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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과 호란 사이 38년

한국사에서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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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지음| 추수밭 |2019년 11월 26일 (종이책 2019년 11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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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9년 11월 26일 (종이책 2019년 11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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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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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에 대한 지양 또는 지향이라는 흐름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역사적 사건을 설명하며 그 전후관계를 살피는 시도들은 많았으나 사건과 사건을 연결하는 틈, 사이의 시간 자체에 주목하는 경우는 아직 널리 소개되지 않은 듯하다.『왜란과 호란 사이 38년』에서는 이러한 ‘틈의 역사’에 주목했다. 조선은 국제적인 환란을 경험한 이후 내외적으로 국가를 재건해야 했다. 임진왜란이라는 위기가 끝난 이후 병자호란이라는 위기의 반복 이전까지 태풍의 눈과 같았던 아주 잠깐의 시기 동안 조선은 무슨 선택을 했으며, 어떻게 시간을 보냈고, 궁극적으로는 왜 비극을 반복하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잠잠한 듯 조선의 사회상이 급변한 시기를 재조명한다.

목차

들어가는 글 왜 왜란 다음에 호란을 다시 맞았을까

첫 번째 장 비극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전장의 먼지와 화약 냄새에 익숙해진 소년들

+홍한수전, 첫 번째 선조 28년(1595) 5월, 한양 훈련도감
재해처럼 돌연 들이닥친 난리, 임진왜란│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7년의 고통│“전쟁은 그대들의 몫이 아니니 돌아오라!”│전란에서 소외된 보통사람들│총을 들어야 했던 소년들│막지 못한 전쟁, 막아야 했던 전쟁

두 번째 장 그들이 모이면 천하가 감당하지 못한다: 조선과 명과 왜의 전쟁...

저자소개

정명섭

저자 : 정명섭

1973년생. 대기업 회사원과 바리스타를 거쳐 지금은 역사교양서, 장르소설, 청소년도서를 넘나드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햇빛처럼 선명하게 기록된 역사 속에서 그 빛을 받아 밤을 비추는 달과 같은 이야기를 찾는다. 그래서 우리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사실을 발굴하거나 익숙한 것들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는 데 관심이 많다. 주요 저서로 역사 분야에서는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 《일제의 흔적을 걷다》,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 《조선전쟁 생중계》, 《조선직업실록》, 《조선의 명탐정들》, 《조선백성실록》, 《조선의 엔터테이너》, 《스승을 죽인 제자들》 등이 있다. 장르소설 분야에서는 《달이 부서진 밤》, 《한성 프리메이슨》, 《셜록 홈스 과학수사 클럽》, 《살아서 가야 한다》, 《별세계 사건부》, 《좀비 제너레이션》, 《바실라》 등이 있다. 청소년도서로는 《유품정리사》, 《로봇 중독》, 《미스 손탁》, 《남산골 두 기자》, 《사라진 조우관》, 《직지를 찍는 아이, 아로》,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이웃집 구미호》, 《나의 서울대 합격 수기》 등이 있다.

책속으로

조선 후기 시인인 홍세태가 쓴 《김영철전》이라는 전기소설이 있다. 난과 난 사이에 태어나 거친 세월을 살아내야 했던 김영철의 고난과 회한은 연이어 난리를 맞아야 했던 17세기 조선 민중들의 고초와 겹친다. … 김영철이라는 평범한 사람이 한 인간의 삶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의 파란만장한 역정을 겪은 탓은 결코 스스로에게 있지 않다. 그저 그가 살던 나라가 그릇된 선택을 내려 전란에 휩싸였고, 그럼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_들어가는 글 중에서

1594년 《선조실록》에 처음 등장한 아동대는 훈련도감에서 모집했는데, 주로 조총을 다루는 포수로 편성되었다. 나이가 어려도 조총은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급료로 주는 쌀이 적어 유지가 쉽다는 점도 아동대를 모집하는 데 한몫했다. 이들에게 조총을 가르친 교관은 항왜降倭(조선에 귀순한 일본인)들인 여여문呂汝文과 산소우山所于였다. 약 200명으로 편성된 아동대는 편을 갈라 시험을 쳐서 고과를 매겼다. _전장의 먼지와 화약 냄새에 익숙해진 소년들 중에서

동양재의 얘기를 듣던 홍한수는 문득 훈련도감의 늙은 포수에게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어느 해인가 왜국 사절단이 길가에 도열한 병사들의 창을 보고 너무 짧아서 쓸모가 없어 보인다고 비아냥거렸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긴 창과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이 쳐들어왔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누르하치의 여진족들은 조선을 전혀 겁내지 않았다. _ 홍한수전, 두 번째 선조 28년(1595) 12월, 압록강 중에서

선조는 자신의 훼손된 권력을 지키기 위해 명을 추켜세우고 의병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러면서 관념적이었던 사대관계는 현실적이고 동시에 맹목적으로 변해갔다. 명의 지원병 요청을 둘러싼 광해군과 대신들 간의 갈등은 정국을 주도하던 대북 내부의 분열을 불러왔다. 가뜩이나 소수이며 과격파였던 대북의 분열은 정권을 지탱할 마지막 기둥을 무너뜨렸다. _재조지은이라는 마법의 주문 또는 저주 중에서

광해군은 국익에 따라 냉철하게 선택해야 할 국정 방향을 설득하는 대신 조롱과 비아냥으로만 일관했다. 명분을 앞세우며 자신에게 반대하는 대신들을 백면서생이라고 조롱했고, 사르후 전투에 대한 결과를 듣고 나서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비아냥거렸다. 대신들을 함께 국정을 논의할 파트너로 보지 않고 무지몽매한 존재들로 매도하며 냉소로 일관한 것이다. 후금의 세력이 강성해지고 명의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게 되면 천하의 주인이 바뀔지 모른다고 내다본 탁월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의 그러한 선견지명에 동조하는 세력을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 광해군이 가진 이러한 한계는 집권세력인 대북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면서 인조반정으로 이어진다._“반란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 광해군이 실패한 것이다” 중에서

술잔을 내려놓은 여여문이 고개를 저었다.
“조선은 늘 자신들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임진년에 여기로 건너왔을 때 함경도 쪽에서 여진족과 싸운 적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도 감당하기 힘든 자들이다. … 조선은 임진년 때만 생각해서 전쟁이 나면 높은 산속의 성에 틀어박혀서 싸울 생각만 하더구나. 왜군이었다면 그 방법이 먹히겠지만 후금군에게는 소용이 없다.”
“왜 그렇습니까?”
“왜군의 목표는 땅을 빼앗고 군량을 얻는 것이었다. 그래서 요충지를 점령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했다. 하지만 후금은 그러지 않아. 아마 조선이 산성에 틀어박히면 그냥 가던 길을 갈 거다.” _홍한수전, 다섯 번째 인조 2년(1624) 1월 24일 평안도 영변 중에서

의병장 조경남趙慶男은 이때의 분위기를 자신의 저서인 《속잡록고서續雜錄》에 이렇게 남겨놓았다. “의병을 일으키려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비난을 하거나 욕설을 퍼붓고 화를 내기까지 한다. 그리고 의병에 가담하지 않으려고 온갖 핑계를 대고 한 사람도 나서지 않으니, 인심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나라의 국운이 다한 것이다.” _일어나지 않은 의병, 등을 돌린 백성 중에서

“나라가 백성을 버린다면 백성도 나라를 버릴 수 있지요.”
위험한 발언이었지만 어차피 죽음을 각오했기에 홍한수는 내키는 대로 말했다. 그의 말을 듣던 남이흥이 격정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우리 때문이란 말인가?”
가족들과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누고 안주성으로 왔던 홍한수는 그래도 안주목사가 남이흥이라는 사실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습진을 하지도 않고, 사소한 일에 부하들을 가혹하게 대했다. 홍한수는 남이흥이 길길이 날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남이흥이 탁한 목소리로 답했다.
“나라고, 나라고 왜 그러고 싶지 않았겠나.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네.”
“그게

출판사서평

임금께서 이르셨다. “사격하는 포수들 사이에 어찌하여 아이들이 이리도 많은가?”
심충겸이 아뢰었다. “그간 포수로 뽑힌 아이가 15명 가량이온데, 기술을 전수해 완성시킬 생각이므로 아동대兒童隊라고 이름 짓고 해체하지 않고 있습니다.”
― 《선조실록》 27년(1594) 6월 26일

왜란이 끝난 다음 호란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아무 것도 바뀌지 않고 모든 것이 바뀌었던 시간, 38년

★ 왜 그때 광해군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을까?
★ 왜 그때 인조는 새로운 제국인 청의 굴기에 대비하지 못했을까?
★ 왜 그때 조선은 왜란 이후에 연이어 다시 호란을 맞아야 했을까?

1583년생 홍한수를 통해 본 평범하게 비범했던 역사

임진왜란 당시 조선이 운용했던 아동대 소속의 소년병이
병자호란 당시 청 팔기군 소속의 노병이 되기까지 굴곡진 삶을 통해
난과 난 사이에 끼어 잊힌 틈의 역사를 최초로 발굴하다!

임진왜란이 끝난 이후부터 병자호란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큰 사건들 사이에 끼어 가려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시기인 38년간을 최초로 주목한 역사교양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변곡점이 되는 사건과 사건 사이, 희미한 틈에 있다
역사적 사건이 끝난 이후 다음 역사적 사건으로 전환되기까지의 시기, ‘틈’은 종결된 이전 사건에 대한 결과와 전개될 이후의 사건에 대한 원인이 교차되는 시간이다. 그리고 한국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틈의 역사로는 정유재란이 끝나고 병자호란이 시작되기 직전까지인 38년간의 시간을 꼽을 수 있다. 그 짧은 틈은 한반도에서 동아시아 패권이 뒤바뀌는 ‘난亂’이라는 거대한 사건들에 가려졌지만, 한국사의 이후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였다.
역사는 과거에 대한 지양 또는 지향이라는 흐름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역사적 사건을 설명하며 그 전후관계를 살피는 시도들은 많았으나 사건과 사건을 연결하는 틈, 사이의 시간 자체에 주목하는 경우는 아직 널리 소개되지 않은 듯하다.
《38년》에서는 이러한 ‘틈의 역사’에 주목했다. 조선은 국제적인 환란을 경험한 이후 내외적으로 국가를 재건해야 했다. 임진왜란이라는 위기가 끝난 이후 병자호란이라는 위기의 반복 이전까지 태풍의 눈과 같았던 아주 잠깐의 시기 동안 조선은 무슨 선택을 했으며, 어떻게 시간을 보냈고, 궁극적으로는 왜 비극을 반복하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잠잠한 듯 조선의 사회상이 급변한 시기를 재조명한다.

거대한 역사와 역사 사이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간 비범했던 시대를 담다

“그는 어린 나이에 사르후 전투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힌다. 이후 몇 번이고 죽을 위기를 넘기며 낯선 중국 땅을 떠돈다. 무수한 곡절을 가슴에 묻고 13년을 인내한 끝에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그곳은 자신이 추억하던 장소가 아닌 낯선 땅이 되었다. 그래도 자신이 태어난 곳이라고 정을 붙이는가 싶었지만 다시 전쟁이 터진다. 그는 뒤늦게 본 아들들과 함께 전장으로 끌려가선 찬바람을 맞으며 성벽을 지키다 성 구석에서 질긴 숨을 거둔다. 노환과 과로로 죽고 난 다음에야 그는 비로소 19세부터 짊어진 군역에서 해방되었다.”

전란 시기를 배경으로 삼은 《김영철전》의 내용이다. 김영철은 조선 숙종대 중인인 홍세태가 창작한 가공의 인물이지만, 그 굴곡진 삶은 당시 조선인들에게 흔하디흔한 사연이었다.
그 시절 안추원은 포로로 잡혀 청으로 끌려갔다가 26년 만에 귀국했지만 고향에 적응하지 못하고 청으로 돌아갔다. 왜란과 호란을 관통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전전하던 안단은 37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조선은 외교 문제로 비화될까 두려워하며 그를 청으로 돌려보냈다.
임진왜란은 왜의 타네가시마 철포와 명의 불랑기포라는 당대 최신 화력이 한반도에서 운용된 국제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조선은 누구보다 많은 피를 흘린 당사자이면서도 철저하게 전쟁에서 소외되었다. 훗날 국가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강박적으로 명분을 확립하느라 난의 주체를 스스로가 아닌 외부(명)에 두는 인식은 사대부들 사이에서 더욱 굳어진다. 이러한 인식은 훗날 병자호란을 맞게 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기도 했다. 연이은 난리에서 그 충격을 직격으로 맞고 책임을 전적으로 떠맡았으면서도 철저하게 소외된 이들은 따로 있다. 바로 그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수많은 ‘김영철’들이다.
오늘날 한국인은 여전히 혼란과 긴장에 싸인 정세 속에서 살고 있다. 혹자는 지금 여기를 명청 교체기에 빗대 기존의 제국인 미국이 쇠퇴하고 새로운 제국인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고도 전망하고, 누군가는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의 안보전략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도 예측한다. 추측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
로 지적되는 것은 전환기마다 한반도는 위기를 맞았고, 최신 화력의 시험장이 되었으며, 그때마다 평범한 사람들이 큰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38년》에서는 바로 이러한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난과 난 사이, 17세기 한반도는 이미 많이 소개되었기에 오늘날 G2에 명과 청을 빗대는 것은 어느 정도 새삼스럽다. 다만 ‘틈의 역사’를 표방하는 이 책에서는 정치사나 국제관계사에 매몰되기보다는 시절에 휘말린 사람들의 삶에 빛을 비추고자 했다. 그럼으로써 거대한 사건에 가려진 보통사람들, 틈 사이에 낀 절절한 사연들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자 했다.

생생한 소설과 빈틈없는 해설을 아울러
역사교양서의 지평을 넓히다
이를 위해 《38년》이 소개하는 1598년에서 1636년까지 38년간의 역사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즉 각 장은 홍한수라는 평범한 인물의 비범한 삶을 담은 소설과, 그 소설을 바탕으로 풀어쓴 역사 해설이라는 두 가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 파트의 주인공인 홍한수는 왜란 전인 1583년에 태어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사이에서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빠짐없이 겪으며 조선과 명, 청, 그리고 왜 모두와 얽힌다. 임진왜란 당시 부모를 잃고 떠돌다 아동대에 입대해 항왜에게 사격술을 배우고, 얼떨결에 인조반정에 참여해 이름 없는 공신이 되는가 하면 떠밀리듯 이괄의 난에 휩쓸려 반역자가 되고, 짓지도 않은 죄를 갚기 위해 북방으로 밀려갔다가 포로가 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변발 차림으로 홍타이지와 함께 조선으로 돌아와 조선 땅을 지키는 아들에게 총을 겨눈다.
교양서로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아동대’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이 모집했던 소년병대 이름이다. 당시 조선 조정에서는 조총 병과는 완력이 부족한 아이들로도 운용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15세면 성인으로 대접받았던 당대 기준에서 어린이로 취급받았으니 아동대원들은 말 그대로 십대 초반 정도의 아이였을 것이다.
역사 해설 파트에서는 홍한수를 비롯한 아동대 출신들의 삶을 배경으로 삼아 임진왜란 직전부터 병자호란 직후까지의 한국사를 촘촘하게 훑는다. 그럼으로써 광해군의 외교정책이 결국 실패한 까닭과 인조가 국제정세를 똑똑하게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부상하는 제국인 청보다 명에 집착했던 이유, 그리고 조선이 임진왜란에 이어 병자호란을 연이어 맞았던 사유에 대해 파헤쳤다.

조선은 왜 난(임진왜란) 바로 다음에
난(병자호란)을 다시 맞아야 했을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병자호란은 필연적인 비극이자, 동시에 대비하고 또 피할 수도 있었던 전쟁이었다. 그런 점에서 병자호란은 자연재해와 같이 일방적으로 닥친 비극이지만 끝내 극복할 수 있었던 임진왜란과는 비슷한 듯 전혀 달랐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임진왜란은 조선이 왜에게 승리한 전쟁이다. 다만 이러한 승리가 조선에게는 독으로 작용했다. 왜를 상대하느라 여진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지면서 누르하치가 굴기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 위험이었을 것이다. 전쟁 이후 재건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다 보니 사회가 경색되고 시대정신이 완고해지는 것 또한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군을 정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병자호란이라는 비극은 어떤 측면에서는 임진왜란 때부터 예정된, 무수한 분기점마다 부딪혔을 한계들이 차곡차곡 축적되어 돌이킬 수 없게 된 흐름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조선은 그 무수한 분기점만큼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수많은 기회들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누르하치가 굴기한 다음에도 조선 조정은 일찍이 세종이 마련했던 북방 방어체계를 추스를 수 있었다. 광해군은 현실에 냉소하는 대신 자신의 외교정책에 대한 구상을 설득할 수도 있었다. 인조는 노련한 무인들을 견제하거나 배제하는 대신 중용함으로써 국방력을 보존할 수도 있었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명에 대한 사대를 포기할 수 없었다면 보다 확실하게 입장을 취하며 전쟁에 대비할 수도 있었고, 농성전과 조총 병과 쪽으로 기울어진 군 체계를 철기 중심의 후금군의 특성에 맞춰 수정할 수도 있었다. 재정과 인구가 부족하다면 사대부들과 왕실이 먼저 나서 사재를 털고 모범을 보일 수도 있었다. 정묘호란까지는 피할 수 없었을지언정 그 이후에는 대외정책을 수정해 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조선의 위정자들은 홍한수와 같은 보통사람들이 정유재란과 사르후 전투, 인조반정과 이괄의 난, 정묘호란을 거칠 때까지 단 한 번의 기회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청으로 끌려갔다가 돌아와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으며, 남성들은 아이였을 때부터 총을 잡아 성벽 아래에서 늙어가며 얼어 죽어야 했다. 이러한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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