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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말

은둔 시절의 마지막 인터뷰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권진아 옮김| 마음산책 |2017년 06월 27일 (종이책 2017년 0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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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7년 06월 27일 (종이책 2017년 02월 20일 출간)
    포맷용량 ePUB(14.44MB, ISBN 9788960903258)
    • 주요 일간지 북섹션 추천도서 > 2017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 2017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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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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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서 만난 인간 헤밍웨이의 마지막 인터뷰

『헤밍웨이의 말』은 헤밍웨이가 노벨문학상을 받기 몇 달 전후인 1954년 5월과 12월의 인터뷰, 그리고 4년 뒤인 1958년의 두 인터뷰, 모두 네 편의 인터뷰를 모은 책으로 헤밍웨이의 마지막 인터뷰가 포함돼 있다. 인터뷰 매체만 해도 [파리리뷰], [애틀랜틱 먼슬리], 자신의 직장이기도 했던 [토론토스타], 그리고 [에스콰이어]로 화려하다.

『헤밍웨이의 말』에는 자신에 관한 무성한 소문을 헤치고 나온 진짜 헤밍웨이의 모습이 담겼다.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누그러진 모습, 작품에 관한 말은 절대 늘어놓지 않으려는 단호함, 자기 작품에 대한 혹평과 호평을 덤덤히 받아넘기는 모습 등, 헤밍웨이의 소소한 인성부터 글쓰기에 대한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헤밍웨이는 이 책에 담긴 마지막 인터뷰를 끝으로 2년 뒤 쿠바에서 추방당했고, 다시 1년 뒤 아이다호 주 케첨의 자택에서 자살했다. 그 원인으로는 다음 작품에 대한 중압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병, 1954년 초 있었던 두 번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몸이 망가지면서 얻은 우울증과 피해망상이 전해지는데, 『헤밍웨이의 말』은 그런 지병을 겪기 바로 전의 한 시절을 다룬다. 노벨문학상 수상의 기쁨을 누리기는커녕 언급조차 삼가며 글쓰기만 생각하고, 문청이던 1920년대의 파리를 회상하며 애틋함에 젖고, 술과 낚시에 탐닉하며 호시절을 위장하는 황혼 녘 헤밍웨이의 모습에서 커다란 인생 굴곡마저 글감으로 승화하는 진짜 작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상세이미지

헤밍웨이의 말 도서 상세이미지

목차

들어가며 마초─셀러브리티를 넘어서

소설의 기술
쿠바의 헤밍웨이
헤밍웨이에게 들르다
오후의 삶─마지막 인터뷰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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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어니스트 헤밍웨이

저자 : 어니스트 헤밍웨이

저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Miller Hemingway는 미국 작가. 1899년 일리노이 주 오크파크에서 의사 아버지와 음악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저널리즘 수업을 듣고 학교신문을 편집했으며 졸업 후 <캔자스시티스타>에서 본격적으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 경력은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8년, 이탈리아 전선에 운전병으로 종군하느라 6개월여에 그쳤지만, 훗날 명확한 단문과 힘 있는 긍정문으로 상징되는 헤밍웨이 문체의 토대가 되었다.
1918년 7월 박격포 공격에 큰 부상을 입고 밀라노로 후송되었다. 거기서 뒤에 두 번째 장편 『무기여 잘 있거라』의 여주인공 모델이 된 간호사 아그네스 폰 쿠로프스키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했으나 이별의 트라우마를 안고서 1919년 귀향, 토론토와 시카고에서 기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1921년 해들리 리처드슨과 첫 결혼을 하고 두 달 뒤 <토론토스타>의 통신원으로 파리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거트루드 스타인, 스콧 피츠제럴드, 에즈라 파운드, 제임스 조이스 등과 교류하며 문학 활동을 했고 1923년부터 소설과 시를 모아 책을 냈다. 1926년 첫 장편이자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내놓았다.
1928년 파리의 삶을 마무리하고 미국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에 정착해 이듬해 『무기여 잘 있거라』를 발표했다. 키웨스트 시절에 산문 『오후의 죽음』(1932)과 「킬리만자로의 표범」(1936) 같은 명단편들을 썼다. 1937년 북아메리카신문연맹의 제안으로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고발했고 이 경험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0)에 담았다.
스페인 내전이 끝난 1939년 쿠바에 아예 정착해 1960년까지 살았다. 그사이에도 통신원으로서 노르망디상륙작전 등 제2차 세계대전의 현장을 밟았다. 쿠바의 삶을 바탕으로 1952년 『노인과 바다』를 발표해 이듬해 퓰리처상을, 이태 뒤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으로 호평과 의심을 오가던 그간의 필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1950년대 말부터 우울증과 피해망상 등으로 심신이 피폐해갔다. 1960년 7월 쿠바에서 추방돼 미국 아이다호 주 케첨에 최종 정착했으나 이듬해 7월 2일 자택에서 엽총으로 목숨을 끊었다. 평생 네 번의 결혼을 했고 세 아들을 두었다.

역자 : 권진아

역자 권진아는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근대 유토피아 픽션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리틀 라이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1984년』 『동물농장』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공역) 등이 있다.

책속으로

“소설이나 단편을 쓸 때면 매일 아침, 가능하면 해가 뜨자마자 글을 씁니다. 방해할 사람도 없고, 날은 서늘하거나 춥고, 와서 글을 쓰다 보면 몸이 더워지죠. 전날 써놓은 글을 읽어봅니다. 늘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을 때 작업을 끝내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계속 써나가요. 아직도 신명(juice)이 남아 있고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는 지점까지 쓴 다음, 거기서 멈추고 다음 날까지 꾹 참고 살다가 다시 시작합니다. (…) 글을 멈출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났을 때처럼 텅 빈 느낌, 그와 동시에 전혀 비어 있지 않고 꽉 들어차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것도 상처를 줄 수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죠. 여기서 아무것이란 다음 날 다시 글을 시작할 때까지 어떤 것도 그럴 수 없다는 말입니다. 다음 날까지 기다리는 것, 그게 힘든 일이죠.”
─29쪽

영원한 가치를 가진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건 전업입니다. 실제로 글을 쓰면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몇 시간에 불과하더라도요. 작가는 우물과 비슷해요. 우물은 작가들만큼이나 여러 종류가 있죠. 중요한 건 우물에 깨끗한 물이 있는 거고, 그러자면 우물이 마르도록 물을 다 퍼내고 다시 차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규칙적인 양을 퍼내는 게 낫습니다.
─36~37쪽

“미안하지만 난 이런 사후 평가는 잘 못합니다. 그런 문제를 다루게 되어 있는 문학적·비문학적 검시관들이 있잖아요. 미스 스타인은 내 작품에 끼친 본인의 영향력에 대해 길고 상당히 정확하지 않은 글들을 썼죠. 『태양은 다시 떠오른 다』라는 책에서 대화 쓰는 법을 배운 후 스타인은 그럴 필요가 있었어요. (…) 이런 이야기 안 지루해요? 35년 전의 더러운 빨래를 빨면서 문단 뒷담화를 하는 게 난 역겹군요. (…) 여기서는 그저 거트루드에게 덕분에 단어들의 추상적 관계에 대해 배운 모든 것에 감사하다고, 정말로 좋아했다고 말하고, 훌륭한 시인이자 충실한 친구 에즈라에게는 충성을 다시 맹세하고, 맥스 퍼킨스를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말하는 게 더 간단하고 좋겠습니다.”
─40~41쪽

“작가가 관찰을 멈추면 끝장난 거죠.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알고 있고 보아온 것들이 모인 커다란 저장고로 들어갑니다.”
─57쪽

“독자에게 경험을 전달하는 데 불필요한 모든 것을 없애려고 노력했어요. 독자들이 뭔가를 읽고 나면 그 게 그들 경험의 일부가 되고 정말로 일어났던 일처럼 보일 수 있도록. 이건 굉장히 힘든 일이고, 난 정말로 열심히 했습니다.”
─58쪽

“오늘 밤은 이야기 좀 해도 상관없어요. 왜냐하면 난 절대 밤에는 일 안 하니까. 밤의 생각과 낮의 생각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죠. 밤 생각들은 보통 아무것도 아니에요. 밤에 일을 하면 늘 어쨌거나 낮에 다시 해야 되거든요. 그러니 이야기를 합시다. 덧붙여 한마디 하자면, 내가 이야기할 때는 그냥 이야기예요. 하지만 글로 쓰면 그건 영원히 진심이죠.”
─73쪽

“난 글쓰기를 굉장히 존경합니다. 작가는 글쓰기의 도구로서가 아니고는 전혀요. 작가가 삶에서 의도적으로 은퇴하거나 어떤 결함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은퇴한다면, 그 작가의 글은 보통 쇠퇴하게 돼요. 사용하지 않는 팔다리처럼. 모든 사람에게 정력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것만이 훌륭한 삶이라고 말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행운이든 불행이든 운동선수가 된 사람은 누구든 몸을 알맞게 유지해야 해요. 몸과 마음은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거든요. 몸이 둔해지면 마음도 둔해질 수 있어요. 영혼도 둔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나야 영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76~77쪽

“아직 그 책(헤밍웨이 평전)을 읽지 않았다면 굳이 읽을 필요 없어요. 누가 당신이 살면서 한 모든 일이 어떤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영의 이론은 뭐랄까,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아요. 그래서 그 침대에 맞추려고 날 잘라내야 했던 거죠.”
─82쪽

“한번은 조이스가 내게 자기 글이 너무 변두리풍인 것 같다며, 아무래도 자기도 좀 돌아다니면서 나처럼 세상 구경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조이스는 규율이 딱 잡힌 사람이었어요. 아내에, 일에, 나쁜 시력에. (…) 같이 나가면 조이스는 말다툼이나 싸움에 휘말리곤 했죠. 조이스는 심지어 상대방을 보지도 못하면서 이래요. ‘처리해, 헤밍웨이! 처리해!’”
─91~92쪽

“『노인과 바다』를 썼을 때 패혈증에 걸렸어요. 그 책은 몇 주 만에 썼죠. 한 여자를 위해 썼습니다. 그 여자는 내 안에 그런 게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죠. 그 여자한테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러길 바라고. 내 모든 책들 뒤에는 여자가 있었어요.”
─140쪽

출판사서평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마지막 인터뷰
왜곡도 오해도 없는 인간 헤밍웨이와의 만남

현대 소설에 뚜렷한 전범을 남긴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말할 때 무엇보다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고등학교 졸업 후 일찍부터 시작한 기자 생활과 기사 쓰기에서 비롯한, 구구절절한 설명 없는 명확한 단문과 힘 있는 긍정문으로 대표되는 그의 문체다. 거기에 운전병으로 또 종군기자로 양차 세계대전을 겪고 유럽의 여러 분쟁을 쫓아다니며 보도하고 첫 신혼 시절부터 파리와 기타 유럽을 전전하던 방랑벽 때문에, 그리고 술고래에 사교와 사냥과 낚시를 즐기고 평생 네 번의 결혼을 한 사생활 때문에 작가 헤밍웨이는 더더욱 “마초적” 문체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일찌감치 얻은 명성에 힘입어 호기나 부리기 좋아했을 거라는 세간의 짐작과 달리, 그는 자기 자신과 작품에 관해 말하기를 극도로 꺼리며 작품 생각만 한 천생 작가였지 셀러브리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떠돈 곳은 기사를 팔아 궁핍한 생활을 해가며 ‘로스트 제너레이션’과 교류하던 파리 그리고 여러 전장과 아프리카 오지였지 안락한 미국의 문단이 아니었다. 자신에 대한 오해가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헤밍웨이는 1930년대 초반부터 드나들던 쿠바에 1939년부터 아예 눌러살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모든 인터뷰를 삼간 채 쿠바 술인 다이키리와 보트와 낚시에 빠져 사는, 이를테면 은둔의 호시절을 누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천성적으로 부지런한 작가였다. 그가 거기서 낚아 올리려던 것은 어디까지나 좋은 작품이었고, 결국 그를 길이길이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을 『노인과 바다』를 1952년 발표했다. 그러나 그때에도 헤밍웨이에게 우선이었던 건 오래 못 갈 기쁨을 누리는 일보다 더 나은 차기작을 쓰는 일이었고, 이러한 부담은 그가 1961년 7월 자살하기까지 계속됐다.
『헤밍웨이의 말』은 헤밍웨이가 노벨문학상을 받기 몇 달 전후인 1954년 5월과 12월의 인터뷰, 그리고 4년 뒤인 1958년의 두 인터뷰, 모두 네 편의 인터뷰를 모은 책으로 헤밍웨이의 마지막 인터뷰가 포함돼 있다. 인터뷰 매체만 해도 <파리리뷰>, <애틀랜틱 먼슬리>, 자신의 직장이기도 했던 <토론토스타>, 그리고 <에스콰이어>로 화려하다. 『헤밍웨이의 말』에는 자신에 관한 무성한 소문을 헤치고 나온 진짜 헤밍웨이의 모습이 담겼다.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누그러진 모습, 작품에 관한 말은 절대 늘어놓지 않으려는 단호함, 자기 작품에 대한 혹평과 호평을 덤덤히 받아넘기는 모습 등, 헤밍웨이의 소소한 인성부터 글쓰기에 대한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헤밍웨이는 이 책에 담긴 마지막 인터뷰를 끝으로 2년 뒤 쿠바에서 추방당했고, 다시 1년 뒤 아이다호 주 케첨의 자택에서 자살했다. 그 원인으로는 다음 작품에 대한 중압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병, 1954년 초 있었던 두 번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몸이 망가지면서 얻은 우울증과 피해망상이 전해지는데, 『헤밍웨이의 말』은 그런 지병을 겪기 바로 전의 한 시절을 다룬다. 노벨문학상 수상의 기쁨을 누리기는커녕 언급조차 삼가며 글쓰기만 생각하고, 문청이던 1920년대의 파리를 회상하며 애틋함에 젖고, 술과 낚시에 탐닉하며 호시절을 위장하는 황혼 녘 헤밍웨이의 모습에서 커다란 인생 굴곡마저 글감으로 승화하는 진짜 작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거기 권투 선수가 하나 있었어요. 한쪽 눈이 망가졌지만 그래도 꽤 실력이 좋아서 다시 싸우기로 결심했죠. (…) 나한테 매주 자기 경기 심판을 봐주겠느냐고 청을 합디다. (…) 그래서 결국 심판을 봐주기로 했죠. 거긴 흑인 구역이었는데 날 제대로 소개하더군요. ‘자, 오늘 밤의 심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백만장자이자 스포츠맨, 플레이보이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씨입니다!’ 그 사람들은 플레이보이가 사람에게 붙일 수 있는 최고의 칭호라고 생각했죠. 그런 칭찬을 들은 사람이 어떻게 노벨상에 감동할 수 있겠습니까?”
─89쪽


인터뷰를 끊고 쿠바에 은둔하던 헤밍웨이
대가가 아닌 소박한 작가의 일상 관찰기

“생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이루어진 이 인터뷰들 속 말년의 헤밍웨이는 정력적이고 자신만만하던 셀러브리티 작가 헤밍웨이와는 사뭇 다르다. 마초의 아이콘답게 글쓰기를 운동에 비유하곤 했던 헤밍웨이는 작가는 구원투수 없이 9회까지 공을 던져야 하는 투수이며 타이틀 방어를 위해서건 타이틀 도전을 위해서건 끝없이 링에 올라야 하는 권투 선수라는 식의 비유나 암시를 즐겨 쓰곤 했지만, 이 말년의 인터뷰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가 즐겨 사용하던 이 비유조차 다른 울림을 가진다. 굵직한 문제작을 남기고 요절하거나 일찌감치 은퇴해버리지 않고, 점점 높아만 가는 차기작에 대한 기대와 요구를 떠안은 채 평생 새로운 작품을 써내고 평가받는 부담
是안고 살아가는 작가의 삶은 ‘지루하고 가차 없고 무자비한’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이제 과거의 호기로움이나 자신만만함보다는 오랜 경험에서만 올 수 있는 진짜배기 고단함과 압박감이 훨씬 더 절실하게 느껴지고, 그런 만큼 그 소명 의식을 버리지 않는 그의 작가 의식이 더 진지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들어가며」

<에스콰이어>와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밝히듯, 명인터뷰로서 이 책의 첫 꼭지로 실린 <파리리뷰> 인터뷰마저도 사실 헤밍웨이의 교정을 거쳐 나온 것이다. 그만큼 그는 말보다 글을 믿고 의지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헤밍웨이의 말』에 실린 인터뷰들은 헤밍웨이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몇 안 되는 기록으로서 중요하다.
이 책에서 헤밍웨이는 마초도 셀러브리티도 아니다. 그런 세상의 인식을 뒤로하고 그는 마흔 살이던 1939년부터 쿠바에 자택을 구해 카스트로 정권에 추방당한 1960년까지 살았다. 자신을 작가 이외의 무엇으로 몰아가는 모든 매체와 연락을 끊고, 은둔자처럼 쿠바에 푹 잠겨, 호평과 혹평을 번갈아 받던 자신의 불안한 이력을 넘어서려고 더 나은 작품을 쓰는 데 몰두했다. 네 편의 인터뷰를 보면 실제로 헤밍웨이가 마초와 거드름쟁이로 여겨진 까닭을 알기 어렵다. 그는 인터뷰는 거절해도 손님 대접은 잊지 않는 예의 바른 사람에, 철학자가 아니라며 한사코 말을 삼가는 겸손한 사람이고, 자신에 대한 박한 평은 웃어넘기되, 친구였던 제임스 조이스에 대해 농담을 해놓고는 나중에 농담이었다고 다시 한 번 당부해야 마음이 놓이는 여린 사람이다. 『헤밍웨이의 말』은 대가, 거장, 마초, 셀러브리티 등 일반의 기대와 다른 헤밍웨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중과 매체의 편의대로 박제되고 싶지 않았던 그의 수수한 일상과 소박한 규칙들이 이 책에 담겼다.

“허락 없이 내 집에 왔군요. 그건 옳지 않아요. 난 책을 쓰는 중이고 인터뷰는 하지 않습니다. 이해해줬으면 좋겠군요. 그래도 들어와요. (…) 실망한 건 알지만, 내가 무례하게 구는 건 아니죠? 당신 인터뷰에 응해주면 다른 스무 명이 내가 왜 규칙을 깼는지 알고 싶어 할 겁니다. 그건 무례한 게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커피 어때요? 아니면 혹시 술?”
─109쪽


못다 한 지난날 이야기
헤밍웨이가 세월을 겪는 법

헤밍웨이는 때로는 울적했고, 참치 떼가 몰려오거나 줄에 걸린 돌고래가 금푸른빛 몸을 드러내며 솟구칠 때는 소년처럼 환희에 차 어쩔 줄 몰랐고, 몇 번은 필라를 잠깐 조종하려고 엎드린 채 선교 갑판으로 기어갔다. 그는 현재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미래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고, 과거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86쪽

『헤밍웨이의 말』 곳곳에서 보이듯 헤밍웨이에게 글쓰기는 늘 현재였고, 살아가는 목적이었으며, 완료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미래를 쉬 낙관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았고 그에 대한 말도 아꼈다. 다만 지난날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좋아했다. 인터뷰를 않겠다며 말을 삼가다가도 과거의 끈을 건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이어나간다. 가령 궁핍하게 먹고살면서도 문학성을 틔우느라 행복했던 1920년대 파리 시절.

“그 시절은 내겐 전혀 고생 같지 않았어요. 힘들지만 재미있었어요. 난 일하고 있었고, 부양할 아내와 아이가 있었죠. 매일 아침 먼저 시장에 가서 범비(장남 존) 먹을거리를 샀던 생각이 나는군요. 아이 엄마는 잠을 자야 했거든요.” 이 말이 비난으로 들리지 않도록 그는 덧붙였다. “알겠지만, 그건 섬세하기 짝이 없는 여자들의 특징입니다. 그 사람들은 잠이 필요하고, 잠을 자고 나면 근사하죠.”
─96쪽

양차 세계대전을 현장에서 겪고, 파리에서 벨에포크 시절을 지나고, 저널리스트로서 유럽의 여러 내전을 전하고, 네 번이나 결혼과 이별을 반복하며 역마살 낀 사람처럼 복잡하게 살다가 단조롭고 느린 세월에 접어든 헤밍웨이에게 과거는 수많은 만남과 선택과 이별의 가능성으로 충만했던, “신명(juice)”의 보고였다. 소설을 쓸 때 무엇보다 경험에서 빚어내는 걸 중시했던 헤밍웨이에게 과거는 하염없이 애틋했고, 미래는 황혼기에도 열려 있었다. 이 책에서 헤밍웨이는 미련마저 추억으로 끌어안는 큰 품과 미래에 대한 약간의 기대로 묵묵히 현재를 치러내고,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노인처럼, 진한 소설을 덮었을 때의 그윽한 잔상이 아른거리게 만든다.

“기분이 울적할 때. 예전을 돌이켜 보면서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확인하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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