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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

김남일 에세이 걸어본다17

김남일 지음| 난다 |2018년 10월 23일 (종이책 2018년 09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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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정보
    출간일 2018년 10월 23일 (종이책 2018년 09월 19일 출간)
    포맷용량 ePUB(41.89MB, ISBN 9791188862221)
    • 주요 일간지 북섹션 추천도서 > 2018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 2018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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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난다의 걸어본다 17 수원 화성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

난다의 걸어본다 열일곱번째 이야기는 수원 화성을 주제로 합니다. 1983년 『우리 세대의 문학』으로 데뷔한 이후 35년 동안 왕성한 필력을 자랑해온 김남일 작가가 제 고향이기도 한 그곳을 작심하고 둘러 걸은 기억이자 촘촘한 기록물이지요.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라는 제목 속 ‘화성’은 수원을 둘러싼 성을 뜻합니다. “더 정확히는 동서남북 네 개의 성문과 그것들을 잇는 성벽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요.
정조의 효심이 탄생시킨 조선 후기 최대의 신도시 ‘수원 화성’을 김남일 작가의 보폭에 따라 글로 걷는 내내 든 생각은 역시나 ‘걷기’란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구나 하는 확신이었습니다. 나고 자란 곳이니 발이 닿는 데마다 저절로 불려나오는 기억들은 ‘그’라는 사람을, 나아가 그 시절을 그곳에서 함께 살아냈을 사람‘군’의 전형을 우리 앞에 살려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생생한 만큼 재밌고 뜨거운 만큼 아프고…… 그런 만큼 ‘시간’을 몸으로 먹어낸 ‘사람’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다시금 붙들게 되는 게 바로 ‘역사’라는 이름이겠지요.

정조는 왜 이토록 기록을 중시했을까. 그는 그것이 정조의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목격한 부친의 참혹한 죽음. 차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하지만 반드시 기록해야 하는 기억. 기록은 그런 기억들과 결코 무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화성행궁, 기억과 기록 사이를 걷다」, p149

목차

Prologue 광장에서 … 4

그가 아직 수원을 걷던 때 … 10
화성을 돈다. 화성을 돌다니! … 21
기록으로 기억을 반성하노니 … 30
팔달산 꽃멀미 … 36
폐허, 성의 또다른 이름 … 47
서장대 … 53
한참 있다 가도 화서문 … 56
정조의 한과 꿈, 기록으로 남다 … 62
용두각을 찾아서 … 74
능수버들의 기억 … 81
동문은 도망가고 … 89
남수동에 골목이 있고 나무가 있어 … 105
왕의 시장, 소년의 시장 … 114
남문의 시간 … 123
화성행궁, 기억과 기록 사이를 걷다 …...

저자소개

김남일

저자 : 김남일

1957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1983년『우리 세대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장편소설로『청년일기』『국경』『천재토끼 차상문』, 소설집으로『일과 밥과 자유』『천하무적』『세상의 어떤 아침』『산을 내려가는 법』, 산문집으로『책』 등이 있다. 전태일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제비꽃문학상, 권정생 창작기금 등을 받았다. 산을 좋아하는데, 크게 아픈 뒤로는 자주 다니지 못했다. 최근에는‘ 아시아’와‘ 신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책속으로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 지구가 아니다.
그는, 이런 농담을 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
(실은, 늙은 것이지.)
화성은 수원을 둘러싼 성이다. 더 정확히는 동서남북 네 개의 성문과 그것들을 잇는 성벽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화성도 외적의 침입을 막아내는 방어의 기능을 무엇보다 앞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화성을 찾는 어느 누구도 그런 기능을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화성을 돈다. 화성을 돌다니!」에서

동문은 이제 옹성까지 제대로 갖춘 단아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그 지붕 위로 불쑥 커다란 흰색 풍선이 떠올라도 놀라지 말 일이다. 언제부턴가 그곳에서는 수원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열기구가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것을 비롯하여 공심돈 아래 잔디밭에 새겨놓은 ‘2016 수원’, 성곽을 관통하는 성남 방면 도로, 그 도로 바로 위 잔디에 새긴‘ WELCOME’ 같은 것들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적잖이 기여하고 있다. 그렇다는 얘기지, 꼭 그래야 한다는 건 아니다. 부디 그 정도로 멈추어주기를. 그런 그의 눈앞에 빨간색 장난감 기차 같은 화성어차가 출발한다. 그 또한 당연히 수원의 흉물 중 하나로 그의 눈 밖에 났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은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교산도 다니고 광교저수지 길도 훌쩍훌쩍 날아다니던 아버지의 다리에 부쩍 힘이 빠졌다. 방화수류정에 모시고 갔더니, 선뜻 올라가시려고 하지 않았다. 알고 봤더니 오르는 건 괜찮지만, 내려올 때 다리 힘이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가 곁에서 부축해드렸다. 그날 이후 화성어차 운행에 관해 알아봤다.
그는 또 생각한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지.
─「동문은 도망가고」에서

그렇더라도 뒤주가 그의 마지막 거처였다니!
세자는 울고불고 버티다가 마지막 순간 제 발로 들어갔다고 되어 있다. 그랬을까. 그때 심정은 어떠했을까. 차라리 왕의 아들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농투성이의 아들로 태어났더라면, 차라리 대장장이, 차라리 저 어디 먼 산골에서 버섯을 따고 나물을 캐며 사는 자의 아들로 태어났더라면 싶었을까. 아니, 아마 세자는 차라리 생명 가진 것으로 태어나지 않았기를 바랐을 것이다. 무릇 생명은 반드시 사라지기에. 사라질 때 사라지더라도, 뒤주는 아니었다. 뚜껑이 닫히고, 쿵쾅, 한동안 요란스럽게 대못질이 이어지고, 그러다가 문득 찾아온 고요. 완벽한 고요.
이것이 무엇인가.
여기가 어딘가.
뒤주에서 세자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판자와 판자 사이 틈으로 기어들어왔을 가느다란 햇살만을 핥아먹었을 것이다. 아, 그때 그 햇살은 무슨 맛이었을까.
어린 그는 한동안 집안 마루 한구석에서 하루종일 그늘만 벗 삼아 있던 뒤주만 봐도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뒤주대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황급히 자리를 피하곤 했다.
─「화성행궁, 기억과 기록 사이를 걷다」에서

출판사서평

역사. 특히나 이 책은 수원 화성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기인해 ‘정조’라는 이름을 수시로 확인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기억’을 지배하는 ‘기록’에 집착했던 정조의 노고로 오늘날 화성이 거의 완벽한 복원과 재현을 이룰 수 있었으니, “기록에 사무치고 기록에 환장한 임금” 정조 덕분에 “동서양을 망라하여 고도로 발달된 과학적 특징을 고루 갖춘 근대 초기 군대 건축물의 뛰어난 모범이다”라는 평으로 세계문화유산의 자격도 얻게 되었으니, 쓰기를 업으로 하는 김남일 작가에게 ‘필히 글로 남김’이라는 이 문화의 정신은 걷는 내내 더더욱 중추로 와 박히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역시 발을 떼기가 무섭게 발에서 불려나오는 얘기들을 쓰고 다듬는 데 집중력이 상당했으니까요.
수원에서 나고 자란 그이지만 제 나이 예순이 넘어서야 온전한 화성 일주를 시도했듯, 그의 비유대로 숲에 있을 때 숲이 잘 보이지 않듯, 고향을 한참 떠나온 후에 다시 들어가 돌아보게 된 고향 곳곳은 이제야 뭔가 말이 되고 궤가 맞는다는 듯 그에게 ‘이해’라는 고개 끄덕거림을 자주 행하게 합니다. 억지로 가르쳐서 아는 앎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앎, 제 살던 데를 걷기 시작하면서 어떤 변모에 번번이 당혹하는 그이기도 했다지만 필시 그는 이 사실 하나만은 충분히 알아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화성 일주에 어떤 원칙 같은 건 없다. 아무데서나 시작해도 좋고, 어디서 끝마쳐도 상관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일주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그리고 완주에 대한 욕심을 거두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보게 되리라는 것.”
아직 살아 계신 아버지의 근 백 년 삶이 묻어 있는 도시, 수원 화성을 그는 정확한 정보와 정직한 감정으로 샅샅이 훑어냈습니다. 수원 화성이 고향인 분들은 목차만 봐도 목젖이 뻐근해질 것이, 팔달산이며 서장대며 화서문이며 용두각으로 불리던 방화수류정이며 동문이며 남수동이며 화성행궁이며, 남수동이며 구천동이며 양키시장이며 시민관이며 나아가 나혜석의 이름까지 묵묵히 다 걸어내고 찍어가며 써낸 현장의 기록인 까닭입니다. 근육과 흙이 발과 신발에 뒤엉킨 느낌, 살아 있음이 꿈같을 적에 진짜배기 ‘살이’가 뭔지 보여주는 느낌. 결국 걷는다는 건 미래로 잘 나아가기 위함도 있지만 과거로 잘 돌아가기 위함에도 그 목적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찰나, 작가가 이런 자신의 생각을 보태주기도 하네요. “정상 같은 건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다. 그는 산을 내려가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는 죽는 때가 탄생하는 때라고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작가 김남일의 입을 통해 새로 보게 되는 수원 화성, 이 수원 화성의 역사를 통해 작가 김남일을 다시금 알게도 하고 보게도 하는 책. 그 책장 끄트머리에서 이 구절을 찾게 되네요. “비 오는 날, 혹은 벚꽃잎들이 눈처럼 펄펄 날리는 날, 한번쯤 그곳을 찾기를. 수원에, 화서역에, 서호에 어떤 연고나 기억이 없더라도 상관없으니, 그저 호수 둘레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시라. 그러다가 공원 안쪽에 자리잡은 커피숍에 들러 카푸치노 한 잔을 시켜놓고 비 내리고 꽃잎 나리는 창밖을 바라본다면, 그것 자체가 새로운 기억이 될지 모른다.”
비단 김남일 작가의 수원 화성만 그러할까요. 우리들 저마다의 수원 화성이 있을진대, 우리는 우리들 저마다의 수원 화성과 같은 제 삶의 터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걸어서 보기 전까지는 우리 사는 곳곳에 대해 결코 안다고 말할 수가 없을 거라는 단순하면서도 명백한 진리. 걸어 보는 걸어봄을 시도하는 일은 후에 걸어 보고 걸어볼 사람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의 나아갈 길을 풍요롭게 제시하는 일이 아닐는지. 그렇게 소박하면서도 명징한 의도에서 시도된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이 정신을 가장 첨예하게 머금은 책 김남일 작가의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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