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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이시영 시집

이시영 지음| 창비 |2017년 09월 20일 (종이책 2017년 09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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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7년 09월 20일 (종이책 2017년 09월 15일 출간)
    포맷용량 ePUB(5.02MB, ISBN 9788936406721)
    • 주요 일간지 북섹션 추천도서 > 2017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 2017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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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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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어

# 한국현대시


‘결빙된 현실에 온기를 더하는 아주 오래된 노래들’에 깃든 자기성찰의 긴 여백 속에 큰 울림을 선사하였던 [호야네 말](창비 2014)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시인의 열네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인생과 자연의 ‘결정적 순간’을 침묵에 가까운 최소언어로 잡아내”며 “우주 안에 작동하는 ‘시’의 한순간을 드러내는”(염무웅 추천사) 명징한 시 세계를 선보인다.

목차

제1부
귀래사를 그리며
나무
오리알 두개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생각함
Seoul, Korea. 1960s
덕담
History In Pictures
잿간
구례 장에서
산길
어느 상형문자
동장군
보길도
무제
박성우
귀정사


어릴 적
극점
아욱죽

제2부
인샬라!
함양
수달의 고난
생명
새벽에
그네
저문 날
알프스
성자의 유언장
아침 노래
고독한 산보자
장발 단속
시인학교
초상화
시자 누나
1972년 겨울
학재 당숙모
달빛
단편
전차
이대환
어떤 졸...

저자소개

저자 : 이시영

저자 이시영은 1949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수학했다.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월간문학』 신인작품공모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만월』 『바람 속으로』 『길은 멀다 친구여』 『이슬 맺힌 노래』 『무늬』 『사이』 『조용한 푸른 하늘』 『은빛 호각』 『바다 호수』 『아르갈의 향기』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호야네 말』이 있고, 시선집으로 『긴 노래, 짧은 시』가, 산문집으로 『곧 수풀은 베어지리라』 『시 읽기의 즐거움』이 있다. 만해문학상, 백석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지훈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박재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2년부터 4년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 단국대 문예창작과 초빙교수로 있다.

책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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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시인의 어깨에 기대면 이 세계가 천천히 따뜻해진다

간곡하되 서늘한 눈매로 바라본 불의한 세상의 뒷면
찰나에서 유한한 삶의 속살을 꿰뚫는 천의무봉의 시편들

강변에 나무 두그루가 서 있다/한그루는 스러질 듯 옆 나무를 부둥켜안았고/다른 한그루는 허공을 향해 굳센 가지를 뻗었다/그 위에 까치집 두채가 소슬히 얹혔다/강변에 나무 두그루가 서 있다(「나무」 전문)

끝없는 시적 변모 속에서 간명한 언어와 따스한 서정으로 삶의 의미와 시대의 진실을 노래하며 서정시의 전범을 보여주는 이시영 시인의 신작 시집 ?하동?이 출간되었다. ‘결빙된 현실에 온기를 더하는 아주 오래된 노래들’에 깃든 자기성찰의 긴 여백 속에 큰 울림을 선사하였던 ?호야네 말?(창비 2014)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시인의 열네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인생과 자연의 ‘결정적 순간’을 침묵에 가까운 최소언어로 잡아내”며 “우주 안에 작동하는 ‘시’의 한순간을 드러내는”(염무웅 추천사) 명징한 시 세계를 선보인다. 짧은 서정 속에 긴 서사를 아우르며 “이야기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모든 이야기를 존중의 눈으로 받드는”(최원식, 해설) 천의무봉의 단정한 시편들이 무한한 감동을 자아내며 가슴 깊이 와닿는다.

귀래사라는 절이 어디 있더라? 하여간 이 지상 어딘가에 있긴 있겠지. 이제 그만 그곳에 닿고 싶다. 가서 나무를 해도 좋겠고 머리가 허옇게 세었다고 싸리비로 절 마당이나 쓸라고 하면 그 또한 좋겠지. (…) 그리고 세상과 등을 지고 나와 대면하리라. 너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겠지만 그 또한 잠깐의 인연. 훨훨 털고 텅 빈 벽에 바짝 붙어 단잠을 자다 소변을 눈 뒤 절 뒤꼍 해우소 근처에서 오래 서성이리라. 텅 텅 울리는 새벽 종소리가 아픈 무릎에 스밀 때까지.(「귀래사를 그리며」 부분)

시인은 그동안 단시, 산문시, 인용시 등 다양한 형식 실험을 감행하면서 시적 형식면에서 독특한 시 세계를 선보였다. 이번 시집에서도 삶과 자연의 풍경에서 잡아챈 직관적 사유가 빛나는 가운데 대담한 생략과 비약이 도드라지는 단시가 단연 돋보인다. “뜨거운 눈 속을 뚫고 솟구쳐오른 파 대가리/저것이 있어 올겨울은 매섭게 푸르다”(「동장군」), “아파트의 낡은 계단과 계단 사이에 쳐진 거미줄 하나/외진 곳에서도 이어지는 누군가의 필생”(「그네」), “개구리 한마리가 번쩍 눈을 뜨니/무논의 벼꽃들이 활짝 피어난다”(「벼꽃」) 등에서 보듯이 시인은 찰나의 순간에서 유한한 삶의 속살과 현실을 꿰뚫는 놀라운 직관력을 ‘짧은 서정’ 안에 온전히 담아낸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엄격하게 절제된 시행의 행간과 여백에 스며든 ‘언어의 경제’가 정밀하다.

겨울 속의 목련나무에 꽃망울이 맺혔다/세상엔 이런 작은 기쁨도 있는가(「무제」 전문)

형의 어깨 뒤에 기대어 저무는 아우 능선의 모습은 아름답다/어느 저녁이 와서 저들의 아슬한 평화를 깰 것인가(「능선」 전문)

각박한 도회의 삶에서 시인은 이따금씩 따뜻한 인정이 생동하던 고향 마을로 시선을 옮겨가 순정했던 그 시절의 애환을 돌아보면서, “쓰다 달다 통 말이 없”(「흥대 이센」)이 침묵의 삶을 건너온 이들에게 애틋한 연민의 눈길과 푸근한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산사람으로 체포된 사촌아우를 “살리려고 탄원서 내다 순천형무소까지 가셨던”(「형제를 위하여」) ‘아버지’나 “추석 맞아 내려와 곤히 잠든 자식들 다리 사이를 조심조심 건너다 쓰러”져 “향년 91세. 본명 조아기.”(「학재 당숙모」)로 생을 마친 ‘당숙모’와 같은 ‘민중’들의 조찰한 삶에 바친 시인의 경건이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수십년 저편, 삶의 곡절이 담긴 추억 속으로 잠겨드는 시인의 마음이 한없이 애잔하다.

내 고향 구례군 산동면은 산수유가 아름다운 곳. 1949년 3월, 전주농림 출신 나의 매형 이상직 서기(21세)는 젊은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고구마가 담긴 밤참 도시락을 들고 산동금융조합 숙직을 서러 갔다. 남원 쪽 뱀사골에 은거 중인 빨치산이 금융조합을 습격한 것은 정확히 밤 11시 48분. 금고 열쇠를 빼앗긴 이상직 서기는 이튿날 오전 조합 마당에서 빨치산 토벌대에 의해 즉결처분되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간 아내가 가마니에 둘둘 말린 시신을 확인한 것은 다음다음 날 저녁 어스름. 그때도 산수유는 노랗게 망울을 터뜨리며 산천을 환하게 물들였다.(「산동 애가」 전문)

그 한편에서 시인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되새기며 “이 고통을 고스란히 그들만의 것으로 남게 하지 않겠다”(「RainSun님이 세시간 전에 올린 트윗」)는 다짐을 깊이 새긴다. “간곡하되 서늘한 눈매”(최원식, 해설)로 불의한 세상의 뒷면을 촘촘하고 차분하게 바라보며 현실의 정면을 향해 곧추선 자세로 세태를 꿰뚫는
예지의 눈빛을 쏘는가 하면, 때로는 “매일 새벽 4시 16분에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종을 친다고” 하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절집”(「귀정사」) 마당을 거닐기도 하면서 시인은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없고 전쟁이 없는 그런 세상”(「성자의 유언장」)을 꿈꾸며 “세상에서 가장 낮고 작은”(「보길도」), 그러나 가열한 참여의 목소리를 내놓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 학생을 포함한 86명의 졸업식이 열린 1월 12일 오전 10시 30분 단원고등학교 운동장. 영하의 추위 속을 뚫고 나타난 새들이 공중을 서너바퀴 돈 뒤 학교 옥상에 앳된 발을 모두고 앉아 그날의 친구들을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조용히 조용히 지켜보았다고 합니다.(「어떤 졸업식」 전문)

약관 20세에 등단한 시인은 어느덧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지난 48년간의 시력을 거쳐오는 동안 시인은 끊임없는 시적 탐구와 갱신을 통해 서정시 본연의 정서를 견지하면서 시대의 진실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리얼리즘 시의 경지를 보여주며 한국 서정 시단에서 견고한 일가를 이루었다. 한데 이번 시집을 펴내며 시인은 “이 시집을 끝으로 다시는 관습적으로 ‘비슷한’ 시집을 내지 않겠다”며 “시인으로서의 창조성이 쇠진되었다고 느끼면 깨끗이 시 쓰기를 포기하겠다”(시인의 말)는 자못 비장한 선언을 내놓는다. 그러나 “고독하게 상승하는 시인의 정신”(최원식, 발문)이 그렇게 쉽게 스러지지는 않을 것이로되, 우리는 다만 “그의 시가 더 깊은 침묵을 향할지 아니면 세상과의 전면전으로 나갈지”(염무웅 추천사) 찬찬히 지켜볼 따름이다.

하동쯤이면 딱 좋을 것 같아. 화개장터 너머 악양면 평사리나 (…) 하여간 그쯤이면 되겠네. 섬진강이 흐르다가 바다를 만나기 전 숨을 고르는 곳. 수량이 많은 철에는 재첩도 많이 잡히고 가녘에 반짝이던 은빛 모래 사구들. (…) 섬진강은 평사리에서 바라볼 때가 제일 좋더라. 그래, 코앞의 바다 앞에서 솔바람 소리도 듣고 복사꽃 매화꽃도 싣고 이젠 죽으러 가는 일만 남은 물의 고요 숙연한 흐름. 하동으로 갈 거야. 죽은 어머니 손목을 꼬옥 붙잡고 천천히, 되도록 천천히. 대숲에서 후다닥 날아오른 참새들이 두 눈 글썽이며 내려앉는 작은 마당으로.(「하동」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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