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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지음| 문학동네 |2014년 07월 29일 (종이책 2006년 01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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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정보
    출간일 2014년 07월 29일 (종이책 2006년 01월 09일 출간)
    포맷용량 ePUB(6.23MB, ISBN 9788954630184)
    • 한국문화예술위 우수문학도서 > 2006년 선정도서 > 2006년 선정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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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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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소설과 사상>으로 등단한 배수아의 창작 소설집 『훌』.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더욱 깊어진 사유와 치밀하고 견고한 문장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정착 없는 방랑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도플갱어를 연상케 하는 표제작 <훌>을 비롯해, 시간과 관련해 독특한 방식으로 타인을 지각하는 소설 <회색 時>, 도플갱어적이고 그로테스크한 그들이 등장하는 <양곤에서 온 편지>, 개개인으로서는 겁 많고 냉소적이며 빈약한 존재이지만 집단으로서는 구호에 경도되기 쉽고 공격적이 되는 이중적인 존재로서의 군중을 말하고 있는 <집돼지 사냥> 등 총7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목차

회색 時

양곤에서 온 편지
마짠 방향으로
집돼지 방향
시취
우이동

저자소개

배수아

저자 : 배수아

배수아 |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소설과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따. 2003년 한국일보문학상,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책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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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개인의 역사 중에서 타인이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타인은 과연 실재적인 것의 이름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토록 비밀스럽게 존재하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가. 타인이 존재하며 그들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왔다고 하는 것은 텔레비전의 선전이거나 종교의 광고문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그들 타인을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실제로는 만난 일이 없기 때문이다.(「회색 時」)
시간은 이렇게 그를 지나쳤고, 그는 그렇게 ‘타인’을 지나쳤다. 어쩌면 그가 그렇게 시간을 스쳐갔고, 타인들 역시 그렇게 그를 스쳐갔을지도 모르겠다.
데뷔한 지 십삼 년, 그는 그렇게 변화해왔다. 보이지 않는 ‘시간’을 통과하고 실재하지 않는 ‘타인’과 마주하며.

1993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각각 한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포함 열일곱 권의 책을 펴냈으니(번역서 두 권까지 포함하면 열아홉 권!) 이 년에 세 권꼴로 책이 나온 셈이지만 1999년 『그 사람의 첫사랑』이 나온 이후 창작집은 칠 년 만이다. 그사이 출간된 산문집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를 제외한 여덟 권이 모두 장편소설이다.
그사이, 배수아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공무원과 소설가라는 투잡(two-job)족--이 말은 배수아가 맨 처음 사용한 말이다--에서 전업 소설가가 되었고, 공항과 자택을 오가던 그는 이제 독일과 한국을 오간다. 독특한 문체 때문에 폭넓은 독자 대신 열혈 팬들을 거느리고 있던 그는 이제, 사유하는 문장의 힘으로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2004년 『독학자』를 내놓으며 그는 “나의 초기 소설 및 그 독자들과 결별하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지만 독자들은 그를 놓아주지 않을 듯하다. 그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 역시 독자들에겐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의 하나이므로.

“뭐예요?”
“죄송하지만 문을 좀 열어주시겠어요? 난 이곳에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집주인이 잊었는지 문을 열어주지 않는군요.”
“뭐라구요?”
“문을 좀 열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난 바이올린 레슨 부탁을 받았는데 그것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 그런데 이곳이 가르쳐준 주소이고 오늘 시간도 맞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들어갈 수가 없군요. 그러니, 문을 좀 열어주었으면 해서요.”
“도무지 못 알아듣겠네. 그러니까 당신은, 이곳에 찾아온 사람이 맞는데, 당신이 이곳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문을 대신 열어달라는 거군요. ……찾아갈 방이 몇호인데요?”
“1323.”“그런데 왜 내가 문을 열어줘야 하는 건지, 별일이네, 참. 이봐요, 난 1105호에 사는데, 그말은 당신이 벨을 누른 이곳은 지금 1105호란 말이에요. 1105호와 1323호는 비슷하지도 않은 숫자인데, 이상하군요. 왜 그러는 거지요? 내 생각에는 당신은 그의 이웃에게 부탁해야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나도 물론 그러려고 했지만, 아무도 집에 있질 않아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단 말입니다.”
“내 생각에는, 당신은 오늘 그냥 돌아가고 나중에 다시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아니면 다른 이웃에게 부탁해보든가요. 나는, 내가 문을 열어주는 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게다가 돈을 받으러 온 사람에게……”
(「마짠 방향으로」)
그는 어쩌면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린 어쩌면 대화가 아니라 끊임없는 독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내 앞에 있는 것은 ‘타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실재하지 않는 그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나(우리)의 이야기는 허공을 맴돈다. 그 이야기는 결국 나(우리)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던가. 언제나 그랬듯이. 문득, 그의 소설을 읽으며 떠올려본다. 진짜 ‘대화’라는 것을, 나는 ‘나누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어쩜 듣는 이 없는 무언가에 대고 끊임없이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투정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소통 부재의 세상에서 누구에게, 무엇을, 말할 것인가.
결국은 그가 나이고, 내가 너인 이 세상에서.(「훌」)

나는 말이지, 언제나 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왜냐하면 너무 흔한 이름이어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너무나 쉽게 만날 수 있었거든. 내 할머니도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어. 게다가 가까운 친구 중의 한 명의 할머니도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 뭐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아이들 중에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가 언제나 한 명 이상은 반드시 있었어.(「마짠 방향으로」)
그런데,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던져놓기만 하는 줄 알았던 그가 이번에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최근 몇 년간 그의 인물들(실은 그의 ‘인물’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고민스럽다. 대부분 그의 인물들은 웬일인지 그 자신으로 읽혔다)은 그와 마찬가지로 항상 ‘길 위’ 어딘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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