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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브닝, 펭귄

김학찬 장편소설

김학찬 지음| 다산책방 |2017년 05월 23일 (종이책 2017년 05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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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7년 05월 23일 (종이책 2017년 05월 15일 출간)
    포맷용량 ePUB(19.93MB, ISBN 9791130612744)
    • 주요 일간지 북섹션 추천도서 > 2017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 2017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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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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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숨어 있던 그놈 '펭귄'이 깨어났다!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진중하면서도 균형 잡힌 문제의식으로 현실세계를 진단하고 이를 재기발랄한 이야기로 재창조해내는 귀한 재주를 가진 신예라는 평을 받은 작가 김학찬의 장편소설 『굿 이브닝, 펭귄』. 조금은 자극적일 수 있는 페니스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야기로, 남자의 성기에 ‘펭귄’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하는 기발한 발상, 발랄하고 위트 있는 문장과 함께 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추억을 그리고 있다.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펭귄의 탄생과 성장을 이야기하며 입시 경쟁, 학자금 대출, 최저시급 아르바이트, 비정규직까지 90년대 중후반 학창시절을 보낸 고개 숙인 청춘들의 사연을 통해 오늘을 살고 있는 청춘들의 불안과 두려움, 고민들을 떠오르게 하고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상세이미지

굿 이브닝, 펭귄 도서 상세이미지

목차

1. 내 이름은 펭귄 - 7
2. 스페이드의 여왕 - 30
3. 사랑의 교회 - 61
4.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80
5. 당신이 보는 것이 당신이다 - 109
6. 선택과 집중, 환상과 현실 - 139
7. 꿈은 이루어진다 - 170
8. 기차는 열두시에 떠나네 - 193
9. 그리고 아무도 서지 않았다 - 213
10. 굿 이브닝, 펭귄 - 234

작가의 말 - 254

저자소개

김학찬

저자 : 김학찬

저자 김학찬은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장편소설 『풀빵이 어때서?』로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상큼하진 않지만』이 있으며 최명희청년문학상, 전태일문학상을 받았다.

책속으로

펭귄이라고 하자. 있는 그대로 함부로 부르면 욕처럼 들리니까, 펭귄이라고 하자. 가끔 입에 좆을 물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앞으로는 부드럽게, “오늘 기분 참 펭귄 같네”라고 하자. _8쪽

가족들이 첫 생리를 시작한 딸을 축하하는 일은 텔레비전 광고에서라도 있지만, 첫 사정을 기뻐하는 모습은 상상도 해본 적 없다. 생리는 성숙의 신호다. 그러나 사정은 이제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닐지 모르는 놈이 되었다는 증거다. _12쪽

부끄러웠던 기억은 부글부글 자꾸 떠오른다. 퐁, 부끄러움 하나를 터뜨렸는데, 퐁, 퐁, 다시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부끄러움이 솟아오른다. 국자를 들고 떠오른 부끄러움을 걷어내고, 걷어내고, 다시 버리고, 조금 더 끓이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고요하고 차분하게 보글보글거리기를 기도하면서. 아주 작은 부끄러움은 여전히 솟아오르겠지만. _27쪽

아빠는 그래도 네가 이 집의 기둥이라고 중얼거렸지만, 그렇게 말하는 아빠도 나를 진짜 기둥이라고 여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집은 기둥 없이 지붕만 붕 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런 식으로도 지붕이 무너지지 않았다. 기둥 없이도 사는 법을 배웠던 것일까. _84쪽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성공이란 말이다, 회사에서 잘리지 않는 것이다. 아니, 회사에서 잘리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성공이다…… 아빠는 이런 말을 늘어놓다가 코를 골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가 불쌍했다. 지금도 위기라는 말은 그나마 그럴듯하게 귀에 남았다. 방학 때 귤을 까먹으며 금모으기 운동을 보고 뭉클 감동했는데. 그 뒤로 IMF가 경제뿐만 아니라 생존 자체를 바꿔버릴 줄은 몰랐다. 금방 극복했다고 믿었지만 우리는 죽을 때까지 IMF의 자식이었다. _125~126쪽

전공과 적성은 무관했고, 어떻게든 졸업은 다 하게 되어 있으며, 졸업한다고 전공과 관련된 직업을 얻을 리도 없었다. 적성에 대한 아쉬움과 한탄은 가끔가다 술자리에서 나누면 될 문제였다. 적성처럼 그럴듯하면서 나쁜 말도 없었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졌다는, 잘 찾아보면 잘하는 게 하나씩은 있다는 말은, 확실히 거짓말이었다. 위로는 되겠지만 억지는 억지였다. _144쪽

예전에는 혼자 울지 않았다. 울음은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울 만큼 기분이 상했으니 누군가 달려와서 위로해줘요, 나는 지금 슬퍼요, 그게 우는 이유였다. 혼자 운 적은 없었다. 혼자 울면서, 나는 나를 처음으로 분명히 바라볼 수 있었다. _204쪽

전역한 첫날 오전엔 세상이 내 것 같았지만 오후부터 바로 불안해졌다. 행복이나 자신감의 유통기한은 스물네 시간도 되지 않았다. 편의점 삼각김밥 유통기한과 엇비슷했다. 무슨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뒤로 밀려날 것 같았는데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비로소 어른이 된 기분이라기보다 군대보다 딱딱한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것 같았다. _234쪽

캠퍼스에 우두커니 앉아 있으면, 강의실을 혼자 나오면, 점심을 혼자 먹고 다시 캠퍼스에 우두커니 앉아 있으면,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담배를 피우러 나오면, 리포트를 다 쓰고 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누우면, 펭귄을 만지작거리다 귀찮아서 그냥 잠이 들면, 가끔 게임하느라 과제를 잊으면, 아르바이트로 받은 돈을 모아서 대출한 등록금을 갚고 영수증을 받으면, 다 갚았다는 영수증을 괜히 벽에다가 하나씩 붙여두면, 벽에 영수증을 붙이는 것보다 대출 이자 갚기가 더 힘들어지면, 빌리는 속도를 갚는 속도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해도 대출금이 더 늘어나는 상황만 마주하게 되면, 집에 가도 아빠와 갈수록 대화가 없어지면, 아빠에 대한 여러 가지 착각이 들면, 성적을 확인하고 다시 아르바이트를 나서면…… 있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떻게든 살아가려면, 자기혐오는 잠깐으로 끝내고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누구도 자신을 영원히 미워할 수는 없었다. _242쪽

언젠가부터 아침에 거울을 볼 때마다 봤던 그 표정이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눈과 입술과 볼이 약간씩 처진 것 같은, 표정. 말을 걸어줘야 할 것 같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 표정. 보고 있으면 힘내라는 말만 간신히 건넬 수 있는 표정. 괜한 말을 했다고 후회하게 되는 표정이었다. _249~250쪽

출판사서평

“13년간 숨어 있던 그놈이 깨어났다!”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펭귄의 탄생과 성장

입시 경쟁, 학자금 대출, 최저시급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고개 숙인 청춘들의 성(性)스러운 자기고백

『풀빵이 어때서?』로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 “진중하면서도 균형 잡힌 문제의식으로 현실세계를 진단하고 이를 재기발랄한 이야기로 재창조해내는 귀한 재주를 가진 신예”라는 평을 받은 김학찬 작가의 장편소설 『굿 이브닝, 펭귄』이 다산책방에서 출간됐다. 남자의 성기에 ‘펭귄’이라는 캐릭터를 부여하는 기발한 발상, 발랄하고 위트 있는 문장과 함께 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추억에 응답하다 보면, 묘하게도 오늘을 살고 있는 청춘들의 불안과 두려움, 고민들이 떠오르며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 것이다.

기발한 발상, 균형 잡힌 문제의식
재기발랄한 이야기꾼 김학찬의 신작 장편소설!

세계 30억 마리 펭귄의 불안과 두려움,
기쁨과 슬픔에 대한 생생한 증언!

“대체 생각이란 걸 하는지 의심스러운 남자가 주변에 있다면, 정확하게 본 것 맞다. 그들은 사춘기 이후 펭귄으로만 사고한다.” _본문 중에서

『굿 이브닝, 펭귄』은 대부분의 남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펭귄’과의 첫 만남으로 시작한다. 열세 살 남자아이가 자신의 발기된 성기를 처음 발견하고 느끼는 당혹감. “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뭔가 어색했다. 가벼운 현기증도 났다. 오줌도 조금 마렵고. 바이킹을 타는 것 같았다. 바이킹이 내려갈 때 허리 아래에서 느껴지는 좋고도 싫은 느낌.”(10쪽) 학교 운동장에서 국기가 내려가던 시간, 처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펭귄은 “굿 이브닝”이라는 첫 인사를 남기고 스르르르 작아진다. “몸이 몇 배로 커졌다가 줄어드는 모습은…… 이게 바로 변신인가? 역시 나도 언젠가는 변신을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펭귄이 서 있던 자리에는 익숙한 고추가 남아 있었다.”(10~11쪽) 그리고 문제의 사정. “북극곰도 있을 줄이야. 펭귄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때는 마냥 좋았지만 끝나고 나면, 펭귄이 사라지고 나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마음이 불편해졌다. 거대한 순백색…… 덩치는 크면서 어딘가 느리고 어눌한 북극곰.”(34쪽)

누구나 ‘사춘기’로 불리는 이차성징을 겪는다. 남자의 사정과 여자의 초경은 이 시기를 대표하는 몸의 변화들이다. 그런데 ‘자고 일어났더니 이불에 피가 묻어 있다거나, 화장실에 갔더니 팬티에 꽃이 피었다’ 등의 명백한 당황을 통해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아는 여자와 달리, 남자의 사정은 좀 다르다. “발기고 사정이고 남자는 인지하지 못한다. 어느 순간 문득 펭귄과 손을 잡고 걸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첫 사정은 암묵적이다. 가족들이 첫 생리를 시작한 딸을 축하하는 일은 텔레비전 광고에서라도 있지만, 첫 사정을 기뻐하는 모습은 상상도 해본 적 없다. 생리는 성숙의 신호다. 그러나 사정은 이제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닐지 모르는 놈이 되었다는 증거다.”(12쪽)
그렇게 펭귄이 깨어난 후 화자인 ‘나’는 행복했던 낙원에서 추방되어 펭귄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다. 한밤중에 일어나 학교 운동장에 가서 자위를 하는가 하면, 중학생 때는 ‘진짜 여자가 보고 싶다’는 펭귄의 말에 교회에 다니고, 고등학생 때는 ‘진짜로 하고 싶다’는 펭귄을 달래느라 야동에 빠진다. 입시 경쟁을 뚫고, 진로와 적성에 대한 고민 없이, 여자가 과반인 대학에 침투한 ‘나’와 펭귄은 과연 이 땅에서 “연애를 하고,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사랑을 나누고,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가 이십대 후반이 되고, 결혼을 생각하고, 청혼하고,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를 둘쯤 낳고, 때가 되면 나이에 맞게 다 그렇게……”(139쪽) 살 수 있을까?

입시 경쟁, 학자금 대출, 최저시급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90년대 중후반 학창시절을 보낸
고개 숙인 청춘들의 성(性)스러운 자기고백

보고 있으면 힘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표정의
우리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인사

“어쨌든, 어떻게든 살아가려면, 자기혐오는 잠깐으로 끝내고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누구도 자신을 영원히 미워할 수는 없었다.” _본문 중에서

『굿 이브닝, 펭귄』에는 H. O. T., 삐삐, 마니또, 판치기, 플로피 디스켓, IMF 사태, 1999년 지구 종말론 등 90년대 중후반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이 추억할 만한 요소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단어는 ‘IMF’다. 진짜 달러 한번 본 적 없는 중학생인 ‘나’에게 IMF는 그저 “새로 외워야 할 영어 단어” 정도였지만 자면서도 끙끙대던 화자의 아빠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정신이 완전히 나가거나, 그 전에 회사를 그만두거나.” 결국 명예 없는 명예퇴직을 한 아빠는 ‘나’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아는 사람의 소개로 다시 직장을 잡는다. 야동을 보는 아들을 현장에서 붙잡아 앉혀두고 하는 아빠의 말은 IMF가 뼈에 새겨진 사람의 한탄이다. “회사가 어떤 줄 상상이나 하고 있느냐, 아직까지 우리는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성공이란 말이다, 회사에서 잘리지 않는 것이다. 아니, 회사에서 잘리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성공이다……”(125쪽) 다니던 회사가 망해버려 다시 실직자가 된 아빠는 그래도 새벽에 일어나서 신문을 읽고 양복을 입고 나간다. “항상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신문을 읽던 아빠가, 무릎을 꿇고 바닥에 두 손을 짚고 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할복하는 사무라이 같은 자세였다.”(219쪽)

“애초에 금을 모은다고 될 일도 아니었고,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일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IMF 체제가 종료된 후에도 그 여파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생존 자체를 바꿔버렸다. 소설 속 화자가 가까스로 진학한 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생회가 근본적인 질서의 개혁을 주장하는 사이에, 재단은 신문사가 일 년에 한 번 발표하는 대학 순위를 높이기 위해 대학을 손질했다. 거친 손질 때문에 학생들은 적응만 하기에도 버거웠다. 언론도, 재단도, 기업도, 정부도 각자의 기준대로 손질을 시작했다.”(221쪽)

“취직과 무관한 일들은 무가치해졌다. 기업들은 취업을 볼모로 잡다한 것들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영어 성적을 준비하고 나면 한자 시험을 쳐야 했고, 한자 급수를 받고 나면 봉사활동과 인턴 경험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기업들에게 온갖 것들을 내줘야만 했다.”(222쪽)

마트 캐셔로 일하는 엄마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대형마트의 시급은 올라봐야 최저임금이었고, 최저임금은 최대임금이었다. 최대임금을 받는데도 엄마의 경제활동이 없으면 가정이 굴러갈 수가 없었다.”(220쪽)

조금은 자극적일 수 있는 페니스 이야기로 시작한 『굿 이브닝, 펭귄』이 뒤로 갈수록 손 잡아주고 싶은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런 상황들이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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