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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기행

옛사람이 스스로 쓴 58편의 묘비명 읽기

심경호 지음| 민음사 |2018년 05월 14일 (종이책 2018년 03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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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8년 05월 14일 (종이책 2018년 03월 16일 출간)
    포맷용량 ePUB(5.38MB, ISBN 9788937436703)
    • 주요 일간지 북섹션 추천도서 > 2018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 2018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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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이끼 낀 묘비를 더듬어 읽으며 다가올 나의 죽음을 생각하고 삶의 의미를 되찾는 여정

“죽음에 대처하기 어렵다.(處死者難)” 사마천 〈사기〉의 말이다. 동양의 현자들은 죽음이 나를 무로 이끈다는 사실에 직면했기에, 그에 대한 담론을 펼치며 삶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고는 했다. 죽음이 가져올 내 존재의 무화(無化)를 극복하는 강력한 기획이 바로 자신의 묘비명을 직접 쓰는 일이다. 이 책 〈내면기행〉은 한문학자 심경호 교수의 안내를 따라 58편의 자찬묘비(自撰墓碑)를 읽는다. 고려 시대의 조촐한 비석에서 조선의 대학자가 극구 단순하게 남긴 묘비를 거쳐 구한말 이국의 땅에 묻힌 지식인의 묘지까지, 옛사람의 죽음과 삶을 읽는 일은 곧 나의 죽음, 나의 삶을 깊이 생각하는 일이 된다.

목차

책을 엮으며

1 현달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오래 살았다고도 할 만하다 ― 김훤, [자찬묘지(自撰墓誌)]
2 청풍명월을 술잔으로 삼아 장사 지냈다 ― 조운흘, [자명(自銘)]
3 나는 망명하여 도피한 사람이다 ― 조상치, [자표(自表)]
4 시끌시끌한 일일랑 도무지 긴치 않다 ― 박영, [묘표(墓表)]
5 [감군은] 곡을 늘 타다가 천수를 마쳤노라 ― 상진, [자명(自銘)]
6 모욕과 칭송도 없어지고 남은 것은 흙뿐 ― 이홍준, [자명(自銘)]
7 시름 가운데 즐거움 있고 즐거움 속에 시름 있도다 ― 이황, [자명(自...

저자소개

심경호

저자 : 심경호

1955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일본 교토대학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중국문학)을 수료하고 교토대학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8년 국문학연구회 논문상, 2002년 성산학술상, 2006년 시라카와 시즈카 기념 제1회 동양문자문화상, 2011년 연민학회 학술상을 수상했으며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 선정 제1회 인문사회과학 분야 우수학자로 뽑히기도 했다.
이 책 『내면기행』은 『한시기행』, 『산문기행』, 『나는 어떤 사람인가: 선인들의 자서전』과 함께 옛사람의 자취를 찾아 떠나는 기행 연작의 첫째 권으로, 2010년 우호인문학 학술상을 수상했으며 영어, 독일어, 중국어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저서로 『강화 학파의 문학과 사상』(공저), 『조선 시대 한문학과 시경론』, 『국문학 연구와 문헌학』, 『다산과 춘천』, 『한문 산문 미학』, 『한국 한시의 이해』, 『한시의 세계』, 『한시의 서정과 시인의 마음』, 『김시습 평전』, 『여행과 동아시아 고전 문학』, 『국왕의 선물』, 『참요』, 『한국 한문 기초학사』(전 3권), 『자기 책 몰래 고치는 사람』, 『책, 그 무시무시한 주술』, 『오늘의 고전』, 『김삿갓 한시』(근간), 『안평』(근간) 등이 있다. 역서로는 『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논어』(전 3권), 『주역 철학사』, 『불교와 유교』, 『일본 한문학사』(공역), 『금오신화』, 『한자학』, 『역주 원중랑집』(공역), 『한자 백 가지 이야기』, 『선생, 세상의 그물을 조심하시오』, 『증보역주 지천선생집』(공역), 『서포만필』, 『삼봉집』, 『동아시아 한문학 연구의 방법과 실천』 등이 있다.

책속으로

쯧쯧
내 인생 끝이로구나.
─ 조운흘(趙云?, 1332~1404년), [자명(自銘)]

재주 없는 데다
덕 또한 없으니
사람일 뿐.
살아서는 벼슬 없고
죽어서는 이름 없으니
혼일 뿐.
근심과 즐거움 다하고
모욕과 칭송도 없어지고
남은 것은 흙뿐.
─ 이홍준(李弘準, ?~?), [자명(自銘)]
봉성(鳳城) 사람 금각은
자가 언공(彦恭)이다.
일곱 살에 공부를 시작해서
열여덟에 죽었다.
뜻은 원대하지만 명이 짧으니
운명이로다!
─ 금각(琴恪, 1569~1586년), [자지(自誌)]

태어나 크게 어리석었고 자라서는 병치레 많았다.
중간엔 배운 것이 얼마나 되었나, 늘그막엔 왜 외람되이 작록을 받았나?
배움은 추구할수록 아득해지고 벼슬은 사양할수록 얽어 들었다.
나아가면 가다가 발 접질리고 물러나면 숨어서 올곧았다만,
깊이 나라 은혜에 부끄럽고 진실로 성인 말씀이 두렵도다.
산은 아스라하고 물은 끊임없나니,
너울너울 평복 차림으로 뭇사람 비방을 벗어났도다.
내 생각을 저가 막으니, 내 패옥을 누가 완상하랴.
옛사람을 그리워하나니, 실로 내 마음 미리 알았도다.
어찌 알랴, 오는 세상에 내 마음 알아줄 이 없다고.
시름 가운데 즐거움 있고, 즐거움 속에 시름 있도다.
승화하여 돌아가리니, 다시 무엇을 구하랴.
─ 이황(李滉, 1501~1570년), [자명(自銘)]

이황은 “시름 가운데 즐거움 있고, 즐거움 속에 시름 있도다.”라고 했다. 시름은 상시우국(傷時憂國, 시절을 슬퍼하고 나라를 근심함)의 시름이다. 즐거움은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즐거움이다. 그 둘은 모순이 아니다. 현실의 장벽을 돌파하지 못한 처지에서 그 둘은 하나가 되었다.
다만 김장생(金長生)은 어록에서 “퇴계는 단지 고요한 곳으로 물러나 살며 뜻대로 글을 보면서 시비가 이르지 않는 것을 낙으로 삼았으니, 이는 참으로 낙이기는 하다. 그러나 공자나 안연의 낙에는 미치지 못할 듯하다.”라고 평했다. 이황에 대해서도 이런 유보가 있을 수 있다면, 범인의 경우에야 어떠하겠는가.

너는 너의 착함을 기록하여
서너 장에 이르고
숨겨진 악을 기록하여
누락 없이 하려고 한다.
너는 말하지, 나는 아노라
사서와 육경을.
하지만 행한 바를 살펴보면
어찌 부끄럽지 않으랴.
너는 명예를 바라겠지만
찬양할 것 하나 없다.
어찌 몸으로 증명하여
덕을 드러내고 밝히지 않느냐.
네 번다함을 거두고
네 미친 짓을 베어 내어
힘써 하늘을 섬겨야
마침내 경사 있으리라.
― 정약용(丁若鏞, 1762~1836년),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 집중본

이 명에서 정약용은 남은 생애 동안 힘써 하늘을 섬기겠다고 했다. 천명의 존재를 믿고 천명에 순응하겠다는 말이다.
공자는 군자의 덕목으로 “허물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라.”라고 가르쳤고, 제자 가운데 증자는 “매일 거듭거듭 스스로를 반성했다.”라고 말했다. ‘스스로에게서 모든 원인을 찾는다(反求諸己)’는 반성을 대단히 중시한 것이다. 하지만 선인들이 남긴 자전적 시문에서는 스스로 뉘우치거나 삶의 변화를 응시한 글이 의외로 적다. 물론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어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대개 자신의 불우함을 한탄하는 심사와 연계되어 있다. 그런데 정약용은 종교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자기반성과 고백을 시문 속에 담은 것이다.

출판사서평

광대한 학문 세계와 깊이 있는 번역으로 정평이 난
한문학자 심경호 교수의 주저 〈내면기행〉
영어, 독일어, 중국어로 번역 출간 예정

광대무변한 동양고전의 엄밀한 연구와 탁월한 번역으로 정평이 있는 한문학자 심경호 고려대 교수의 〈내면기행〉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한문학 연구의 기초를 수립한 〈한국 한문기초학사〉(전 3권)에서 동양 고전의 정수를 풀이한 〈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논어〉(전 3권), 명나라 말의 문호 원굉도의 전집을 한중일 최초로 역주한 〈역주 원중랑집〉(전 10권)까지 저자의 저·역서는 70여 종을 헤아린다. 그중에서도 이 책 〈내면기행〉은 주저로 꼽히는 ‘기행’ 연작의 첫째 권으로, 2010년 우호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영어, 독일어, 중국어로 번역 출간을 앞두고 10년 만에 펴내는 개정증보판에는 학문의 원숙기에 접어든 저자의 공력이 온축되어 있다.
김시습이라는 비범한 개인의 생애와 사상을 탐구한 〈김시습 평전〉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심경호 교수는 역사 인물을 서술하는 방법론에 오래 천착해 왔다. 사적의 나열에 그치지도, 픽션에 빠지지도 않기 위해 객관적 검증과 주관적 논평을 종합하는 평전 서술의 예를 보여 주는 〈내면기행〉은 곧 58편의 자찬묘비·묘지와 함께 읽는 58인의 인물 열전이다. 개정판에서는 작가의 생년 기준으로 연대순 배치해 고려에서 조선 말까지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한 사람이 어떠한 정치적 행동을 하고 어떠한 마음을 지녔는지 알 수 있다.
권기, 유명천, 유정주, 전우, 유원성 등의 자찬묘비가 새로 소개되며, 근세 이전 자서전적 글쓰기의 흐름에 대해 서술한 보론은 저자의 최근 연구 성과를 반영했다. 민음사에서 새로 선보이는 본문 디자인은 독서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서체의 크기와 판면을 세심하게 만들었으며 침상에서나 여행길에서나 동반할 수 있도록 간소하게 장정했다.

“근심과 즐거움 다하고
모욕과 칭송도 없어지고
남은 것은 흙뿐”

죽음에 대면하여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간
자찬묘비(自撰墓碑)ㆍ묘지(墓誌)의 세계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버나드 쇼의 묘지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구절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이는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에 새겨져 있다. 일상 속에 묻혀 있던 우리가 문득 삶에 대해, 혹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묘비명들이다.
두 서양 작가의 묘비명이 20세기에 쓰였다면, 자신의 묘비명을 직접 짓는 전통은 동양에서 실로 200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동양의 현자들은 간단하게 달관한 것이 아니다. 죽음 뒤의 구원보다 죽음 자체에 직면했기에, 그 공허와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사생(死生)의 의미를 깊이 성찰했다. 죽음을 앞에 두고 오히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물음을 던진 글쓰기가 살아 있으면서 자기의 묘비를 미리 짓는 자찬묘비다. 자찬묘비·묘지 연구의 권위자인 심경호 교수는 이름 없는 선비에서 이황·정약용·서유구 등 한국의 근대 이전 지식인들이 남긴 58편의 묘지명을 한 편씩 읽으며 옛사람의 내면세계를 탐사한다.
고백의 기술이 전승된 서양과 달리 근대 이전 동양의 자찬묘비·묘지에는 숨은 욕망, 죄의 참회, 마음속 비밀 등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며 적는 글이기에 가문과 이념에 파묻히지 않고, 그 순간 그 시대에 종속되지 않고 내면을 비교적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언설의 장이 열린다. 찬찬한 문헌 고증의 바탕 위에서 문면 속에 담긴 옛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저자를 따라가면 하루하루 외면했던 타인의 죽음, 나의 죽음을 생각하는 가운데 삶의 의미가 되찾아진다.

우리는 매일 잠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고는 곧바로 세간과 수작한다. 일상의 삶을 달가워하면서 이 세계가 결함계라는 사실을 의식조차 하지 못한다. 하지만 생사의 문제가
중대하다는 점을 환기하고 섣달그믐이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어디에서 왔고 또 어느 곳으로 가는 것일까 하는 물음에 맞닥뜨리게 된다.
한국의 근대 이전 지식인들도 영원한 것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번민했으며, 바로 그 어둠 속에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빛을 찾아내어 죽음으로부터 살아 돌아왔다. 슬픔이 저며 오기도 했지만, 음울함 속에서 죽어 가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선인들이 자기의 죽음을 예상하면서 쓴 묘비와 묘지에는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것들이 담겨 있다. ─ 「책을 엮으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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