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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34

김혜나 지음| 민음사 |2013년 10월 28일 (종이책 2010년 06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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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3년 10월 28일 (종이책 2010년 06월 11일 출간)
    포맷용량 ePUB(4.82MB)
    ECN 0111-2018-800-002748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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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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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어

# 한국현대소설 # 청춘소설 # 성장소설

이 시대 청춘들의 아픈 삶을 충격적으로 그려낸 소설!

2010년 제34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혜나의 성장소설『제리』. 치명적인 성애 묘사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우한 청춘들의 삶을 아프게 그려낸 작품이다. 2년제 대학 야간반에 겨우 들어간 스물두 살의 '나'는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고 헤어진 남자친구와 의미 없는 섹스를 나누며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느 날 대학 동기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놀아주는 남자들을 고를 수 있는 노래바에 간 '나'는 한 살 연하의 제리를 만나게 된다. '나'와 제리는 불같은 밤을 보내지만 이후 제리에게서는 연락이 없고, 더 많은 고통을 느끼기 위해 '나'는 피어싱을 하고 끊임없이 술을 마시는데….

북소믈리에 한마디!

이 소설은 21세기 사회에서 '루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청춘들에 대한 보고서다. 88만원 세대의 절망과 자해적 섹스가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별 볼일 없는 2년제 야간대생인 '나'와 노래바나 호스트바에서 선수로 뛰는 제리.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나'는 의미 없는 섹스를 나누고, 고통과 상처에서 살아 있다는 느낌을 확인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치열한 섹스는 야하지 않고 오히려 슬프게 다가온다.

목차

제리
작가의 말[fount][fount]

저자소개

김혜나

저자 : 김혜나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청주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제리』로 2010년 제34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책속으로

“언니는 연예인 싫어한다더니, 꼭 아이돌 같은 애를 골랐네? 왜 아까는 잘 안 보였지? 요즘 많이 나오는 애들 중에서 누구 닮은 거 같은데, 안 그래?”
아닌 게 아니라 내 파트너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처럼 귀엽고 예쁘장한 얼굴 생김새였다. 손바닥 하나만으로도 가려질 듯한 조그마한 얼굴, 빨간 입술을 돋보이게 만드는 새하얀 피부, 기다란 눈 사이로 드리워진 속 쌍꺼풀…….
이제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담배를 하나 더 집어 들었다. 그리고 탁자 위에 올려 둔 라이터를 집으려는데, 그가 재빠르게 자신의 주머니에서 은색 지포 라이터를 꺼내 불을 댕겼다. 두 손으로 정중하게 라이터를 든 그의 모습은 상대방에 대한 각별한 예의가 깃들어 있었다. 나는 아랫것이니 마음대로 하세요, 라고 말하는 손짓. 그것이 내 마음 한구석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14쪽

“언니. 언니는 꿈이, 뭐야?”
애써 넘긴 소주가 목구멍에서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이지 지금까지 마신 소주를 죄다 뱉어 놓아도 부족할 정도로 기가 막힌 질문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옆에 있던 차 선배, 임 선배, 박 선배, 그리고 여령 언니까지 모두 어이없어하는 표정이었다. 꿈이 무엇이냐니. 서울도 아닌 인천의 2년제 대학 야간반에 재수까지 해서 겨우 들어온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니.
나는 나보다 두 살이 많은 여령 언니를 바라보았다. 여령 언니는 코를 너무 높게 세우는 바람에 성형한 티가 딱 난다는 게 좀 흠이긴 하지만, 누가 봐도 미인이라고 할 만큼 예쁘게 생겼다. 168센티미터의 큰 키에 늘씬한 몸매, 길고 부드러운 머리칼까지 지닌 여령 언니는 이 학교를 졸업하고 괜찮은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는 말을 종종 내뱉었다. 다만 그 ‘괜찮은 남자’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 친구도 엄청나게 잘생긴 얼굴인데 결혼할 생각은 없다는 것을 보면 그 기준이 외모만은 아닌 게 분명할 따름이었다. 그런 여령 언니를 보고 있자니 2년 뒤의 내 모습이 더욱더 그려지지 않았다.
말하자면, 수도권의 별 볼일 없는 2년제 야간대학조차 겨우 다니고 있는 나에게 어떠한 꿈이라는 게 있을 리 만무했다. 누구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가 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대학을 함께 다니고 있는 우리들 중에서 의사나 변호사가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하다못해 꽤 이름 있는 중소기업에만 취직해도 옳다꾸나, 개천에서 용 났네, 잔치라도 열어 줄 태세였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미주는 꿈이 무엇이냐고 묻고 있었다.
―73~75쪽

그렇게 매일 돈 들여, 공들여 치장하고 관리를 해도 막상 룸에 나오면 초이스가 되는 건 언제나 에이스들뿐이야. (……) 그런데 에이스들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만 있어도 여자들은 무조건 만족하는 거야. 옆에 앉아 있어 주는 것만으로 모두들 침 질질 흘리며 행복해 죽으려고 하지. 그러니까 나는 아무리 돈 들이고 노력해도 결국에는 이 모양 이 꼴이고, 에이스들은 그저 가만히만 있어도 환영받는 세상이지. (……)
뭘 해도 안 되는 신세, 애초부터 글러 먹은 신세. 그래, 늘 그랬다. 공부를 비롯해 매사에 의욕이 없던 나는 일찌감치 문제아로 낙인찍혀 있었다. 학교에 가기 싫은 마음만 가득하니 늘상 지각이었고, 수업 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딴전만 부렸다. 당연히 교실 밖으로 내쫓기거나 교무실로 불려 가는 일들이 다반사였고, 선생들은 나에게 네가 학생이냐, 정신이 있는 거냐, 살아만 있다고 다 사람인 줄 아냐, 너 같은 애를 인간쓰레기라고 하는 거다, 등등의 말들을 쏟아 냈다. 그럴 때마다 뺨이나 머리를 맞는 등의 모욕적인 체벌을 받는 건 차라리 나았다. 혼내는 체하며 귓불이나 목덜미를 은근슬쩍 더듬는 선생들도 많았고, 상담실로 불러내 서슴없이 몸을 만지거나 성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선생들도 있었다. 학생도 사람도 아닌, 그저 날라리일 뿐인 나에게 그 모든 차별과 무시와 폭력은 너무도 합당한 일인 양 가해졌다.
―103~106쪽

나는 이 모든 게 다 이해되지 않았다. 그저 섹스 한번 나눈 게 전부인, 나보다 나이도 어린, 고작 호스트바 선수나 뛰는 가벼운 남자애 한번 만나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내가 정말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제리도, 제리와 만나는 일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야말로 이 아무것도 아닌 아이와의 만남에 나는 왜 이렇게 신경이 곤두서는 것일까. 나로서는 그것이 가장 이해되지 않았다.
―192쪽

출판사서평

파괴적이고도 충격적이며 반도덕적인 소설
치명적인 성애 묘사를 통해 이 땅의 모든 불우한 청춘들의
벌거벗은 삶을 시리도록 아프게 그려 낸 감동적인 성장소설

일찍이 한국 문학 “독자가 경험하지 못한 이상하고도 낯선 세계의 존재를 예감케” 하는 소설, 바로 2010년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제리』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도대체 이 작품의 무엇이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읽는 내내 불편했고, 읽은 다음에도 며칠 동안 불쾌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일까?
『제리』는 깜짝 놀랄 만큼 진솔한 자기 고백, 치열한 성적 욕망의 분출, 그리고 치명적인 성애 묘사로 인해 일견 ‘일본 연애 소설의 여왕’ 야마다 에이미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야마다 에이미를 이미 한 단계 넘어선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희망을 갖는 것이 섹스하는 것보다 더 비경제적인 88만 원 세대의 절대 절망과 자해적 섹스가 다큐멘터리보다도 더 리얼하게 동영상처럼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21세기 청춘들의 절망은 그들의 삶보다 오래 지속되고, 그들의 섹스는 그들의 삶보다 언제나 빨리 끝난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인 ‘루저’들, 김혜나가 제시하는 비루한 20대의 삶은 이전의 한국 문학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전혀 새롭고 낯선 지점이다. ‘그 빌어먹을 진창’을 이미 건너온 당신에게, 그리고 여전히 ‘그 빌어먹을 진창’에서 헤어나지 못한 당신에게, 진정 삶의 한 줄기 작은 빛이 되어 줄 이 작품을 권하고 싶다. 당신은 지금, 과연 어느 곳에 서 있는가…….

■ 2010년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한국 문학에 전혀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대형 신인의 탄생!

애써 학교 이름을 대 봤자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하는, 수도권의 별 볼일 없는 2년제 야간대학 학생인 ‘나’, 그리고 노래바나 호스트바에서 선수로 뛰는 ‘제리’. 출발부터 뒤처진 그들 “신(新)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청춘들에게 일상은 무의미하다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섹스뿐”이다. 당연히 주인공 ‘나’는 꿈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가장 당혹스럽고, 결코 죽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죽어서까지도 늘 이따위 신세일까 봐 구질구질한 삶을 끝낼 수조차 없다. 그녀는 의미 없는 섹스를 마치 출근하듯 나누고, 살아 있다는 느낌을 오로지 고통의 징후로 환원한다. 고통과 상처에서 살아 있음을 확인하지만 그녀는 고통을 호소하거나 사유화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살아갈 뿐, 왜 혹은 어떻게 이토록 파괴적인 삶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는다.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 그녀의 초연한 태도는 부끄러움과 당혹의 몫을 모두 독자에게 건넨다. 결국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썩은 동아줄이다. 하지만 그 줄을 잡으면 땅에 떨어질 줄 알면서도 잡을 수밖에 없는 역설적 초연함을 『제리』는 담담하면서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이것이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치열한 섹스가 야하지 않고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이며, 여타의 작가들이 숱하게 보여 준 “연민과 공감, 멜랑콜리와 애도로 특징지어지는 20대의 주류 문화와는 다른” 감성, 바로 김혜나가 제시하는 불쾌한 발견의 지점이다. 그리고 온몸을 던져 체득한 이 1982년생 작가의 하드보일드한 삶의 질감과 깊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주인공은 미칠 듯 열렬하게 제리를 갈망하고 또 갈망한다. 제리의 몸은 그녀에게 구원이 아닌 소통의 계단이기에 저 나락의 밑바닥으로부터 시작된 제리라는 계단은 삶과 지상의 세계, 그리고 그녀 자신에게로 이어진다. 제리라는 지독한 열망의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끌어안으며 그렇게 고통에 대해 말하는 법을 체감한 순간, 그녀는 지상으로의 통로를 발견한다.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다 짜내어 섹스를 하는 강에게, 나는 그렇게 말해 주지 않았다. 너무 아프다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고,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도 괜찮다고, 한 번도 말해 주지 않았”으며 “아프다고 말하면, 이런 섹스가 정말 싫다고 말하면 그가 먼저 나를 떠날까 봐, 그가 주는 고통마저도 사라져 버릴까 봐, 삶을 견딜 수 없게 될까 봐 너무나 두려(216쪽)”워했던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 돌고 돌아 숱한 방황 끝에 다다른 지점은 여전히 출발선에도 한참 못 미친 곳에 불과하지만, 그녀는 이제 지상으로 한 걸음 내딛을 채비를 시작한다. 스스로 발을 딛고 서게 된 그 한 걸음만큼의 성장으로 인해 비로소 지상의 세계로부터 흘러나오는 한 줄기 빛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안티-나르키소스 세대에게 이 작품이 발휘할 수 있는 작은 치유의 힘이며, 또한 『제리』가 지닌 커다란 미덕인 동시에 김혜나라는 이
젊은 신인 작가의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 심사평 중에서

『제리』는 21세기적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루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청춘들에 대한 킨제이 보고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섹스가 야하지 않고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 메타포가 아니라 리얼리티로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1세기 청춘들의 절망은 그들의 삶보다 오래 지속되고, 그들의 섹스는 그들의 삶보다 언제나 빨리 끝난다. 동시대 젊은이들의 세태를 유희가 아닌 상처, 냉소가 아닌 권태, 관념이 아닌 실감으로 제시한 이 작품으로 인해 우리는 21세기에 맞춤한 또 한 사람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닮은 작가를 가지게 되었다.
―김미현(문학평론가·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읽는 내내 불편했고, 읽은 다음에도 며칠 동안 불쾌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벌거벗은 삶’들을 정면으로 이야기한 이 충격적인 소설은 다 읽고 나면 외려 슬프고 쓸쓸해진다. 반어(irony)를 사용하지 않고도 반어가 소설을 관통하고 있다. 충격적이고, 반도덕적인 소설이다.
―박성원(소설가·동국대 문창과 교수)

노래방에서 남자 도우미들을 불러 선택하는 첫 장면부터 당혹스럽다. 김혜나가 제시하는 20대의 삶은 우리를 불쾌한 발견의 지점으로 데려간다. 도서관이나 책상에 앉아 상상한 삶이 아닌, 길 위에서 직접 체감한 하드보일드한 삶의 질감들이 잠잠한 동년배 소설의 감상 사이를 파고든다. 이 침범은 최근 한국 소설에 없었던 새로운 어떤 표정으로 바뀐다. 동시대 소설에 낯선 무늬를 그려 줄 새로운 작가의 탄생에 축하를 전한다.
―강유정(문학평론가)

■ 줄거리

인천에 있는 2년제 대학 야간반에 재수까지 해서 겨우 들어간 스물두 살의 나. 나는 거의 매일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고 헤어진 남자 친구 강과 의미 없는 섹스를 나누며 꿈도 희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어느 날 나는 대학 동기인 여령 언니, 미주와 함께 노래바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다. 그곳에서는 시간당 3만 원만 내면 함께 술 마시고 놀아 주는 멋진 남자 선수들을 얼마든지 고를 수 있다. 나는 일렬로 늘어선 열 명의 선수들 가운데 엉겁결에 7번을 초이스한다. ‘제리’라는 이름의 7번 선수, 그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처럼 귀엽고 예쁘장한 생김새에 뽀얀 피부, 손바닥 하나로도 가려질 듯한 조그마한 얼굴을 지닌 172센티미터의 가냘프고 어려 보이는 외모의 남자다. 한 살 연하의 제리는 처음이라 어색해하는 나를 선수답게 리드하며 춤추고 노래한다. 민망하고 부끄러운 한 시간은 금세 흐르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제리는 룸을 떠나 버린다. 그러나 미주가 조금만 더 놀다 가자고 떼를 쓰자, 나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이끌려 제리를 다시 불러들인다.
노래바에서 나와 강을 찾은 나는 모텔로 향하고, 강은 지난번 시도하다 만 애널 섹스를 하자고 난리를 부린다. 2주쯤 전, 콘돔을 덧씌운 그의 성기가 항문에 닿자마자 나는 소리를 꽥 지르며 침대에서 굴렀다. 누군가 내 살들을 죽죽 찢어발기는 듯한, 이전까지 느껴오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 때문이었다. 그날 나는 무릎을 꿇고 빌면서 제발 그만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런데도 그는 괜찮을 거라며, 오늘은 아마 잘 들어갈 거라며 성기에 콘돔을 끼우고 있다.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은 내가 원해서 온 건데 하고 생각하니 머리가 핑 돈다.
또 이유 없이 그저 술을 마신다. 그런 내게 미주가 묻는다. “언니는 꿈이, 뭐야?” 애써 넘긴 소주가 목구멍에서 턱 막히는 느낌이다. 정말이지 지금까지 마신 소주를 죄다 뱉어 놓아도 부족할 정도로 기가 막힌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누구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가 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학을 함께 다니고 있는 우리들 중에서 의사나 변호사가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하다못해 꽤 이름 있는 중소기업에만 취직해도 옳다꾸나, 개천에서 용 났네, 잔치라도 열어 줄 태세였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꿈이 무엇이냐니. 나이트에서 부킹이나 하며 실컷 놀자는 친구들에게서 도망치듯 빠져나온 나는 혼자 노래바로 가서 제리를 불러낸다.
그러나 제리 역시 그렇게 잘나가는 선수는 아니다. 한 번도 에이스였던 적 없으며, 앞으로도 에이스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한때는 연예인을 꿈꾸기도 했으나 이미 마음 한구석에서 그 꿈을 접어 가고 있는 제리. 나는 그런 제리를, 제리의 몸을 미칠 듯 열망하기 시작한다. 강에게서 훔친 시계와 돈으로 제리와 함께 밤을 보내며 불같은 섹스를 나누지만, 이후 제리에게서는 도통 연락이 없다. 나는 진심을 들려주고 싶어 전화를 걸지만, 돌아온 것은 수화기 너머의 차가운 침묵뿐이다. 나는 더 많은 고통을 느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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