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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등여행기 도쿄에서 파리까지

도쿄에서 파리까지

하야시 후미코 지음| 안은미 옮김| 정은문고 |2018년 04월 17일 (종이책 2017년 06월 1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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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정보
    출간일 2018년 04월 17일 (종이책 2017년 06월 13일 출간)
    포맷용량 ePUB(13.25MB, ISBN 9791185153186)
    • 주요 일간지 북섹션 추천도서 > 2017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 2017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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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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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도 없고 돌아올 여비도 없다. 부산발 파리행 기차 타고 떠난 나홀로 여행기.
부산에서 기차로 만저우리에 도착, 다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광활한 대륙을 가로질러 유럽으로 향하던 시대가 있었다. 비행기로 한나절이면 가는데 뭐하러 그렇게 힘든 여행을 하느냐고? 하지만 1945년 남북 분단과 함께 철도가 끊기면서 대륙 속의 섬이 된 우리에겐, 부산발 유럽행 기차 여행은 로망이자 꿈이다.

이 책은 일본의 방랑 작가 하야시 후미코가 만주사변 직후 전운이 감돌던 1931년 11월, 무작정 시베리아 삼등 열차에 올라타고 떠난 유럽 여행기다. 누구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없는 위험한 시기의 여행이지만 주저하지 않고 전쟁의 한복판을 달려가는 작가의 행동력은 누구라도 반할 만하다. 시베리아 황단열차의 삼등칸에서 그녀는 누구를 만나고 또 어떤 일을 겪을까? 직설적이고 꾸밈없는 글을 쓰는 하야시 후미코만의 독특한 여행을 즐겨보자.

목차

시베리아 횡단열차
파리까지 맑은 하늘
게다 신고 걸은 파리
거리 천사, 매춘부와 순경
파리 부엌, 도쿄 부엌
낮 목욕탕, 밤 카바레
나홀로 런던 여행기
퐁텐블로 숲을 거닐다
아듀 마르세유, 아듀 프랑스
여덟 달 동안 구두 네 켤레
후기를 대신해

작가 연보
옮긴이의 글

저자소개

저자 : 하야시 후미코

저자 : 하야시 후미코
저자 하야시 후미코는 1903~1951.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후쿠오카 현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부터 가난한 부모를 따라 여러 지방을 떠돌아다녔다. 여학교 졸업 후 도쿄에 올라와 잡일꾼, 사무원, 여공, 카페 여급 등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작가를 꿈꾸며 고단한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1930년 자신의 가난한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방랑기』를 출판해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했다. 대공황의 와중에도 60만 부나 팔린 『방랑기』를 비롯한 그녀의 작품은 당시 도시 생활자의 밑바닥 삶, 특히 여성의 자립과 가족, 사회 문제를 생생하게 그려내 대중에게 사랑받았고 사후에도 다수의 작품이 영화, 연극, 드라마로 제작됐다. 1948년 제3회 여류문학자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청빈의 서』, 『만국』, 『뜬구름』, 『밥』 등이 있다.

역자 : 안은미
역자 안은미는 강원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도쿄에서 어학을 공부했다. 2004년부터 편집자로 일하는 한편 만화, 방송물 등의 일본 관련 콘텐츠를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는 『우표, 역사를 부치다』, 『로산진의 요리왕국』, 『하루 한 식물』, 『어느 물리학자의 일상』 등이 있다.

역자 : 안은미

책속으로

시베리아 가는 데 삼등칸을 추천합니다
여기서 일단 내 객실을 묘사해볼까요. 한 객실에 네 명씩 들어가고 그런 객실이 한 열차에 여덟 개 있습니다. 일등칸과 이등칸도 들여다봤지만 시베리아 가는 데는 삼등칸을 추천합니다. 결코 머무르기에 불편하지 않습니다. 열차 보이에겐 일본 돈으로 3엔을 주면 된다고 합니다. 요컨대 하루 50전의 비율인데 나는 뭔 생각을 했는지 엉겁결에 5엔을 건네고 말았습니다. 몹시 시원한 씀씀이를 보여준 꼴입니다. 루블로 팁을 주면 보이는 절대로 고마운 얼굴을 하지 않는답니다. 일본 돈을 받아야 국외에서 값이 낮은 루블을 살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시베리아 횡단열차 / 24쪽

삼등 열차에는 가난한 사람들뿐입니다
유럽행 삼등 열차는 마치 일본의 나룻배처럼 많은 사람이 떼 지어 줄줄이 걸터앉아 있습니다. 새벽에는 프랑스인으로 보이는 가족과 네댓 명의 룸펜 제군이 탔습니다. 그들은 금세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며 철포처럼 길쭉한 빵을 우적우적 베어 먹다가 불경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듭니다. 개중에는 고풍스런 아코디언을 어깨에 둘러맨 예술가도 있는가 하면 붉은 목도리를 두른 아파슈풍의 노동자, 발 한쪽이 없는 남자, 볼에 탄흔이 있는 노인, 귀여운 아이 등등 다들 가난한 사람들뿐입니다.
파리까지 맑은 하늘 / 63쪽

내 하숙집은 당페르 블라르 가 10번지
지금의 하숙집을 비둘기와 고양이의 보금자리라고 하면 뭔가 낭만적으로 들리겠지만 사실 파리의 고양이만큼 기분 나쁜 것도 없습니다. 털실 뭉치처럼 불룩해서는 밤이면 뚜벅뚜벅 집으로 들어오다가 어두운 천장에서 내 등으로 불쑥 떨어집니다. 하숙집에는 도둑고양이가 일곱 마리나 둥지를 틀고 있고 개도 두 마리나 있습니다. 비둘기 두 마리는 아마 식용일 텐데 내 방 창 아래 정원에 있는 철망 속에서 아침이면 구구 하고 고운 목소리로 울어댑니다. 凸형, 이것이 내 방 모습입니다. 무섭고 복잡해 조금 돈을 벌면 네모반듯한 방으로 이사하고 싶지만 봄까지는 움직일 수 없겠지요.
게다 신고 걸은 파리 / 75쪽

일본 주부가 부엌에서 해방되는 날은 언제쯤일까요?
파리 주택은 거의 아파트라서 일본처럼 그렇게 널찍하고 틀에 박힌 부엌을 소유한 집은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집 밖의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가족이 많은 탓에 굳이 엄청난 부엌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일본에서 레스토랑을 여전히 사치스런 존재로 여기는 동안에는 한 가정의 주부가 부엌에서 해방되는 일은 아주 먼 이야기이겠지요. 잠시 유럽에 살다 돌아오고 나서야 깨닫고 놀란 것은, 내 주변 여인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부엌에서 줄곧 일한다는 사실입니다.
파리 부엌, 도쿄 부엌 / 111쪽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밀레의 집을 가다
밀레의 화실은 감탄스러웠습니다. 여학생 방에 어김없이 걸려 있는 「만종」이나 「이삭 줍는 여인들」도 그의 가난한 만년 이야기를 들으니 저기 어디쯤 널린 프로 화가에 비할 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밀레의 집안은 소작인으로 상당히 가빈했던 모양입니다. 화실 흙마루 입구에는 일인용 침대가 있었는데, 밀레는 비에 젖어가며 그림을 그리다 감기에 걸려 이윽고 그 침대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방 안에는 먼지를 뒤집어쓴 커다란 거울이 한 개, 흙 인형이 일고여덟 개 나뒹굴고 밀레가 엉덩이로 꿰뚫기라도 한 듯 볏짚 의자가 너덜너덜했습니다. 현재 밀레의 자손은 밀레의 위조품까지 만들어 판다고 합니다.
퐁덴블로 숲을 거닐다 / 189쪽

네, 누구라도 나라를 사랑하는 법입니다
세계대전 이후 대체 어디에 평화가 왔나요? 각국의 인민은 녹초가 됐습니다. 유럽을 걸어보면 지금도 베르?의 피비린내가 납니다. 발 없는 남자, 한 손 없는 남자, 한쪽 눈 없는 남자, 이런 베르?의 유물이 무얼 하고 있냐면 대개 샌드위치맨이거나 걸인 또는 비올라 켜는 광대입니다. 과거 인기가 높던 어느 인간의 말로末路, 그 모습의 사람들이 유럽 각국에서 우글거리며 배출구를 찾고 있어요. 파리 직업소개소도 그랬지만, 런던 직업소개소도 시루에 콩나물 박히듯 어느 곳이나 매일 아침 실업자가 행렬을 짓고 차례를 기다립니다. 전 세계가 굶주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나홀로 런던 여행기 / 161쪽

출판사서평

1930년 자전적 소설 『방랑기』가 베스트셀러(60만 부)가 된 덕에 인세를 손에 쥔 하야시 후미코는 이듬해 11월, 그토록 염원하던 파리 여행을 감행한다. 외국에 가는 것도 흔하지 않은 시대, 더욱이 일본이 만주를 점령하며 전쟁의 서막이 오르던 때 여성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다. 이 용기 충만한 스물여덟 살의 여성 작가는 어느 곳에 있더라도 죽는 건 매한가지라며 트렁크 네 개를 들고 안전하고 편안한 일등칸이 아닌 삼등칸에 몸을 싣는다. 그것도 돌아올 여비도 없이.

▶ 부산에서 파리까지 14일의 철도 여행
도쿄를 출발해 시모노세키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하얼빈, 모스크바, 파리까지 약 1만 6천 킬로미터. 86년 전, 후미코의 여정이다. 당시 유럽으로 가는 행로는 두 가지였다. 우선 육로는 부산에서 서울을 거쳐 하얼빈, 만저우리, 모스크바, 베를린, 파리로 이어지는 철도 여행. 그리고 해로는 일본 고베에서 우편선을 타고 홍콩, 싱가포르를 지나 수에즈 운하를 거쳐 마르세유로 들어가는 길이다. 후미코는 갈 때는 기차를, 돌아올 때는 배를 탔으니 그 두 여정을 모두 즐겼다. 재미있는 점은, 전자가 14일이 걸린 반면 후자는 34일이 걸렸는데 그땐 배편보다 차편이 더 빨랐던 모양이다.

▶ 다르면서도 같은 삼등칸 사람들
후미코가 비좁고 허름한 삼등칸에 만난 사람들은 착하지만 가난한 사람들뿐이다. 매일 끼니를 식당칸에서 해결할 만한 여유를 가진 자는 아무도 없다. 시를 좋아하고 노래를 사랑하는 러시아인 청년, 사진기를 갖고 있단 이유로 부르주아 취급을 받는 독일인, 무척 기구한 사연이 있어 보이는 조선인 등 각기 인종과 사연은 다르지만 같은 모습으로 허물없이 지내는 삼등칸 사람들. 서로 음식을 나눠주고 담요를 빌려줄 정도로 상냥한 마음도 있지만, 넌덜머리가 날 만큼 구걸하거나 치근덕거리기도 한다. 삼등칸 안의 삶은 일등칸 사람들과는 확연히 달라 마치 영화 「설국열차」의 계급별 객실을 보는 듯하다.

▶ 무산계급의 나라, 러시아는 이런 곳이었던가
후미코가 도쿄에서 교류하던 사람들 가운데는 공산주의 운동가나 문학가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눈에 비친 러시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공무원, 군인, 교사 등 러시아 사회에서 혜택받는 사람들은 좋은 방에서 자고 식당칸에서 따뜻한 식사를 한다. 반면 노동자, 농민은 온갖 가재도구를 어깨에 짊어진 채 삼등칸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며 매서운 추위를 견딘다. 또 삼등 침대권조차 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얼어붙은 복도에 웅크리고 잠들거나 먹을거리도 없이 필사적으로 하루하루를 지낸다. 사회의 밑바닥 계층에서 태어난 후미코가 동경한 무산계급의 나라, 러시아는 그녀에겐 이해할 수 없는 빈부 격차가 극심한 곳이었다.

▶ 프랑스를 지탱하는 건, 백성과 이방인
예술의 중심지라는 기대를 품고 도착한 파리에서 후미코는 며칠 동안 꼼짝 않고 잠만 잔다. 파리의 첫인상이 그녀의 상상과는 달리 어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어두침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25전짜리 게다를 신고 또는 세련된 양장 차림으로 헤밍웨이처럼 늘 주머니엔 종이와 연필을 넣은 채 파리 거리를 활보한다. 때론 말이 통하지 않아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고독과 우울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하지만, 이 작은 동양 여인은 여덟 달 동안 값싼 호텔 라벨이 덕지덕지한 트렁크를 들고 파리를, 런던을, 몽모랑시를, 퐁텐블로를, 바르비종을 분주히 돌아다니며 자유를 만끽한다.

▶ 파리 카페는 글쓰기에 최고
헤밍웨이가 젊은 날의 파리 시절을 추억하며 카페 이야기를 유난히 늘어놓는 것처럼, 후미코 역시 파리에서 가장 좋아했던 곳은 카페였다. 헤밍웨이의 단골 카페였던 몽파르나스의 ‘쿠폴’을 비롯해 뒷골목에 즐비한 작은 카페들을 매일같이 찾아갔다. 값싼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아침부터 밤까지 눌러앉아 느긋하게 글을 쓰고 자유로이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카페야말로 가난한 이방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었으리라.

▶ “나는 숙명적인 방랑자, 나는 고향이 없다”
후미코의 소설 『방랑기』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행상하는 부모를 따라 떠돌이 생활을 했고, 어른이 돼서도 틈만 나면 낡은 기차 시간표를 펼치고는 일단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겠다며 훌쩍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길을 나서면 돈이 바닥날 때까지 이곳저곳을 걸어 다녔고, 돌아와선 글을 써 원고료를 받아 다시 떠나기를 반복했다. 자신이 고백한 대로 늘 여수에 가까운 감정을 품은 채 평생 여행하는 삶을 살았다. 그녀에게 있어 여행은 고된 현실을 잊게 하는 영혼의 휴식처이자 창작의 원동력이었다. 『삼등여행기』가 대표작은 아니지만, 여행길에서의 하여간 무모하고 씩씩한 발걸음은 그녀가 숙명적인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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