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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

프로이트 세미나

강우성 지음| 문학동네 |2020년 01월 21일 (종이책 2019년 10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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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정보
    출간일 2020년 01월 21일 (종이책 2019년 10월 14일 출간)
    포맷용량 ePUB(24.70MB, ISBN 9788954670258)
    • 주요 일간지 북섹션 추천도서 > 2019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 2019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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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누구에게나 불안은 있다
인문학으로 읽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모든 인간은 신경증자다”(프로이트)

정신분석은 인간이 왜 고통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해명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 신경증자가 되어야 더 나은 삶을 희구할 수 있고, 정신증자가 되어야만 더 나은 삶을 욕망할 수 있다. 이 책은 프로이트를 두 가지 차원에서 겹쳐 읽는다. 첫째, 그야말로 프로이트식으로, 즉 프로이트의 분석틀을 통해 프로이트의 저작을 읽어낸다. 둘째, 데리다를 비롯한 현대철학의 새로운 사유의 길을 따라, 프로이트 텍스트에서 말해지지 않은 것, 생략된 것, 왜곡된 것이 프로이트 이론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본다.

“나의 무의식과 욕망은 무엇인가. 나는 왜 그의 책을 읽고 가르치는가.
나는 어떤 삶을 살기 원하는가. 인간주의와 휴머니즘이 바닥을 치고 있는 지금,
그는 다시 인간이란 무엇인가 조용히 묻게 합니다.
인간은 자기 삶의 주인인가. 왜 우리는 고통을 필요로 하는가.
프로이트는 이런 낯선 물음 앞에 우리를 마주서게 만듭니다.”

목차

책을 펴내며

1강 누구에게나 불안은 있다

신경증 | 불안 | 분석치료 | 프로이트 이론의 전개 | 쾌원리 |
나르시시즘의 발견 | 무의식의 의미화

2강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심리 모델 | 리비도 경제 | 자아와 이드 | 초자아

3강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표상과 감능(感能) | 충동의 원리 | 반복강박과 죽음충동 | 억압의 새로운 의미 | 전치와 응축

4강 그때는 그런 줄 몰랐어요

거르기와 묶기 | 표상의 대체 | 리비도 철회 | 거울단계

5강 ...

저자소개

저자 : 강우성

서울대 영문과 교수.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미국문학과 해체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문학, 비평이론, 비교문학, 영화를 가르치며, 학부 교양과목 ‘문학과 정신분석’을 강의하고 있다. 비평이론의 정치성과 주체의 문제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프로이트 세미나는 그 결과물의 하나다. 여럿이 같이 지은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 『더 넓은 세계문학』 『Translated Poe』 같은 책이 있고, 『어리석음』 『이론 이후 삶』(공역)을 우리말로 옮겼다. 「해체론과 문학의 문제」 「폭력과 법의 피안」 「미지의 글쓰기」 「잠재성의 심연」 같은 논문을 썼다.

책속으로

정신분석의 근본 취지는 성 개념으로 모든 증상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개인의 성 발달 과정이 보이는 불안정성을 통해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려는 노력이다.(6)

욕망은 환상에 의해 생겨나기 때문에 특정한 대상이나 행위로 결핍을 채웠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결코 충족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부각됩니다. (…) 이러한 역설은 충동의 요구가 사실은 내 몸 안에서, 즉 내 신체, 내 정신 안에서 벌어지는 심리현실이지만 그 기원이 내 바깥에 존재하는, 내가 모르는 어떤 존재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정신분석학이 윤리학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106)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제도는 바로 현실원칙을 따르는 쾌원리입니다. 의견이 안 맞고 갈등이 있고 소통이 힘들더라도 참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결국 소수에게도 더 많은 이익이 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설득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입니다. 힘을 가진 다수가 즉각적 만족을 위해 힘없는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124)

프로이트에게 인간이 억압 없이 살 수 없는 존재라면, 라캉에게는 환상의 구조를 벗어나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168)

2017년 노벨문학상을 탄 가즈오 이시구로가 1989년에 쓴 소설 제목이 바로 'The Remains of the Day'입니다. 프로이트의 용어를 제목으로 붙인 것입니다. 낮 동안의 사고의 잔재. 한국어판은 『남아 있는 날들』이라고 번역했어요. 그럴듯한 번역인데 꼭 ‘낮 동안의 잔재’라고 번역할 필요는 없지만 과거의 일을 미래의 일로 생각하게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남아 있는 날들을 뜻했다면, ‘Remaining Days’라고 했겠죠. 프로이트의 뉘앙스를 살리고 작품의 의미도 풍부하게 하려면, ‘그날의 남겨진 것들’ 정도가 무난할 것 같아요.(185)

정신분석은 인간이 왜 고통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해명입니다. 비애와 우울 그리고 조증은 모두 고통을 줄이려는 심리적 기제가 왜 일정한 정도의 고통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가를 설명해줍니다.(286~7)

나르시시즘론에 이르면 환상은 바로 이러한 심리적 (재)의미화의 핵심 기제입니다. 환상이 없다면 인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재론적 조건입니다.(363)

결국, 사랑 그리고 욕망은 타자의 욕망의 대상이 되길 욕망하는 것입니다. 프로이트가 자존감을 거론하면서 내세운 ‘사랑받음’이란 바로 이것을 지칭합니다. 여기에 남녀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371)

우리 삶이 환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깨달음의 계기, 그렇게 두렵고 낯선 존재가 낯익은 일상에 도래하는 순간을 프로이트는 기이함(Das Unheimliche)이라고 불렀습니다.(371~2)

나의 무의식과 욕망은 무엇인가. 나는 왜 그의 책을 읽고 가르치는가. 나는 어떤 삶을 살기 원하는가. 인간주의와 휴머니즘이 바닥을 치고 있는 지금, 그는 다시 인간이란 무엇인가 조용히 묻게 합니다. 인간은 자기 삶의 주인인가. 왜 우리는 고통을 필요로 하는가. 프로이트는 이런 낯선 물음 앞에 우리를 마주서게 만듭니다.(411)

무성(無性)의 충동은 그 자체로 파괴적입니다. 저는 이 무관심한 파괴적 충동에서 긍정성과 성과를 중시하는 피로사회를 돌파할 새로운 주체성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의 논리 한복판에서 “내키지 않아요(I would prefer not to)” “괘념치 않아요(I am not particular)”를 외친 우리의 고독한 영웅 바틀비의 호기가 무성의 죽음충동이 지닌 근본적 불온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414)

사유의 깊이를 헤아리기 위해서는 발칙한 읽기가 필요합니다. 읽는 이의 도발적 사유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프로이트의 사유는 속속들이 정치적입니다. 그의 정신분석 이론은 지금 여기의 문제를 사유하는 우리에게 삶을 바꾸는 일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동시에 전해줍니다.(415)

출판사서평

프로이트로 돌아가기

무의식, 욕망, 억압 등 프로이트가 만들어낸 정신분석 개념들은 오늘날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 되었다. 그러나 익숙함과 이해는 다르다. 우리는 과연 프로이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 문화에서 프로이트는 주로 의학이나 성(性) 담론으로 간주되었기에 프로이트의 사상적 측면에 대한 평가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학계의 관심은 프로이트보다 그를 비판적으로 계승한 라캉의 정신분석에 더 쏠려 있었다. 라캉의 주요 저서가 제대로 번역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라캉이 관심을 끈 데에는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슬라보예 지젝의 영향도 컸다. 지젝을 경유한 라캉 정신분석의 유행은 프로이트를 더욱 낡은 사상가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라캉조차 자신의 사상적 모토로 삼았던 것은 바로 프로이트로의 회귀였다.
해체론과 비평이론을 연구해온 서울대학교 영문과 강우성 교수는 수년에 걸친 ‘문학과 정신분석’ 강의를 통해 프로이트 이론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해체적으로 독해했다. 그 산물이 이 책이다. 저자는 우선 프로이트 이론의 맥락으로 돌아가 프로이트의 저작을 프로이트 방식으로 읽어낸다. 그다음 데리다, 들뢰즈, 라캉 같은 현대철학을 경유하여 프로이트 이론의 공백과 틈을 발견하고 거기서 프로이트 자신이 회피하고 불완전하게 봉합해둔 지점들까지 들여다본다. 들뢰즈의 말대로 철학의 핵심이 개념의 발명에 있다면, 프로이트 정신분석은 철학에 가장 근접한 사상이다. 그것은 삶의 증상을 분석하여 새로운 인간 이해로 이끈다.

“모든 인간은 신경증자다”

프로이트는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는 신경증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경증은 반드시 고쳐야 할 질병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우리 삶이 ‘불안’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삶을 한마디로 ‘불안과의 동거’로 규정한다. 이 불안을 관리하는 핵심 심리기제가 바로 ‘억압’이다. 인간의 자아는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한 ‘이드’의 움직임을 억누르고자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신경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정신증(Psychose)은 자아가 이드에 압도되어 현실의 압박을 끊어버리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정신증자에게는 불안이 존재하지 않는데, 현실과 유리된 채 자기만의 환상 속에서 불안 없이 살아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신증자의 치료에서는 환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불안 유발이 과제가 된다. 이처럼 불안의 제거가 아니라 불안을 통한 증상과의 동거가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지향점이다.
프로이트가 제시하는 이런 정신분석적 사유는 인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다. 우선 무의식의 존재를 발견함으로써, 인간이 의식을 지닌 사유의 주체로서 세상의 주인이라는 인간중심적 사고를 무너뜨린다. 또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서 인간은 자발적으로 고통과 불쾌를 감내하는 존재로 제시된다. 불안이 야기하는 불쾌와 고통을 삶의 조건으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때 억압은 충동을 제거하고 고통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삶을 위해 오히려 고통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유지하는 과정이 된다. 이를 저자는 ‘근원적 마조히즘’이란 개념으로 갈무리한다.

인간은 왜 고통을 원하는가

저자가 이 ‘프로이트 세미나’의 화두로 삼은 주제는 ‘인간은 왜 고통을 원하는가’라는 물음이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의 핵심 저서 『쾌원리의 너머』(1920)에서 ‘쾌원리’와 ‘죽음충동’ 개념을 통해, 왜 인간은 죽음을 향한 쾌에 지배되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을 제기하기보다 왜 인간은 고통을 자발적으로 감내하는 방식으로 삶을 추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바로 여기에 프로이트의 사상적 위대함이 있는데, 왜 인간은 쾌원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필요로 하는가 물음으로써 쾌와 불쾌, 죽음과 삶을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사유해온 서양철학의 이분법적 형이상학에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쾌원리란 불쾌를 유발하는 긴장의 최소화나 불쾌의 완전한 제거가 아니라 쾌와 불쾌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는 경향을 말한다. 불쾌가 무화되는 죽음을 지향하거나 어떤 적극적 쾌락을 추구하는 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욕망이 자극하는 불쾌를 최소화하려는 죽음충동과 불쾌를 통해 만족을 찾으려는 삶충동 간의 항구적 긴장 상태를 지향하는 인간의 심리 기제가 곧 쾌원리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저자는 억압을 제거하고 욕망을 해방시키는 일이 아니라 고통의 필연성을 통한 항상적 중용 상태에 대한 이런 열망에서 프로이트 정치학의 목표를 발견한다. 프로이트의 문명론이 담긴 『문명과 그 불만』(1930)은 이런 관점에서 읽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해설 너머의 해설

이 책에서 소제
목들은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주요 개념어들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 신경증, 불안, 쾌원리, 나르시시즘, 충동과 억압, 자아와 이드, 거울단계, 거세불안과 남근선망, 비애와 우울, 마조히즘, 기이함…… 따라서 이 책을 일종의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사전처럼 활용하여 필요한 때 해당 개념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참고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책은 해설 너머의 해설이기도 하다. 저자는 프로이트의 텍스트 자체가 근본적으로 해체적 글쓰기였다고 본다. 프로이트의 글은 당대 과학 담론의 글쓰기 유형과는 매우 달랐다. 특히 문학을 다룬 글과 신경증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는 넓은 의미의 문화비평에 가깝다. 이 책은 이런 프로이트의 주요 저작을 일종의 ‘문학 텍스트’로 읽는 이론비평이기도 하다. 저자는 때로 프로이트를 허구적 ‘서술자’로 간주하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일종의 꿈, 프로이트식으로 말하자면 실현되지 못한 소망충족의 서사로 분석한다. 이런 시각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호프만의 소설 『모래인간』에 대한 프로이트의 분석을 다룬 11강이다. 여기서 저자는 프로이트가 자신의 글 「기이함」에서 『모래인간』을 자신의 이론에 따라 어떻게 폭력적으로 ‘전유’하는지 살피고, 프로이트 이론의 서사적 완결성이 배제의 논리에 기대고 있음을 규명한다. 하지만 이런 신경증 분석 시도의 실패 사례를 통해 저자는 오히려 프로이트 자신의 무의식에 다가간다.

『모래인간』을 통해 프로이트가 설파한 거세불안과 다른 종류의 두려움과 낯섦을 느낄 수 있다면 이는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함으로써 독자를 나타나엘의 강박에서 떨쳐나오게 만드는 문학의 불온성을 입증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이함을 통한 프로이트의 신경증 분석 시도의 실패는 언제나 이론보다 더 풍부한 문학의 창조성에 대한 무의식적 인정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408쪽)

이처럼 이 책은 충실한 해설에 머물지 않고 프로이트 이론의 공백과 틈을 발견하여 거기서 프로이트의 억압기제와 무의식을 읽어내고, 미처 프로이트가 열어 보이지 못한 미답의 영역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한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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