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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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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지음| 미래의창 |2019년 12월 05일 (종이책 2019년 12월 0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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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9년 12월 05일 (종이책 2019년 12월 06일 출간)
    포맷용량 ePUB(21.13MB, ISBN 9788959896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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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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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어

# 변호인 # 법과현실

"정혜진 변호사는 국선변호인으로 특별형법 조항의 위헌 결정을 받아낸, 예사롭지 않은 법률가다.
그에게는 ‘삶의 효율’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형사 재판의 프리즘을 통해 외면받은 사람들로부터 ‘삶의 자세와 가치’를 길어내는 섬세한 감각과 통찰이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본질에 다가가는 뭉클함이 어느새 마음을 채운다."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전 법무부 장관)


법과 현실 사이에서
변방에 선 이들을 변호한다는 것
국선전담변호사는 형사 재판에서 변호인이 꼭 필요한 사건이지만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을 피고인으로 만난다. 형사 법정에 선 피고인은 돈이 없어도 변호인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헌법의 뜻은 준엄하나 잘못한 개인에 대한 당연한 처벌 그 너머 취약 계층의 변하지 않는 현실은 여전히 가혹하다. 실형을 받은 전력이 있으면 단순 절도도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이른바 ‘장발장법’ 위헌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저자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이들의 말을 듣고, 그를 둘러싼 가족과 소외된 이웃과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목차

프롤로그 빙산의 일각에서 본 풍경

1장 그에게도 가족이 있다
- 각자의 시간
- 아이들의 편지
- 당당한 거짓말이 그리워질 때
- 미처 하지 못한 말
- 아버지와 아들

2장 그날 이후 삶이 바뀌었다
- 낙숫물이 바위를 뚫은 기적
- 이러려고 대한민국에 왔나
- 생과 사
- 장발장법, 그 뜻밖의 인연
- 어떤 소나기

3장 재범은 늪과 같아
- 예견된 조우
- 죄는 미워도 미워지지 않는 선수
- 중독의 굴레
- 나도 피해자라고요

4장 변론의 처음과 끝, 소통
- 그들의 변호인
- 뫼비우...

저자소개

저자 : 정혜진

국선전담변호사.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영남일보 기자로 15년 일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개원하던 2009년 강원대학교에서 법 공부를 시작, 졸업 후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을 거쳐 수원지방법원에서 6년째 일하고 있다.
기획 취재를 좋아하던 기자 시절, 신문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모아 《태양도시》,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 《골목을 걷다》(공저)를 펴냈다. 전 직업의 영향으로 본인을 무엇이든 쓰는 자(記者)로 여기며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무렵 변호사시험 기록형 수험서를 쓰기도 했다.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며 피고인이라 불리는 약 2천 명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법의 언어로 풀어서 말하고 쓰며 변호사의 길을 배워가고 있다.

책속으로

시든 과일의 시간은 이렇게라도 되돌릴 수 있는데 부모가 그를 기다리는 시간은 되돌릴 방법도 없고, 잡을 수도 없다. 늘 막막하고 아득했을 20여 년을 두 분은 지치지도 않고 묵묵히 견뎌왔고, 아마 앞으로도 그러시리라. 자식을 기다리는 모든 부모의 시간이 다 그렇듯이. (22쪽)

나도 이제 이 사건을 마음에서 정리해야 할 때였다. 젊은 할아버지의 거짓말에 넘어가 머리를 쥐어짠 시간 때문에 못내 억울했던 심정을 내려놓자고 마음먹었다. 지나고 보니 지금은 딸의 이름도 떠올리지 못하는 엄마가 자식들에게 당당하게 거짓말하던 그 시절마저 그립다. (46~47쪽)

그의 아들은 금쪽같은 휴가를 내서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켰을 것이다. 입원시키려고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을 테다.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퇴원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던 걸까. 아들은 아버지가 퇴원하던 때부터 다시 불안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아버지가 체포됐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을 때, 아버지를 입원시킨 날처럼 모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수도 있다. 병원에서와 마찬가지로 감옥에서도 술을 못 마시니 감옥에 있는 동안 아버지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래서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을 원한 거라면 감히 어떤 말도 얹기가 어렵다. (55~56쪽)

“(…) 낙숫물이 결국 바위를 뚫지 않습니까. 제게 결과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형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저도 제 몫을 하고 싶습니다.” 반듯한 신앙인으로 살아와서 아직 현실을 잘 모르는 20대 초반 청년이 하는 말이라 여기면 특별할 것도 없는 상황에 나는 뜻밖에도 말문이 막혔다. 삶의 효율에 관해 물었는데 삶의 자세에 대해 답한 우문현답이어서였을까. 효율 따위를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전과자가 되는 길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지도 않았을 테다. (75쪽)

두 사람의 살아온 배경은 비슷할지 몰라도 기질은 아주 다른 것 같았다. 그는 두만강을 세 번이나 건넜으면서도 온전히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완전히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적응, 거기에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술에 의존했다. 친구의 섭섭한 행동조차 말로 풀거나 털어버리지 못하고 또 술에 기댔다. 친구라고 외로움과 두려움이 왜 없었을까. 친구는 그걸 이겨내고 성실히 일했고, 북한 사람들이 이 사회에 잘 적응해서 좋은 평가를 받길 원했다. 강인한 친구는 잘살아보겠다고 목숨 걸고 온 땅에서 비실비실한 삶을 살았던 그를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91쪽)

사람의 일에서 생과 사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생사의 문제와는 별 관련이 없을 것 같은 형사 재판에서도 소송 관계자들이 한마음으로 한 생명을 서류상 존재하게 하는 일과 또 다른 한 생명을 무사히 이 세상 너머로 보내는 일을 한 걸 보니 재판도 사람의 일임을 새삼 알겠다. (104쪽)

그러나 지속적인 치료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본인의 의지,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등 중독자를 지지해줄 주변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병을 고치려는 노력이 단 하루, 단 한순간도(이게 중요하다) 무너지지 않도록 해줄 삶의 굳건한 이유, 덧붙여 치료를 지속해서 받을 수 있게 해줄 최소한의 돈. 이 정도는 갖춰야 한다. 그런데 한쪽 다리를 못 써 노동 능력이 없고, 변변한 직업이 없으며, 가족이나 친구도 없는 데다 돈도 없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게 지속적인 치료가 과연 가능한 일일까. 출소 후 며칠, 아니 몇 달, 심지어 몇 년을 의지로 견디고, AA에 빠짐없이 나가면서 자신을 다잡을 수도 있겠지만, 괜스레 슬퍼지고 무기력해져 술 생각이 간절히 나는 어떤 순간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 그 어둠의 빗장을 다시 여는 순간, 그를 ‘딱 한 잔만’의 유혹에서 구해줄 수 있는 무언가 혹은 누군가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그는 예정돼 있었다는 듯 다시 피고인석에 섰다. (138쪽)

연락이 끊긴 그는 무엇을 하며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마지막 300만 원을 해결하기 위해 잠적한 건 아닐 것 같았다. 그 문제가 해결돼도 그가 간절히 바라던 집행유예는 물 건너갔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무슨 큰 사고를 치고 도피 중인 것은 아닐까. 구속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선수 중에는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어차피 구속될 게 뻔하니 자신이 없는 동안 가족들은 먹고살 수 있도록 미리 크게 한탕 쳐놓는 거다. 발각되면 그 사건으로 형이 크게 늘어나겠지만 눈앞이 급한 선수들은 앞뒤를 재지 않는다. 이런 목적이라면 그동안 그가 친 사고 규모를 훨씬 뛰어넘어야 했다. 10년 동안 사기꾼으로서 아무런 발전이 없었던 그가 이제 드디어 한 단계 높은 범죄를 시도하고 있는 걸까. (150쪽)

몇 주 후 선고 결과를 확인하니 벌금 100만 원이었다. 나는 단호하고 야무졌던, 그러나 지쳐 보였던

출판사서평

법과 현실 사이에서
사람을, 사회를, 세상을 보는 일
6년 차 국선전담변호사인 저자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국선’에 관한 숱한 오해와 편견 속에서 온갖 크고 작은 범죄들을 다루며 약 2천 명의 피고인을 만나왔다. 국선변호인과 함께할 피고인에겐 조건이 있다. 구속 중이거나 미성년자 혹은 70세 이상의 노인이거나 장애가 있거나 변호인을 스스로 구하지 못하는 형편이어야 한다. 성범죄 및 마약범죄 전담 재판부에 배정돼 매달 주어지는 25건 내외의 형사 사건을 살피는 동안 저자의 눈에 밟힌 것은 범죄 자체만이 아니라 국선변호인을 만날 자격을 갖춘 취약 계층이 맞닥뜨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현실이었다. 형사 법정에 선 피고인은 돈이 없어도 변호인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헌법의 뜻은 준엄한데 잘못한 개인에 대한 당연한 처벌 그 너머 취약 계층의 현실은 여전히 가혹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저자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이들의 말을 듣고, 그를 둘러싼 가족과 소외된 이웃과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장발장법 폐지를 이끌어낸
변방에 선 국선변호인
배가 고파서 빵 하나를 훔쳐도 몇 차례 절도 전과가 있다면 3년 이상의 징역을 처하도록 하는 이른바 ‘장발장법’을 없애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저자는 이력이 조금 특이하다.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15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가 국선변호인, 그중에서도 형사 사건 외 일반 사건은 맡을 수 없는 국선전담변호사가 됐다. 그는 본인을 변방의 인물이라 여긴다. 짧지 않았던 기자 시절, 큰일이 벌어진 현장에 있기보다 주로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 기사를 작성했고, 지금의 직업을 가지고 나서도 현장이 모두 정리된 후, 때로는 정리가 되고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상황을 수습하는 자리에 있었다. 흔한 말로 ‘폼 나는’ 기자도, 변호사도 아니었다. 그러나 세상 모든 기자가 폼 나기만 할 수는 없듯이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흔히 ‘잡범’이라고들 하는 사람의 범죄 사후 뒷수습도 필요하기 마련이고, 이를 도와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저자는 그런 일을 해왔다. 늘 열정에 넘치고, 정의에 들끓고, 변론이 끝날 때마다 보람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전에 신문에서 메인이 될 수 없거나 지면에 다 담지 못하는 기획 취재에 열중했던 것처럼 매번 새로운 피고인을 마주할 때마다 분명 끊임없는 고민을 거쳐 변론을 준비했다. ‘장발장법’ 폐지는 본인이 늘 변방에 있었고, 그래서 누군가는 관심 없는 사안에도 눈을 돌릴 수 있었기 때문에 이뤄낸 쾌거였다.

더 나은 사회로 뻗어 나갈
법 이면에 존재하는 작고 분절된 이야기
한 건의 범죄에는 단순히 법적 제도 안에서만 해석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수사 기록의 언저리에 피고인의 가족이나 친구, 소외된 이웃, 주변인들이 묵묵히 서 있고(1장), 형사와 민사, 기소와 불기소와 같이 모든 사안을 뚜렷하게 구별해놓은 법과 달리 경계를 그을 수 없는 삶이 존재하고(2장), 특정 범죄에 대한 재범, 누범으로 너무나 당연한 처벌을 받은 개인 뒤에 이를 막을 만한 제도를 갖추지 못한 사회가 있고(3장), 세상 모든 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한 직업인으로서의 성찰이 있고(4장),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과 현실 사이에서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이 있다(5장).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를 경악하게 하는 범죄는 각종 언론 매체를 가득 채운다. 형사 재판과 관련된 소식을 전해 듣는 것 또한 낯선 일이 아니다. 전직 검사도, 전직 판사도, 전직 대법원장도, 심지어 전직 대통령도 피고인이 되었다. 하지만 국선변호인이 변론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작게도, 크게도 보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그 속에 더 깊이 숨은 생각거리를 타인과 나누는 역할을 자처하는 자리에 국선변호인이 있다. 그 꼭꼭 숨은 이야기에는 “국선변호제도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법”이 있을 수도, “더 크고 구조적인 ‘악’에 대한 대책”이 있을 수도, “범죄에 취약한 계층의 자립을 돕는 방안(274쪽)”이 있을 수도 있다. 저자는 “내가 선 이 자리에서는 이렇게 작고 분절된 이야기밖에 할 수 없지만, 우리들의 이야기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은 널찍한 공간을 만들어내 그 안에서 우리 사회의 ‘불완전하고 조각난, 미완의’ 경계를 조금씩 넓힐 수 있(274~275쪽)”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가 이야기의 힘을 믿듯이 결국 법 이면에 존재하는 이야기가 우리가 사는 사회를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게 하는 공동의 이야기로 확장될 것을 믿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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