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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변방은 어디 갔나

고은 지음| 창비 |2015년 02월 09일 (종이책 2011년 07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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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5년 02월 09일 (종이책 2011년 07월 11일 출간)
    포맷용량 ePUB(8.94MB, ISBN 978893640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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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의미가 무의미에 고개 숙이는 그곳, 두고 온 그곳은 어디 갔나


세계적인 시인 고은의 신작 시집 『내 변방은 어디 갔나』. 이 시집은 저자가 <허공> 이후 3년 만에 펴낸 신작 시집으로, 시 한편 한편이 모두 고여 있지 않고, 낡아가지 않으려는, 세월이 가도 늙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들만큼 힘이 넘치는 시편들이 담겨 있다. 부당한 시대를 향해 화살이 되어 꽂히는 시를 써왔던 저자는 여전히 시대의 한복판에서 조금도 비켜서지 않고 시대와 맞선다. 우리가 오래 전 떠나온 그곳, 변방이야말로 우리가 두고 온 우리의 고향이며, 그곳을 통해서만 우리는 중심을 향해 비뚤어진 이 시대를 바로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모두 떨쳐내고 끊임없이 출렁이는 젊은 힘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표제시 ‘내 변방은 어디 갔나’와 ‘태백으로 간다’, ‘어느 하안거’, ‘시에게’ 등 11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백지

시가 오지 않는밤
며칠째 무인폭격기 공습의 밤
카불 강 골짝
한꺼번에
두 손자와
아들과 며느리를 잃은
파슈툰족 노인의 밤
오른쪽 다리 잃은
그 이웃집 굶주린 아이의 밤
피범벅이야말로 생인 밤
슬픔이란 알라란 얼마나 사치냐
얼마나 오랜 장식이냐

나의 백지 위에 시가 오지 않는 밤

목차

4행의 노래
태백으로 간다
감사
누가 묻더라
회상
후일
빅써에서
2010년 6월 25일
한탄
포고
다시 온유로
타클라마칸 사막
나의 삶
영 안 잊히는 마르꼬
일몰
어느날의 일기
아, 세종
백지
최근
새해 눈 오신다
어청도에서
그래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
면봉
강화에서
바람 앞에서
어느 하안거
서해 낙조
뒷산
날아가는 법
은파에서
나의 소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경부고속도로 하행
튀근
광주를 떠나면서
김성동
하산
독백
시에게
대답
숙취
모기에게
왕따에 대하여
...

책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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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세월을 넘어 신생을 노래하는 영겁의 목소리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시인 고은의 신작시집 『내 변방은 어디 갔나』(창비시선 332)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바람 같고 폭포 같은 목소리로 우리시대의 한복판에 서서 시대와 맞서고 시대를 넘어서는 ‘큰’ 시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끊임없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 시쓰기를 꿈꾸는 시인의 모습이 중단없는 갱신과 변화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도저한 시정신을 확인하게 한다.

『허공』(창비 2008) 이후 3년 만에 신작시집을 펴내는 고은 시인은 이미 명실상부 세계적인 시인이다. 매해 빠짐없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시인은 최근 들어서도 “우리시대 위대한 시인들의 샤먼”(독일 ‘베스트리스트’ 선정위원회), “미묘하고 강렬한 목소리를 가진 세계적인 시인”(영국 계관시인 앤드루 모션)이라는 상찬을 보탤 만큼 세계시단에 우뚝 서 있다. 그럼에도 시인은 기왕의 성과와 세월에 안주하는 일 없이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맹렬한 기세로 놀라운 창작 에너지를 선보이고 있다. 우리 문학사의 거대한 성과라 할 『만인보』의 완간이 불과 작년의 일인데도, 벌써 『내 변방은 어디 갔나』를 포함한 두 권의 시집을 새로 펴내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114편의 시 한편 한편이 모두 “고여 있지 않으려는, 낡아가지 않으려는, 어떻게든 다시 태어나려는 역동성의 증거”이자, “세월이 가도 늙지 않는, 여전히 청춘으로 사는 귀신이 있는 모양”(안도현, 추천사)이라는 생각을 절로 품게 만든다. 그만큼 힘이 넘치는 시들이다.

오늘도 내 발밑에서 / 고생대 화성암 층층의 억센 함구로 캄캄할 것 / 오늘도 내 서성거리는 발밑에서 / 바스라져 / 바스라져 / 쌓여 울부짖다 퇴적암의 굳은 포효로 캄캄할 것 / (…) / 이토록 지엄한 암석의 하세월로부터 / 내 고뇌가 와야 한다 / (…) / 이 모독의 지상 여기저기 내 석탄의 고뇌가 와야 한다(「태백으로 간다」 부분)

시인은 자신의 발밑에 쌓인 ‘지엄한 암석의 하세월’을 돌아보는 시선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그것은 고즈넉한 관조의 시선과는 거리가 멀다. 시인은 석탄으로부터 곧장 수억년의 시간을 거슬러 고생대의 시간을 현재의 눈앞에 펼쳐 보이며, 그로부터 단숨에 시인의 고뇌가 와야 함을 거듭 다짐한다. 거대한 시간성 앞에서 찬탄을 토로하기에 앞서 한치의 망설임 없이 스스로를 그 속으로 내던지는 것이다. 이러한 무한성에 대한 사유는 시집 곳곳에서 ‘바다’ ‘일몰’ 등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시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걸어온 시의 길조차, 나아가 모든 말조차 가차없이 내던지게 한다. “바다입니다 / 나의 전집 무효입니다 / 밤바다입니다 / 나의 허무도 무엇도 무효입니다”(「절구(絶句)」) “저 크나큰 일몰에 / 이름 짓지 말라 / 무엇이라고 / 무엇이라고 / 날름거려 날름거려 이름 짓지 말라”(「강화에서」). 그리하여 어디에도 얽매일 것 없는 시인의 분방하면서도 결연한 목소리는 어느덧 바람과 같고 파도와 같다.

그대 / 바람이 된 적 있는가 / 바람이 되어 / 가차없는 파도 위 / 흰 돛 팽팽히 휘어 / 쫓기듯 / 쫓듯 내달리는 핏줄이란 핏줄 성난 뱃길이 된 적 있는가 // 바람이 되어 / 밤하늘 속 / 머나먼 길 건너가는 / 기러기 날개 지치고 지치는 뼈만 남은 길 / 한푼 삯전 없이 바쳐준 적 있는가 / (…) / 오늘 저녁 남몰래 바람 되고파 / 어둑발 손님으로 손님 대신으로 / 가만가만 / 저 고개 숙인 마을 / 누구네 집 깃들이는 / 한자락 바람의 순한 끄트머리이고파(「누가 묻더라」 부분)

그러나 이것은 현세를 초탈한 달관의 경지가 아니다. 부당한 시대를 향해 화살이 되어 꽂히는 시를 토해내었던 시인은 여전히 시대의 한복판에서 조금도 비켜서지 않고 시대와 맞서고 있다. 해설을 쓴 평론가 도정일은 시인 고은을 이렇게 말한다. “폭포가 제 소리를 감추지 않고 태풍이 제 소리의 볼륨을 일부러 낮추지 않듯 고은은 감추지 않는 시인, 감추는 것이 불편한 시인이다. 그는 언제나 자기 시대의 한복판에 서서 시대에 맞서고 시대를 넘어서는 시인이며 그 맞섬과 넘어섬의 방법으로 시대를 ‘위하고자’ 하는 시인이다. 나는 이것이 고은의 시를 고은의 시이게 하는 발성법, 고은이 만든 ‘고은의 시적 전통’이라 생각한다.” 이를테면 이번 시집의 표제작이 그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삼천리강산이 모조리 서울이 되어간다 / 오, 휘황한 이벤트의 나라 / 너도나도 / 모조리 모조리 / 뉴욕이 되어간다 / 그놈의 허브 내지 허브 짝퉁이 되어간다 // 말하겠다 / 가장 흉측망측하고 뻔뻔한 중심이라는 것 그것이 되어 간다 // 서러웠던 곳 / 어디서도 먼 곳 / 못 떠나는 곳 / 못 떠나다 / 못 떠나다 / 기어이 떠나는 곳 / 내 마음의 개펄 바닥 / 해거리 명자꽃이 똑똑하던 곳 / 10년 전과
/ 10년 후가 같았던 곳 / (…) / 두고 온 그곳 // 내 변방은 어디 갔나(「내 변방은 어디 갔나」 부분)

모두가 중심을 향한 그릇된 욕망에 사로잡혀 있을 때, 시는 시대의 변방을 자처한다. 변방은 곧 중심으로부터 밀려난 곳, 우리가 오래전에 떠나온 곳이다. 하지만 그곳이야말로 우리가 두고 온 우리의 고향이며, 그곳을 통해서만 우리는 중심을 향해 비뚤어진 이 시대를 바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변방의 시선을 지닌 시인이 바라보는 이 시대는 ‘흉측망측’하기 이를 데 없어, 시인은 한탄을 금치 못한다. 삼천리강산을 초토화시키는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그래서 더욱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오늘도 강은 강대로 죽어가고 산은 산대로 마구 죽어갑니다 // 돌아보소서 / 이 꼬라지 / 이 꼬라지가 / 할아버지 할머니 후손의 막된 나의 삶입니다 // 돌아다보지 마소서 / 더이상 나는 당신들의 무엇이 아닙니다 / 한갓 이 문명 떨거지 생핏줄 끊긴 불초막심의 삽날입니다(「나의 삶―네 강을 걱정하며」 부분)

나아가 시인은 이 ‘막된 삶’을 낳은 모든 중심의 문명을 향해 거침없는 일갈을 날린다. “더이상 발견하지 말 것 / 다시 말한다 / 더이상 발견하지 말 것 // 불을 발견하고 술을 발견하던 시절이여 / 거기로부터 / 너무나 멀리 와버렸구나”(「포고」).
그러나 시인은 시원에 기대어 모든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시집 곳곳에 배어 있는 신생을 향한 열망과 애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시인은 끝내 세상을 내던지지 않고 끊임없이 이 세상에 새로 태어나기를 꿈꾼다.

누구에게는 이 세상은 / 단 한번도 태어나지 말아야 할 세상이겠지 // 아니 / 누구에게는 이 세상은 / 단 한번이 아니라 / 여섯번 / 일곱 번이나 또 태어나서 / 여섯번 / 일곱 번이나 또 살아야 할 세상이겠지 // 막 해가 지누만(「일몰」 전문)

이렇듯 시인은 크나큰 일몰 앞에서도 곧 다시 태어날 아침을 보고, 캄캄한 영겁의 시간 한가운데에서 신생의 기운을 북돋운다. 절망 속에서 절망의 힘으로 “절망의 절망인 희망”(「태백으로 간다」)을 길어올리는 일, 이는 곧 부정을 통해 긍정에 이르는 ‘큰’ 시인다운 정신이다. “온 길을 사례하고 등 돌려 갈 길을 영접하는 전생(轉生)의 발”(‘시인의 말’)을 꿈꾼다는 시인 자신의 말처럼, 이번 시집 『내 변방은 어디 갔나』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모두 떨쳐내고 단지 끊임없이 출렁이는 젊은 힘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거대한 물결이다. 새로 태어나고 새로 꿈꾸며, 결코 늙지 않고 멈추지 않는 장엄한 강물과 바다와 같은 시세계가 바로 우리 앞에 있다.

그래도 태어나야 한다 / 이 모독당한 산야에 태어나야 한다 / (…) / 아 이 세상에 이 세상의 이유인 아기가 있다 / 아장아장 아기 이빨로 돋아나 / 장차 수많은 울음으로 날이 밝아야 한다 // 그래도 꿈꾸어야 한다 / 이 파괴당한 마을에서 늙은 연어들 막혀버린 강기슭에서 / 모든 배반당한 꿈 / 빼앗긴 꿈을 찾아야 한다 / 너에게 남은 꿈 있다 몸 뒤척여 그 꿈을 꾸어야 한다 / 하늘이 있다 / 아직 저녁노을이 있다 지상(至上)의 밤바다가 있다 / (…) / 죽음을 주어라 삶을 주고받아라 / 그래도 다시 태어나 / 네가 가는 길 위의 쑥부쟁이로 피어나거라 새가 되어라(「그래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 부분)

추천사
스무살 무렵, 나는 고은 시집을 공부 삼아 읽다가 그만 뿅 가버렸다. 「사치(奢侈)」를 가로지르는 한 구절 “누님께서 더욱 아름다웠기 때문에 가을이 왔습니다” 때문이었다. 이 도저한 역설의 매혹을 나 혼자 감당할 수 없었다. 시의 귀신이 나를 물고 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세월이 가도 늙지 않는, 여전히 청춘으로 사는 귀신이 있는 모양이다. 그 귀신, 수억년의 시간이 덧쌓인 “석탄의 고뇌”를 사유하면서도 “이 세상의 이유인 아기”에 대한 열망을 멈추지 않는다. 그저 맹세와 각오가 있을 뿐 관조 따위는 없다. 오로지 시선은 철없이 시원(始原)을 향할 뿐 농익은 달관 나부랭이는 없다. 빈번하게 반복되는 동사의 힘은 시를 노래로 출렁거리게 만든다. 고여 있지 않으려는, 낡아가지 않으려는, 어떻게든 다시 태어나려는 역동성의 증거다. 또 이 시집에 출몰하는 ‘어둑발’ ‘무람없이’ ‘자오록이’ ‘잘코사니’ ‘보라장기’ ‘호락질’ ‘즘즘하다’ ‘소락소락’ ‘안침술집’ ‘가붓가붓’ ‘꾸정꾸정’ ‘윤똑똑이’ ‘아니꼽살머리’ 같은 어휘들 좀 보라. 이런 말에 사로잡혀 변방의 안침술집에서 일없이 수작이나 부리고 싶지 않은가? 한나절쯤, 아니 서너 시간이라도 말이다. 정말! _안도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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