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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고은 지음| 창비 |2015년 02월 06일 (종이책 2008년 09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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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5년 02월 06일 (종이책 2008년 09월 10일 출간)
    포맷용량 ePUB(8.87MB, ISBN 9788936403249)
    • 한국문화예술위 우수문학도서 > 2008년 선정도서 > 2008년 선정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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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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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50년, 다시 시인으로 태어난 고은의 노래!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고은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시집『허공』. 세계시단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고은 시인이 등단 50주년을 맞이하여 신작시 107편을 묶어 펴냈다. 지난 반세기를 정리하고 시의 근원으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하고자 한 시인의 창작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 특유의 비약과 전복, 생략과 직관의 힘이 돋보인다.

가득 차 있으면서 텅 비어 있는 '허공'은 모든 정형화된 것들을 불식시키고 수렴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허공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작업과 성과에 안주하지 않는 시인의 정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허공은 자연스럽게 '백지'로 변주되며, 허공과 백지에 대한 천작은 시의 근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려는 시인의 강렬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허공은 근원과 연결되고, 근원은 탄생과 연결된다. 이번 시집에서는 이처럼 시작, 출발, 탄생의 이미지를 자주 엿볼 수 있다. 시인은 자신의 삶과 작품이 '늙은젊은이' 혹은 '죽음삶'을 몸소 실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그간 견지해온 세계의 모순과 비극에 대한 작품, 시인의 이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 등이 다채롭게 담겨 있다. [양장 한정본]

<font color="ff69b4">☞</font>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허공>

누구 때려죽이고 싶거든 때려죽여 살점 뜯어먹고 싶거든
그 징그러운 미움 다하여
한자락 구름이다가
자취없어진
거기
허공 하나 둘
보게
어느날 죽은 아기로 호젓하거든
또 어느날
남의 잔치에서 돌아오는 길
괜히 서럽거든
보게
뒤란에 가 소리 죽여 울던 어린시절의 누나
내내 그립거든
보게
저 지긋지긋한 시대의 거리 지나왔거든
보게
찬물 한모금 마시고 나서
보게
그대 오늘 막장떨이 장사 엔간히 손해보았거든
보게
백년 미만 도(道) 따위 통하지 말고
그냥 바라보게

거기 그 허공만한 데 어디 있을까보냐

목차

제1부
추억 하나
포르미아에서
인도양
꿈속에서
유혹
천년
응애응애
눈 내리는 날
갯벌
땅끝
나무에게
허공
에르푸르트에서

저녁
허공에 쓴다
시스티나
혼자 술 마시다가

뜨락
라싸에서
안부
최근의 시
언어학
스무살
아뢰옵기

제2부
하산
소백산에서
나에게 눈물이 없다
비애
지난여름 어느날
경복궁
오끼나와
갈망
나리분지에서
밤비 소리
하루
독백
풍경 울다
200...

저자소개

  • 출생 : 1933년 08월 01일
  • 데뷔년도 : 1958년
  • 데뷔내용 : 「현대시」에 '폐결핵'발표

책속으로

굳이 감회를 내세울 것도 없다. 오늘이라는 것이 어제와 내일 사이에 죽자 사자 있어주어서 여간 고맙지 않다.
이를테면 이 시집은 그런 ‘오늘’일 것이다.
이것은 한두 해 전의 시집 다음이다. 또한 한두 해 내지 몇해 뒤에 나올 시집의 앞이 이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살아왔고 이렇게 살고 이렇게 살아갈 것이므로 시는 곧 삶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어디 떠도는 겨를에 나온 것도 있지만 대개 집에 머물러 있을 때 나온 것들이다. 태생도 난생도 습생도 아닌 화생(化生)이기 십상이었다. 정지상은 귀신과 함께 시를 썼다 하거니와 나는 이 세상 도처의 유무(有無)에 은혜를 입었다.
내내 멧비둘기 우는 소리를 들으며 이것들이 나왔다. 다음 시집 이름을 ‘멧비둘기 울음소리를 들으면서’로 정해둔다.

한국 근대시 일백년의 세월은 그 절반을 내 시의 세월로 삼고 있는 것을 묵인하지 않는다. 나는 그 일백년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을 허겁지겁 부여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여생의 숙주(宿主) 역시 변함없이 시이고 시와 시의 외부이다.

2008년 8월 1일 생일 아침
고은

출판사서평

경이로운 세월을 넘어 탄생한 절정의 노래
고은 시인 등단 50주년 기념 신작시집


한국시를 대표하는 시인의 한 사람으로 세계시단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고은 시인의 신작시집 『허공』(창비시선 292)이 출간되었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는 시인이 이를 기념하여 신작 107편을 묶어 펴낸 것이다. 한국현대시사의 절반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지난 반세기를 정리하고, 시의 근원으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하는 시인의 식지 않은 창작열이 고스란히 담긴 명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번 신작 시집을 보면 고은 문학의 끝이 어디인지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하는 시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내 여생의 숙주(宿主) 역시 변함없이 시이고 시와 시의 외부이다”라고 선언하는 ‘시인의 말’에서도 보듯 고은 문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갱신과 변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그의 문학인생은 『창작과비평』2008년 가을호 이장욱 시인과의 ‘대화’에서도 밝혔듯 정박하지 않는 “표류와 표착의 연속”이었고, “집조차 길”이라고 표현할 만큼 여전히 열정적인 도상(途上)에 있는 것이다.
시집 제목 ‘허공’이 암시하는 바는 의미심장하다. 가득 차 있으면서 텅 비어 있는 허공은 모든 정형화되어 있는 것들을 불식시키고 수렴하는 공간이며, 또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초월하는 시간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시인은 “지긋지긋한 시대의 거리”를 지나 “그냥 바라보”라고만 한다. “그 허공만한 데”는 없다고 외치는 것이다.(<허공>) 허공은 또한 ‘춤추는’ 공간이고 ‘뉘우치는’ 공간이며 “순수한 바깥”으로 시인으로 하여금 온몸으로 노래하게 만든다. “맨몸/맨넋으로 쓴다/허공에 쓴다”(<허공에 쓴다>). 안과 밖도 다 허공 같은 것으로 “밖은 텅 비었고/안은 텅 차 있다”(<울란바타르의 처음>). 허공은 시인의 지난 반세기 동안의 엄청난 작업과 성과에 안주하지 않는 정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허공은 자연스럽게 ‘백지’로 변주되기도 한다.

이 무한가능 하염없는 백지 없이는
저의 여생 하루도 한나절도 숨막혀 살 수 없습니다 (<여생> 부분)

허공과 백지에 대한 천착은 시의 근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려는 강렬한 의지의 반영이다. 시력 반세기를 거쳐온 뒤에도 “당신께서 가장 높으십니다”(<라싸에서>)라고 구걸하는 거지의 한마디를 깨달음의 언어로 받아들이고 부끄러워하며 겸손함을 잃지 않는 시인, “무일푼의 나로 돌아가” “달걀로부터 시작하고 싶다”(<울란바타르의 마음>)는 새출발을 다짐하는 시인. 근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시인에게 가장 원초적인 언어에 대한 탐구는 자연스럽다. 그래서 언어의 한계에 대한 부단한 고민과 이를 반영한 시론적 성격을 띠는 시들도 주목을 요한다.

오늘도 가갸거겨의 무기수 감방에서/하루를 중얼중얼 보냈구나/취침나팔/잠들어라/가갸거겨도 잠들어라 (<어느 시론(詩論)> 부분)

인류 맨 처음의 언어가/아아/였던 것(…)인류 맨 마지막의 언어가/아아/이리라는 것(…)지금 내 머리 위에서/어미 아비 없는 푸른 하늘/어미 아비 없는/아아/아아/이 막무가내의 아아들이 나에게 펄펄 내려앉고 있소 (<눈 내리는 날> 부분)

모든 언어를 버리고 태초의 언어인 감탄사로부터 출발하자는 것은 시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과 고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언어 역시 허공을 관통하는 언어이다. 이처럼 허공은 언어를 비롯한 모든 것을 근원으로 돌리면서 안과 밖, 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없으며, 삶과 죽음도, 늙음과 죽음의 경계도 없는 원형적 공간으로 설정되는 것이다. “모든 개념분석들/모든 논리실증주의들/모든 경험론들/모든 좌우 도그마들”(「유혹」)은 사라지고, 필멸과 불멸 역시 이곳에서는 초월하게 되는 것이다.

남도/남도/슬그머니 내가 되더군//그러므로 본디 나라는 것 도무지 없더군 (<무제>)
천년 전 나는 너였고/ 천년 후 너는 나이리라 (<밤비 소리>)
젊은이는 늙은젊은이이지/가까운은 먼가까운이지/안은 밖안이지 안팎이지(…)//그래서 고왕조 소년 파라오가 미라 사천세나 처먹었지/어휴 이 늙은젊은이 (<테베에서>)
여기서도 삶은 삶죽음 아니냐 죽음은 죽음삶 아니더냐 (<그 연인에게>)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이러한 영역을 “인간적 해석 영역에서 벗어난 자유의 공간이며 ‘순수한 바깥’인 것”으로 해석하고, 시인의 허공에 대한 천착을 “막막한 허공을 향하여, 말하자면 기성의 종교적 관념이나 이념적 체계에 얽매임 없이, 그야말로 불기(不羈)의 자세로 글쓰기를 지속하는 것은 천길 벼랑 위를 빈손 맨몸으로 혼자 걷는 위험한 모험”이지만, 고은이 “시적 창조 본연의 위험이 그렇게 치명적인 것임을 지난 오십년 동안 쉬지 않고 실증해온 시인”(해설)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문학평론가 백낙청
역시 이번 시집이 ‘허공이 우주보다 넓고 풍요로움’을 일깨워준다고 평가한다(추천사).
모든 것들의 허공은 근원과 연결되고 근원은 탄생과 연결된다. 때문에 이번 시집에서 시작, 출발과 더불어 탄생의 이미지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시인 자신의 삶과 작품이 ‘늙은젊은이’ ‘죽음삶’을 몸소 실증하며 살아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일지도 모른다.
이밖에도 이번 시집은 시인이 그간 견지해온 세계의 모순과 비극에 대한 시들(<스무살> <앙코르와트> 등)뿐만 아니라 시인의 이력을 엿볼 수 있는 시들(<어떤 신세타령> 등)도 있어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이 시집을 읽고 난 뒤에 드는 아주 특별한 느낌은 노시인의 등단 50주년 기념 시집이 아니라 열정으로 가득한 ‘젊은’ 시집 같다는 점이다. 그만큼 이 시집에서 우리는 패기와 힘과 디오니소스 같은 에너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시인은 2009년에 『만인보』 완간을 앞두고 있고, 그 이후에는 심청을 소재로 육지와 용궁을 연관시키는 형이상학의 세계를 담은 『처녀』, 동서의 사상과 관념 등을 담은 『운명』 등의 시집 구상을 이미 마쳐놓은 상태이다. “우주의 고아로 떨어진 것이 시인이고 시”라면서 절대적인 폐허와 고독과 싸우는 동시에, “나는 과거보다 미래의 허영이 큰 사람”(‘대화’)이라 호언하듯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일, 써내야 할 작품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인이다. ‘무한 가능 하염없는 백지’가 앞에 놓여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시인의 열정과 고백은 후배 시인들과 문단에 변함없는 자극이 되어왔다. 염무웅의 말처럼 이번 시집은 ‘허다한 걸작들’로 채워져 있고 지난 오십년과 더불어 ‘그의 내일에 눈을 뗄 수 없’(해설)게 하는 매력을 지닌 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신생의 에너지로 충만한 이 시집은 이 ‘늙은젊은’ 시인의 문학적 이력에서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허공』의 마지막 시는 시인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 문단 전체에 아주 의미심장하고 강렬한 메씨지를 남기고 있다. 대가만이 할 수 있는 뜨거운 ‘충고’이다.

그대의 시 벌벌 떨며 막 태어나 혼자이거라 (<한 충고>)

■ 추천사

시력 50년. 조로와 요절이 잦은 한국 현대시의 역사에서는 고은 자신의 말대로 ‘두 번 이상의 요절이 가능한 세월’이다. ‘한국 현대시 100년’이라 해도 그 최초 10여년은 거의 유명무실하다고 볼 때 현대시사의 절반 너머를 차지하는 세월이다. 써낸 시의 양으로는 요절 안한 시인 예닐곱 명, 아니 열 명도 부럽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정말 경이로운 것은 50년이 지나고 신체 나이 75세가 넘도록 그의 시가 여전히 싱싱하고 힘차다는 사실이다.
등단 50년을 기념하는 시집 『허공』은 최근의 신작들만으로 두툼하고 빽빽한데, 이 또한 올해 고은 문학이 거둔 수확의 일부일 따름이다. 『만인보』가 완성을 앞두고 있고 그밖에도 시와 산문 할것없이 나온 것, 나올 것이 수두룩하다. 그래도 나는 손에 들고 단숨에 읽어낼 수 있는 짧은 시 모음이 언제나 반갑고, 곱씹어 읽으면 맛을 더하는 시들이 많은 것이 기쁘고 감사하다. 허공이 우주보다 넓고 풍요로움을 ‘늙은젊은’ 시인에게서 새삼 배운다. - 백낙청 문학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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