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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시집 문학동네시인선32

박준 지음| 문학동네 |2017년 11월 13일 (종이책 2017년 06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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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정보
    출간일 2017년 11월 13일 (종이책 2017년 06월 30일 출간)
    포맷용량 ePUB(7.14MB, ISBN 9788954647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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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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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어

# 한국현대시 # 서정시

박준 시인이 전하는 떨림의 간곡함!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문학동네시인선」 제32권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2017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저자의 이번 시집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서정(Lyric)’을 담은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고 소외된 것들에 끝없이 관심을 두고 지난 4년간 탐구해온 저자는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산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들에 대한 짙은 사유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인천 발달’, ‘지금은 우리가’, ‘미인처럼 잠드는 봄날’ 등의 시편들과 함께 저자의 시집을 열렬히 동반하며 그가 시를 쓰던 몇몇 순간을 호명한 허수경 시인의 발문이 수록되어 있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반디미용실 화재, 여직원 1명 사망’으로 일간지 사건사고란에 간략히 보도되고 끝났을 일을 시인은 시로 남겼다. 덕분에 우리는 그녀를,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애도할 수 있다. 불편한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잊지 않으려는 박준 시인의 윤리의식은, 그 ‘떨림의 간곡함’은 진정성 있는 언어로 독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동을 남길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지금은 우리가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나의 사인(死因)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인천 반달
미신
당신의 연음(延音)
동지(冬至)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동백이라는 아름다운 재료
꾀병
용산 가는 길 청파동 1
2:8청파동 2
관음(觀音) 청파동 3
언덕이 언덕을 모르고 있을 때

나의 사인(死因)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태백중앙병원

2부 옷보다 못이 많았다
지금은 우리가
미인처럼 잠드는 봄날
유월의 독서
호우주의보
기억하는 일
야간자율학습
환절기
낙(落)
오래된 유원지
파주
발톱
당신의 이름을 지어...

저자소개

박준

저자 : 박준

저자 박준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문학을 잘 배우면 다른 이에게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학과 대학원에서 알았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2017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책속으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출판사서평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불편한 세계를 받아들이는 어떤 윤리와 애도의 방식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2008년 ‘젊은 시의 언어적 감수성과 현실적 확산 능력을 함께 갖췄다’는 평을 받으며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박준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시인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촌스럽더라도 작고 소외된 것을 이야기하는 시인이 되고 싶어요. 엄숙주의에서 해방된 세대의 가능성은 시에서도 무한하다고 봐요”라 말한 바 있다. 그렇게 ‘작고 소외된’ 것들에 끝없이 관심을 두고 탐구해온 지난 4년, 이제 막 삼십대에 접어든 이 젊은 시인의 성장이 궁금하다. 모름지기 성장이란 삶의 근원적인 슬픔을 깨닫는 것일 터, 이번 시집에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들에 대한 사유가 짙은 것은, 박준 시인의 깊어져가는 세계를 증거할 것이다.

1.
박준 시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서사성’을 들 수 있다. 일련의 서사 위에 최근 젊은 시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전위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대신 낯설지 않은 서정으로 무장해 오히려 참신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것은 특정한 사건사고의 묘사로 읽히는 시가 빈번하다는 점인데, 그것이 시적 화자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건을 기록해두는 데 의의를 두는 듯해 더욱 눈에 띈다.

반디미용실에서 처음 낙타를 보았습니다 미용실 누나는 쌍봉낙타 봉 같은 가슴 사이에 제 머리를 묻고 비뚤어짐을 가늠했고 저는 실눈만 떴다 감았다 했습니다 (……) 누나는 동네 아저씨들 술자리의 기본 안주가 되기도 하고 아주머니들의 커피 잔에서 설탕과 함께 휘저어졌습니다 (……) 낙타가 떠난 날은 감나무집 형이 소주를 댓병으로 마신 날이었습니다 형 가슴보다 까맣게 그을린 반디미용실 건물, 석유 말 통과 담뱃불이 반딧불이처럼 날아들어왔다는 미용실 주인은 양귀비 염색약처럼 까맣게 울었습니다 (……) 낙타가 사하라로 갔는지 고비로 혹은 시리아 사막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마음을 걷던 발자국은 아직도 남아 저는 요즘도 간혹 그 발자국에 새로 만나는 미인들의 흰 발을 대어보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인의 발」 부분

총무는 채점을 하다 말고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매년 이차에서 떨어졌던 그도, 탈출해 나왔다면 내년쯤에는 아마 이등병이 되었을 겁니다 그나저나 왜 결핍의 누대(累代)에는 늘 붉은 줄이 그어졌는지 알고 계실까요?

3층에 사는 여자들이 이차를 마치고 돌아온 듯했습니다 공동 주방에서 부치는 달걀 냄새가 온 방실을 점유하고 있었죠 스탠드가 꺼지고 소방벨이 울린 것은 그때였습니다
―「유성고시원 화재기」 부분

‘반디미용실 화재, 여직원 1명 사망’으로 일간지 사건사고란에 간략히 보도되고 끝났을 일을 시인은 시로 남겼다. 덕분에 우리는 그녀를,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애도할 수 있다. 구청에서 직원이 나올 때마다 정신이 돌아와 바른말을 하는 치매 노인이 실은 사복을 입고 온 군인에게 속아 남편의 은신처를 알려주고 말았던, 그리하여 혼자가 되었던 사연을 기록으로 밝혀줌(「기억하는 일」)으로써 우리는 노인을, 노인의 바른말을 이해할 수 있다. 「유성고시원 화재기」를 읽으면 우리는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떠올려볼 수 있다. 화재가 누전인지 방화인지 끝내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울먹울먹했던 것들이 캄캄하게 울어버린 것이라 생각”된다는 진술자의 모호한 말이 어쩐지 명백한 진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역시 ‘유성고시원에서 화재가 일어나 얼마의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있었다’로 요약될 일이었다. 이렇듯 박준 시인은 ‘사건’을 ‘삶’으로 바꾼다. 대개 결핍된 사람들의 삶이다. “결핍의 누대(累代)”를 사는 사람들. 시인은 들리지 않고 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리고 보이게 기록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복원한다. 기억되도록 하는 일, 그저 그런 삶이라 치부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일, 그것은 박준 시인이 불편한 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자 그 안에서 쉬이 잊힌 숱한 삶들을 애도하는 형식일 것이다.

2.
불편한 세계를 사는 시적 화자는 자주 아프다. “나는 매일 병(病)을 얻었지만 이마가 더럽혀질 만큼 깊지는 않았다 신열도 오래되면 적막이 되었다”(「용산 가는 길」), “빛을 쐬면서 열흘에 이틀은 아프고 팔 일은 앓았다”(「2:8」), “눈을 감고 앓다보면/ 오래전 살다 온 추운 집이// 이불 속에 함께 들어와/ 떨고 있는 듯했습니다”(「눈을 감고」),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꾀병」) 등과 같이 시집에는 병의 기록이 무수하다. 어째서인가. “한철 머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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