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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인간

불신과 불공정, 불평등이 낳은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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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 장근영 지음| 생각정원 |2020년 03월 11일 (종이책 2020년 03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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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20년 03월 11일 (종이책 2020년 03월 03일 출간)
    포맷용량 ePUB(16.07MB, ISBN 9791196957421)
    • 주요 일간지 북섹션 추천도서 > 3월 3주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 3월 3주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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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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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몇 등급의 인간입니까?
사회학자×심리학자, 시험중독에 빠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진단하다!

한국의 시험은 단순히 자기 능력을 측정하고 학습의 방향을 정하는 ‘수단’이 아니다. 영유아기부터 영어유치원 선발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초등학생이 되면 영재원에 합격하기 위해 사교육을 시작한다. 특목고 진학을 위해 중학교부터 성적을 관리하고, 고등학생이 되면 내신 등급을 올리기 위해 시험지 유출마저 일어나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이곳에서 시험은 인생의 길목마다 자리해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개인에게 큰 위험부담을 전가하는 ‘고부담 시험(high stake exam)’이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를 지배한 고부담 시험이, 선발과 경쟁에 익숙한 ‘시험인간’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선발과 경쟁을 가르는 시험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시험에 따른 사회적 보상이야말로 다툼의 여지없는 가장 공정한 방식이 아닌가! 이 책은 시험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에 따른 결과에 철저히 복종하는 시험인간의 맨얼굴을 드러낸다. 《시험인간》의 저자들은 이대로 시험인간들의 세상이 계속될 경우, 승자독식으로 인한 갑질과 불평등 문제, 시험만이 공정하다는 맹신 속에서 사회 제도를 비판적으로 볼 수 없다는 측면을 책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들의 결론은 오랫동안 추적해온 연구결과와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에게 더 입체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상세이미지

시험인간 도서 상세이미지

목차

1장 대한민국은 어떻게 시험공화국이 되었나

1 ‘영유 캐슬’부터 ‘장시생’까지, 한국인의 생애별 시험 준비
시험으로 시작해 시험으로 끝나다
대체 30년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2 우리는 왜 시험에 올인하는가
시험중독 사회의 여섯 가지 특징
한국 사회는 시험을 통해 발전했다
능력의 점수화와 인간의 숫자화
시험의 투명성, 공정성을 집어삼키다
3 한국에서 수험생으로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내신과 수능, 두 마리 토끼의 덫
〈SKY 캐슬〉과 그림자 교육
죄수의 딜레마 게임과 불신
시험을 위해 수면을 포기하...

저자소개

저자 : 김기헌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본 도호쿠대학교에서 2년 반 동안 지냈고,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거쳤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청년 및 청소년 연구, 진로와 직업 및 교육사회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저서로는 《청년프레임》, 《직업사회학》(공저), Korean Education in Changing Economic and Demographic Contexts(공저, Springer, 2014), 《韓?の少子高?化と格差社?: 日韓比較の視座から》(공저, 慶應義塾大?, 2011) 등이 있다.

저자 : 장근영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청소년 핵심역량 연구 및 청소년 기본계획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저서로는 영화와 게임에 반영되는 청소년 문화와 심리를 다룬《싸이코 짱가의 영화 속 심리학》, 《팝콘심리학》과 심리학의 주요 개념을 소개한 대중서 《심리학 오디세이》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심리 원리》(공역), 《시간의 심리학》(공역),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공역) 등이 있다. 지금도 각종 매체에 심리학과 대중문화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며 게임과 영화, 그리고 청소년 심리에 대한 강연을 계속하고 있다.

책속으로

그렇다면 ‘시험인간’이란 무엇일까? 시험에 대한 정의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선발과 경쟁이라는 목적을 위해 이루어지는 시험에 적응한 인간형을 뜻한다. 시험성적에 있어서는 고성과자와 중간성과자, 저성과자로 차이를 보이겠지만, 이러한 시험방식에 적응해 살아간다면 누구나 시험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입시와 취업의 굴레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거의 대부분은 시험인간이다. 시험공화국에 살아가는 한 누구도 시험인간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무수한 젊은이는 엄청난 시험 부담에 시달리며, 시험인간으로 살아간다. 앞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실태조사 자료와 인터뷰를 하나씩 살펴볼 것이다. _18~19쪽

그런데 만약 어떤 학생이 과외를 통해 그 학기에 배울 내용을 미리 공부하고 학교에 온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당연히 나머지 학생들보다 시험성적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원래 능력보다 더 우수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학생들이 이 학생의 배신을 알아차렸다. 이 배신에는 특별히 보복할 수단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이제
모든 학생이 과외로 미리 한 학기 앞서 공부를 하고, 그러면 처음 배신한 학생의 이점이 사라진다. 그다음부터 악순환이 시작된다. 배신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더 강력하게 배신한다. 모두 한 학기를 미리 공부하면 이번엔 다음 1년 치를 미리 공부한다. 물론 다른 학생들도 곧 이를 따라 한다. 그러면 그다음에는 2년 치 공부를 미리 한다. 배신이 배신을 낳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더 센 배신을 하는 배신의 증폭이 일어난다. _28쪽

우리가 시험 이외의 대안을 찾아내지 못하는 건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시험을 치러야 하는 플레이어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수험생의 삶, 수험생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삶, 시험 결과에 인생이 결정되는 삶 속에 빠져 있기 때문에 시험 이외의 길은 보이지 않는다. 터널비전은 시험에 투입한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심해진다. 시험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당한’ 등용 방법이고, 나머지는 모두 의심스럽거나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시험에 의존하고 중독되는 것이다. _99쪽

이는 또 다른 사실을 암시한다. 1960년대 부모가 논 팔아서 대학에 보낸 세대가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것이 한국 사회의 발전 동력과 국민들에게 부여된 성취 동기의 에너지원이었다. 하지만 지금 부모 세대에게는 더 이상 팔 논이 균등하게 주어져 있지 않다. 지금은 이전 세대가 논을 팔아서 어떤 선택을 했느냐,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얻었느냐에 따라 뚜렷하게 계층이 나
뉜 단계다. 지금의 청소년 세대는 이제 그들이 ‘금수저, 쇠수저, 흙수저’라고 자조하는, 계층 차이로 현격하게 벌어진 출발선에 서 있다. 한국 사회 공정성의 기반이 사라진 것이다. 이런 기울
어진 운동장 위에서 고부담 지필시험만으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그저 헛된 소망일 뿐이다. _160쪽

출판사서평

1. 당신은 몇 등급의 인간입니까?
- 사회학자와 심리학자, 시험중독에 빠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진단하다!

# 5살 아인이는 매주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 과외를 하고 있다.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영어유치원에 가면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꾹 참고 있다.
# 10살 새롬이는 모 대학 부설 수학영재교육원에 입학하기 위해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간다. 벌써 6학년 과정에 들어갔지만, 최소 중3까지는 미리 해두어야 합격할 수 있다는 말에 잠을 줄이고 있다.
# 14살 수연이는 자유학기제 동안 진로와 미래를 탐색하는 대신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폐지되도 엘리트 고등학교는 남을 거라고 부모님이 이야기해주셨기 때문이다.
# 유명한 외고에 다니는 진욱이는 끝이 없는 수행평가 지옥과 내신 준비, 그리고 수능 최저기준에 맞추기 위해 수면시간을 줄여가며 공부한다.
# 은유 씨는 대학에 입학하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지만 토익을 비롯해 수능과 비슷한 대기업 인적성검사를 준비하며 20대 초중반을 보내고 있다.
# 명수 씨는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20대 중후반은 물론 30대까지 시험에 매달린다. 명수 씨의 큰 형은 승진시험 때문에 퇴근 후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명수 씨의 아버지는 은퇴 이후에도 직업을 얻기 위해 다양한 자격증시험을 공부하고 있다. 일하기 위해서 자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유아부터 은퇴를 앞둔 노년기까지, 한국 사회는 시험에서 합격해야만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경쟁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시험중독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온 사회 구성원들이 시험에 매달린다. 각 시험에 따라 매뉴얼과 공략법이 있고, 그대로 따르면 삶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는 이미 시험공화국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시험을 통해 소수의 합격자와 다수의 불합격자를 가르는 사회 속에서 모든 개인은 낮은 자존감, 자기효능감, 자기주도성의 상실로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객관식 지필시험이 인간을 평가하는 도구가 되면서 사회가 획일화된다는 단점도 잘 알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경쟁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현상을 유지시키는 핵심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청년 및 청소년 연구를 진행 중인 사회학자 김기헌 박사와 심리학자인 장근영 박사는 이 현상의 핵심에 ‘시험’이 자리하고 있으며, ‘시험’이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시험인간》은 사회학자와 심리학자가 만나 시험을 곧 공정함이라 믿는 한국 사회만의 특징과 시험을 대하는 한국인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 최초의 책이다.

2. 왜 한국에서 시험이 문제인가?
- 시험공화국 속 시험인간의 탄생

한국의 시험은 단순히 자기 능력을 측정하고 학습의 방향을 정하는 ‘수단’이 아니다. 영유아기부터 영어유치원 선발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초등학생이 되면 영재원에 합격하기 위해 사교육을 시작한다. 특목고 진학을 위해 중학교부터 성적을 관리하고, 고등학생이 되면 내신 등급을 올리기 위해 시험지 유출마저 일어나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이곳에서 시험은 인생의 길목마다 자리해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개인에게 큰 위험부담을 전가하는 ‘고부담 시험(high stake exam)’이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를 지배한 고부담 시험이, 선발과 경쟁에 익숙한 ‘시험인간’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선발과 경쟁을 가르는 시험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시험에 따른 사회적 보상이야말로 다툼의 여지없는 가장 공정한 방식이 아닌가! 이 책은 시험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에 따른 결과에 철저히 복종하는 시험인간의 맨얼굴을 드러낸다.
시험은 원래 ‘목표-내용-평가’라는 일련의 교육과정 속에서 교육 목표가 온전히 달성되었는지를 측정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시험을 통해 교육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그리고 시험 결과를 통해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험은 개개인의 성취도와 성장가능성을 높여가는 도구가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시험은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오직 합격과 선발을 위해서만 움직인다. 전체 인원 중에 10명만 선발하고, 합격 커트라인도 10명이 몇 점을 받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평가도구로 사용되는 시험은 70점을 받던 학생이 80점을 받으면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지만, ‘고부담 시험’문화에서는 합격 커트라인이 90점이라면 80점은 불합격자의 점수일 뿐이다. 시험 결과에 따라 개인의 삶이 달라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변한다. 합격과 선발에 모든 것을 베팅하는 사람들은 성장가능성이나 과정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오직 시험에 길들여지고, 출제자의 의도대로 자신의
사고를 조정하며, 시험이 준비한 길을 정답으로 여기는 ‘시험인간’으로 자라난다.
《시험인간》의 저자들은 이대로 시험인간들의 세상이 계속될 경우, 승자독식으로 인한 갑질과 불평등 문제, 시험만이 공정하다는 맹신 속에서 사회 제도를 비판적으로 볼 수 없다는 측면을 책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들의 결론은 오랫동안 추적해온 연구결과와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에게 더 입체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시험인간》은 우리가 그토록 숭배해온 시험의 본질을 해부하면서 시험에 집착하는 이유를 묻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 다가올 시대는 정답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 능력주의 이데올로기가 만든 시험인간으로 채워진 사회는 새 시대를 만들 수 없다. 이 책은 서열화와 경쟁을 넘어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한국 사회를 바라보던 저자들이 만나 던지는 질문들은 시험이라는 존재 기반을 흔들기 시작한다. 나를 증명하는 뿌리 깊은 기반이 흔들리면서 독자들은 탈시험인간의 형태와 ‘좋은 시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은 시대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바깥을 상상하는 놀라운 여정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러기 위해 시험인간들이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먼저 살펴야 한다. 시험중독이 될 수밖에 없는 여건, 시험공화국이 굳건해질 수 있는 생각들은 일종의 신화와 같다. 저자들은 의심 없이 믿고 있는 시험인간들의 신화를 하나씩 해체한다.

3. 시험인간들이 믿는 신화 1
- 시험은 공정하다!

거의 모든 지필시험은 응시생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문제를, 동일한 시간 동안 풀게 되어 있다. 수능시험은 사용하는 필기구조차 똑같다. 따라서 이 장면만 보면 모든 수험생이 똑같은 조건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단 시험장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오는 수험생과 부모의 차를 타고 오는 수험생이 있지 않던가. 시험 전날까지 어떤 교육,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거기에서 어떤 공정성을 발견할 수 있나?
시험의 공정성은 신화다. 더욱 큰 문제는 그 신화에 의존할 때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불평등을 당연히 여기고,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공정한 시험에 순종하지 않는 자로 외면하게 된다는 점이다.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고 절차의 공정성에만 집중하는 것은 사실상 진짜 공정성을 추구할 기회를 포기하고, 허울뿐인 공정성으로 현실의 불평등을 감추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라는 지적은 여러 곳에서 제기되어왔다.
저자들은 교육평론가의 이범의 글을 인용하며, 한국이 교육을 통해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은 절차의 공정성이 아닌 경제적 공정성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6ㆍ25전쟁 전후에 한국에서는 소작농들이 자신이 경작하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길이 열렸다. 실제로 1945년 말 전체 농지의 35퍼센트에 불과하던 자작지(소유자가 경작하는 농지)의 면적이 1960년에 이르면 전체 농지의 65퍼센트로 증가한다. 1960년 당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균등하게 토지가 분배된 나라였다. 이렇게 대다수의 농부가 재산을 보유하자, 이들은 농지라는 자본을 이용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녀들이 개천에서 난 용이 된 것이다. 당시 한국과 비슷한 경제적 여건이었던 페루, 콜롬비아,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들과의 차이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그 나라에서는 농부들이 아무리 자녀에게 고등교육을 시키고 싶어도 값비싼 대학 학비를 조달할 능력이 없었다. 교육이 정체되자 경제성장에도 한계가 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언론에서 지적했듯, ‘교육에서 공정성을 논의할 때만큼은 교육 여건의 불평등이나 교육 정의의 문제보다 유독 공정한 대입 경쟁 문제에만 집중하는’ 양상이 벌어진다. 수능점수는 순수한 개인의 노력과 능력을 반영한 것이고, 이 점수에 따라 보상을 달리하는 사회체계를 정당한 것이라 여기는 믿음은 그저 미신일 뿐이다. 논란이 되었던 드라마 〈SKY 캐슬〉은 학생부종합전형을 둘러싼 빈부격차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수능시험 또한 부유한 학생과 가난한 학생이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경쟁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수능은 공정하다고 믿으면서 그 점수에 따라서 갈라지는 인생의 길,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불평등도 모두 공정한 것으로 믿게 된다. 이 책은 시험인간들이 강력하게 맹신하는 시험과 공정성의 연결고리는 사회 기반에 내재한 문제를 간과하는 착시 현상일 뿐임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드러낸다.

4. 시험인간들이 믿는 신화 2
- 일등만 하면, 합격만 하면 행복이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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