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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

고미숙 지음| 북드라망 |2016년 08월 02일 (종이책 2016년 05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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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정보
    출간일 2016년 08월 02일 (종이책 2016년 05월 25일 출간)
    포맷용량 ePUB(10.99MB, ISBN 9791186851364)
    • 주요 일간지 북섹션 추천도서 > 2016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 2016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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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황혼의 자본주의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들을 위한 고미숙의 인문처방전

언제부터인가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이 끊임없이 들린다. 마치 경제만 풀리면, 더 노골적으로 돈만 있으면 우리가 지금 겪는 삶의 어려움들이 모두 해결될 것처럼. 하지만 정말 그런가? 고미숙의 자문은 여기에서 출발하여 우리시대 우리 삶의 문제들과 하나씩 부딪혀 간다.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이 시대에 어째서 이렇게 자살과 우울증과 타인에 대한 혐오와 자기 파괴는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끊이지 않는지, 열심히 쌓는 스펙이 왜 인생을 구원하지 못하는지, 왜 삶의 현장을 다루는 정치와 경제가 삶의 근원인 ‘몸’과 만나지 못하는지, 장수의 축복이 어째서 노년도 청년처럼 사는 것으로―중년 이후의 삶이 ‘안티 에이징’을 향해서만 달려가게 되었는지….

이 삶의 문제들을 『장자』와 『동의보감』 등 동양고전은 물론 들뢰즈와 스피노자 등 서양철학자들의 사유와 함께 풀어 나가며 저자는 삶을 위한 정치, 생명과 통하는 경제는 어떻게 가능한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저자 자신의 삶의 경험과 함께 말한다.
▶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 출간 기념 저자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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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머리에

인트로_‘몸과 우주’가 ‘정치경제학’을 만나면?
솔직히 말하자! / ‘유치찬란’한 질문 ‘두서너’ 가지 / ‘복지천국’에선 대체 무슨 일이? / 왜 ‘몸과 우주’인가? / 통치와 치유는 하나다! / 설탕지옥, 자본천국! / ‘지대물박’(地大物博)과 ‘총·균·쇠’ / ‘화극금’(火克金)에서 ‘금생수’(金生水)로

1장 역사의 ‘선분’과 우주의 ‘리듬’
역사는 ‘앞으로’ 가는가?―혁명과 기계의 유토피아 / 디스토피아 혹은 죽음충동? / 기억과 주체―망상의 산물 / 우주의 리듬, 역(易) / 상화(相火)와 ...

저자소개

고미숙

저자 : 고미숙

저자 고미숙은 고전평론가. 강원도 정선군에 속한 작은 광산촌에서 자랐다. 춘천여자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까지 마쳤다. 가난했지만 ‘공부복’은 많았던 셈이다. 다 공부를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기신 부모님 덕분이다. 지난 십여 년간 <수유+너머>에서 활동했고, 2011년 이후 <남산강학원>(kungfus.net)과 <감이당>(gamidang.com)에서 ‘공부와 밥과 우정’을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감이당>의 모토는 몸·삶·글의 일치다. ‘아는 만큼 쓰고, 쓰는 만큼 사는’ 길을 열어가고자 한다. 지금까지 낸 책으로는, 열하일기 삼종세트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전2권)과 달인 삼종세트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동의보감 삼종세트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근대성 삼종세트 『계몽의 시대: 근대적 시공간과 민족의 탄생』, 『연애의 시대: 근대적 여성성과 사랑의 탄생』, 『위생의 시대: 병리학과 근대적 신체의 탄생』 그리고 『윤선도평전』,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다산과 연암 라이벌평전 1탄』,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등이 있다.

책속으로

정치경제학은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서다. 정치건 경제건 핵심은 삶이다. 삶의 리듬과 현장을 창안하는 것이다. 한 정의에 따르면 경제학은 ‘인생,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관한 궁극적 질문을 다루는 학문이란다. 정치는 본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탐구다. 경제학이 정치와, 정치가 인문적 사유와 만나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런데 왜 질문이 온통 그렇게 일방향으로 쏠려 있는가? 정치건 경제건 오직 성장과 복지라는 목표가 전부다. 그럼 GDP가 상승하면, 일자리가 늘어나면, 임금이 오르면 만사형통인가? 그렇다고 치자. 그럼 그 다음엔 대체 어떤 삶이 펼쳐지는가? (본문 「인트로_‘몸과 우주’가 ‘정치경제학’을 만나면?」 중에서)

아무리 잘나가는 경영인도, 최고의 정치가도 결국은 은퇴를 해야 한다. 그때 필요한 건 딱 두 가지뿐이다. 철학과 우정! 그런 노년을 맞이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축복은 없으리라. 또 그런 노년이라야 비로소 청년들의 멘토가 될 수 있다. 노년의 지혜와 청년의 열정, 청년의 끼와 노년의 경륜, 이것들이 활발하게 교차할 수 있다면! 정치경제학이 삶을 창조하는 것이라면 그 창조의 포인트는 바로 이 지점이어야 한다. (본문 「3장_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중에서)

장수는 분명 축복이다. 한데, 우리시대는 그 기쁨을 누리기보다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노년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봄과 여름에서 가을로 건너가는 ‘금화교역’金火交易: 우주의 대혁명은 물론이고, 겨울을 장엄하게 맞이하는 ‘소멸의 지혜’가 부재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장수란 봄-여름-늦여름-늦늦여름, 다시 말해 청춘의 연장에 불과하다. 그래서인가. 언제부턴가 얼굴에서 나이가 사라져 버렸다. 20대와 40대가 잘 구별되지 않는다. 아울러 정신연령도 한없이 낮아지고 있다. 마흔이 되어서도 엄마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고, 쉰 이후에도 사춘기적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두드러진 징표가 목소리다. 혀 짧은 소리에 옹알거리는 말투, 하트 뿅뿅으로 대변되는 유치한 표현들이 난무한다. 한마디로 어른이 없다! (본문 「6장_ 계급투쟁에서 세대갈등으로」 중에서)

전 세대가 젊은이가 된다면 참 좋은 일이 아닐까, 싶겠지만, 천만에 말씀! 자본주의가 표방하는 청춘이란 노동의 주체이자 성욕의 화신이다. 노동과 생산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면 뭐가 남을까. 당연히 성욕이다. 광고가 날마다 주입하는 주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성형천국, 포르노 공화국이 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예전에는 이팔청춘에 짝짓기를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운 다음, 즉 폐경기에 접어들면 ‘남성/여성의 이분법’을 벗어나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스텝이었지만 이젠 사정이 다르다. 생로병사의 전 과정에 성욕이 따라다닌다. 드라마를 보라. 40대 고모도, 6,70대 노모도 잃어버린 짝을 찾느라 분주하다.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치면서. 고령화사회지만 노인문화가 성숙해진 것이 아니라 노인도 사춘기처럼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본문 「6장_ 계급투쟁에서 세대갈등으로」 중에서)

자본은 봄/여름만 알지 가을/겨울은 알지 못한다. 오직 소유하고 증식할 뿐, 버리고 비우는 것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인생을 청년기에만 묶어 놓은 격이다. 즉, 청년기의 야망―노동과 화폐와 에로스―을 어떻게 증식할 것인가에 대한 공학과 기술만 있을 뿐! ‘노동을 벗어난’ 삶, ‘화폐 없이 사는’ 법, ‘욕망 없는’ 삶의 가치를 배운 적이 없다. 그렇다! 배움이라는 과정이 없이 청년기를 통과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길 위에서 ‘길’찾기, 곧 인생의 서사를 잊어버렸다. 중년 이후의 이념과 가치는 오직 ‘안티 에이징’이다. 그 결과 우리시대 중년들은 청년을 질투하면서, 또 청년을 모방하고 표절하면서 살아간다. 억지로 열정적인 척 하면서, 피부의 ‘골든타임’을 지키느라 안간힘을 쓰면서,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우기면서. (본문 「7장_ 트랜스 제너레이션 혹은 마주침의 윤리학」 중에서)

출판사서평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 :
몸과 우주의 정치경제학』
저자 인터뷰

1.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라는 이번 책 제목이 지금까지의 제목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것 같습니다. '몸과 우주의 정치경제학'이라는 부제도 좀 낯설고요. 제목과 부제를 이렇게 지으신 이유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1992년 미국 대선 때 클린턴진영이 슬로건을 내걸었던 것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였죠. 책 제목은 그걸 약간 비튼 것인데요, 왜냐하면 지금 이 말이 우리시대의 주술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기업가, 언론인, 교육자 등 각계각층의 모든 이들이 틈만 나면 ‘문제는 경제’라고, 아니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문제는 돈’이라고 외쳐 대고, 경제가 살아나면, 돈만 들어오면 만사형통이라고 하죠. 한때 저도 그렇게 믿었던 것 같고요. 그런데 인생을, 우리 삶을 생각해 보면, 정말 ‘돈’이 문제인지 의문이었어요. 우리 생활을 볼까요. 사실 역사상 우리가 이렇게 풍요로웠던 적은 없지 않았나요. 그런데도 입만 열면 돈타령입니다. 저소득층이나 백수라면 이해합니다. 그런데 중산층도, 상류층도 그러고 있다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요? 얼마나 더 벌어야 ‘이제 충분해’라고 할까요? 아마 그런 순간은 오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의식주의 기본을 제외하고 돈으로 해결되는 일은 살아보니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살 수도, 마음을 치유할 수도, 운명의 비전을 탐색할 수도 없었어요. 돈으로 가능한 건 오직 소비와 상품뿐이었죠. 그것을 ‘길’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이것이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를 제목으로 삼게 된 이유입니다.

그리고 부제 ‘몸과 우주의 정치경제학’을 말하면… 사실 ‘정치경제’하고 ‘몸과 우주’를 이렇게 연결해 놓으면 조금 ‘뜨악’한 느낌이 있어요. 그렇지만 발음은 참 자연스럽죠. (웃음)
하나씩 이야기를 해 봅시다. ‘정치’와 ‘경제’ 모두 사실은 ‘사람살이’를 운용하는 것들이죠. 그렇다면, ‘사람살이’란 무엇인가, 그건 결국 ‘몸’의 문제이자, ‘마음’의 문제예요. 그렇다면 지금 현대인이 겪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몸과 마음’의 문제란 무엇일까요? ‘몸이 아프다’, ‘마음이 괴롭다’죠. 그 아픔과 괴로움의 내용은 또 무엇일까요. ‘관계’의 문제입니다. ‘관계가 잘 안 풀린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것이죠.
우리가 물질적인 부가 늘어나고, 제도가 잘 정비가 되고 뭔가 시스템이 잘 돌아가면 잘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떤가요? 사실 그 문제는 해결되었다기보다는 더 복잡해졌어요. ‘불통’이 일어나는 것이죠. 개인과 제도, 개인적인 행복과 경제적 안정의 불균형 등, 다 막혀 있어요. 결국 부자가 될수록 ‘충만감’을 느끼기 보다는 더욱 결핍감이 심해지고 마는 상태죠.
결국 요지는 무엇인가 하면, 기준을 조금 바꿔봐야 해요. 제도의 개선, 경제적 번영처럼 몸과 마음 바깥을 어떻게 하는 것 외에도, 구체적인 삶(사람살이)의 현장인 ‘몸’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죠. 몸에서 자연으로, 자연에서 우주로,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가지고 ‘정치경제학’ 차원을 살펴보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보자면 자연스러운 제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선생님 스스로 ‘정치와 경제에 모두 문외한이고 관심도 없다’고 언급하신 바 있는데, 이렇게 정치와 경제에 관한 책까지 쓰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이건, 일단 80년대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그때도 저는 특별히 정치에 관심이 있다거나, 경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특별히’ 그러지 않았을 뿐입니다. 지금하고는 다른 환경이었어요. 경찰이 매일 학교에 상주해 있고, 학교 밖에서는 최루탄 터지고, 백골단 피해서 도망다녀야 하는 그런 환경에서는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닐지라도, 조건 자체가 이미 ‘정치적인 조건’이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식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정치경제학 책을 보아야만 하는 환경이었어요. 19세기 시조 같은 걸 공부하더라도 문제는 어떤 ‘정치경제학적 세계관’ 속에서 하느냐가 문제였던 시대였던 것입니다.
그런 시대를 통과해서, 그토록 원하던 직접선거를 하고, 주5일 근무가 안착되어 가고, 이렇게 저렇게 세상이 바뀌는 걸 보니 ‘아 원래 내 체질대로 살아도 되겠다’ 생각했어요. 그랬는데…….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나는 분명히 예전에 아주 확고하게 세상이 이렇게 바뀌어야 된다고 믿었거든요. 왜냐면 그렇게 바뀌면 우리의 삶이 물질적으로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자기 삶의 창조자랄까, 그런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믿었던 것들이 하
나도 맞지가 않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나 스스로에게 무언가 대답할 필요 같은 걸 느꼈어요. 이걸 그냥 이렇게 쑥 넘어가도 되나?, 나 스스로에게 무언가 대답을 해야 하지 않나? 같은 것이죠.

3. ‘스스로에게 대답해야 할 필요’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조금 순진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나는 고전문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사람들이 그 풍요와 시간 위에서 책을 읽고, 영성을 탐구하고 할 줄 알았어요. (웃음) 그런데 그렇지가 않죠.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루 종일 일하고, 시간은 전보다 더 부족해지고, ‘노동의 소외’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하나도 나아진 게 없어요. 책을 읽는 사람은 더더욱 줄어들고 있고요. 문제가 딱 여기까지만 있느냐 하면 그게 아니에요. 그러다보니까 ‘관계’에 있어서는 문제가 더 심각해져요.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같은 문제들로 괴로움을 겪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죠. 이렇게 되리라고는 예전엔 생각도 하지 못했죠.
그래서 ‘전제’부터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질적 부가 늘어나고, 노동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인가, 우리가 지금 도대체 어떤 경제적 토대 위에서 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식으로 자기 삶에 대한 표상을 형성하는가, 나아가, SNS가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은 어째서 관계의 불통을 호소하는가 같은 문제들이요. 본능적으로 이걸 탐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것은 내가 과거에 가졌던, 지금은 멈춰 있는 세계관, 전제를 바꾸는 작업이고요.

4. 명리학을 가지고 현대의 정치와 삶을 풀어내신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그 중 “보수는 식상생재, 진보는 관인상생에 가깝다”고 말씀하신 부분을 좀 더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주명리학, 역학을 배운다는 것은 동양적인 우주론을 배우는 것이에요. 세계를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고요. 그러면, 그런 방법을 통해서 배운 자연의 운행법칙을 알면, 그 다음은 뭐겠어요? 인간사의 운행을 보는 것, 즉 ‘윤리학’이 나오는 것이죠. 내가 타고난 자연의 법칙이 사회와 만나 어떻게 펼쳐지느냐 하는 것이 바로 운명이고요. 저는 명리학이라는 담론의 배치랄지, 패러다임이랄지 이런 게 되게 흥미로웠어요.
우리가 역술원에 가면 주로 무얼 물어볼까요? 재물, 관운, 연애운 이런 것들이죠. 애인은 언제 생겨요, 남편은 어디서 뭐하고 있나요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사실 이거는 무의식의 순환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삶이 먹고 말하는 등의 ‘활동’에서 그 다음으로는 축적하는 ‘재물’로, 그 다음에는 조직이나 그 안에서의 명예 같은 ‘사회적 관계’로, 그 다음에는 자기 탐구와 자기 생성으로 순환됩니다. 이걸 명리적으로는 ‘식상-재성-관성-인성’의 순환으로 보는 것이죠. 이게 너무 많은 것들을 시사해 줘요. 이걸 머릿속에 넣고 자본주의를 보면, 자본주의는 끼와 재능, 능력을 펼쳐서 재물을 일구는 체계죠. 그러니까 이건 ‘식상생재’의 흐름을 띱니다. 이걸 흐름을 탄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고요. 이 속에 있는 사람은 체제를 견고하게 지키는, 이게 인생의 최고의 단계라고 믿는 사람들, 이른바 ‘보수’가 됩니다. 누구를 지지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흐름을 견고하게 믿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자본의 화신이라는 의미에서 ‘보수’가 되는 거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누구를 지지하고, 찍고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데 보세요. 전체 흐름에서 보면, 이는 결국은 반半만 사는 모양이 됩니다. 그럼 이게 순환이 이루어지려면, ‘관성-인성’의 흐름을 타야 하죠. 이쪽은 세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믿어요. 그러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고, ‘명분’은 뭡니까? 너와 나를 넘어 지켜야 하는 공적 기준이에요. 즉, ‘관성’이죠. 사주명리학에서는 관성이 발달한 사람은 어디 가서나 사리사욕이 아니라 공적 명분을 내세운다고 봅니다. 그런데 ‘명분’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어떤가요? 사실상 ‘권력’을 독점하려고 해요. 왜냐하면 내게 공적 기준, 진리가 있다고 믿으니까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이것(명분)으로 움직이고 싶어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런 공적 기준을 세우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탐구해야 하죠. 공부해야 하고. 사회와 존재에 대한 통찰로, 즉 ‘인성’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바로, ‘관인상생’이라고 본 것입니다.

5. “자본주의는 봄/여름만 알지 가을/겨울을 알지 못한다”고 하셨는데요, 이렇게 말씀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러니까 이제 동양의 우주론은 시공이 맞물려서 돌아가는데, 특히 시간의 변화가 중요해요. 이를테면 ‘때를 알라’ 같은 말이 그런 사고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죠. 때를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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