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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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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C. 오티즈 지음| 조재경 옮김| 카라칼 |2019년 09월 09일 (종이책 2019년 09월 0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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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9년 09월 09일 (종이책 2019년 09월 02일 출간)
    포맷용량 ePUB(11.43MB, ISBN 9791196591311)
    • 주요 일간지 북섹션 추천도서 > 9월 1주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 9월 1주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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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어, 그 시절의 기억을 발굴하기로 했다.
나부터 나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1986년 가을, 중학교 2학년이던 웬디는 영어 교사로 부임한 제프 아이버스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이후 5년간 지속된 선생님과의 비밀스런 관계가 실은 사랑이 아닌, 자신에 대한 심리적 지배이자 성적 착취였음을 웬디는 한참 뒤에야 깨닫는다. 28세의 남자 교사 제프는 자신의 제자가 책과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점을 이용해 어린 여성의 마음을 길들였고, 관심과 인정을 갈망하던 웬디는 그의 어두운 세계로 걸어 들어갔다.

《기억의 발굴》은 저자인 웬디 스스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치유하고자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당시의 기억을 발굴하듯 써내려간 회고록이다. 미국 포틀랜드의 작은 독립출판사에서 출간되기 전까지 여러 출판사에게 외면당했던 이 책은, 웬디 본인의 실제 경험에 관한 독특하고 강렬한 스토리텔링과 감정 묘사로 입소문을 타면서 언론 및 독자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현재는 저자 특유의 논픽션 작법을 인정받아 몇몇 대학의 학부 및 대학원에서 크리에이티브 논픽션 교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목차

1986년
1987년
1988년
1989년
1990년
1991년
에필로그

감사의 말

저자소개

저자 : 웬디 C. 오티즈

학창 시절 선생님과 맺은 은밀한 관계를 회고한 에세이 《기억의 발굴》로 데뷔했다. 한 젊은 여성의 취약한 내면이 가해자 남성의 교활한 욕망에 의해 어떻게 영향받고 잠식당하는지 생생하게 그려낸 이 책은, 그루밍 성폭력과 피해자다움, 가스라이팅 등의 내밀한 기제를 정교하게 묘사한 사례로도 평가받으며 열성적인 독자층을 확보해왔다.
<뉴욕 타임스> 등 다수의 매체에 글을 기고했으며, 이 선정한 ‘새로운 논픽션 영역을 개척한 여성 작가 9인’에 록산 게이, 헬렌 맥도널드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른 저서로는 《Hollywood Notebook》과 《Bruja》가 있다. 현재 작가이자 심리치료사로 활동 중이며,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서 가진 어린 딸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다. (표지 사진: 1989년, 16세의 웬디 C. 오티즈)

역자 : 조재경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통역과 졸업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촉탁통번역사를 거쳐 현재 프리랜서 국제회의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통역인 및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난민 전문 통역인으로 일해왔으며, 다수의 기술 문서 및 기업 출판물을 번역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의 한영 기사 번역에도 손을 보태고 있다.

책속으로

“아이버스라고 해요.” 선생님이 자기소개를 하며 우리와 꼼꼼히 눈을 맞췄다. ‘아이버스. 영어.’ 칠판에 두툼한 손으로 자신의 이름을 판서하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필 가루가 후광처럼 날렸다. 선생님은 화제를 우리 쪽으로 돌려서 학교생활과 오늘의 기분에 대해 물었고, 나는 관심 없다는 듯 책상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 15p

선생님이 내 글을 읽을 차례가 되자 괜히 목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나는 눈에 띄는 갈색 재생지를 막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내가 제출한 종이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선생님은 앞부분을 읽더니 잠시 멈추었다가, 내가 숨을 더 이상 참지 못할 때까지 한 번에 읽어 내려갔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내 이름을 알고 있었어?’라고 생각했다) 마치 교실에 우리 둘만 있는 것처럼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웬디, 네 글을 소리 내서 읽어도 괜찮겠니?” - 19p

첫 페이지를 반쯤 채운 뒤 한숨을 돌리려 고개를 들었을 때, 선생님의 눈이 나에게 고정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반 아이들은 각자의 책상에 코를 박고 있었고, 선생님은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 23p

선생님은 우리의 대화가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 누구에게도,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인 애비게일에게도 말해서는 안 되며, 일기장이든 어디든 간에 이 일을 적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치 내가 그걸 모를 거라는 듯이. 나는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허벅지를 손으로 문지르며 누굴 바보로 아나, 라고 생각했다. - 31p

나는 남자든 여자든 내가 사귄 연인 또는 잠재적인 연인과 늘 우리만의 비밀을 만들곤 했다. 그러면 묘한 친밀감이 저절로 생기는 듯했다. 마치 같은 범죄에 연루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 283p

출판사서평

“충격적이지만 보편적인 이야기.” -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다움, 가스라이팅……
10대의 웬디는 왜 성범죄자가 이끈 어둠의 세계로 직접 걸어 들어갔을까

자신을 괴롭혀온 고통의 기억과 트라우마를
똑바로 마주하고 치유하기 위해 써내려간 담대한 회고록

열세 살의 여자아이가 성인 남성의 어두운 세계로 걸어 들어간 이유

평범한 중학생이던 웬디는 어쩌다 열다섯 살 연상의 남자와 은밀한 관계를 맺게 되었을까?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음에도 왜 끝까지 그를 사랑한다고 믿은 걸까? 학창 시절 선생님과 가졌던 성적 관계와 당시의 기억들을 용기 있게 담아낸 이 회고록은, 그러한 물음에 대한 저자 스스로의 가장 정확하고 진실한 대답이다.

1986년, 사춘기에 접어든 웬디는 알코올 중독자 부모님 밑에서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채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28세의 제프 아이버스가 새 영어 교사로 부임하고, 글쓰기와 책 읽기를 좋아하던 웬디는 자신의 글을 칭찬해준 제프 선생님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그 점을 노렸던 제프는 그렇게 제자에게 접근해 둘만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관심을 갈망하던 웬디는 선생님의 욕망이 이끄는 비밀의 세계로 빠져든다.

믿기 어렵지만 지금도 우리 삶의 뒤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한 남성이 자신과 가까운 여성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수년간 성적으로 착취한 이 이야기는 그 자체로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이야기는 결코 드물거나 유별한 사건이 아니다. 지금도 평범한 여성들의 삶 뒤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그만큼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그루밍 성범죄는 양자 간의 동등하지 않은 권력 관계하에 피해자가 상대의 범죄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연인 사이라고 믿는 경우도 많아서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제프 아이버스는 철저히 이 점을 이용했다. 웬디는 제프가 만들어놓은 비밀 속에 숨을 수 있어 안도했지만, 동시에 그 비밀로 인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웬디는 이후 제프가 다른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 관할 당국에 아동 성범죄자로 등록되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 책은 그렇게 소실되어간 자신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과거의 기억들을 파헤친 발굴 기록집이자, 그루밍 성폭력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구체적 사례이기도 하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치유하기 위한 글쓰기

무엇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어두웠던 시절을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한 도구로 자전적 글쓰기를 택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실제로 저자 웬디 C. 오티즈는 “나에게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웬디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회고록을 쓰기로 결심했고, 학창 시절 기록해둔 수천 페이지의 일기를 하나하나 발굴하듯 꺼내어 기억을 복기해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오래전에 겪은 일들이 이후의 자기 인생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쳤음을 깨달았다.

끔찍한 기억으로 박제된 그 시절로 돌아가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뒤늦게라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온전히 알고 싶었기에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새롭게 돌아본 과거의 자신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취약했고, 무감각했다. 선생님의 행동이 범죄인지 몰랐고,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혼란스러워했을 뿐이다. 책의 표지 사진 속 인물은 16세 때의 웬디다. 그는 해변 위 자신의 표정이 당시의 심경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해 출판사에 이 사진을 보냈고, 결국 표지 이미지로 결정되었다.

이 책을 로맨스 소설로 읽은 사람들

미국에서 책이 발간된 후 굿리즈와 아마존 등 도서 사이트 리뷰란에는 상당수의 호평이 실렸다. 그러나 매우 드물게 전혀 다른 관점의 독자평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음은 이 책의 아마존 페이지에 올라온 한 리뷰다. “나는 뭔가 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13세의 여자가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에게 성적으로 어떻게 끌렸으며 그와의 관계를 얼마나 즐겼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성적 학대나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여자가 10대 시절 얼마나 즐거운 성생활을 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이처럼 이 회고록을 일종의 ‘로맨스 소설’로 읽은 소수의 독자들을 보면서, 그루밍 성폭력의 본질과 ‘피해자다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웬디는 자신의 선생님 때문에 고통받고 있음을 종종 느꼈고 그래서 혼란스러웠지만, 동시에 스스로 제프를 사랑한다고 믿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이 ‘피해자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웬디가 피해자(
(이며 제프는 가해자)라는 명백한 사실을 지우지는 못한다. 오히려 웬디가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지 못해 수년간 지속적인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이야말로 그러한 ‘피해자다움’이 허구라는 점을 반증한다. 대부분의 그루밍 성폭력이나 가스라이팅에서 발견되는 범죄성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행위만으로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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