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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치 안고 산문집

지식을만드는지식 수필비평

사카구치 안고 지음| 최정아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014년 05월 16일 (종이책 2014년 04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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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4년 05월 16일 (종이책 2014년 04월 22일 출간)
    포맷용량 ePUB(6.04MB, ISBN 9791130429601)  |  PDF(1.53MB, ISBN : 9791130480572)
    쪽수 167쪽(PDF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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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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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만드는지식 수필비평」『사카구치 안고 산문집』. 일본 전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사카구치 안고의 글과 비평을 만나 볼 수 있다.

목차

일본 문화 사관(私觀) ···············3
데카당 문학론 ··················68
천황 폐하께 바치는 글 ··············93
바람과 빛과 스무 살의 나와 ············110

해설 ······················147
지은이에 대해 ··················164
옮긴이에 대해 ··················167

저자소개

저자 : 사카구치 안고

저자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 1906∼1955)의 본명은 헤이고(炳吾)다. 1906년 10월 20일 니가타 현(新潟縣) 니가타 시에서 아버지 니이치로(仁一郞)와 어머니 아사(アサ) 사이의 5남으로 태어났다. 사카구치가의 선조는 지금의 후쿠오카 현(福岡縣) 가라쓰(唐津)의 도공(陶工)이었다가 후에 니가타로 이동해 온 지방 부호다. 아버지 니이치로는 당시 중의원 의원이자 니가타 신문사 사장이었고 한시 시인으로도 알려진 정치가로서 언제나 다망했으며 장남을 제외한 자식들에게는 무관심하고 냉담했다. 사카구치가의 재산은 체면과 의리를 중시했던 니이치로의 대에서 탕진되었다.
니이치로의 전처와 첩의 아이까지 합한 열세 명의 형제 중 열두 번째 아이로 태어난 안고는, 어린 시절 이미 방랑벽이 있었으며, 골목대장 행세를 하며 싸움질을 하고 돌아다녀 어머니의 미움을 사는 한편, 주로 무사들의 군담을 숙독했고, 남몰래 닌자의 인술(忍術)을 연구하기도 했다. 1919년 니가타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이 무렵부터 집과 학교를 싫어해서 수업을 빠지고 홀로 방황하는 날들을 보내다 낙제하게 되고,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와 발자크 등의 소설을 탐독하며 지내다가 결국 1922년에 퇴학당했다. 그해 가을 상경해 부잔(豊山) 중학교에 입학했고 에드거 앨런 포와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등을 인생의 낙오자로서 사랑하며 그들의 작품을 숙독했다. 막연하게 엄격한 구도자의 삶을 동경해 1926년, 도요 대학(東洋大學) 인도철학윤리과에 입학한다. 입학 후 불교서와 철학서를 섭렵하는 데 몸을 혹사하며 공부에 매진한 탓에 생긴 신경쇠약 증세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티베트어, 라틴어, 프랑스어 등 어학을 맹렬히 공부한다. 1930년, 대학을 졸업한 후 동인지 ≪말(言葉)≫과 ≪청마≫를 창간했다. 1931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바람 박사>와 <구로타니 마을(黑谷村)>이 소설가 마키노 신이치(牧野信一)의 극찬을 받아 신진 작가로 급부상한다. 1932년 여류 작가 야다 쓰세코(矢田津世子)를 알고 사랑에 빠지지만 1936년 절교한 후 신생을 기하며 교토를 방랑하면서 그녀와의 사랑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눈보라 이야기(吹雪物語)≫를 썼다. 1946년, 전후의 시대적 본질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파악한 <타락론>과 <백치>로 일약 시대의 총아, 오피니언 리더로 떠오르며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1947년 가지 미치요(梶三千代)와 결혼하고, 전후의 시대상을 반영한 소설과 에세이, 탐정 소설, 역사 연구, 문명 비평 르포르타주 등 다채로운 집필 활동을 전개해 전후의 난세에 문화와 역사 및 사회의 흐름에 대한 대중의 지적 갈증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와 동시에 세무 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 경륜 부정 사건 고발, 각성제와 수면제 중독에 의한 정신착란 발작 등 실생활 면에서도 언제나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1955년 2월 17일 지방 취재 여행에서 돌아온 후 자택에서 뇌일혈로 급사했다. 향년 50세였다. 전후 일본 사회의 혼란과 퇴폐를 반영한 작풍을 확립하고 시대의 새로운 윤리를 제시함으로써 일본인에게 충격과 감동을 안겨 준 사카구치 안고는 다자이 오사무와 오다 사쿠노스케 등과 함께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무뢰파 작가로 평가된다.

역자 : 최정아

역자 최정아는 최정아는 일본 국립 나라여대 대학원 인간문화연구과에서 일본 근대 문학을 연구했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중기 크리스천물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광운대학교 동북아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표 논문으로 <일본 근대 문학에서의 기독교의 수용과 변용>, <아쿠타가와 문학에 보이는 여성의 결혼과 사랑, 자아의 관계>, <‘신들의 미소’에 나타난 일본 문화 풍토의 특질> 등이 있고, 역서로 사카구치 안고 작품집 ≪백치·타락론 외≫(책세상, 2007)가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일본 근대 문학에서의 개인의 자아 관념 확립 과정과, 일본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문학인들의 사상적 대응 방식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앞으로는 탈근대의 일본 현대 소설로 연구 영역을 확대해 시대와 문명과 삶의 변화와 의미를 탐구하고자 한다.

책속으로

●외관이 스마트한 것만으로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무언가가 될 수 없다. 모든 것은 실질의 문제다. 아름다움을 위한 아름다움은 자연스럽지 않고 결국 진짜가 아니다. 요컨대 공허하다. 그리고 공허한 것은 그 진실로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 결코 없으며, 결국 있으나 마나 한 물건이다. 호류사도 뵤도원도 불타 없어진다 해도 전혀 곤란하지 않다. 필요하다면 호류사를 부수고 정거장을 만드는 게 좋다. 우리 민족의 찬란한 문화나 전통은 그것 때문에 결코 멸망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다. 무사시노(武藏野)의 고요한 낙일(落日) 광경은 없어졌지만 첩첩이 이어지는 바라크 지붕 위로 노을이 내리고, 먼지 때문에 맑은 날에도 하늘은 흐려 있으며, 달밤의 경관 대신 네온사인이 빛난다. 여기에 우리의 실제 생활이 영혼을 뿌리내리고 있는 한 이것이 아름다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보라.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고 바다에는 강철이 달리고 고가선(高架線)을 전차가 굉음을 울리며 달려간다. 우리의 생활이 건강한 한, 서양식 싸구려 바라크를 모방하고 의기양양해한다 해도 우리의 문화는 건강하다. 우리의 전통도 건강하다. 필요하다면 공원을 갈아엎고 채소밭으로 만들라. 그것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라면 반드시 거기에서도 미가 배태된다. 그곳에 진정한 생활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생활하는 한 원숭이 흉내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진정한 생활인 한 원숭이 흉내에도 독창과 동일한 우월성이 있는 것이다.

●일본 문학은 풍경의 미를 동경한다. 그러나 인간에게 인간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을 리 없으며 인간에게는 인간이 전부다. 그리고 인간의 미는 육체의 미이며 기모노 따위의 장식의 미가 아니다. 인간의 육체에는 정신이 깃들고 본능이 깃들며 이 육체와 정신이 자아내는 독자의 빛깔은 일반적인 해설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각인각색의 발견이 이루어지는 영원히 독자적인 것이다. 일반적인 생활이란 있을 수 없다. 저마다 각자의 독자적이고 성실한 생활을 추구하는 일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고 달리 무엇이 인생의 목적이겠는가.
나는 그저 나 자신으로서 살고 싶을 뿐이다.
나는 풍경 속에서 안식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안식할 수 없는 인간이다. 나는 다만 인간을 사랑한다. 나를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한다. 철두철미 사랑한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내가 사랑하는 것을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계속해서 타락하고, 그리고 계속해서 쓸 것이다. 신이시여. 나의 이 청춘을 사랑하는 마음이 죽을 때까지 쇠하지 않게 하소서.

●천황이 인간 예절의 한도에서 경애를 받도록 되지 않으면 일본에는 문화도 예절도 올바른 인정(人情)도 자리 잡지 못한다. 그리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구태의연한 패전 이전의 일본으로 남아 언젠가는 또 바보 같은 전쟁을 시작하려 들 것이고, 그리고 또 패배할 것이다. 질리지도 않고 똑같은 짓을 되풀이할 것임에 틀림없다.
진정 예절 있는 인간은 전쟁 같은 걸 하고 싶어 할 리가 없다. 인간을 경애하고자 땅바닥에 엎드려 흐느끼는 미치광이이기 때문에 일단 일이 나면 무턱대고 완력을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는 외에는 울분을 풀 방법이 없는 것이다. 땅에 엎드려 머리 조아리는 그런 행위가 바로 전쟁의 본성을 나타낸다. 인간이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거나 국민의례 같은 여우 홀리기를 하기 시작하면 나치도 일본도 이제 전쟁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다.
천황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여행하신다는 것은, 즉 또 전쟁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일본이 바보가 되어 가고 있음을, 여우에 홀린 미치광이가 되어 가고 있음을 말하는 일로서 이래서는 일본은 구제 불가능하다.
폐하는 당분간 궁성에 칩거하며 좋아하시는 생물학에나 열중하심이 옳다.
그리고 그러다가 국민이 폐하를 잊고 살게 될 즈음에, 아마도 그때는 도쿄도 재건되어 있을 터이니, 재건된 긴자로 연구실에서 가볍게 산보 나오심이 좋다. 폐하임을 안 통행인 중 몇 명은 특별히 머리 숙여 인사하지는 않겠지만 길은 양보해 드릴 것이다. 그때, 도쿄도 재건되었지만 비로소 인간 또한 재건되었다 할 것이다. 아니, 더 나아가, 그러한 모습이야말로 지금까지 여우에 홀려 있던 일본에 처음으로 인간이 태어나 인간의 예절과 인간의 인정과 인간의 학문을 시작하게 된 증거라 할 것이다.

출판사서평

내 나라 일본의 국수주의와 사대주의가 부끄럽다

천황이라는 존재에
실제적인 존엄성이 있어야 할 근거는 없다.
일본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가문이라는 것,
그리고 과거에 일본을 지배했던 명문이라는
사실 외에는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 명문이라는 것도…
신화와 허명의 역사를 부정하는
전후 일본 지식인의 합리주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

사카구치 안고는 일본 전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다자이 오사무와 오다 사쿠노스케 등과 함께 무뢰파 작가로 알려져 있다. 안고는 <파스에 대해>서 밝힌 자신의 독자적 문학관에 입각해 창작한 <바람 박사>에 의해 문체와 표현의 기발함과 참신함을 인정받아 문단의 주목을 받음으로써 신진 작가로 급부상했다.

<일본 문화 사관>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3월에 <신초>에 발표된 에세이풍의 평론으로서, 일본 문화론의 계보를 논함에 있어 거의 예외 없이 거론될 만큼 대표적이며 선구적인 일본 문화론이다. 누구보다 먼저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적 시대사조에 반발하며 일본의 전통문화의 고유성과 필연성을 만들어진 것, 강요된 것으로 부정하고, 나아가 새로운 보편적 미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히 획기적인 의의를 갖는 작품이다.

<데카당 문학론>
안고 자신의 무뢰파적 문학관을 피력한 평론으로, 패전 이듬해인 1946년 10월 1일 <신초>에 발표되었다. 기존의 권위에 대한 도발과 부정의 정신이 여실히 드러난다. 안고는 일본 근대의 ‘국민 작가’ 위치에 있는 시마자키 도손과 나쓰메 소세키 등의 문학을 비판하며 자신의 무뢰파 문학의 지향과 의의를 알리고 있다.

<천황 폐하께 바치는 글>
패전 직후인 1946년 1월에 있은 쇼와 천황의 인간 선언에 이어 2월에 천황의 전국 순회가 기획되고 실시되어 이윽고 일본 전국이 천황 환영의 열기로 끓기 시작할 무렵인 1948년 1월 5일 <후호(風報)>에 발표되었다. 이와 같은 전후 일본의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천황의 전국 순회 환영 열기에 대한 비판을 담아 전후 민주주의 체제하에서의 천황의 존재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람과 빛과 스무 살의 나와>
1947년 1월, <문예>에 발표되었다. 안고의 나이 42세 때의 작품으로 20년 이상의 세월을 거슬러 스무 살 때의 교사 시절을 회고한 자전적 에세이다. 언제나 ‘타락’과 ‘육체’를 외치는 그가 풍기는 퇴폐적 인상과는 많이 동떨어진, 지극히 건전하고 청결하며 아름답기까지 했던 그의 청춘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색적인 작품이다.

책속으로 추가

●나는 방과 후 교무실에 언제까지고 홀로 남아 있기를 좋아했다. 학생들이 사라지고 다른 선생님들도 돌아간 다음 나는 혼자서 우두커니 사념에 잠긴다. 소리라고는 괘종시계 소리뿐이다. 그 시끌벅적하던 교정에 사람 그림자도 물건 소리도 모두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이 묘하게 정적을 강하게 의식하게 만들었고, 그러면 이상하게 공허해져 자신이라는 것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듯한 방심 상태에 빠진다. 내가 그렇게 방심 상태로 있노라면 괘종시계 그늘 같은 곳에서, 야아, 하고 반기며 내가 얼굴을 내미는 것 같은 환각이 일어나곤 했다. 불현듯 내가 나타났음을 깨닫는 순간, 야아, 왜 그래? 하며 내 옆에 내가 서서 나에게 말을 건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나는 그 몽롱한 방심 상태를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가끔 거기에 서 있는 나에게 말을 걸다가 오히려 호통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봐, 너무 만족하면 안 돼, 하며 나를 노려본다.
“만족하면 안 된다고?”
“그럼, 안 되고말고. 괴로워하지 않으면 안 돼. 가능한 한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으면 안 돼.”
“무엇 때문에?”
“그건 그냥 고통을 받는다는 행위 자체가 해답을 알려 줄 거야. 인간의 존엄성은 자신을 괴롭히는 일에 있는 것이거든. 만족은 누구나가 좋아하는 법이고. 짐승조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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