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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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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디스 엘바 , 톰 스트레인저 지음| 권가비 옮김| 책세상 |2018년 01월 05일 (종이책 2017년 12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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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정보
    출간일 2018년 01월 05일 (종이책 2017년 12월 25일 출간)
    포맷용량 ePUB(13.22MB, ISBN 9791159311956)
    • 세종도서 교양도서 > 2018년 상반기 > 2018년 상반기
    • 주요 일간지 북섹션 추천도서 > 2017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 2017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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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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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어

# 논픽션 # 실화 # 치유 # 성범죄

『용서의 나라』는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사건의 진실을 밝히며, 폭력과 증오의 기억을 용서와 치유의 시간으로 변모시킨 여정을 기록한 실화 논픽션이다. 성범죄 역사에서 생존자와 가해자가 자발적 의지와 노력으로 16년에 걸쳐 소통하고 대화한 사례는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진정한 참회’와 ‘생존자의 온전한 용서’가 함께 이루어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범죄를 둘러싼 당사자들의 대처 방법과 성폭력 담론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과도 같은 작품이다.
▶ 『용서의 나라』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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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이미지

용서의 나라 도서 상세이미지

목차

서문을 대신하며

7년 5개월 후 | 2012. 10. 21.

첫째 날 | 2013. 3. 27.

둘째 날 | 2013. 3. 28.
톰의 일기 | 목요일

셋째 날 | 2013. 3. 29.
톰의 일기 | 금요일

넷째 날 | 2013. 3. 30.
톰의 일기 | 토요일

다섯째 날 | 2013. 3. 31.(부활절)
톰의 일기 | 일요일

여섯째 날 | 2013. 4. 1.
톰의 일기 | 월요일

일곱째 날 | 2013. 4. 2.
톰의 ...

저자소개

저자 : 토르디스 엘바

저자 토르디스 엘바는 대학에서 연극을, 대학원에서 출판 편집을 공부하고 작가, 저널리스트,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2015년 올해의 여성’으로 뽑혔고, 직접 쓴 희곡을 아홉 편이나 연극 무대에 올렸으며, 수백 건의 재판 서류와 변호사, 의사, 생존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성폭력 관련 책을 써서 아이슬란드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2011년 평등 캠페인을 직접 펼쳐 전국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2012년 학교 폭력 예방과 성교육 프로그램용 영상물을 제작하여 단편 영화상을 수상했다. 아이슬란드 여성보호소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부위원회에서 활동하는 한편, 성 평등을 주제로 대중 강연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현재 남편 비디르와 아들과 함께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살고 있다.

저자 : 톰 스트레인저

저자 톰 스트레인저는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대학원에서 문화 연구를 공부했다. 청소년지도사로 오랫동안 활동해왔고 지역 봉사, 야외 레크리에이션, 자선 단체, 건축 및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으며 살아왔다. 현재 정원사로 일하면서 아내 캣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살고 있다.

역자 : 권가비

역자 권가비는 고려대학교에서 지리교육과 영어영문학을,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다. 문법책이나 교과서를 대신하여 어린이?청소년 문학 작품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교육이론을 현장에서 실험하고 있으며, 영미권 문학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번역서로 앤 후드의 장편소설 《내 인생 최고의 책》이 있다.

책속으로

● 몇 주 후 어느 황량한 오후에 나는 연인과 싸운 뒤 흐느끼며 어느 카페에 들어갔다. 낙서를 하면서 마음을 좀 진정시키고자 가방에서 수첩을 꺼낸 뒤 웨이트리스에게 펜을 부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 낙서가 글자로 변하더니, 글자는 다시 문장으로, 문장은 다시 내가 써본 편지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편지로 변하는 것이었다. 나를 범했던 사람에게 쓰는 편지였다. 그가 나에게 저지른 폭력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나는 용서하고 싶어’라는 문장이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용서라니, 내가 전혀 생각해본 말이 아니었다. 그에게 만남을 제안한 이유는 그를 한껏 움츠러들게 할 말을 그의 뇌리에 콕 박히도록 퍼부어서, 남은 평생 자나 깨나 그 말에서 그가 벗어날 수 없게 만들어놓고 싶어서였다. 그 남자로 인해 나도 그런 현실에 처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용서’라고? 그 단어가 내 펜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동시에 위안도 느꼈다. 정말이지 쓰라린 상처에 연고를 바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잠시 어리둥절하던 나는, 나를 가두고 있던 새장의 열쇠를 마침내 찾아냈다는 걸 깨달았다. 엄청난 발견이었다. 그것도 막 단념하려던 차에. (25~26쪽)

● “나는 너를 ‘강간범’이라고, 적어도 ‘나를 강간한 사람’이라고 불러도 돼. 그렇지만 그 말이 곧 너를 말하는 건 아니야. 절대 아니지. 그 말로는 네가 진짜로 어떤 사람인지 십 분의 일도 나타낼 수가 없어. 난 기억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신 적이 있어. 하지만 그게 날 ‘알코올 중독자’로 만들 수는 없어. 난 가끔 거짓말을 하지만 그게 날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난 강간당한 적이 있지만 그게 날 ‘희생자’로 만들진 않아. 사람은 평생 살면서 좋은 일도 하고 나쁜 일도 해. 요지는 나는 사람이라는 말이야. 딱지표가 아니고. 나라는 사람이 그날 밤 일어났던 일로 축소될 수는 없어.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177쪽)

● 그가 벌떡 일어나 초조하게 움직이더니 침대 맞은편 벽으로 걸어갔다. “네 옷을 전부 벗겼어. 벌거벗고 내 몸 아래 누워 있던 네가 기억난다. 침대에 대각선으로 누워 있었어……나는 셔츠를 벗는 수고조차 하지 않았지.” 그가 말을 멈추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얼마나 오래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 했어.”
“두 시간이야.” 내가 건조하게 말했다. “네가 날 눕힌 자리에서는 바로 눈앞에 시계가 보여서 똑똑히 봤어. 형광 시계여서 캄캄해도 보였어. 나는 머리는 활짝 깼는데 몸은 여전히 꼼짝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뒤척이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했어. 할 수 있는 거라곤 일이 끝날 때까지 일분일초를 세는 것밖에 없었어.”
창밖에서 바람이 처참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두 시간은 7200초야.” 내가 덧붙였다.
톰이 울기 시작했다. “토르디스,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좋겠어.”
“무슨 짓?”
“너를 강간한 거.” 그가 조용히 대답했다.
내가 바로 들은 건가 싶어서 눈을 깜박였다. “너 뭐라고 했니?”
“내가 너를 강간했어.”
그의 목소리가 허공에 매달렸다. 면도칼처럼 날카로웠다.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었다. 지면으로는 그의 고백을 이미 읽었다. 그렇다 해도 지금 내 면전에서 그가 소리 내어 말로 인정하자 그 충격이 조금도 덜하지 않았다. 갑자기 내 마음의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나는 침대에 엎어지고 말았다. (188쪽)

● 나는 그녀가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마음에 두려움을 위한 자리는 없다는 걸 곧 깨달았다. 몇 년 동안 우리 두 사람은 이 순간을 향해서 걸어왔다. 바야흐로 우리가 걸어갈 길에 대해 그녀가 완벽하게 준비를 갖췄다는 것에 나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그녀의 태도엔 전혀 긴장이 보이지 않았고, 그런 고요함 때문에 나도 좀 더 느긋해질 수 있었다. 바람이 몰아치는데 이상하게도 실내는 고요했다. 서로 양해가 된 상황인 것 같았다. 우리 둘이 수행하고 있는 작은 예식도 그랬다. 우리에게 남아 있던 두려움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휩싸여 전부 사라져버렸다. (212쪽)

출판사서평

★★★ 테드 강연 415만 뷰 ★★★
★★★ 22개 언어로 강연 번역 ★★★
★★★ 2017 런던 도서전 화제작 ★★★
★★★ 전 세계 11개국 계약 ★★★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16년 전 강간의 진실을 증언하다!
“강한 사람만이 용서할 수 있고, 용서해야만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2016년 10월, 샌프란시스코 테드 강연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열띠면서도 고요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성폭력 생존자 여성과 가해자 남성이 함께 단상에 오른 유례없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강연 주제는 ‘강간과 화해에 관한 우리의 이야기Our story of rape and reconciliation’였다. 두 사람은 차분한 어조로 16년간 그들 사이에 벌어진 사건, 즉 강간부터 회피와 부인, 참회와 용서까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연을 고백하면서 전 세계에서 매일, 매시간 벌어지는 성범죄의 위험성을 알렸다. 나아가 성폭력을 여성의 이슈로만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대다수 성폭력의 당사자인 ‘남성’이 함께 참여할 때라고 호소했다. 아이슬란드 작가 토르디스 엘바와 호주의 청소년지도사 톰 스트레인저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그들 이야기는 지난 1년간 415만이라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 22개 언어로 전파되었고 올봄 ≪용서의 나라South of Forgiveness≫라는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른다.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안겨준 그들 이야기는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996년 겨울, 열여섯 소녀가 교환학생 자격으로 아이슬란드에 유학 온 열여덟 살 호주 소년에게 강간당하고 버림받는다. 사건 후 9년 동안 섭식 장애, 알코올 의존, 자해 등 삶의 벼랑에서 몸부림치던 여자는 마지막 절규인 양 고국으로 돌아간 가해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놀랍게도 절절한 후회와 진솔한 참회로 가득한 답장이 도착한다. 여자와 남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기 위해 이후 8년간 300통의 서신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상호 이해에 도달한 그들은 지난 삶을 욱죄어온 사건의 매듭을 풀고, 어둡고 아픈 시간의 감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직접 대면하기로 결심한다. 2013년 봄, 각자 살고 있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중간 지점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일주일간 재회하게 된 그들은 역설적이게도 성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서 폭력과 증오, 수치와 혐오로 점철된 과거의 삶을 하나씩 벗겨내며 용서와 화해의 길로 다가선다.

≪용서의 나라≫는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사건의 진실을 밝히며, 폭력과 증오의 기억을 용서와 치유의 시간으로 변모시킨 여정을 기록한 실화 논픽션이다. 성범죄 역사에서 생존자와 가해자가 자발적 의지와 노력으로 16년에 걸쳐 소통하고 대화한 사례는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진정한 참회’와 ‘생존자의 온전한 용서’가 함께 이루어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런 점에서 ≪용서의 나라≫는 성범죄를 둘러싼 당사자들의 대처 방법과 성폭력 담론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과도 같은 작품이다(물론 두 주인공은 그들의 사례가 결코 ‘공식’이 될 수 없다며 겸양의 태도를 보인다). 본문에도 인용된 성범죄 전문가의 말처럼 성추행, 성폭력, 강간은 그 끔찍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매일, 매시간, 매분 일어나고 있는 우리의 일상이다. 낯모르는 습격자가 아니라 가족, 친척, 지인 등 익숙한 얼굴로 도처에서 평범한 일상을 위협하고 있기에 더 위험하다. ≪용서의 나라≫는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하고도 영구적인 폭력으로서 강간이 일상화된 오늘의 현실을 아프게 일깨우면서, 남녀 모두가 깨어 있는 의식으로 이 문제에 동참할 것을 뜨거운 체험의 언어로 호소한다.

성폭력 생존자,
자기보호의 방편으로 용서를 선택하다

“용서가 유일한 길이야. 그가 용서를 받을 자격이 있든 없든
나는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으니까.”

성폭력 생존자인 토르디스는 어떻게 가해자 톰을 용서할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그녀의 애정과 신뢰를 한순간에 저버리고 자신의 욕망과 이기심을 채우고 떠나버린 그를 말이다. 그에게 강간당하던 두 시간이 7200초로 이루어져 있음을 뚜렷이 기억할 만큼 몸과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을 무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사건 이후 9년간 어느 누구와도 안정된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자기부정, 자기살해의 길로 치달았다. 그러다 마침내 삶이 절벽에 부딪혔을 때, 놀랍게도 ‘용서’라는 단어가 그녀를 찾아온다.

[ 그가 나에게 저지른 폭력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나는 용서하고 싶어’라는 문장이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용서라니, 내가 전혀 생각해본 말이 아니었다. 그에게 만남을 제안한 이유는 그를 한껏 움츠러들게 할 말을 그의 뇌리에 콕 박히도록
퍼부어서, 남은 평생 자나 깨나 그 말에서 그가 벗어날 수 없게 만들어놓고 싶어서였다. 그 남자로 인해 나도 그런 현실에 처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용서’라고? 그 단어가 내 펜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동시에 위안도 느꼈다. 정말이지 쓰라린 상처에 연고를 바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잠시 어리둥절하던 나는, 나를 가두고 있던 새장의 열쇠를 마침내 찾아냈다는 걸 깨달았다. 엄청난 발견이었다. 그것도 막 단념하려던 차에. ]

글쓰기와 강연 등 작가로서 주목받는 성취에도 불구하고 신경쇠약에 시달리며 파행의 삶으로 치닫던 그녀에게 용서는 바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통로였던 셈이다. “내가 하려는 용서는 숫돌에서 나온 서슬 퍼런 것이고 속박을 끊기 위한 것”이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토르디스의 용서는 무조건적이며 사심 없는 종교적 용서가 아니다. 오히려 성폭력 트라우마가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이자 자구책에 가깝다. 그래서 그녀의 용서는 여전히 날이 서 있다(그녀의 이름 토르디스는 신들 가운데 가장 힘이 센 천둥의 신 토르의 여신을 뜻한다). 세계에서 성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서 보호자 없이 홀로 가해자 톰을 대면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톰과 재회한 케이프타운에서 끔찍한 폭력에도 꿋꿋이 살아남아 다음 행보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방문한다. 넬슨 만델라를 비롯해 남아공 인종차별정책에 항거하던 사람들을 가두었던 로벤 섬을 톰과 함께 방문하는가 하면, 케이프타운 강간위기센터를 찾아가 성폭력 피해자들의 현주소를 확인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가부장제의 극단적 형태로서 아파르트헤이트와 강간의 교집합을 논하다 톰과 갈등을 일으켜 대화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 성범죄와 관련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데는 ‘세계 제일의 강간 도시’야말로 최상의 시험장이 될 것이다. 게다가 용서를 실현하기에 사회 제도 전체를 진실과 화해로 다시 세운 남아공보다 좋은 곳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남아공은 민족 지도자 넬슨 만델라가 27년이나 되는 수감 생활을 하고도 보다 나은 사회를 세우자는 의미에서 자신을 박해한 자들을 용서하고 그들과 화해한 곳이 아니던가?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폭력이 내 인생을 망가뜨릴 수 없고 내 선택을 제한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기에 이보다 나은 곳은 없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

자기보호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토르디스는 결과적으로 종교적 용서에 버금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를 성취한다. 자신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람에게 이해가 곧 용서라고 말하며 오랫동안 소통의 의지를 보여왔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기연민과 자기부정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톰으로 하여금 과거의 사건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도록 돕는다. 그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범죄 그 자체는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면서, 오랜 죄의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꽃피울 수 있도록 격려한다. 여전히 몸은 고통을 기억하고 마음은 분노의 불길에 휩싸일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용서를 선택함으로써 토르디스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해자 톰도 평정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이끈다. 이 대목에서 토르디스는 치유자의 면모를 보이며, 성폭력 당사자들이 이 문제의 강력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구부러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영혼의 실례實例”라는 찬사가 결코 지나치지 않는 인물이다.

[ 16년의 세월이 지난 성폭행 사건의 뒷수습이 이렇게 유례없이 지순해지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 성폭행이 일어난 후 토르디스와 톰이 이메일을 시작하기 전까지 8년의 세월 동안 톰은 강간을 부인하거나 회피했다. 토르디스 역시 피 흘리고 멍투성이가 된 상태에서조차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무슨 일인지 몰랐다. 지구 반 바퀴의 거리, 16년이라는 세월만큼의 어마어마한 간극이 강간과 용서 사이에 있었고 그 간극을 메운 도구는 다름 아닌 소통이었다. 무려 300통에 이르는 이메일 편지와 일주일의 맞대면으로 토르디스와 톰은 궁극의 용서와 화해를 얻어냈다. ≪용서의 나라≫는 치열했던 그 소통의 기록이며 두 저자가 십 대 시절의 폭력으로 시작된 굴곡진 세월을 끝내 건강하게 이겨낸 생생한 성장담이다. _옮긴이의 말에서 ]

성폭력 가해자,
전례 없는 방식으로 용서를 구하다

“나도 일원이 되고 싶어. 나도 문제의 한 축이 아니라
해결의 한 축이라는 느낌을 갖고 싶어.”

열여덟 살 때 저지른 일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힌 채 부인하며 살아가던 톰은 9년 후 토르디스가 보낸 메일을 받고 얼음처럼 굳어버린다. 그녀가 톰이 한 일을 ‘강간’이라고 명확하게 지칭하고 언어화하자 톰은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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