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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의지

황현진 소설 은행나무 노벨라6

황현진 지음| 은행나무 |2015년 02월 11일 (종이책 2015년 02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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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일 2015년 02월 11일 (종이책 2015년 02월 11일 출간)
    포맷용량 ePUB(0.36MB, ISBN 9788956608471)
    • 주요 일간지 북섹션 추천도서 > 2015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 2015년 주요일간지 소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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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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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의지란 무엇일까?

젊은 감성을 위한 테이크아웃 소설 시리즈 「은행나무 노벨라」 제6권 『달의 의지』. 도서출판 은행나무에서 200자 원고지 300매~400매 분량으로 한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만큼 속도감 있고 날렵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형식과 스타일을 콘셉트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 황현진만의 특유의 재치 섞인 문장과 뛰어난 구성력, 완결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관계의 끝에 선 이들의 첨예하고 기민한 상황을 제시하고 서로의 물리적, 심리적인 부분들을 ‘달의 의지’에 빗대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삶의 이면, 관계의 이면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추해보게 되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

목차

달의 의지 ― 7
작가의 말 - 130

저자소개

저자 : 황현진

관심작가 등록
저자 황현진은 2011년 장편소설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로 제16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책속으로

호수의 맞은편을 건너다보았다. 거기에도 사람이 보였으나 너무 작았다. 나는 맞은편의 사람과 내가 마주칠 확률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그럴 일이 생기기란 쉽지 않았다. 둘 중 하나가 방향을 바꾸어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는다면, 둘 중 하나가 한참 동안 멈춰 서 있지 않는다면, 둘 중 하나가 호수를 가로질러 오지 않는다면 호수의 궤도 안에서 서로를 대면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했다. 아무도 호수를 침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무한한 의지를 가진 달일지라도. 그건 절대로 위로가 될 수 없고 완벽한 패배를 증명하는 것에 불과했다.
―본문 125-126쪽 중에서

출판사서평

‘너’라는 중력에서 벗어나
‘나’의 정상궤도에 오르다
관계의 끝에 선 사람들이 서로의 불편과 불안에 관해 말하다

2011년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편소설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로 문단에 데뷔한 신예작가 황현진의 소설 《달의 의지》가 (주)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3~4백매 분량의 중편소설 시리즈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은행나무 노벨라’ 여섯 번째 수록 작품이다. 황현진 소설 《달의 의지》는 그녀만의 특유의 재치 섞인 문장과 뛰어난 구성력, 완결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관계의 끝에 선 이들의 첨예하고 기민한 상황을 제시하고 서로의 물리적, 심리적인 부분들을 ‘달의 의지’에 빗대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삶의 이면, 관계의 이면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추해보게 되는 특별한 힘을 지닌 소설이다.

달에게 무슨 의지가 있을까

달에게 의지가 있을까? 소설 제목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건 아마도 그런 질문일 것이다. 먼저 지구와 달의 관계가 떠오른다. 알다시피 달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구 주변을 맴돈다. 위성이라 부른다. 또 달은 줄었다 부푼다. 이유는 달이 태양 빛에 닿는 부분만을 반사한 형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뿐인가. 달은 한 방향으로 오랫동안 지구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고 보니 달 입장에서 지구는 갑쯤 되겠다. 지구중력장에 이끌려 붙들렸고 지구 주변을 하염없이 맴돌고만 있으니 말이다. 한눈팔지 않고 오직 지구, 그 대상만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늘어놓은 모든 얘기는 지구와 달을 상투적으로 빗대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되묻겠다. 달에게 의지란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을 위해 소설은 첫머리로 오래된 연인의 이별의 순간을 제시한다.

거짓말을 들키지 않고 건네는 나쁜 농담 혹은 똑똑한 농담

“한두.
그를 불러세우자니 어색했다. 민망한 마음도 들었다. 나는 더욱 천천히 걸었다. 우리의 간격이 더욱 멀어졌다. 나는 젖은 땅바닥에 침을 뱉었다. 한두는 공원을 빠져나가는 계단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본문 8쪽

오래된 연인이 꽤 큰 호수를 산책한다. 호수의 둥근 둘레를 따라 우레탄 재질을 박아 넣어 걷기에 편한, 사람들이 걷기에 편하게 만든 길을 남자는 앞서 걷고 여자는 뒤따라 걷는다.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볼 만한데도 그 남자는 걷는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간격은 갈수록 벌어진다. “불러세우자니 어색”하고 민망한 마음마저 드는 사이. 헤어지기 직전의 연인. 대부분의 연인들이 헤어지기에 앞서 시간을 질질 끌면서 미련이나 후회를 정리하는 게 보통. 지금 이 연인도 그러한 제의를 비교적 조용히 치루고 있는 것. 왜 헤어졌을까.

“우리가 만났던 시간을 이기적으로 재해석하는 수순을 각각 밟아왔다는 이야기이다. 지나치게 의미가 부여된 날들을, 지나치게 무의미화하는, 지루하고 단순한 작업이었다. 그 와중에 아무도 우리를 혼내지 않았고, 우리 역시 서로를 혼내지 않았다. 뭔가 단단히 글러 먹은 상태였다.” ―본문 15-16쪽

정확한 작별의 이유를 알고 헤어지는 연인은 얼마나 될까. 아마 짐작건대 대부분의 연인은 자신들이 왜 이별을 했고 사랑에서 멀어졌는지 모른다. 다만 자신이 알고 싶고 확신하는 부분만을 스스로에게 설득하여 이해시킬 뿐이지 않을까. “그래, 그러자.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아들었어”(16쪽) 이 말만을 뒤로한 채 각자는 헤어진다. 주인공 여자는 몇 년 전 책을 한 권 펴냈고 지금은 대기업 사보잡지에서 인터뷰 꼭지를 맡아 근근이 먹고사는 소설가. 방금 남자친구와 헤어진 그녀는 공교롭게도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가수가 되었으나 노래 실력이 아닌 불우한 가정사 때문에 시청자에게 널리 알려진 ‘에그’를 인터뷰하게 된다.

“에그는 그저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으로만 유명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에그를 찾았다. 인터뷰의 주제가 얼마나 성공했느냐보다 얼마나 불행했나가 중요했다. 잡지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에그를 추천했고 정작 누구도 에그를 대체할 다른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
―본문 21쪽

고아. 단란주점 웨이터. 포장마차 주인. 태어나면서 버려졌던 아이 에그. 충분히 예상할 만큼의 불우한 유년기를 지나 뒷골목 술집과 유흥가를 벗어나지 못했던 청년 에그. 그녀는 에그를 인터뷰하면서 그의 인생에서 가장 평범한 부분, 즉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 ‘불행’에 대해 알게 된다. 그녀는 에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를 믿을 수가 없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 온몸에 흉터와 불에 데인 상처로 덮인 그의 몸. 그 폭력과 학대의 흔적들을 그녀로서는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
騙駭것.

“무대에 서면 눈을 감아도 머리 위로 쏟아지는 조명 때문에 눈이 부셨다. 더욱 질끈 눈을 감았다. 몸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몸이 먼저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우리 착한 동생에게 가해지던 주먹질과 매질과 빨갛게 타오르던 담뱃불이 눈앞을 둥둥 떠다녔다.”
―본문 104쪽

그녀가 에그의 지금보다 불행했던 과거에 끌렸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노래 실력이 아닌 과거 ‘이야기’를 팔아 먹고사는 것에 동질감을 느껴서? 아니 좀 더 정확하게 그녀는 불행한 에그와 헤어진 남자 ‘한두’를 견주어 스스로에게 정당한 헤어짐의 이유를 얻으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 한두에게서 벗어날 의지를 에그를 통해 다짐하게 되는 것, 그건 누구나 겪는 이별의 과정일 것이다. 인터뷰는 할애된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삶을 요약해야만 하는 일이다. 내가 나의 삶을 요약하고자 할 때 제일 먼저 우리는 불행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과거의 터널을 지나 현재에 오기까지의 긴 여정의 요약은 언제나 과거 안에 있기 때문. 그녀는 에그를 겪으면서 혹은 에그를 거울삼아 자신의 무엇을 바라본 걸까. 다시, 처음에 언급한 달 얘기로 가봐야겠다.

달은 지구와 상관없이 자신의 정상궤도를 돌 뿐이다

“그가 무심해지면 나도 무심해지게 되는 것이다. 나의 한계치를 넘어 내가 할 수 있고 견뎌낼 수 있는 최대치의 노력을 기울여 무심해진다. 무심하게 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도 무심해진다. 그게 사랑하는 사이의 가장 엄격한 규칙이 된다. 하지만 그 사실만은 남아 있다. 나는 노력했다. 무심해지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그를 사랑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었다. 도무지 노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본문 51쪽

달은 지쳤다. 지구를 여태 한방향에서 바라보는 것, 지구와의 간격이 오랫동안 꿈쩍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지쳤고 무심해졌고 무의지해졌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거리를 잰다. 그걸 ‘사이’라 말해도 좋다. '사이'라는 건 연인에게서 필요충분한 거리, 가깝다고 흥하거나 멀다고 망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개 그 거리는 다분히 다각적이다. 거리에 실패한 연인이 이별을 한다. 모든 이별은 각자의 무게만큼 해롭다. 무심해지고 건조해졌다고 덜 상심하거나 덜 슬퍼지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별하기 직전 ‘사이’의 건조함과 무심 안에 열렬히 애정했던 기억을 폐기해 묻어놓았다. 결국 작별은 폐기한 기억을 기억에서 멀어지게 하는 어떤 가벼운 제의다. 그런 제의는 철저히 상대를 지우는(죽이는) 형식으로 행해질 뿐이다. 그녀는 이별하면서 그를 지웠다. 과거인 한두를 지웠다. 과거를 어떤 식으로건 이야기로 만들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에그를 통해 체득한 셈이다. 이 소설《달의 의지》는 어쩌면 그 문장을 부르기 위해 씌어졌을 수도 있겠다.

작가의 말

이별 뒤엔 여러 감정이 들끓는데 그중에서 가장 이상한 것은 죄책감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동안 나를 지배한 감정 중에서 죄책감이 가장 강력했다는 뜻이다. 사랑이 나쁜 짓이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사랑이라는 행위 자체가 어떤 결함을 포함하고 있고 그 결함을 체험하는 것에 더 가깝다는 이야기이다. 사랑 대신 삶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어도 의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어떤 애인에게도 사는 동안 널 ‘가장’ 사랑했다는 말을 해줄 수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가장 사랑했던 순간들은 있었겠다. 그리고 순간에 대한 인정을 고백하는 이 말이 끝끝내 혼잣말로 남았으면 하는 내 마음만은 얼추 진심에 가까울 것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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