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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언어

판타지, SF 그리고 글쓰기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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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슐러 크로버 르 귄 지음| 조호근 옮김|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2019년 05월 17일 (종이책 2019년 05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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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9년 05월 17일 (종이책 2019년 05월 31일 출간)
    포맷용량 ePUB(11.22MB, ISBN 979118729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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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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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어

# 영미에세이 # 장르문학

판타지의 그랜드마스터 어슐러 르 귄의 역사적인 첫 번째 에세이집

‘우리는 한낮의 햇살 속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세계의 절반은 항상 어둠에 잠겨 있다. 그리고 판타지는 시처럼 밤의 언어로 말한다.’

장르문학의 그랜드마스터, 판타지와 SF의 대모로 불리는 어슐러 르 귄만큼 적극적으로 판타지와 SF의 가치를 옹호해온 사람도 드물 것이다. 폭포수처럼 쏟아낸 수많은 걸작 소설들은 말할 것도 없고 르 귄은 장르문학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깨기 위해 누구보다 가장 앞장서서 싸웠으며 장르문학의 게토 안에서 자위하는 팬덤을 향해 게토를 박차고 세상을 향해 나가야 한다고 에세이와 강연을 통해 수없이 열정적으로 호소했다. 르 귄은 장르문학에 어울리지 않게 문학성이 있다는 이유로, 혹은 문학성을 추구한다는(혹은 하는 것 같이 보인다는) 이유로 순수문학계와 장르문학계 양쪽에서 의심의 눈길을 받아왔다. 르 귄의 작품들은 작가의 생전에 ‘탁월한 예술적, 역사적 가치로 영원히 보존되어야 할’ 미국문학의 정전 컬렉션인 Library of America에 네 권이나 등록되어 이미 미국문학의 위대한 유산으로 공인받았다. 그럼에도 르 귄은 단언한다. ‘나는 데뷔 이래 오직 판타지만을 써왔으며, 판타지와 SF라는 외우주가, 그리고 내륙의 땅이, 지금도 앞으로도 언제나 나의 조국이 될 것’이라고.

목차

서문

전미 도서상 수락 연설
몬다스의 시민
꿈은 스스로를 설명해야 한다
엘프랜드에서 포킵시까지
도주로
주시하는 눈
미국인은 왜 드래곤을 두려워하는가?
아이와 그림자
미국의 SF와 타자
돌도끼와 사향소
『변화한 나: SF와의 조우』 머리말 (발췌)
SF 속의 신화와 원형
SF와 브라운 부인
젠더는 필요한가?
겸허한 사람
『어둠의 왼손』 머리말
『로캐넌의 세계』 머리말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 머리말
자가 제작 우주관
영혼의 스탈린
『유배 행성』 머리말
『환영의 도시』 머리말
『어느 늙은...

저자소개

어슐러 크로버 르 귄

저자 : 어슐러 크로버 르 귄

관심작가 등록
  • 출생 : 1929년 10월 21일
(Ursula Kroeber Le Guin, 1929-2018)

미국의 SF, 판타지 작가. 아동문학가.
시인. 평론가. 편집자. 번역가. 수필가. 블로거. 페미니스트. 환경주의자.
SF의 그랜드마스터.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세계환상문학상, 전미 도서상 수상자.
울프와 디킨스와 키츠와 브론테 자매와 톨스토이의 애독자. 동구권 및 스페인어권 장르소설의 전파자.
소신을 당당하게 외치기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를, 친구를 위해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리지 않았던 사람. 부족의 대모. “미국인 소설가.”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톨킨을 읽어 주던 어머니.
몬다스의 시민.
그의 작품처럼 항상 함께할 것 같았지만, 이제는 이곳에 없는 사람.

역자 : 조호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과학책 및 SF, 판타지, 호러소설 등 장르소설 번역을 주로 해왔다. 옮긴 책으로 『물리와 철학』 『물리는 어떻게 진화했는가』 『아마겟돈』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컴퓨터 커넥션』 『타임십』 『런던의 강들』 『몬터규 로즈 제임스』 『모나』 『레이 브래드버리 단편선』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이 있다.

책속으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나는 계속 글을 써 왔고, 그때는 출판하거나 포기하거나의 상황에 이르러 있었다. 계속 원고로 다락방을 채우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섹스처럼 예술 또한 영원히 홀로 할 수는 없다. 결국 양쪽 다 불모라는 공동의 적을 마주하게 마련이니까.

판타지란 여행이다. 정신분석학과 마찬가지로 머릿속 무의식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정신분석학처럼 위험할 수도 있다. 그리고 반드시 정신분석학처럼 당신을 바꾸고 만다.

마찬가지로 사업가의 가치 체계에서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이윤으로 이어지지 않는 행동은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따라서 톨스토이나 톨킨을 읽을 핑계가 있는 사람은 독서를 통해 봉급을 받을 수 있는 영문학 교사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사업가도 가끔씩 베스트셀러를 한 권씩 읽기는 한다. 좋은 책이라서가 아니라,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이다. 성공해서 돈을 벌어들인 책이기 때문이다. 환전상이나 다름없는 이런 기묘한 정신 체계에서는 이윤을 획득했다는 사실이 존재를 정당화해 주며, 따라서 그 책을 읽음으로서 성공이 가지는 힘과 마력을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마법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상황도 따로 없을 것이다.

나는 상상력이란 억누를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의 정신에서 상상력을 완전히 말살해 버리면, 그 아이는 식물이나 다름없는 인간으로 자라날 것이다. 인간의 다른 온갖 사악한 성향처럼, 상상력 또한 결국 비집고 나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거부와 멸시를 마주한 상상력은 거친 잡초처럼 기형으로 자라나게 된다. 최선의 경우라도 자기중심적인 백일몽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최악의 경우에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경우 극도로 위험할 수 있는 무모한 희망이 될 것이다.

어떤 호빗이 상상 속 화산에 마법의 반지를 떨어트리러 가다가 마주치는 온갖 문제들에 대해서 아무리 읽어도, 당신의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 성공이나 수입에는 거의 아무 영향도 없을 것이다. 사실 도리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환상과 돈 사이에는 반비례 관계가 성립하니까. 경제학자들은 이 법칙을 르 귄의 법칙이라 부른다.

상상에 대한, 특히 소설 속의 상상에 대한, 그중에서도 동화와 신화와 판타지와 SF와 기타 광기의 경계에 있는 작품에 대한 내 개인적인 변호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성숙이란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성장해서 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가 죽고 어른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살아남아 어른이 되는 것이다.

현실 세계를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아를 타인에게 투사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자기 내면에도 혐오스럽고 사악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누구에게도 책임을 돌리지 않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악을 직면하지 않고 ‘문제’로 여기는 이런 태도야말로 현실도피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는 평생 고통과 고뇌와 낭비와 상실과 불의를 겪게 될 것이며, 직면하고 꾸준히 극복하고 또 극복하며 인정하고 함께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그래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고. 그리고 바로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대학 교육의 가장 큰 목표다.

어린아이는 보살피고 지켜야 하는 존재다. 그러나 아이는 진실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아이에게 선과 악에 대해 완벽하게 솔직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려면, 결국 아이 본인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내면, 가장 깊은 심연 속의 자신에 대해서. 아이도 이런 현실은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 성장해서 자신이 되는 것이야말로 아이의 직업이 아니겠는가. 그 업무가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그런 업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완수할 수 없는 직업이다. 강제로 절망에 빠트리거나 거짓 희망으로 부추김을 당하면, 즉 두려움에 사로잡히거나 응석받이가 되면 아이의 성장은 정체되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성장하려면 현실이 필요하다. 우리의 모든 미덕과 악덕을 초월한 온전한 전체가 필요한 것이다. 지식이, 자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자신과 자신이 드리우는 그림자 모두를 시야에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는 자신의 그림자를 감당할 수 있다. 또한 그림자를 다루고 그림자의 인도를 받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사회에서 능력과 의무감을 갖춘 성인으로 자라나면, 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는 악한 행위에 직면하고, 우리 모두가 짊어지는 불의와 비탄과 고통을 경험하고, 모든 것의 끝에 존재하는 최후의 그림자를 마주할 때도 절망에 빠져 포기하거나 눈앞의 광경을 부인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저는 예술을 여기 한쪽 좌대 위에 올려놓고, 오락은 어릿광대 옷을

출판사서평

[밤의 언어]는 장르문학과 순문학의 경계를 타파하려 한 르 귄이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하던 70년대 후반에 발표한 첫 에세이집으로 르 귄이 장르문학에 대해 쓴 가장 중요한 에세이들이 모여 있으며 장르문학에 대한 작가의 한없는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또한 [밤의 언어]는 장르문학을 다룬 에세이 중 아마도 가장 중요한 몇 권의 책으로 손꼽힐 만큼 장르문학의 역사에도 길이 남을 책이다.

“『오이디푸스 왕』도 꽤나 단순한 이야기다. 하지만 진부하지는 않다. 고개를 돌려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하고 심연을 들여다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다.” 르 귄은 위대한 판타지 문학은 신화와 전설이나 민담처럼 사실 꿈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판타지는 정신분석학과 마찬가지로 머릿속 무의식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부동산과 월급과 골프와 명품 가방이 한낮의 세계라면 판타지는 그러한 절반의 삶이 아닌 다른 절반의 삶을 다룬다.
판타지는 현실도피이다. 왜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 현실도피에 바로 판타지의 영광이 존재한다. 판타지의 현실도피는 진실을 말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판타지는 한 영혼이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현실도피다. 주식 시세표에 몰두하고, 소유와 유행에 민감하고, 악을 직면하지 않고 ‘문제’로 여기는 태도야말로 나쁜 의미의 현실도피다. 판타지는 여행이고 성장이다. 진정한 판타지는 신화가 그러듯이 한 인간의 진정한 성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나는 성숙이란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성장해서 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가 죽고 어른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살아남아 어른이 되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왜 현실적이지 않은 신화에 매혹될까. 그것이 현실은 아니라도 진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걸 알고 있다. 어른들도 알고 있으며, 바로 그 때문에 판타지를 두려워한다. 어른들은 판타지 속의 진실이 모든 거짓에, 모든 허상에, 자신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온 온갖 불필요하고 사소한 것들에 도전하고 심지어 위협하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은 자유가 두렵기 때문에 드래곤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진실을 대면하지 않고 우리는 성장할 수 없다. 그건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선과 악에 대해 완벽하게 솔직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려면 결국 우리는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내면, 가장 깊은 심연 속의 자신을. 거짓 희망의 부추김을 받거나, 두려움에 사로잡혀 응석받이가 되면 한 인간의 성장은 정체되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 한낮의 햇살 속에 드러난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 밤하늘의 영롱한 별들이 나타날 때 등장하는 새로운 세상, 밤의 언어가 지배하는 세상을 우리는 직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우리는 육체와 정신을 지닌, 이성과 꿈을 동시에 지닌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의 언어]는 르 귄의 작품세계에 경의를 바쳐왔던 팬들을 위해서 큰 의미가 있는 책이겠지만 르 귄의 작품세계에 친숙하지 않았던 독자들도 편하게 낄낄거리며 웃을 수 있는 책이다. 낄낄거리는 가운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런 책이다. 작품들만큼이나 신나고 유쾌하게 만드는 르 귄의 재치 있는 글들은 삶은 반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런 기교는 르 귄만한 그랜드마스터에게만 가능한 신기일 것이다.

[책속으로 이어서]

나는 여성으로서 종종 극도의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로서의 분노는 우리가 이 지구의 다른 이들에게, 모든 자유의 희망과 생명체에게 가하는 행위를 직면할 때 내 마음을 사로잡는 분노와 공포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 하나의 부분일 뿐이다. 나는 여전히 우리 모두를, 우리의 아이들을 마주할 때는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부당하게 감금당한 영혼이 있는데, 그의 성별이 무엇인지부터 물어야 하는가? 아이가 굶고 있는데, 그 아이의 성별을 물어야 하는가?

오늘날 우리는 생색을 내며 ‘오락 목적을 위해’ ‘야생 그대로의 자연을 보호하자’고 말하지만, 야생이란 목적도 없으며 파괴하거나 보호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평원을 길들이면 그곳에는 중고차 적치장과 슬럼이, 끔찍하고 북적거리며 공허한 모습으로 들어선다. 야생이란 무질서다. 야생이란 지구 그 자체며, 동시에 새로운 지구의 재료가 되는 별과 별 사이를 떠다니는 먼지다.

절대적인 자유란 절대적인 의무지요. 제 생각에 작가의 소임은 진실을 말하는 겁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작가 자신의 진실을 말하는 겁니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요즘 통용되는 ‘자기표현’ 이나 ‘있는 그대로 말하기’와 같은 구절에는 오늘날의 가장 큰 거짓말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마치 그게 쉬운 일인 것처럼, 누구나 지나치게 포장하지 않고 입에서 그대
酉말을 쏟아내기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리잖아요. “나는 카메라다”가 다시 등장하는 셈입니다. 솔직히 말해 그 정도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타인에게, 여러분이 아는 다른 사람에게, 여러분의 실제 감정이 어떤지, 진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완벽하게 정직하게 말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는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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