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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빨강

편혜영 지음| 창비 |2015년 02월 09일 (종이책 2010년 02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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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5년 02월 09일 (종이책 2010년 02월 25일 출간)
    포맷용량 ePUB(9.11MB, ISBN 978893640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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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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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고독의 한 남자, 누가 그의 아내를 죽였을까?

편혜영 장편소설 『재와 빨강』. 제약회사의 직원으로 쥐를 잡는 능력을 인정받아 파견근무를 가게 된 C국에서, 아내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쫓기다가 쥐를 잡는 임시방역원으로 일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작가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에 밀도 높은 문장으로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인간성 상실, 소통의 부재로 빚어진 절대고독을 그려냈다. 비현실적인 가상의 상황에서 현실적인 공감이라는 주제의식을 긴장감 있게 담아내 현대문명의 이면을 치밀하게 파헤친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주인공은 본국의 누구와도 통화가 성사되지 않고, ‘몰’이라 불리며 C국에 숨어사는 철저하게 고립된 인물이다. 최소한의 인간적 삶조차 보장받지 못하며 부랑 생활을 하는 주인공은 인간성 상실과 절대고독과 맞닥뜨리게 된다. 현대문명에서 일상의 사소한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벌어지는 결과가 참혹한 몰락의 길로 이어진다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해설 / 차미령

책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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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어두운 인간세의 초상화, 어디에도 빈틈이 없다”
절대고독의 한 남자, 누가 그의 아내를 죽였을까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작가 편혜영의 첫 장편소설


일상의 야성성을 잔혹한 이미지로 주조해내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온 편혜영의 첫번째 장편소설 『재와 빨강』이 출간되었다. 제약회사의 직원으로 쥐를 잡는 능력을 인정받아 파견근무를 가게 된 C국에서 아내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쫓기다, 쥐를 잡는 임시방역원으로 일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에 밀도 높은 문장으로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인간성 상실, 소통의 부재로 빚어진 절대고독 등을 통해 현대문명의 이면을 치밀하게 파헤치는 이 작품은 그동안 두 권의 소설집을 통해 작가 편혜영이 그려왔던 작품세계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묵시록적이고 기괴한 요소들이 다분하면서도 비현실적인 가상의 상황에서 현실적인 공감이라는 주제의식을 긴장감있고 집요하게 추구했다는 점에서 잘 빚어진 장편의 세계를 확인시켜준다.

어두운 인간세의 초상화

제약회사에서 약품개발원으로 근무하는 주인공은 파견근무를 발령받고 C국의 본사로 떠난다. 마침 C국은 감기와 유사한 전염병이 창궐하여 위생검열이 강화되었고, 전염병으로 인해 도시 전체가 마비상태이고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배정받은 제4구의 숙소에서 출근 개시와 명령을 기다리고 있지만 본사 담당자 ‘몰’은 연락이 없다. 문득 본국의 집에 가둬놓고 온 개가 생각나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전처와 재혼했다가 다시 이혼한 동창생 유진에게 연락이 닿아 개를 풀어놔달라고 부탁한다. 다음날 유진은 주인공의 집에 가보니 난자당한 개와 칼에 찔려죽은 전처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연락을 해온다. 언제 생겼는지 모를 손바닥의 멍,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출국 전날밤의 기억, 유진과의 술자리 등 혼란스러운 생각에 휩싸여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해본바 집 근처 쓰레기장에서 자신의 지문이 묻은 칼이 발견되었고 자신이 유력한 살해용의자로 지목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뜻밖의 소식에 당황하던 차에 누군가 숙소의 문을 두드리자 깜짝 놀란 주인공은 창밖 쓰레깃더미로 몸을 날린다.
전처의 죽음이라는 1부 결말부의 충격적인 사건은 일견 이 작품을 추리소설적인 분위기로 이끌 듯싶고, 낯선 장소에 버려지거나 고립되는, 편혜영 전작들에 흔히 출몰하는 전형적인 주인공이 변주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2부와 3부에서는 편혜영 소설의 괴기스럽고 묵시록적인 소재들이 전면적으로 부각되지 않는 대신, 부랑자 생활을 하고 지하에 갇히고 쥐잡는 방역 일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이 소통의 부재로 인해 겪는 절대고독의 상황이 전면화하며 여기에, 전처와의 지난 추억이 병치된다.
쓰레깃더미에서 살아난 주인공은 공원 근처와 아파트 근처를 오가며 부랑 생활을 하며, 본사 담당자 몰을 찾아가 자신의 처지를 알리고자 복잡한 면담신청만 해놓고 돌아온다. 그러다 전염병에 걸린 부랑자를 보디백에 싸서 버리듯이 주인공도 삽시간에 보디백에 싸여 하수구에 버려지는 신세가 된다. 지하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쥐를 잡아달라는 민원으로 하수구에 내려왔던 방역팀장의 손에 붙잡혀 집단수용시설에 수용되면서 방역원으로 일하게 된다. 방역활동을 하면서도 본사 주위를 맴돌며 몰을 만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 경비가 소홀한 틈을 타 본사에 잠입하지만 몰이 전염병에 감염되어 회사에서 퇴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설 수밖에 없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쥐를 잡는 방역활동을 계속하던 주인공은 어느 집에서 쥐꼬리 숫자를 속이려 한 자신을 위협한 주인여자를 죽인다. 며칠 동안 자신이 묵었던 제4구의 대형마트에 방역을 나갔던 주인공은 전염병이 진정되고 쓰레기가 치워져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음을 확인한다. 유진을 찾아 다시 본국에 전화를 걸지만 연락처를 알아내지 못하고, 전처와 동명인 여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통화를 시도하지만 끝내 실패한다. 또다시 본사에 가서 몰을 찾지만 여전히 같은 대답을 듣게 되고, 본국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자기 자신을 찾지만 ‘그런 분은 없다’는 답만 듣곤 한다.
자신을 본사로 불러들인 ‘몰’은 자취를 찾을 수 없고, 본국의 누구와도 통화가 성사되지 않고, 전처의 살해용의자란 신분으로 ‘몰’이라고 불리며 C국에 숨어사는 주인공은 철저하게 고립된 인물이다. 부랑 생활을 하며 쓰레깃더미를 뒤지고 위생은커녕 최소한의 인간적 삶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하수도에서 생활하는 등의 극단적인 상황에서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인간성 상실과 절대고독이란, 결코 본국에서는 상상도 못해봤지만 주인공에게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찾아온 시련이다. 현대문명에서 일상의 사소한 부분
을 삭제함으로써 벌어지는 결과가 이토록 참혹한 몰락의 길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놀랍도록 섬뜩한 실감으로 다가온다.

현실로의 복귀를 간절히 꿈꾸는 주인공과 실감의 서사

문학평론가 차미령은 이 작품의 어느 구절을 읽는다 해도 편혜영이라는 작가의 존재감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앞서 발표된 단편소설들의 자취와 행로를 모두 담고 있는 편혜영 소설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는 특징이 곳곳에 산재한 작품이라고 논하면서도 그 차이를 이렇게 정리한다.

그러나 『재와 빨강』의 세계는 불쾌의 미학을 독보적으로 구축했으나 그만큼 비현실적인 괴담처럼 다가오기도 했던 『아오이가든』의 세계와도, 현대적 일상의 심부를 탁월하게 묘파하고 있으나 다소 전형적인 수작으로 읽히기도 했던 『사육장 쪽으로』의 세계와도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재와 빨강』은 통상적인 기대를 배반하는 가상적인 상황을 전개하고 있으되, 플롯의 측면에서 가장 기본적인 층위의 개연성을 놓지 않으며, 현대 자본주의세계의 출구 없는 미로를 다루면서도, 그 미로를 통시적인 보편이 아닌 공시적인 실감으로 육박하게 한다. ―차미령, 「해설―재와 피로 덮인 얼굴」

다소 비현실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전염병이 창궐하고 쥐가 들끓는 C국에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가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설정이고 배경이다. 편혜영의 전작들에 난무했던 피와 살점의 혐오스럽고 불편한 세계가 현실적인 공감과는 별개로 반문명적인 상상력의 미학을 구축했다면 『재와 빨강』의 세계는 ‘공시적인 실감’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참으로 있을 법한, 개연성이 충분한 이야기인 것이다.
이는 이야기 속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나는바, 주인공은 전처와 함께했던 일상의 기억과 여행의 추억을 잔잔하게 회상하며 어쩌면 영영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본국으로의 귀환과 그곳의 ‘현실’을 간절하게 그리워한다. 장편 『재와 빨강』의 모티프들이 이전의 여러 단편에서 움트고 있었으나, 세계를 등지고 서 있는 주인공에게 초점이 맞춰져 주인공의 내적·외적 변화에 서사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논한 문학평론가 복도훈(계간 『창작과비평』 2010년 봄호 「K」) 역시 이를 편혜영의 전작과 차별되는 특징으로 꼽았다. “비현실적인 유령의 세계에서 현실과 접촉”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노력은 번번이 실패하지만 그에게는 전처와의 아름다운 기억이나마 한모금의 생수 같다.

그는 낯선 목소리의 상대에게 누구를 바꿔달라고 해야 하는지 생각하다가 누구를 찾으시느냐고 묻는 친절한 목소리에 현혹된 듯 매번 자기 이름을 말했다. 대부분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한번 이름을 물었다. 그는 어른의 이름을 얘기하듯 자신의 이름을 한자 한자 불러주었으나, 그때에도 “죄송하지만 그런 분은 없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 그럼에도 몇차례 더 전화를 건 것은 자신을 아는 누군가가 전화를 받는다면, “그분은 퇴사하셨습니다”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을 아는 누군가와 잠깐 목소리를 나눈 셈이므로 그것만으로 기뻐하며 전화를 끊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전화를 걸 때마다 자신의 이름을 다시 말해달라는 말과 “죄송하지만 그런 분은 없습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여러 번 되풀이된 일이었으므로 그는 실망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C국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고 유일한 사람인 ‘몰’의 행방을 그토록 애타게 찾아헤매는 이유도, 나아가 본국의 여기저기에 수신자 없는 전화를 걸어 누구든(심지어 자기 자신이라도) 찾고자 애쓰는 이유도 모두 현실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다. 이 현실을 향한 간절함이 소설의 실감을 더한다.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상상력과 불편한 진실을 다룬 작품세계로 특징지어졌던 작가 편혜영이 장편이라는 형식으로 축조해낸 공간은 소재면에서 그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 단편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던 밀도높은 문장과 빈틈없는 서사의 전개는 공들여 쓴 장편의 호흡을 실감하게 한다. 주인공이 그토록 그리던 현실은 곧 작가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현실적 상상력과 맞닿아 있는 것이 분명하고, 작가 편혜영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편의 세계는 ‘어디에도 빈틈이 없’이 ‘지독하고 정교’(성석제 「추천사」)하여 주제면으로나 기법면으로나 한걸음 더 나아간 완성도를 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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