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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호수

정용준 소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정용준 지음| 아르테(arte) |2020년 01월 14일 (종이책 2019년 10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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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20년 01월 14일 (종이책 2019년 10월 01일 출간)
    포맷용량 ePUB(13.03MB, ISBN 9788950984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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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이 책의 주제어

# 한국현대소설 # 이별 # 인연

삶을 뒤흔든, 어느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일
이 뒷걸음질을 우리는 성숙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별도 소통이 되나요?
“불 같고 물 같고 때론 동물 같았던
무주의 감정이 정물처럼 느껴지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야만 한다고도 생각했는데,
막상 그것을 마주한 마음은 서글펐다.”_ p. 69

2009년 『현대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올해로 등단 10주년을 맞은 작가 정용준의 신작 중편소설 『세계의 호수』가 아르테 ‘작은책’ 다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초기부터 한없이 어두운 이야기를 더없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내, 발표하는 작품마다 신선한 충격과 인상을 남겼던 정용준은, 10년 동안 세 번의 젊은작가상과 황순원문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문지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한국문학의 중심에 우뚝 선 작가다.
그는 죽음을 희망하는 인물들을 통해 세계와 개인 사이의 ‘소통의 단절’을 보여준 첫 소설집 『가나』로 세계의 폭력에 내던져진 개인의 내면을 탁월하게 묘사했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첫 장편소설 『바벨』에서는 SF적 상상력으로 인류 종말의 모습을 ‘말’이 사라진 세상, ‘소통이 부재한 세계’로 그려낸 바 있다. 이후 보편적인 관계(가족) 속에 드리워진 삶의 그늘과 슬픔을 담아낸 두 번째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를 거쳐, 사라진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신비롭게 풀어낸 두 번째 장편소설 『프롬 토니오』를 선보이기도 했다. ‘소통’과 ‘사라짐’은 정용준의 소설 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출간된 『세계의 호수』야말로 이 두 가지를 오롯이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짧은 소설에서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누구나 속수무책으로 겪어야만 했던 ‘이별’의 감정에 대해 덮고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다가가려 했기 때문이다.
사랑이 사라지고 난 자리,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이별을 통보받았던 남자와 “떠나지 않는 방식으로 떠”난 남자에게 이별을 강요받았던 여자가 7년 만에 낯선 이국에서 만나 자신들의 이별을 되짚는 과정에서 과연 소통은 가능할까? 삶을 뒤흔든, 어느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일, 이 뒷걸음질을 우리는 성숙이라 부를 수 있을까? 결코 잃어버리진 않았지만 잊고 있던 지나간 인연의 소중함을 정용준은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는 소리책으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팟빵〉 〈밀리의 서재〉에서 아르테 ‘작은책’을 검색해 보세요. 개성 있는 목소리가 소설 감상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 『세계의 호수』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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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세계의 호수
작가 노트_ 질문의 끝에서 다시

저자소개

저자 : 정용준

2009년 『현대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소나기마을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가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장편소설 『바벨』『프롬 토니오』, 중편소설 『유령』 등을 펴냈다.

책속으로

해결할 걸 해결하지 못하고 헤어진 관계였잖아. 무주는 내 물음에 정확히 답해주지 않은 채 스위스로 가버렸어. 끝났지만 뭔가 풀 게 남은 것 같은 기분은 때론 미련으로 때론 분노로 감각됐지. 차라리 잘된 걸지도 몰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거야. (p. 28)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어떻게 오고, 어떤 감각이 희미해져 꿈속으로 빠져드는지, 평생 해왔던 가장 익숙한 그 느낌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만나고 싶고 만나고 싶지 않다. 잊었지만 잊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지만 보고 싶다.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왜 만나면 안 되는 건지 의문을 품고 있다. 마음의 정체를 도무지 알 수 없어 이쪽으로 저쪽으로 뒤척거리기만 했다. (p. 40)

한 장면도 기억나지 않는 꿈인데 마음은 뭔가를 느끼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 무주를 본 것이다. 얼굴도 생각나지 않으면서 표정이 기억난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 쓸쓸한 기운. 나를 바라볼 때의 눈동자. 그 비구름 같은 분위기가 다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무주의 얼굴이 생각난다. 기억 속에 저장된 수천 수만의 모습이 겹치고 겹쳐 홀로그램처럼 허공에 떠오르고 있다. (p. 41)

너답다고 생각했어. 넌 늘 너 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까. 빈에 왔겠지. 마침 내 생각이 났겠고 이참에 오랜만에 만나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겠지. 선 같은 거 없어. 감정이 선이야. 감정이 없다면 지킬 선도 없는 거지.
담담하게 말하는 무주의 음성 속에 희미하게 증오가 섞인 게 느껴졌다. (pp. 89~90)

그때와 완전히 달라진 것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게 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 알았다. 감정. 무주의 감정은 깨끗하게 닦아 선반에 올려놓은 그릇 같았다. 불 같고 물 같고 때론 동물 같았던 무주의 감정이 정물처럼 느껴지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야만 한다고도 생각했는데, 막상 그것을 마주한 마음은 서글펐다. (pp. 69~70)

그 마음이 품고 있을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알고 감춘 게 아니라 몰라서 감추고 있는 것. 사라지지도 소멸되지도 않은 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내가 모르는 마음. 담요를 머리까지 뒤집어쓴 채 이 시간을 통과하려 애쓰고 있다. 방이 좁게 느껴진다. 사방에서 벽들이 조여오는 느낌이다. 속이 빈 나무 속에 꽉 박혀 있는 기분이다. (p. 108)

구름 한 점 없는 오후의 강한 햇살이 무주 위로 쏟아졌다. 무주는 빛에 젖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휘청휘청 걸어 물속으로 들어갔다. 머리까지 쑥 집어넣고 한참 뒤 떠올라 아아아, 소리를 내며 배영을 했다. 그러고는 느리고 꾸준하게 호수 끝까지 헤엄쳐 갔다. 멀리 사라질 동물처럼. 자유롭게. 자유롭게.
(pp. 136~137)

출판사서평

삶을 뒤흔든, 어느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일
이 뒷걸음질을 우리는 성숙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별도 소통이 되나요?
“불 같고 물 같고 때론 동물 같았던
무주의 감정이 정물처럼 느껴지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야만 한다고도 생각했는데,
막상 그것을 마주한 마음은 서글펐다.”_ p. 69

2009년 『현대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올해로 등단 10주년을 맞은 작가 정용준의 신작 중편소설 『세계의 호수』가 아르테 ‘작은책’ 다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초기부터 한없이 어두운 이야기를 더없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내, 발표하는 작품마다 신선한 충격과 인상을 남겼던 정용준은, 10년 동안 세 번의 젊은작가상과 황순원문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문지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한국문학의 중심에 우뚝 선 작가다.
그는 죽음을 희망하는 인물들을 통해 세계와 개인 사이의 ‘소통의 단절’을 보여준 첫 소설집 『가나』로 세계의 폭력에 내던져진 개인의 내면을 탁월하게 묘사했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첫 장편소설 『바벨』에서는 SF적 상상력으로 인류 종말의 모습을 ‘말’이 사라진 세상, ‘소통이 부재한 세계’로 그려낸 바 있다. 이후 보편적인 관계(가족) 속에 드리워진 삶의 그늘과 슬픔을 담아낸 두 번째 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를 거쳐, 사라진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신비롭게 풀어낸 두 번째 장편소설 『프롬 토니오』를 선보이기도 했다. ‘소통’과 ‘사라짐’은 정용준의 소설 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출간된 『세계의 호수』야말로 이 두 가지를 오롯이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짧은 소설에서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누구나 속수무책으로 겪어야만 했던 ‘이별’의 감정에 대해 덮고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다가가려 했기 때문이다.
사랑이 사라지고 난 자리,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이별을 통보받았던 남자와 “떠나지 않는 방식으로 떠”난 남자에게 이별을 강요받았던 여자가 7년 만에 낯선 이국에서 만나 자신들의 이별을 되짚는 과정에서 과연 소통은 가능할까? 삶을 뒤흔든, 어느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일, 이 뒷걸음질을 우리는 성숙이라 부를 수 있을까? 결코 잃어버리진 않았지만 잊고 있던 지나간 인연의 소중함을 정용준은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는 소리책으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팟빵〉 〈밀리의 서재〉에서 아르테 ‘작은책’을 검색해 보세요. 개성 있는 목소리가 소설 감상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그런 이야기 하고 싶어? 옛날이야기?
뭔가 애틋하고 묘한 그런 거 느껴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넌 우리가 그때 어땠는지,
왜 헤어졌는지, 다 잊은 것 같다. 세월이 조금
흘렀다고 세상에, 그런 멍청이 같은 얼굴을 하고
미안하네 어쩌네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놀라워.”_ p. 90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윤기는 자신의 단편 시나리오를 번역하고 가상으로 각색, 연출까지 해보는 번역 실습 워크숍이 해외 교류 사업의 하나로 빈 대학 한국학과에서 진행되는 관계로 초청을 받아 오스트리아로 향한다. 그 마지막 수업에 원작자로 참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7년 전 헤어진 연인 무주가 늘 가보고 싶다고 말하던 곳이 빈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녀가 결혼해서 살고 있는 곳이 빈에서 멀지 않은 스위스 장크트갈렌이기 때문이다. 절대 연락하지 말라는 무주의 마지막 부탁을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기는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빈에 와 있음을 알린다. 올 수 있으면 오라는 무주의 답장을 받고, 그는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양해를 구한 뒤 스위스로 향한다. 스위스에 가기 전, 윤기는 담당자로부터 그곳에 있는 ‘세계의 호수’가 가볼 만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무주 남편이 부재한 무주의 집에서, 무주의 딸과 함께 셋이 보내는 며칠은 어색하면서도 자연스럽다. 윤기는 무주가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고, 7년 전, 갑자기 다른 사람이 생겼다며 자신을 버린 무주의 진짜 속마음을 알고 싶어 한다. 시종 담담한 모습으로 윤기를 오래전 친구처럼 대하며, 닦아 놓은 그릇처럼 감정을 정리한 듯 보이던 무주가 지난 감정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는 윤기에게 순간 자신이 이미 선택한 일을 남이 하도록 강요하는 비겁함에 대해 쏟아낸다. 윤기는 그때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해버린 감정과 마음에 대해 얘기했다면 바뀌었을 거라고 말하지만, 무주는 사람은 바뀌지 않고 어차피 끝은 정해져 있다며 힘없이 웃는다. 그들에게 소통의 가능성은 없었다는 이야기. 윤기가 빈 대학의 교수에게 자신의 작품을 이해시킬 수 없던 것처럼, 학생들과 문학적 대화가 막혀
川嗤것처럼 말이다. 윤기와 달리 자신을 필요로 하는 지금의 남편과 만나 스위스로 온 무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타지에서의 외로운 생활과 가족에 대한 증오심이 자신도 모르게 잿더미처럼 가슴 깊이 쌓여 있는 남편은 무주를 유령처럼 느끼게 만들고, 무주는 누구와도 소통을 이루지 못한다. 이제야 서로의 진심을 털어놓는 이들. 이 밤, 비로소 이들의 소통은 가능한 걸까?

"담요를 머리까지 뒤집어쓴 채 이 시간을 통과하려 애쓰고 있다"

“난 너와 다시 연락하고 싶어. 친구처럼 지내고 싶고.
또 난 너와 다시는 연락하고 싶지 않아. 친구처럼도
지내고 싶지 않고. 어떻게 하면 너와 연락하고 친구로
지내기 위해 연락하고 싶지 않은 이유와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은 이유를 없앨 수 있을까?”_ p. 135

소설의 말미에서 윤기가 무주에게 전하는 ‘연락하고 싶고 친구로 지내고 싶은 마음’과 ‘연락하고 싶지 않고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서로 반대의 마음이기 때문에 한 가지를 버려야 한 가지를 취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둘은 붙어 있으므로 한 가지를 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계속 이리저리 흔들리고 말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녹록지 않은 것은 이러한 삶의 모순 때문이 아닐까. 삶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것들을 찾아내, 그것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살펴, 생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결국 문학의 일일지 모른다.
‘이별’과 ‘작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각별히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용준은 ‘이별’이 같은 세계의 양 끝을 향해 걸어가는 거라면 ‘작별’은 각각 다른 세계로 걸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다소 모호하게도 여겨지는 이 말은 작별(作別)의 한자를 떠올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여 ‘이별’을 ‘작별’로 바꾸고 싶은 사람의 마음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작별’을 ‘이별’로 바꾸려 애쓰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작가의 고백은, 마침내 ‘작별’을 ‘이별’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소통의 불가능성’에 대한 은유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헤어진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이 없는 세계에서 작은 책상에 앉아 혼자만 펼칠 수 있는 책 한 권을 갖는 일”인지 모른다. 다른 세계로 건너가 혼자 간직한 헤어짐은 영영 공유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완전한 소통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은 어쩌면 끝내 풀리지 않은 채 오래된 숙제로 남을지 모른다. 문학이 그것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이라면, 정용준은 선두에 서서 그 실험을 성실히 행하는 연구자라 할 만하다. ‘세계의 호수’가 실은 ‘세 개의 호수’임을, 잘못된 소통으로 만들어진 허상임을 알게 되더라도 그 ‘세계의 호수’에 가고자 하는 이가 바로 정용준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호수』는 지금껏 작가 정용준이 보여준 소설 세계를 총망라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그의 문학적 실험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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