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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피

김이설 장편소설

김이설 지음| 민음사 |2013년 10월 28일 (종이책 2009년 06월 1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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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3년 10월 28일 (종이책 2009년 06월 1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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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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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새로운 가족의 탄생!

신예 김이설의 21세기 가족 서사극『나쁜 피』. 한국 문학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예들의 장편만을 엄선해 소개하는「민음 경장편」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을 뛰어넘어, 오늘날의 가족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진지하게 조명하고 모색한다. 증오라는 '나쁜 피'가 흐르는 가족을 둘러싼 절망과 좌절, 그리고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 펼쳐진다.

이 소설은 모든 불행을 안고 태어난 한 여인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황폐한 고물상 동네에서 알코올중독자인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화숙. 그녀는 폭력적인 외삼촌과 지긋지긋한 가난, 지독한 애정결핍을 견뎌야 했다. 도박에 미친 남편과 별거한 화숙은 옛사랑과 자취를 감춘 외사촌 수연의 실종 소식과 함께, 수연이 남기고 간 조카 혜주를 맡게 된다.

그녀를 둘러싼 현실이 점점 고통스러워지는 한편, 이상할 정도로 혜주에게 모성을 쏟는 옆집 친구 진순은 혜주를 자기 아이로 삼기 위해 화숙의 외삼촌을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홀연히 돌아온 수연. 그녀를 향한 분노를 참지 못한 화숙은 결코 밝혀서는 안될 비밀을 이야기하는데….

북소믈리에 한마디!

고물상 동네에서 살아가는, 불행으로 점철된 하층민 여자의 인생. 그녀가 메마른 어조로 이야기하는 가족이라는 운명은 그녀를 절망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러한 운명이 지나간 후에 그녀가 가족을 넘어선 새로운 가족을 발견하는 순간, 깊었던 절망 때문에 더욱 밝게 다가오는 희망을 느낄 수 있다.

목차

천변 어귀 7
고리 59
겨울 황사 149

작가의 말 196
작품 해설 백지은 199
이설(異說)의 현실, 현실의 이설

저자소개

김이설

저자 : 김이설

저자 김이설은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열세 살」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오늘처럼 고요히』 장편소설 『나쁜 피』 『환영』 『선화』 등이 있다.

책속으로

혜주가 온 건 다음 날이었다. 방문을 여니 할머니가 밥을 먹이고 있었다. 상에는 물 만 밥에 부스러기 김, 참치 캔이 하나 있었다. 나를 본 혜주가 벌떡 일어나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아가. 울지 마라. 아가, 아가.”
할머니가 등을 쓸었지만 달랠수록 울음소리가 커졌다. 아이고, 아가. 이게 무슨 일이냐, 대체. 혜주의 울음소리보다 할머니의 탄식이 더 듣기 싫었다.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끄러, 다들 입 좀 다물어 봐!”
혜주가 더 크게 울어 댔다.
“네 엄마 닮았어? 왜 자꾸 울어.”
-19쪽

“나는 겨우 열두 살이었어.”
“그건 수연이도 마찬가지였어.”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죽도록 맞고 돌아오더니, 며칠 뒤에는 아예 사라져 버렸어. 남은 식구들은 길바닥에 내쫓겨야 했고. 아버지가 정말 부정한 짓을 했다면 억울하지도 않아. 수연이 어머니와 무슨 일이라도 있었다면 나도 수연이에게 다가가지 않았을 거야.”
나는 멈칫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같이 사라졌잖아.”
-133쪽

“다녀오셨어요.”
안채로 들어서자 혜주가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색연필을 쥐고 있던 혜주가 다시 바닥에 엎드려 발을 까닥거리며 그림을 그렸다. 여자 셋이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림의 구석에는 세모 지붕의 집 한 채, 하늘에는 노란 해가 떠 있었다. 뛰어왔어 내 몸은 어느새 땀으로 흥건했다. 진순이 깨끗한 수건으로 내 이마를 닦아 주었다.
“밥 줄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195쪽

출판사서평

가족이라는 고통스러운 운명과
그 운명을 부수는 새로운 가족

경장편 소설의 시작을 열었던 2009년 화제작,
가벼운 판형과 감각적인 표지의 개정판 출간

2009년, 민음 경장편의 시작을 알렸던 김이설 장편소설 『나쁜 피』가 새로운 옷을 입은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다.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의 태동이라 할 수 있는 김이설의 대표작이자 화제작을 보다 가벼워진 판형과 감각적인 표지로 독자에게 다시 선보인다.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성을 잃지 않는 서사, 공고한 가부장제에서의 가족의 의미와 한계를 묻고, 그 너머를 꿈꾸는 소설 『나쁜 피』를 한국문학 독자 모두가 다시 발견해 주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

■ 핏줄, 젠더, 가부장을 넘어

김이설의 첫 단행본 『나쁜 피』는 과거 한국 문학이 그려 온 전통적인 가족의 단상을 뛰어넘어 오늘날의 가족이 어떤 의미를 함의하는지 진지하게 조명하고 모색한 놀랍도록 신선한 작품이다. 증오라는 나쁜 피를 타고난 한 여자가 그 피를 흘려보내고 새로운 가족을 발견하기까지의 지난한 겨울. 모든 불행을 안고 태어났기 때문에 더욱 위악적인 여자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피할 수 없는 매력은 바로 누구나 타고나는 가족이라는 운명에 대한 지독하게 솔직한 대답에 있다.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다시 가족이다. 결핍을 타고난 여자 화숙, 미완의 모성을 품은 여자 진순, 부모와 함께 언어를 잃은 소녀 혜주. 이 세 명의 여자가 이루는 인공 가족의 모습에서 우리는 핏줄과 성과 가부장을 넘어서서 새롭게 구축되어 가는 21세기형 가족의 모습을 본다.

■ 여전히 새로운, 여전히 강렬한 이야기

그런 김이설이 『나쁜 피』에서 그리고 있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삶의 선택지에서 뭔가에 홀린 듯 최악의 답을 선택해 나가는 하층민 여자의, 불행으로 점철된 인생이다. 폭력적인 외삼촌과 알코올중독자 할머니, 불륜으로 병든 외사촌과 함께 수많은 절망을 겪으며 고물상 동네에서 살아가는 그녀가 메마른 어조로 토로하는 가족이라는 운명적인 절망은 문득 몸서리칠 만큼 위악적이고 순수하게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모든 운명이 지나간 뒤, 주인공 화숙이 햇빛 비치는 겨울의 끝자락에 이르러 가족을 넘어선 새로운 가족을 발견하는 마지막 순간, 우리는 이전의 절망이 지극히 깊었기에 더욱 숨 막힐 듯 다가오는 삶의 향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증류되지도 휘발되지도 않은 짙은 삶의 날 향이 바로 김이설의 작품이 발하는 체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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