학의 기본적 이해를 얻게된다. 2장에서는 실제 과학사에서 네트워크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살펴보며 3장에서 전자기학의 고전적인 논의에서부터 은나노 세탁기 논란 등 최근 이슈를 다양하게 들여다본다. 마지막 4장에서는 앞으로 과학과 과학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져야 할지 생각해보도록 안내한다.

목차

과학기술을 테크노사이언스의 네트워크로 생각하기

제1장 인간과 비인간
테크노사이언스에게 실험실을 달라
고속도로, 과속방지턱, 안전벨트, 경로석
까칠한 비인간 행위자들
인간과 기계의 차이
로봇 과학자는 불가능한가
사냥꾼과 학자

제2장 네트워크로 보는 테크노사이언스
미 항공모함이 쿠웨이트까지 가려면
실험실 속 제왕나비
네트워크로 읽는 세상
패러다임

제3장 과학철학적인 탐색
세계는 하나인가
사실
법칙은 자연에 존재하는가
과학적 이론과 민주주의

제4장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융합
...

저자소개

홍성욱

저자 : 홍성욱

저자 홍성욱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교수. 동 대학원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기술과 사회(STS)’, ‘과학기술사’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TS 분야를 주제로 『생산력과 문화로서의 과학기술』 『과학은 얼마나』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을 썼고, 과학기술사 분야에 관해서는 『Wireless: From Marconi's Black-box to the Audion』,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를 썼다. 그 외에 『과학으로 생각한다』 같은 여러 책을 편집하고 기획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 과학 문화 쪽으로도 관심이 많아서, 2013년에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Dynamic Structure and Fluids]전을 공동 기획했고, EBS [빛의 물리학](2014)에 과학 자문을 맡아 과학 다큐멘터리 제작에 일조하기도 했다.
조만간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모아서 ‘미래 예측의 과학성에 대한 비판서’(공저)와 ‘자동인형 및 인공지능’에 대한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과학과 가치’의 문제와 ‘과학과 인문·예술’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책속으로

교과서에 실린 과학은 깔끔하고 확실합니다. 그리고 객관적이고 보편적입니다. F=ma란 공식을 이용해서 문제를 푸는 과정에는 사회적이거나 문화적인 요소들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과학을 공부하면서 과학이 눈물겨울 정도로 합리적인 것이며,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 세상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근대 과학의 본산인 서양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이런 경향이 훨씬 더 두드러지고 심각합니다. 역동적인 문화로서의 과학 발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채, 교과서에 실린 과학만을 수용하고 배운 데에서 기인한 경향이지요. 따라서 테크노사이언스라는 네트워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성장하고 변화하면서 다른 모양으로 바뀌는지 살펴보는 것은 과학에게 ‘인간의 얼굴’을 부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특히 과학이 경제성장의 도구로만 인식되는 우리에게는 신의 얼굴을 한 과학이 아니라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 14-15쪽

우리는 비인간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갑니다. 기술과 같은 비인간 존재들은 우리와 결합해서 일종의 ‘잡종적 존재’를 만들고,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제약을 부여합니다. 이들은 우리의 자유의지를 제한하며, 우리가 특정한 도덕적인 입장을 가지도록 강제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들은 ‘행위자(actor)’입니다. 사회에 대해서 생각할 때, 인간만이 아니라 비인간들을 중요한 사회 구성원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이런 새로운 비인간들을 만들어내고, 이해하고, 길들임으로써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것이 테크노사이언스입니다. 테크노사이언스에 대한 이해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이해하길 꾀하는 사회과학의 일부는 물론, 인간의 내면에 대해서 더 깊은 이해를 원하는 인문학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 47-48쪽

고속도로 커브길에서 차가 막혀서 정차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오던 운전자는 커브길 때문에 도로가 막혀 있는 상황을 볼 수 없었습니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정차하고 있던 내 차를 들이받게 되었습니다. 나는 괜찮았는데 내 차가 밀리면서,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나와 있던 운전자를 쳐서 크게 다치게 했습니다. 누구의 책임일까요?
앞에서 인간-비인간의 네트워크를 생각하면 순수한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라는 존재를 생각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다른 인간이나 비인간의 존재는 항상 나의 자유를 확대하거나 제한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만든 인터넷 때문에 더 자유롭게 내 의견을 표출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시선과 감시에 노출됩니다. 법 때문에 내 언론의 자유가 신장되었지만, 내 자유로운 욕망에 반하는 법도 지켜야 합니다. 비인간이 내게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내 손에 총이 쥐어지면 나는 맨손으로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운전대만 잡아도 성격이 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인간, 비인간들과 밀접하게 얽혀 있는 내가, 대체 나의 의지에 따르는 순수한 자유를 얼마나 가질 수 있을까요?
/ 381쪽

1703년에 왕립학회의 회장이 되고 1704년에 『광학』을 출판한 뒤에, 뉴턴은 자신의 이론을 다시 강력하게 옹호합니다. 그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결정적 실험’을 반복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결과를 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실험에 사용한 프리즘이 엉터리이기 때문에 잘못된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반박하도록 했습니다. 이탈리아의 뉴턴주의자였던 만프레디는 “우리가 영국에서 받은 프리즘처럼, 프리즘이 전적으로 완벽할 때에는 결과가 항상 (뉴턴주의) 원칙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온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논쟁 끝에 뉴턴의 이론에 반대하는 광학이론, 색깔이론은 잠잠해졌고, 18세기의 100년은 (물론 예외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뉴턴의 광학이론이 지배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과학기술학은 뉴턴의 광학이론과 실험이 제시되고 서서히 자리 잡은 과정을 사회문화적 과정으로 봅니다. 광학에서의 뉴턴의 권위는 뉴턴의 실험의 권위가 세워지면서 확실해졌고, 이를 위해서 뉴턴과 다른 실험 결과를 낸 사람들의 실험은 엉터리 프리즘을 사용한 미숙한 실험으로 평가받아야 했던 것입니다.
/ 409-140쪽

출판사서평

“과학의 본질에 대한 통념을 철저히 깨부숴준다” -장하석

과학기술은 사회적 네트워크로 움직인다
낙동강 녹조, 인공지능, 가습기 살균제, 원전, 유전자 가위, 동물실험…
과학과 사회, 같이 얘기 좀 합시다!

과학은 ‘사회적 네트워크’로 움직인다!
토머스 쿤의 ‘패러다임’을 대체할 홍성욱 교수의 ‘네트워크’
최근 국제 환경단체인 ‘시셰퍼드’는 일본의 포경선을 추격할 수 있는 규모와 속도를 가진 포경감시선을 건조했다고 밝혔다. ‘시셰퍼드’가 그간 일본의 포경선을 저지하기 위해 과격한 폭력 대응을 서슴지 않아왔음에도 여러 국가로부터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것은 서양인들이 공유하는 고래에 대한 ‘사실들’ 때문이다. 서양에서 고래는 매우 지능이 높은 동물이다. 그간의 무분별한 포획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기도 하다. 서양인들에게 고래를 잡아먹는 행위는 생물 다양성에 대한 위협인 동시에, 지능을 가진 동물을 해치는 야만적인 행위인 것이다. ‘과학적 사실들’에 기반을 둔 이런 믿음은 굉장히 확고하다.
반대로 오랫동안 고래 고기를 소비해온 일본에게 포경 반대 운동은 서양에서 만들어진 ‘환경 제국주의적 동맹’의 폭력이다. 일본 측의 과학적 데이터에 따르면 고래는 금붕어와 다를 것이 없는 물고기이며, 아직 멸종 위기에 처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다른 물고기들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 포식자이다. 일본의 포경은 ‘과학적 연구’라는 타이틀 아래 일본 과학자들과의 동맹을 통해 이루어진다.
고래는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인가, 다른 물고기들을 먹어치우는 포식자인가? 양측의 주장은 모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다. ‘과학적 사실’은 존재하는 것인가? 토머스 쿤에 따르면 이런 논쟁은 ‘패러다임’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패러다임은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제창한 개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틀을 의미한다. 패러다임이 다른 사람들은 같은 ‘사실’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에서 홍성욱 교수는 쿤의 패러다임 개념을 확장·발전시킨 개념으로 ‘네트워크’를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네트워크는 현대 과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이며, 과학적 이슈의 흐름을 설명하는 키(key)이다. 네트워크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뻗어나가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성장하던 네트워크가 소멸되거나 다른 네트워크로 대체되기도 하고, 여러 네트워크가 하나로 응축되기도 한다.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네트워크의 관점으로 볼 때, 과학이 사회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또, 과학이 자연 본연의 속성이라기보다 ‘인간’의 활동임을 직시할 수 있다.

서울대 홍성욱 교수, 다년간의 단독 기획, 그리고 집필!
21개의 미공개 원고로 쓰인 ‘STS 에세이’
저자 홍성욱 교수는 정통파 과학사학자인 동시에, 과학기술학(STS)을 한국에 도입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이다. 일반 대중들에게 단순히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대중들뿐만 아니라 기성 과학자들도 과학을 다층적이고 복잡한 체계로서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과학의 대중화’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2003년 토론토대학교 강단에서 내려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대학원 내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06년에 협동과정 내에 과학기술학 전공프로그램을 만들고 과학기술과 사회의 여러 상호작용을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는 이렇게 지난 10년간 홍성욱 교수가 연구하고, 강의하고, 학생들의 논문을 지도하면서 새롭게 이해하고 고민했던 내용들이 담겨 있다. 한국의 ‘과학기술학’ 담론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저자가 단독으로 기획·집필하였으며, 전작들과는 달리 기고되거나 공개된 적 없는 미출간 원고로만 한 권이 채워져 있다.

STS, 과학에게 ‘인간의 얼굴’을 부여하다
“과학의 본질에 대한 통념을 철저히 깨부숴준다”
STS는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즉 ‘과학기술학’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과학의 발전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낳는다고 여겨지지만, 과학기술학의 관점에서 볼 때 과학기술이야말로 과학의 핵심이다. 일례로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발명된 증기기관이라는 기술이 근대 열역학의 발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더 나아가 과학기술학의 시각은 과학의 발전 과정을 단순한 지식의 진보가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서 ‘살아 움직여온’ 역사로 보도록 이끈다. 이에 따라, STS를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즉 ‘과학기술과 사회’로 그 외연을 넓혀보고자 하는 것이 책의 목적이다. 과학과 기술의 민낯을 보려면 그 사회적 속성을 함께 보아야 한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장하석 교수는 추천사
에서 “인간들이 사회적·물질적 생활 속에서 과학적 지식을 창조해가는 과정을 생생히 그리면서,” “과학의 본질에 대한 통념을 철저히 깨부숴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다윈의 진화론은 여러 과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당시의 월리스의 진화론, 라마르크의 진화론 등과 경쟁해야 했다. 그의 ‘생존경쟁’ 이론은 러시아, 독일, 프랑스 생물학자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 17세기부터 유럽에서 발전한 자연사 분야를 바탕으로 진화론의 중요성과 설득력이 증명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함께 등장한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진화론’ 역시 다윈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에 의해 논쟁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서양과 같은 과학 전통이 부재했던 한국 등의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며, 사회진화론도 별다른 논쟁 없이 다윈의 진화론과 같은 맥락으로 수용해버렸다.
서양의 과학계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비롯해 뉴턴의 광학 및 중력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등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지지고 볶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이런 과정은 ‘사회문화적’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과학의 이런 지그재그식 발전 과정이 빠진 채, 완성된 과학이 수입되어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과학이 눈물겨울 정도로 절대적이라고 믿으며, 이미 완성된 진리이자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은 과학을 하나의 사회적 활동이 아닌 경제 성장의 토대로만 여기게 하며, 과학자 및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참여를 방해하고 과학-사회의 벽을 견고히 할 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과학이 완성된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미국이 내놓는 과학의 결과를 그냥 가지고 오면 된다.” 자연의 진리는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은 인간과 비인간(nonhuman)의 살아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활동이고 이 네트워크는 국소적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적합한 과학을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나온 논문은 가져올 수 있지만, 실험실을 가져오는 것은 힘들고, 과학자의 머리에 든 노하우와 같은 암묵지(暗默知)를 가지고 오는 것은 더욱 힘들며, 미국 과학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 vs. 비인간’
과학은 기술을 통제할 수 있는가?
홍성욱 교수가 말하는 네트워크는 인간과 인간 사이뿐만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연결망까지도 포함한다. ‘비인간’이란 인간이 아닌 존재 전부를 총칭하는 말로, 기술, 자연물, 동식물, 논문 등 여러 유형을 포함한다. 이중에서도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대표적인 비인간이 바로 ‘기술’이며, 따라서 기술이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파악하는 것이 과학과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데에 핵심적이다.
비인간들은 인간이 만들고 연구하는 대상이지만, 역으로 다시 인간에게 기술적·도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20세기 초 뉴욕의 건축가 로버트 모지스는 존스 비치 공원을 설계하면서 흑인들이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공원으로 들어오는 도로 위의 구름다리를 낮게 설계했다. 흑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의 차체가 높은 것을 이용해서 흑인들이 공원으로 들어오는 교통수단을 ‘기술’로써 통제한 것이다. 결국 공원은 백인들만의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기술과 인공물 같은 비인간이 한 사회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담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강화하는 역할도 가질 수 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비인간은 인간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지위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비인간들은 실제 세상으로 나오면서 여러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로버트 모지스가 설계한 구름다리도 몇십 년 뒤 엉뚱한 문제를 일으켰다. 높이가 너무 낮게 설계된 탓에, 컨테이너 트럭과 같이 차체가 높은 차량이 지나가기에 아슬아슬해진 것이다. 심지어 컨테이너 트럭이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비인간이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런 문제들은 과학자나 기술자가 비인간을 연구하는 과정에서는 예상하기 힘들다. 따라서 인간은 인간이 만들고 가공한 비인간들을 끊임없이 돌봐야 하며, 일종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대해 지속적인 사회적 담론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은 사회의 필요를 기점으로 만들어지지만 실제 사회에 적용되며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들게 되고, 이는 사회의 법적·윤리적 논의와 새로운 과학기술의 만남으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과학과 사회가 함께 공유하는 영역이 있기에 사회와 과학의 끊임없는 소통이 요구된다.

사회, 과학을 경청하라
과학의 오랜 잠을 깨우는 ‘STS k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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