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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꽃

2019 동인문학상 수상작

최수철 지음| 작가정신 |2019년 05월 08일 (종이책 2019년 05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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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9년 05월 08일 (종이책 2019년 05월 14일 출간)
    포맷용량 ePUB(8.69MB, ISBN 979116026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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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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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어

# 한국현대소설 # 동인문학상

한국 문단의 희귀하고도 이질적인 존재감!
이상문학상, 김유정문학상, 김준성문학상 수상 작가
최수철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정밀한 언어와 문체 실험으로 인간 본연의 문제를 탐구해온 작가, 최수철의 신작 장편 『독의 꽃』이 출간되었다. ‘의자’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삶을 표상한 장편 『사랑은 게으름을 경멸한다』(2014) 이후 5년 만이다. 『독의 꽃』은 몸속에 독을 지니고 태어나 그 독을 점점 키우다가 결국 독과 약을 동시에 품고서 죽음에 이르는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이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독과 약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 스스로 이미 10여 년 전부터 ‘독’에 대한 작품을 구상해왔다고 밝힌 바 있듯이, 이 소설은 오랜 시간 궁구해온 사유의 결과물이자 실험적인 작가 정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독’과 그 상관물인 ‘약’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가면서 우리 의식의 지평을 넓혀나간다. 또한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심리주의와 상징주의, 임상 기록과 추리 기법, 연애소설의 형식 등을 동원한 이른바 ‘총체 소설’이라 직접 명명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소설은 한층 더 깊어진 주제의식과 다채로운 양식 실험으로 ‘독’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세계를 우리의 눈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

전작들에서 ‘침대’와 ‘의자’ 등 하나의 일상적인 사물을 메타포로 하여 존재와 세계의 심층을 들여다본 작가는 이번에는 ‘독’이라는 낯설고도 강렬한 메타포를 통해 새로운 층위의 의미를 일구어내고 있다. 독과 약, 선과 악, 성과 속, 삶과 죽음,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끊임없이 교란하고 와해하는 최수철의 집요한 탐색은 때로 냉철하고 이지적이면서도, 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섬세하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응시하면서 생의 본질을 일깨운다.

“최수철은 답을 알지 못한다고 확신할 때 좋은 소설을 쓴다. 그는 분명한 행동 대신 모호한 의식을 표현하려고 한다”는 문학평론가 김인환의 말을 환기해볼 때, 그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삶의 불가해성을 실험적이고 형태 파괴적인 양식으로 그려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작품 역시 기존 서사 양식의 관례를 그만의 방식으로 깨뜨리고, ‘독’이라는 하나의 메타포이자 모티프가 그야말로 소설의 주제이자 구성 원리이면서, 나아가 아예 소설 전체가 되어버리는 과감한 전도의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최수철 작가가 선사하는 이 생경하고도 독특한 미감은 왜 그가 한국 문단에서 이례적이고 중요한 존재로 자리 매김하는지를 선명하게 확인케 할 것이다.

한국 소설의 새로운 활력,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리얼리티를 위한 모태……. 오랜 기간 소설을 써온 작가는 지금까지도 자신의 소설적 방식을 갱신하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으며, 『독의 꽃』 역시 그 시도에 이어져 있는 가장 최신의 실험으로 인한 결과라고 할수 있다. _손정수(문학평론가, 「작품 해설」에서)

목차

프롤로그 7
두려움과 매혹 31
도취와 환멸 117
해독과 정화 311
에필로그 517
작품 해설 523
작가의 말 545

저자소개

최수철

저자 : 최수철

1958년 춘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맹점」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3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중편소설 「얼음의 도가니」는 한국적 누보로망의 가능성을 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8년 윤동주문학상, 2009년 김유정문학상, 2010년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공중누각』 『화두, 기록, 화석』 『내 정신의 그믐』 『분신들』 『모든 신포도 밑에는 여우가 있다』 『몽타주』 『갓길에서의 짧은 잠』 『포로들의 춤』, 장편소설 『고래 뱃속에서』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랑』(4부작) 『벽화 그리는 남자』 『불멸과 소멸』 『매미』 『페스트』 『침대』 『사랑은 게으름을 경멸한다』, 장편동화 『물음표가 느낌표에게』 등이 있다.

책속으로

내가 먼지로 돌아가기 전에 적어도 한 순간, 나를 이 세상 이 자리에, 죽음에 근접하여 더없이 신비롭게만 여겨지는 이 우주의 한 장소에, 나를 붙들어두어 줄 그 무엇, 위태롭게나마 내가 계속 서 있을 수 있도록 지탱해줄 수 있는 그 무엇을 나는 뜨겁게 갈구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조몽구의 이야기였다. _29쪽

세상에는 함부로 맛보았다가는 톡톡히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있지.”
“그게 뭔가요?”
“독이야.”
“왜 독을 맛보나요?”
“실험을 하기 위해서지. 독은 위험하지만 무척 흥미롭거든. 사람들이 독을 가지고 온갖 일을 벌이는 것도 그래서지. 독에는 운명을 바꾸는 힘이 있다는 말이야. _97쪽

한쪽에만 독을 발라놓은 칼로 닭을 반으로 잘라서 독이 없는 쪽은 자신이 먹고 독이 묻은 쪽은 며느리에게 먹게 하여 살해한 서양의 한 왕비 이야기, 천장에 숨어 있다가 적이 잠들었을 때 실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거기에 독을 따라 적의 입에 흘려 넣어 죽이는 일본 닌자의 이야기, 그런가 하면 침실을 밝히는 양초에 비소를 섞어 공기 중에 독이 퍼지게 해서 적을 살해하는 이야기, (…) 독이 묻은 장갑을 끼었다가 죽은 사람 이야기, 독이 묻은 반지를 이용해 악수를 할 때 상대방을 죽이는 암살자 이야기 등등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무시무시한 일화들이 그의 입에서 계속하여 흘러나왔다. _97~98쪽

“일상의 마비에서 풀려나라. 그러려면 네 마음이 미칠 만큼 고양되어야 한다. 겁내지 마라. 그러고 나면 각성이 따라올 테니.” _200쪽

나는 그 점을 진심으로 존경해. 그저 일상적인 삶이라는 건 너절하니까. 비소 먹고 죽은 고기를 먹는 거, 복어 회에 복어 독을 조금 떨어트려 혀에 톡 쏘는 맛을 느끼는 거, 삶이라는 음식에 죽음이라는 소스가 살짝 뿌려지는 거, 그거야말로 정말 근사한 거 아니야?_388쪽

“세상은 온통 서로 적대적인 힘으로 가득 차 있어요. 온갖 병균이 자경 씨를 죽이려 들지요. 하지만 우리가 먹고 마시고 호흡하고 맛보고 만지고 감촉하는 모든 것은 우리에게 축복이에요. 그것이 독이든 약이든 상관없이 말이지요. 그런 게 없다면 지금 자경 씨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미 사라지고 없겠지요.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썩어가는 진흙에서 피어오르는 연꽃이에요. 독이냐 약이냐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이지요.” _393~394쪽

밤은 그에게 고통스런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눈의 초점이 맞지 않고, 식은땀이 흐르고, 입안의 침이 바싹 말라 혀가 나무토막처럼 느껴지고, 손발이 떨리고 신열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몸이 병들어 낯설고 무섭게 느껴질수록 그 속에서 뭔가 단단하고 견고한,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푸르스름한 인광 같은 것을 발하는 무엇인가가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_434~435쪽

그날부터 그는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그리고 중호와 함께 시작한 일을 완수하기 위해 독과 해독의 세계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갔다. 자기 속의 독을 알기 위해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독들을 더 많이 만날 필요가 있었다. 자연히 그로서는 장차 자신이 꾸려갈 삶을 생각할 때, 몸속의 독이라는 괴물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은 그에게 있어서 인생의 각 순간을 뭔가 열정적인 것으로 증폭시키는 힘인 동시에, 생명의 촛불을 한순간에 훅 불어 꺼버릴 수 있는 냉혹한 바람이었다. _478~479쪽

“삶이라는 책 한 장 한 장에는 독이 묻어 있어. 네가 손가락에 침을 발라 책장을 모두 넘기고 나면, 그로 인해 중독되고 탈진하여 죽음에 이르게 돼. 그러나 너는 그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지.”
“그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하는 거야.”
“모든 살아 있는 것은 독의 꽃이야. _520쪽

출판사서평

“적어도 한 순간, 나를 이 세상 이 자리에 붙들어 두어줄 그 무엇,
위태롭게나마 내가 계속 서 있을 수 있도록 지탱해줄 수 있는
그 무엇이 바로 그의 이야기였다.”

지난 해 겨울, ‘나’는 의식불명 상태에서 구급차에 실려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진다. 담당 의사의 말에 따르면, 위에서 보툴리누스 균과 프토마인 균이 검출되었으며, 그 균들로부터 방출된 독소가 몸에 흡수되면서 혈액을 통해 장기를 공격했는데, 말하자면 몸 전체가 독성 물질에 감염된 상태였다.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혼몽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던 나는 같은 병실 안에서 한 남자를 발견한다. “내 가슴에 독(毒)이 찬 지 오래로다”로 시작되는 김영랑의 시 〈독을 차고〉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남자는 나와 마찬가지로 강한 독성 물질에 감염되어 신경계와 면역계가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고, 이름은 ‘조몽구’였다. 그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듯이 웅얼거렸는데, ‘나’는 저주 같기도 하고 주문 같기도 한 그 소리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이야기는 나를 흔들고, 자극하고, 깨워놓기에 이르고, 새벽의 환몽 속에서 괴물 같은 존재를 본 다음 날, 조몽구는 돌연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나의 병세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조몽구의 중얼거림은 여전히 뇌리를 맴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나를 이 세상의 한 장소에 붙들어줄 강력한 그 무엇이 되어버리고, 이제 나는 ‘나’의 것이면서 동시에 ‘그’의 것이기도 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독과 약에 관한
치명적이고 내밀한 바이오그래피!

‘독’의 리얼리티

이 소설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것은 독인 동시에 약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의 바탕 위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독에 관련된 다양하고 구체적인 전문 지식이다. 만병초, 은방울꽃, 석산, 수선화, 흰독말풀, 능소화, 천사의 나팔, 피마자, 투구꽃 등의 식물 독부터, 조개류, 뱀이나 벌, 복어의 테트로도톡신 등의 동물 독, 납, 연, 수은, 비소, 바륨, 카드뮴 등의 광물 독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종류의 독과?그 해독 방법은 물론, 기기묘묘한 독살의 종류를 역사적 배경과 함께 제시함으로써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소설은 독을 한 가지 개념으로 규정하지 않고, 수많은 보조관념들로 은유하며 독에 관한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킨다. 물질로서의 독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 증오심, 분노, 공포, 탐욕, 교만, 호색, 탐욕, 나태, 시기, 거짓된 신념, 진부하고 편협한 사상 등 우리의 의식에 침투하는 온갖 정신적 작용을 독으로 규정함으로써 세계가 운용되는 중추적 원리이자 핵심 요소로서 독의 의미와 범주를 무한대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독은 이제 만물 삼라만상에 깃든 모든 것이 되고, 스위스의 화학자 파라켈수스의 말대로 “모든 물질은 독이며 독이 아닌 물질은 없게” 된다.?

치명적인 ‘독’에 감염된 한 인간의 내밀한 분투기

『독의 꽃』은 몸속에 독을 지니고 태어나 그 독을 점점 키우다가 결국 독과 약을 동시에 품고서 죽음에 이르는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이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독과 약에 관한 이야기다. 두통이라는 콤플렉스를 가진 몽구는 특이한 질병으로 말미암아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정권 주변을 맴도는 기회주의적인 어용 문인인 아버지와 천성적으로 예민하고 병약한 체질인 어머니 사이에서 불안정한 성장기를 보낸다. 그런 가운데 몽구는 어머니라는 둥지 안에서 안주하려 하지만, 그것조차 아버지가 어머니를 향해 휘두르는 정신적·육체적 폭력에 의해 온전히 유지하지 못한다. 급기야 몽구는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를 여의고, 독의 세계에 심취되어 몰두하고 있는 환경운동가이자 행위 예술가인 삼촌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데, 그와의 동거는 몽구로 하여금 두통이 발생한 원인이 아니라 두통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고, 두통이라는 독에 맞서 싸우는 대신 독과 더불어 살아가게 될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도록 이끈다.
몽구는 성장하면서 점차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두통인 ‘독’뿐만 아니라 세계를 잠식한 갖가지 무수한 독을 만나게 된다. 일종의 마취이자 마비와도 같은 술과 그보다 더 치명적이고 자기파괴적인 섹스, 군대라는 상명하복의 체계에 자리 한 강압과 횡포, 그 밖에도 거짓된 신념, 편협한 사상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영혼을 좀먹는 무형의 물질로서의 ‘독’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파생되는 갖가지 사건들을 통해 몽구는 서서히 자기 안의 독과 세계 속의 독을 제어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독에 대항하는 특이한 항체와 면역 체계를 갖게 된다. 몽구의 안에서 서서히 ‘독’이 ‘약’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내 이야기는, 한 방울의 물과도 같은 한 인간의 생명,
독일 수도 있고 약일 수도 있는
그 물방울 하나의 생성에서 사멸에 이르는
작은 역사에 대한 거야.”

주인공 몽구를 비롯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대개 비정상적이고 일탈적이며, 때로 광기에 사로잡힌 행동으로까지 나아가는 인물들이다. 특히 작가로서의 거짓된 신념과 위선을 자기 합리화로 포장하는 몽구의 아버지는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까지 나아가고 끝내는 자학적인 글쓰기를 감행하며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다. 마찬가지로 서울 지방법원 사무관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독의 세계에 심취하는 환경운동가이자 행위 예술가인 삼촌 조수호, 저체중의 미숙아로 태어나 선천적인 면역 결핍 장애를 겪는 몽구의 첫사랑 자경, 병약한 여동생에 대한 집착과 죄책감으로 그녀를 구속하는 자경의 오빠 정우, 군대 고문관이자 관심병사가 되어버린 몽구의 동창 용한, 독을 이용해 청부 살인업자가 되는 광수까지, 주인공 몽구를 둘러싼 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결핍으로 뒤틀려 있다.
작가는 왜 그토록 평범하지 않은 인물과 간혹 극단적으로까지 보이는 상황을 설정했을까. 이는 ‘독’이라는 물질이 지닌 속성상 그 위험성과 폐해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고자 했고,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인물들을 통해 삶의 비의를 꿰뚫으려는 작가적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인물적 특성과 소설의 구조는, 살아남기 위해 필연적으로 ‘독’을 섭취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잔혹하고도 지독한 세계 속에서 삶을 영위해나가는 모든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리고 ‘독’과 ‘약’이라는 작품의 대주제로 자연스럽게 수렴되면서, 세계가 선과 악, 성과 속, 삶과 죽음, 현실과 이상 등의 이항 대립으로 이뤄져 있음을, 또 그 세계에 속한 인간 존재 또한 독과 약을 동시에 품은 형용모순의 존재임을 보여준다. 인간들의 역사란 바로 이와 같은 “아이러니와 패러독스”를 동시에 품은 존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고, 그러기에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이 다름 아닌 ‘해독’과 ‘정화’의 삶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통찰과 함께.

“일상의 마비에서 풀려나라.
그러려면 네 마음이 미칠 만큼 고양되어야 한다.
겁내지 마라. 그러고 나면 각성이 따라올 테니.”

『독의 꽃』은 삶의 의미란 기쁨이 아니라 두려움에 있다고 말한다. “기쁨은 두려움에 대면할 수 있도록 삶이 제공하는 몇 움큼의 에너지”에 불과하다고. 달리 말하면, 우리의 삶은 어쩌면 독과 악과 병과 어둠을 인지할 때, 즉 죽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것의 정체에 다가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빛을 발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것은 더 이상 악과 어둠과 병이 아닐 것이고, ‘독’이 아니라 ‘약’으로 화하기도 할 것이다.
‘내 안의 독을 인식하고, 일상의 마비에서 벗어나라’는 소설의 전언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함몰될 것을 경계하고,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 이 작품은 치명적인 독물처럼 서서히 흐르지만, 빠르게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침투한다. 그 과정이 때로 “눈의 초점이 맞지 않고, 식은땀이 흐르고, 손발이 떨리고, 신열이 떠나지 않는” “고통스러운 순간의 연속”일지라도, 작가는 유한하고 세속적인 비루한 삶에 제동을 걸고,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세찬 바람처럼 우리들을 휘감기를 바라고 있다.

살아 있는 매 순간 스스로의 생존을 위하여 외부의 적대적인 힘으로부터 자신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한편 다른 생명체를 공격적으로 섭취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들 하나하나야말로 곧 한 송이 ‘독의 꽃’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말 또한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지상의 모든 꽃이 아름다운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_‘작가의 말’에서

[줄거리]
몸 전체가 독성 물질에 감염된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진 ‘나’는 어느 날 같은 병실 안 한 남자를 발견한다. 나와 마찬가지로 강한 독성 물질에 감염되어 신경계와 면역계가 심하게 손상되어 있어 있던 그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듯이 웅얼거렸는데 ‘나’는 저주 같기도 하고 주문 같기도 한 그 소리에 괴로워한다. 처음에는 두 귀를 틀어막고서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고 싶었고, 밤마다 그 소리가 독물처럼 나의 귓속으로 흘러드는 듯한 섬뜩한 느낌도 들었지만, 다른 누군가도 아닌 바로 나에게 건네는 그의 이야기에 나는 점점 사로잡힌다. 그리고 어느 새벽에 나는 동물도 식물도 아닌, 온몸이 부드러운 털 모양의 가시로 덮이고 긴 이빨에 뱀처럼 갈라진 혀를 가진 괴물 같은 존재를 목격하게 되는데, 그다음 날 그는 돌연 사라져버린다. 그가 죽었는지 병실이 바뀐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중얼거림은 여전히 뇌리를 맴돌며 나를 마비시킨다. 나의 병세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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