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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진 현대인의 시간빈곤에 관한 아이러니

한중섭 지음| 책들의정원 |2018년 07월 09일 (종이책 2018년 07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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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8년 07월 09일 (종이책 2018년 07월 15일 출간)
    포맷용량 ePUB(7.07MB, ISBN 9791187604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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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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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어

# 타임푸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형태의 가난, ‘시간빈곤’
대한민국은 대표적 시간빈곤국!

가난은 자원의 부족 또는 자원의 독점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대기근으로 인한 식량난이나 특정 집단이 부를 독식하며 일어나는 상대적 빈곤 등이 그 사례다. 하지만 현대인류는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형태의 가난을 마주하고 있다. 바로 ‘시간빈곤’이다. 시간은 사라지거나 늘어나지 않는다. 축적하거나 양도할 수도 없다. 원시시대의 인류와 21세기 현대인에게는 똑같이 24시간 365일이라는 자원이 주어졌다. 그런데 우리는 어째서 시간에 허덕이게 되었을까.

《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는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의 삶을 추적하기 위해 역사와 철학, 정치와 경제 등 인문학 전반을 넘나든다.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펼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와 종교를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내놓는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론을 통해 인류가 ‘돈’이라는 유일신을 만들어내고 ‘자본주의’라는 종교의 성실한 신자가 되는 과정을 살핀다. 또한 물질만능주의와 경쟁지상주의에 잠식된 개인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와 피에르 브루디외의 통찰을 빌리기도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유례없는 급속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다. 덕분에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는 1인당 소득 67달러의 최빈국에서 경제규모 10위권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이 감내해야 할 짐은 적지 않았다. 언제든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로 끊임없는 자기계발의 늪에 빠졌고, ‘내가 이렇게 잘 놀고 잘 쉰다’며 여가생활마저 SNS에 자랑해야 하는 문화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휴식은 사라졌다.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질주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무엇을 위한 바쁨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상세이미지

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 도서 상세이미지

목차

프롤로그 | 스리랑카 기차엔 있지만 KTX에는 없는 것

1부 바쁨의 지배
현재를 사는 원시인, 미래를 사는 현대인
‘뺄셈’의 여가에서 ‘덧셈’의 여가로
원더우먼 증후군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 정체된 질주

2부 바쁨의 탄생
사건의 시간에서 기계의 시간으로
신의 미움을 산 베짱이
번영의 시대에 부족한 것
주 15시간 근로한다는 예언

3부 바쁨의 강제
빠르게 돌아가는 지구본
‘나 이렇게 바쁜 사람이야’
쉴 새 없이 울리는 카톡 감옥

4부 바쁨의 미래
역사에 남을 중대한 변곡점
두 가지 선택지,...

저자소개

저자 : 한중섭

저자 한중섭
유럽계 투자은행에서 주식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촉박하게 돌아가는 금융시장의 시곗바늘에 맞춰 바쁘고 치열하게 살았다. 해외파견 기회를 얻어 홍콩에 도착했으나, 그곳은 서울 이상으로 팍팍한 도시였다. 여유와 사색이 사라진 홍콩에서의 삶은 ‘헬조선’으로 불리는 한국에서의 삶보다 열악했다.
그러던 중 자신뿐 아니라 대다수 도시인이 타임푸어(time poor)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현대인이 느끼는 시간빈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에 기인한 현상이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결국 ‘바쁨’이라는 주제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타인과 자신을 구분 짓는 인간의 사회적 특성을 탐구하려고 경제학과 사회학을 뒤적였다. 또한 바쁨의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 역사학을 찾아봤으며, 정체된 질주를 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대안으로 실존주의 철학을 깊이 고민했다.
초 단위로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이 야기하는 존재의 결핍과 인간의 기계화를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를 썼다. 카카오브런치에 [바쁨의 해부]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했으며, 유튜브와 SNS에서 [21세기 살롱]이라는 이름으로 현대인들과 소통하며 인문학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책속으로

시간의 절대 총량이 변하지 않았는데 왜 원시인과 현대인의 하루는 이렇게 차이 나는 것일까? 왜 원시인의 바쁨은 일시적인 반면, 현대인의 바쁨은 만성적인 것일까? 원시인과 현대인이 가진 바쁨의 성질이 다른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간관’에서 비롯된다. _p.23

종교개혁이 촉발되고 노동을 신성시하는 프로테스탄트 윤리가 확산되며 다시 여가를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는 다소 섬뜩한 말이 버젓이 성경에 있을 정도로 종교인들은 근면과 성실을 강조했다.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인간이 열심히 사는 것은 소명이요, 이렇게 해야 내세에 신을 향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니 게으름은 악마라는 것이다. _p.33

역설적이게도 여성의 활발한 경제 활동과 지위 상승은 여성의 삶의 가속화를 야기했다. 일터와 가정에서 여성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상충될 수밖에 없기에 현대 여성은 일뿐만 아니라 가사노동이라는 짐을 양 어깨에 짊어진 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이처럼 직장과 가정에서 여성에게 과중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온전히 충족시키려면 여성은 원더우먼이 되어야 한다. _p.46

점차 삶의 템포가 빨라지는 흐름 속에서, 정체된 질주를 하는 사람들이 겪는 피로감과 자괴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 정체된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바쁨’에 잠식당할 것이고, 이에 만성적인 피로를 호소하며 고통받는 사람 역시 늘어날 것이다. _p.56~57

자연에 기반을 둔 해시계나 물시계 같은 원시적인 형태의 시계가 아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기계식 시계가 대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불과 수백 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나 19세기 열차와 철도의 발달은 시계에 기준을 둔 시간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기준 시간을 제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_p.63

“부자가 천국에 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라고 가르치며 정작 뒤로는 자기 배를 불린 교회 세력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은 칼뱅의 교리에 열광했다. 이제 시간 낭비는 죄악이 됐고 바람직한 삶이란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것으로 정의됐다. 이 시기 이후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태동했고, 이는 인류가 길고 긴 바쁨의 행군을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_p.79

인간의 기호에 대한 소비 욕구는 결코 충족되지 않는 법이다. 가급적 상위의 기호를 소비하고, 더욱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미디어가 만든 환상 속에, 현대인은 존재의 공허함을 소비로 채우려 한다. 사회 비판적 미술가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현대사회에 참으로 유효한 명제다. ‘소유냐 존재냐’의 갈림길에서 다수의 현대인은 전자를 택한다. _p.91

바쁨은 가장 고도화된 은밀한 방식으로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데 사용된다. 바빠서 정신이 없다는 말속에는 “나를 찾는 곳이 이렇게나 많으니 나는 무척 쓸모 있는 인간이다”라는 은근한 과시가 내포되어 있다. 현대인은 바쁨을 통해 자신의 존재 유용성을 증명한다. _p.126

출판사서평

직장인 70퍼센트,
“나는 개인시간을 포기한 타임푸어”

연간 2천 69시간에 달하는 평균 노동시간으로 OECD에서 두 번째로 오래 일하는 나라. 평일 여가가 3.1시간뿐이며 그마저도 대부분이 TV 시청으로 채워지는 나라. 고위직 임원에서 신입사원까지 과로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정확한 통계 하나 없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빨리빨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한국인의 일상은 언제나 무엇인가에 쫓기고 있다. 시간이 곧 돈으로 통하는 금융업계 종사자 K의 하루를 들여다보자.

서울에 사는 주식 중개인 K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TV를 켜고 지난밤 미국 증시와 연준(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코멘트에 관한 뉴스를 들으며 시리얼을 우적우적 먹는다. 출근길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메일을 확인한다.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오전 회의를 마치고, 고객에게 보낼 보고서 하나를 부랴부랴 작성한다. 점심은 샌드위치로 대충 때운 후 몇 통의 문의 전화에 응답하고 상사에게 서류를 제출하고 나니 오후 8시. 회사를 나서는 그의 발걸음은 집이 아닌 강남의 음식점으로 향한다. 간단히 저녁만 하고 싶었지만 거래처 박 부장이 폭탄주를 마시고 싶어 하는 기색을 보인다. 오늘도 아이가 잠들기 전에 귀가하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야근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이와 같은 모습으로 삶을 보내고 있을까. 노르웨이의 사례를 찾아보자. 노르웨이는 2016년 UN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와 OECD의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각각 1위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국민이 행복을 느끼는 데는 시간적 여유가 큰 몫을 차지한다. IT 회사에 재직 중인 한센의 일상을 살펴보자.

한센은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거주하는 직장인이다. 개발부서에서 근무하는 그는 아침 8시에 일어나 세 아이와 아침을 먹고 출근한다. 그의 동료는 오늘부터 3주 동안 스페인으로 휴가를 떠났다.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면 그도 2주간 캠핑을 다녀올 생각이다. 노르웨이의 법은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40시간으로 규정하지만, 노조와 회사가 협상한 끝에 한센은 37.5시간을 일하고 있다. 탄력근무제가 적용된 그의 퇴근 시간은 오후 4시. 거리는 벌써 일과를 마친 사람으로 가득하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함께 양고기를 굽고 저녁을 차린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는 다함께 내일 계획을 이야기한다. 그의 가족은 몇 년째 주말농장을 가꾸고 있다. 내일은 올해 첫 당근을 수확할 셈이다. 그는 벌써 신이 난 아이들을 재우고 자신도 잠자리에 든다.

‘워커홀릭’은 미덕이고 ‘번아웃’은 일상인 한국…
우리는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가

시간빈곤은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를 중심으로 확산된 전 세계적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특히 타임푸어(time poor)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제적 절박함과 높은 교육열은 한국인의 삶이 과열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언제부터 ‘빨리빨리’라는 말을 외치게 되었을까. 《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의 저자 한중섭은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 시기’를 기점으로 꼽는다. 일제는 조선인을 가혹하게 부리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상을 퍼뜨렸다. 이는 서구 열강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려는 목적으로 ‘게으름은 악이요, 근면함은 선이다’는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적극 활용한 것과 같다. 그리고 1960~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고 국가주도경제가 실현되며 ‘하면 된다’라는 말로 압축되는 근면·성실의 정신이 확산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 겪은 불안은 새로운 형태의 불안으로 대체되었다. 한국인에게 더 이상 일본 순사나 북한군은 근심거리가 아니었다. ‘하면 된다’의 긍정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한국인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똑같이 가난한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누구는 출세하고 누구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성공의 트로피를 거머쥐지 못한 사람들이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었다. _본문 중에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든, 성공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든, 한국인은 자신의 일상을 숨 쉴 틈 없이 옥죄었다. 직장인은 야근을, 10대는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했다. 조금이라도 남는 시간은 어떻게든 자기계발에 투자되었다. 학원가에는 퇴근이 늦어 수업에 참석할 수 없는 샐러던트(공부하는 직장인)를 위해 새벽반이 개설되었고, 그마저 여의치 않은 이를 위해 런치클래스(점심시간을 이용한 수업)가 열리기도 한다.

케인즈는 예언했다
“2030년, 주 15시간 노동의 시대가 온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을 부른 ‘하면 된다’ 정신은 이제 한강의 몰락을 부르고 있다. 장시간 저임금 노
逾옜기반을 둔 산업은 이미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에 경쟁력을 빼앗겼고, 공교육은 창의적 인재를 기르기보다 정답을 잘 고르는 ‘회사형 인재’를 양산하고 있을 뿐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곳에 또 다른 천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젊은 세대는 탈진할 때까지 달리기를 거부하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우리는 지금 역사에 남을 중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노동 없는 산업의 등장을 예고한다. 이제 인류는 1퍼센트의 엘리트와 평범한 99퍼센트로 나뉘게 되며, 누군가는 바쁘고 싶어도 바쁠 수 없는 잉여 인간으로 몰락하게 되리라는 섬뜩한 경고가 떠오르고 있다. ‘바쁨’조차 양극화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존 케인즈는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은 전망을 던졌다. ‘경제가 거듭 성장한 결과, 100년 뒤 후손들은 주 15시간만 일하고 여가를 누릴 것이다.’ 케인즈의 이 예측이 1930년에 등장했으니 이제 예정일까지는 10여 년이 남았다. 과연 우리는 그의 바람대로 물질적 번영과 함께 시간적 풍요를 누리게 될 것인가. 무엇이 우리를 더 바쁜 삶으로 내몰고 있는지 잠시 멈춰 되돌아볼 때다.

[책속으로 추가]
19세기, 터널공사에서 드릴이 사용되며 일꾼들이 해고 위기에 몰리자 가장 힘이 셌던 노동자 존 헨리(John Henry)가 나섰다. 그는 기계와 터널 뚫기 시합을 벌여 간신히 승리한다. ‘역시 기계는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 대결에서 지나치게 기력을 쏟은 나머지 숨지고 말았다. 당시 사람들은 느꼈으리라. 인간이 기계를 이기려면 정말 ‘죽을 만큼’해야 한다는 것을. _p.155

바쁨이 고속열차라면 권태는 간이역이다. 맹렬한 바쁨의 질주 속에서 우리는 이따금씩 잦아드는 권태를 통해 시간의 정지를 느끼고, 바쁨의 기어를 조절하며 삶을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특히나 권태는 우연한 창조 및 실존으로 가는 길목인데, 그 과정이 다소 공허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충분히 빛나는 유용성을 가지고 나쁜 바쁨을 파괴한다. _p.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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